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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5화

“그럼 앞으로 아빠도 우리랑 같이 사는 거예요?”

아이의 목소리에는 기대와 갈망이 묻어있었다. 평소 보는 애니메이션 속의 가족들은 모두 함께 살았으니 말이다.

이경빈이 그런 아이를 보며 뭐라고 얘기하려는 찰나 탁유미가 먼저 입을 열었다.

“윤이야, 아... 빠는 바쁜 것 같으니까 이만 잘 가라고 인사할까?”

그녀는 아빠라는 두 글자를 힘겹게 입에 올렸다.

“아빠는 오늘 우리랑 같이 안 있어요?”

윤이가 실망한 듯 풀이 죽은 얼굴로 물었다.

“집이 너무 작아서 아빠는 들어올 수 없을 것 같네.”

탁유미는 이경빈에게 제발 그가 이대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물러서 줬으면 하는 간절함을 담아 눈빛을 보냈다.

이경빈은 미간을 찌푸렸다. 원래 하려던 말이 그녀의 눈빛 때문에 목구멍에서 막혀 나오지 않았다.

대체 왜 그녀의 눈치를 봐야 하는 거지?!

지금 눈치를 봐야 할 건 탁유미 쪽이 아닌가!

하지만 결국 이경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자, 윤이야, 아빠한테 잘 가세요 하고 우리는 이만 자자.”

아이는 그녀의 말대로 이경빈에게 인사를 하고는 다시 한번 엄마 아빠와 같이 살고 싶다는 소리를 했다.

이에 탁유미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 들었다.

탁유미 엄마가 아이를 데리고 씻으러 화장실로 간 뒤 탁유미가 먼저 입을 열었다.

“이경빈, 너랑 내 사이가 어떻든 적어도 아이 앞에서는 쓸데없는 말 하지 마.”

“어차피 알게 될 건데 조금 더 빨리 알게 된다고 해도 다를 것 없잖아.”

이경빈이 차갑게 대꾸했다.

“너 지금 이러는 거 복수 때문이잖아. 이참에 한번 물어나 보자. 3년 형으로도 부족하고 내가 내 배를 찌른 것도 부족하면 대체 네가 원하는 건 뭔데? 어떻게 해야 이 지긋지긋한 복수를 끝낼 수 있는 건데? 팔이나 다리라도 잘라야 속이 시원하겠어? 그래야 네 마음이 풀려?”

탁유미는 하루라도 빨리 그와의 관계를 정리하고 싶었다.

이경빈은 그녀의 말을 듣더니 점점 더 표정을 굳혔다.

“팔과 다리? 고작 그 정도로 될 것 같아? 나는 윤이를 네 곁에 둘 생각 없어.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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