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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3화

그는 그렇게 공수진을 보살피며 심지어 아이의 일마저 공수진을 위해 생각하는데...

“내가 공수진한테 목숨을 빚졌다고 했지?”

그녀는 갑자기 되물었다.

이경빈은 탁유미를 빤히 쳐다보며 뭔지 모를 그녀의 평온한 모습이 그로 하여금 불안해지게 했다.

탁유미는 갑자기 몸을 일으키더니 바 옆으로 걸어가 와인 한 병과 와인잔 하나를 꺼냈다. 그리고 자신에게 와인 한 잔을 따랐다.

지금의 그녀는 아마 알콜이라도 섭취하여 용기를 북돋으려는 것 같았다.

달콤하면서도 쓴맛 나는 붉은 액체는 입으로 흘러 들어갔다... 맛은 괜찮았다.

예전에 그녀는 왜 술이 맛있는 줄 몰랐을까?

술 한잔을 비우고 나더니 탁유미는 이내 술잔을 바 테두리에 대고 내리쳤다. 술잔은 순식간에 반쪽이 되어버렸다. 그녀의 손에 잡혀 있는 반쪽 깨진 술잔은 날카로웠다.

“탁유미, 너 미쳤어?”

“이경빈, 네가 말해봐. 그놈의 목숨 어떻게 갚을까?”

탁유미는 마치 상대방의 기분을 개의치도 않는 듯 그저 가볍게 웃더니 물었다.

그의 불안한 감정은 더욱 강렬해졌다.

“뭐 하자는 거야?”

차가운 목소리에는 그조차도 모르는 불안함이 묻어있었다.

“이러면, 아마 이젠 아이를 낳을 수 없겠지?”

그녀는 웃으며 손에 쥐어있던 날카로운 유리 조각으로 자신의 복부를 찔렀다.

뜨거운 핏물이 깨진 유리컵을 타고 흘러내려 그녀의 옷에 스며들고 손등에 떨어졌다.

이경빈은 동공이 흔들리더니 그녀 앞으로 바짝 다가섰다.

“지금 뭐 하는 짓이야?”

그는 그녀를 향해 소리치기만 할 뿐 감히 그녀의 손에 들린 깨진 유리컵을 건드리지 못했다. 잘못 건드렸다가 그녀의 상처가 더욱 심해질까 두려웠다.

그가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한 손으로 그녀의 팔목을 꽉 잡은 채 깨진 유리컵이 더 이상 그녀의 복부를 자극하지 못하게 하는 것뿐이었다. 그리고 떨리는 손으로 휴대폰을 쥐고 구급차를 불렀다.

한 번도 119 구급대에 전화를 거는 것이 그렇게 어려웠다고 느낀 적이 없었지만 지금은 마치 온몸의 힘이 다 소모된 것 같았다.

전화가 연결되었을 때, 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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