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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8화

“당신은 내가 아니잖아...”

그녀는 무심결에 부인하려고 했지만 갑자기 목에 뭔가 걸린 것처럼 말끝을 흐렸다.

그녀를 빤히 바라보고 있는 그의 새까만 눈동자에는 마치 자조와 암울함이 배어 있는 것 같았다.

한지영은 가슴이 답답해 났다. 그의 눈빛은 왠지 모르게 숨이 막혔고 마치 그에게 무슨 빚이라도 진 것 같았다.

차 안은 갑자기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

“왜? 계속 말해봐.”

그제야 이 적막을 깨는 백연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 나 아무 말도 하지 않았거든요.”

그녀는 혼자 켕겨서 말했다.

‘제발, 뭐가 찔리는데!’

그녀는 마음속으로 자신에게 말했다. 그들은 진짜로 사귀는 사이가 아니라는 것을 둘은 누구보다도 잘 알았다.

다만 때로는 그의 몇 마디 말이... 그녀를 약간 착각하게 했다... 그가 그녀를 좋아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항상.

하지만 그럴 리가 없지.

그와 같은 남자는 못 만나본 여자가 없었다. 진심으로 그녀를 좋아하는지도 의문이었다. 아니면 지금 그의 행동이나 말은 단지 그녀가 그를 사랑하게 하기 위해서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녀가 정말로 그를 사랑하게 되면 그는 아마도 그녀를 차버릴 것이다. 마치 그때 그녀가 작별 인사를 하지 않고 떠났을 때와 같이 말이다.

“오늘 어디 가서 밥 먹을래?”

그는 이내 말을 돌렸다.

“근처에 있는 쇼핑몰로 가죠. 이따 먹어요. 먼저 쇼핑하면서 유진에게 옷 몇벌 사주려고요. 유진이가 오늘 새 직장을 구했대요. 하지만 유진의 옷은 모두 몇 년 전에 입던 옷들이라 공식적인 자리에 어울리지 않아요.”

한지영은 말을 이어갔다.

강지혁이 사준 옷들을 유진은 한 벌도 가지고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 유진의 옷들은 모두 그해 감옥에 가기 전의 옷이었다. 비록 어떤 옷은 질이 좋았지만 유행도 지났고 색도 죄다 빠졌다.

백연신은 한편으로 액셀을 밟으며 말했다.

“너 임유진한테는 엄청 잘해주더라, 임유진의 일이라면 맘에 항상 두고. 언제면 내 일을 그렇게 맘에 두고 있을지 모르겠네.”

“흠...흠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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