공유

제921화

“그래?”

강지혁은 수중에 있는 가위를 보더니 눈빛이 순간 차갑게 변했다. 방금 그 순간, 그는 그녀라면 기꺼이 목숨을 내줄 수 있다는 생각을 했었다.

미친 게 틀림없다.

한 번도 여자에게 자신의 목숨을 줘도 된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그의 죽음은 오직 그가 결정하는 것이니까. 애초에 그녀와 헤어진 것도 그렇게 될까 봐 겁이 나서 아니었나?

그런데 왜 헤어진 마당에 이런 생각이 드는 거지?

“정말 일부러 그런 거 아니야.”

그의 침묵 때문에 임유진이 뭔가 오해했는지 다급하게 해명했다.

“너랑 헤어졌을 때 확실히 힘들고 고통스럽긴 했어도 다 지난 일이야. 고작 헤어진 거로 상대를 죽이려는 생각은 안 해.”

강지혁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녀가 다 지난 일이라고 했을 때, 마치 심장에 뭔가에 찔린 듯 욱신거렸다.

“나 죽이고 싶단 생각 한 적 없어?”

강지혁이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응, 없어.”

“내가 죽는 건 싫다는 뜻이야?”

그는 그녀를 꿰뚫어 보듯 집요하게 눈을 맞춰왔다.

“죽길 바라지는 않아.”

두 사람이 헤어졌다고 한들 그것 때문에 강지혁이 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그저 서로가 모든 걸 잊고 각자의 길을 가기만을 바랐다. 물론 지금에 와서는 그것도 안 될 것 같지만...

“그럼 너는 날 죽일 일도 없겠네?”

임유진은 그의 말이 조금 웃겼다. 일단 그의 말은 성립 자체가 되지 않는다. S 시 제일 꼭대기에 있는 남자를 고작 변호사 비서 따위가 무슨 수로 죽일 수 있을까.

“그건 내가 대답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닌 것 같은데?”

“대답해 줘.”

강지혁은 그녀의 답을 원했다.

그의 눈과 마주하자 임유진의 심장이 거세게 뛰었다. 그녀는 입을 달싹이다 한참 뒤에야 ‘응’이라는 한 글자를 내뱉었다.

이에 강지혁의 입꼬리가 서서히 올라가더니 이내 활짝 웃었다. 눈가가 예쁘게 접힌 것이 진심으로 기쁜 듯했다.

“그 말 꼭 기억해.”

그는 다시 수중의 가위를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계속 잘라.”

머리를 다 자르고 나니 임유진은 손이 다 얼어붙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