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가 되면 임유진은 합리하고 합법적인 수단으로 저 자신을 위해 정의를 되찾을 것이다.그렇게 해야만 한때 변호사 유니폼을 입었던 자신에게 떳떳하고 수년간 법학을 공부한 저 자신에게 떳떳해질 수 있다!강지혁은 그녀를 빤히 쳐다보며 눈동자가 살짝 떨렸다. 그는 문득 임유진한테서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어느샌가 그녀는 점점 더 강해지고 있었고 새롭게 태어난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전보다 훨씬 아름다워지고 있다!‘유진아, 넌 왜 나한테 더 기대지 않아? 다만 현재 네 모습도 어쩌면 진정한 네 모습이겠지.’“그래도 이렇게 두 사람을 놓아주는 건 둘에게 너무 관대한 것 같아.”강지혁이 말했다.“지금 바로 가서 저 둘이 누나에게 저지른 일로 후회하게 해주는 건 어때?”임유진이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강지혁은 그녀의 손을 잡고 소민준과 진세령의 곁으로 다가갔다.주변 사람들도 대부분 소민준과 진세령을 알고 있다. 그녀는 대스타라 인지도가 높고 소민준은 그녀의 약혼자인 관계로 언론매체 앞에 얼굴을 자주 드러내다 보니 일반 기업가들보단 인지도가 높다.두 사람은 강지혁과 임유진이 이리로 걸어오자 몸이 확 굳고 억지 미소를 지었다.“강지혁 씨, 임... 유진 씨.”소민준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을 이었다.“여기서 두 분을 뵐 줄은 몰랐네요.”강지혁은 이런 종류의 전시회에 거의 참석하지 않아 당연히 이번에도 안 올 줄 알았다.그는 웃을 듯 말 듯한 표정을 지었다.“유진이랑 두 분은 구면이겠네요. 요즘 진세령 씨가 인터넷에 올린 사과문이 정말 핫하더라고요. 진세령 씨의 일부 팬들이 대신 불만을 표출하고 있던데요.”진세령은 순간 사색이 되었다. 그녀의 사과문에 달린 댓글 중 임유진을 저격하는 댓글도 꽤 많았다.그녀는 일부러 방관하며 이로써 한을 풀려고 했다. 강지혁 때문에 임유진에게 직접 공격할 순 없지만 팬들이 대신 욕해주는 것도 속이 통쾌했다.다만 강지혁이 이 포인트를 쏙 집어낼 줄이야.“앞으론 인터넷에서 팬들 댓글 관리를 잘 단속하겠습니다.”그
가해자가 뻔뻔스럽게 피해자에게 지나간 일은 너그럽게 용서하라고 말하다니? 진세령이 대체 무슨 자격으로 이런 말을 내뱉을 수 있지?그녀의 표정도 대뜸 일그러졌다.“임유진, 난 우리가 화목하게 잘 지냈으면 하는 바람이야.”“우리는 화목하게 지낼 수 없어, 영원히.”임유진이 대답했다.진세령이 계속 말을 이으려 할 때 강지혁이 가로챘다.“유진이가 용서 안 하겠다고 하니 그럼 그런 거로 해.”순간 진세령은 몸이 휘청거리고 제대로 서 있지도 못했다. 소민준은 재빨리 약혼녀를 부축했다.임유진은 고개 돌려 강지혁에게 말했다.“혁아, 나 다른 데 가서 돌아다니고 싶어.”두 가해자 앞에 서 있으니 기분이 매우 불쾌했다.“그래.”강지혁은 그녀와 함께 자리를 뜨려 했다.두 사람이 몸을 돌리던 찰나 소민준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유진아, 미안해.”임유진은 걸음을 멈췄지만 끝내 고개는 돌리지 않았다. 애초에 진세령이 그녀의 손을 망가뜨리려 할 때 소민준은 냉큼 동의했고 그때부터 어떠한 사과의 말도 무의미해졌다.옆에 있던 강지혁이 고개 돌려 한없이 짙은 눈동자로 소민준을 차갑게 노려봤다.소민준은 발밑에서부터 싸늘한 한기가 올라와 온몸이 얼어붙었다.방금 그 눈빛은 경고장에 가까웠다. 더는 선 넘지 말라는 경고, 임유진에게 한 발짝이라도 다가간다면 소민준은 곧 만신창이가 될 것이다.그는 사색이 된 얼굴로 진세령을 쳐다봤는데 그녀도 얼음처럼 굳어버렸다.“됐어, 강지혁 씨는 이번에 임유진을 위해 나서줬을 뿐이야. 우리가 방금 그토록 자세를 낮췄으니 아무 일 없을 거야.”정말 아무 일도 없을까? 진세령은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강지혁이 마지막에 남긴 말이 아직도 귓가에 맴돌았다.‘유진이가 용서하지 않겠다면 그렇게 해야지.’이건 절대 단순히 흘려넘길 말이 아니다.강지혁은 반드시 무언가를 해낼 것이다!다만 그가 진정 무엇을 할지 아무도 예상할 수 없다.진세령은 거대한 불안감에 휩싸였다!“민준아, 방금 왜 유진이한테 미안하다고 한 거야?”한참
강지혁이 방금 한 경고는 그더러 임유진 곁에 한 걸음도 다가가지 말라는 뜻이다.안 그러면 강지혁이 그를 짓밟아버릴 수도 있다.다만... 임유진이 그해 누명을 뒤집어썼다는 걸 알게 된 이후로 소민준은 가끔 저도 몰래 이런 생각이 든다. 그해 그 사고가 없었고 그 소송이 없었더라면 그와 임유진은 어떤 결말을 맺었을까?하지만 인제 와서 아무리 고민해봤자 이제는 그녀에게 다가갈 자격조차 없으니...나중엔 임유진을 반드시 우러러봐야 할 지도 모른다....다른 한편 강지혁은 임유진을 지그시 바라봤다.“아직도 진세령의 말 때문에 화내는 거야?”그녀가 머리를 끄덕였다.“조금. 사실 나도 알아. 걔는 너 때문에 나한테 사과한 거야. 하지만 그토록 위선적인 사과에 어떻게 나더러 용서하라는 말이 나올 수 있지. 웃겨 정말.”한때 그 비참한 고통을 안겨주고 인제 와서 가볍게 사과 한마디로 메꿀 수 있을까?강지혁은 두 눈을 반짝이다가 다시 그녀의 손을 꼭 잡고 살짝 변형된 손 관절을 쳐다보았다.그녀는 그해 감방에서 제대로 치료받지 못했다. 강지혁은 다 알고 있다.“한때 누나에게 상처 줬던 사람들 진짜 전부 용서 안 할 거야?”그는 힘겹게 이 말을 입 밖으로 내뱉었다.“응.”임유진이 대답했다.강지혁은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누나를 해친 사람이 고의적이 아니라 해도?”“고의가 아니면 날 그렇게 해치지 말았어야지!”임유진이 되물었다.“혁아, 만약 너라면 한때 너한테 상처 준 사람들 용서할 수 있어?”절대 못 한다!그는 이미 마음속으로 해답을 얻었다.강지혁은 이제까지 감히 그를 해하려는 자는 단 한 명도 놓아주지 않았다.다만 그게 만약 그녀라면... 강지혁은 미처 해답을 얻지 못했다...“혁아, 난 성인군자가 아니야. 내게 잘해주는 사람은 똑같이 잘해줄 수 있지만 날 해치는 사람은 절대 용서 못 해.”임유진이 말했다.강지혁은 가볍게 시선을 아래로 떨궜다.“이젠 아무도 널 해치지 못하게 할게.”임유진이 달콤한 미소를 지었다.“그래, 이
강지혁은 그녀를 데리고 앞으로 걸어갔고 이경빈은 두 사람을 보더니 살짝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또 뵙네요. 강지혁 씨도 전시회에 관심을 가질 줄은 몰랐어요.”“오늘은 우 변호사님 뵈려고 일부러 찾아왔어요.”강지혁이 말하며 고개 돌려 우효주에게 인사했다.“안녕하세요, 강지혁입니다. 이쪽은 제 약혼녀 임유진이에요. 줄곧 우효주 변호사님을 뵙고 싶어 했거든요.”“저를요?”우효주가 흠칫 놀랐다. 강지혁이 본인 이름을 불러줄 때 심장이 움찔거렸다.강지혁, 그는 S 시의 일인자라 이 도시에서 절대 건드릴 수 없는 인물이다.그런 그가 생각보다 젊고 카리스마가 차 넘쳤다.우효주는 임유진에게 시선을 돌렸다.S 시로 오다 보니 그녀는 자연스럽게 이곳의 시사를 접하게 됐고 요 며칠 4년 전의 소송을 뒤집은 사건이 핫한 주제로 떠올랐다. 가십거리 기사이든 변호사 업계이든 전부 떠들썩하게 거론되고 있다.“알고 있어요.”우효주가 임유진에게 말했다.임유진은 흠칫 놀라더니 아마도 그녀가 4년 전 사건을 접했을 거로 예상했다!40대쯤 돼 보이는 우효주는 오늘 드레스가 아닌 네이비색 슈트를 입고 있었는데 우아한 기품과 카리스마를 내뿜었다.“우 변호사님, 안녕하세요. 변호사님은 제 학창시절 우상이었어요. 이렇게 만나 뵙게 돼서 영광입니다.”임유진이 대범하게 인사하고는 저 자신을 비웃듯 말을 이었다.“아마 제 사건을 접하고 저를 아시게 된 거겠죠?”“맞아요. 유진 씨 사건은 요즘 변호사 업계에서 자주 거론되고 있어요.”우효주가 말했다.“그런데 오늘 이렇게 유진 씨를 직접 뵐 줄은 몰랐네요. 게다가 제가 유진 씨 학창시절 우상이었다니, 제가 영광이에요.”“그때 저희 반에서 많은 여학생들이 나중에 크면 우 변호사님 같은 변호사가 되고 싶어 했어요.”변호사 업계에서 진짜 유명한 여변호사는 몇 안 되니까.임유진은 마음이 설렜지만 그 많은 일을 겪은 뒤로 풋풋한 젊은이처럼 우상을 열정적으로 맞이할 순 없었다.“가능하시다면 변호사님께 법률적인 자문을 받고 싶습니다
이경빈이 이 아들을 거들떠보지 않는다고 해도 탁유미는 절대 방심할 수 없다. 만에 하나 윤이를 빼앗길 수 있으니까!“그 아이 첫인상이 좋아서 그런 것 같아요.”이경빈이 말했다. 늘 엄숙한 표정이던 그의 입가에 간만에 미소가 번졌다.“이번에 S 시로 와서 또 그 아이를 볼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윤이를 만난다고? 임유진은 문득 코끝이 찡했다.이 남자는 애초에 탁유미를 그토록 처참하게 만들었고 그 탓에 윤이도 아빠 없는 자식으로 태어났다.사람들에게 우러러 보이며 사치한 삶을 누릴 때 탁유미는 감방에서 모진 고통에 시달렸다.그런데 지금 또 윤이를 볼 생각을 하고 있다니, 아들의 존재도 모르는 그가 윤이를 보고 싶어 하다니, 이 얼마나 황당하고 가소로운 일인가.“안돼요.”임유진이 단호하게 거절했다.그녀가 너무 단칼에 거절하니 이경빈은 흠칫 놀라며 의심이 일었다. 그는 눈을 가늘게 뜨고 짙은 눈동자에 의심이 살짝 스쳤다.“임유진 씨가 번거롭다면 제게 연락처를 남겨주세요. 제가 직접 찾아가면 됩니다. 장난감 좀 사주고 싶어요. 그 아이가 무척 귀여워 보이던데 가능하다면 더 좋은 치료를 받을 수 있게 후원해주고 싶어요.”이경빈이 말했다.그는 청력을 잃은 그 아이가 자꾸만 떠올랐다. 그렇게 예쁜 아이가 들을 수 없다니, 이경빈은 아이를 도와서 더 좋은 치료를 받게 해주고 싶었다.이런 마음은 전에 단 한 번도 겪어보지 못했다.또 어쩌면 그의 친구 말대로 여태껏 아이가 없어서... 낯선 아이에게 이상하리만큼 호감을 느낀 게 아닐까.나중에 그에게도 아기가 생기면 당연히 모든 사랑을 제 자식에게 퍼줄 것이다.“괜찮습니다.”임유진이 차갑게 말했다.“저랑 지혁이가 윤이에게 충분히 좋은 의료 환경을 제공해주고 있고 윤이네 가족들도 딱히 방해받고 싶어 하지 않으니 경빈 씨 마음만 제가 대신 받을게요. 연락처는 알려드릴 수 없습니다.”이경빈은 눈빛이 살짝 짙어졌다.임유진과 강지혁이 떠난 후 우효주는 협력 파트너인 이경빈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그녀는 전에
빌어먹을!순간 유리가 깨지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경빈의 손에 쥐어있던 유리잔이 산산조각이 났고 파편이 그의 손에 찔렸다.오른손에서 선홍빛 핏물이 주르륵 흘러나왔다.방금 너무 힘을 준 탓에 유리잔이 산산조각이 났다!옆에 있던 우효주가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경빈 씨...”“괜찮아요. 뭐 좀 생각하다가 실례를 범했네요. 죄송해요.”이경빈이 담담하게 말했다.그의 오른손엔 피가 줄줄 흘렀지만 전혀 고통을 못 느끼는 듯싶었다....“오늘 원래 우효주 씨 만나서 누나를 즐겁게 해주고 싶었는데 되레 화만 잔뜩 나게 했어.”강지혁이 말했다.“아니야, 우효주 씨 만나서 너무 좋아. 고마워 혁아.”임유진이 대답했다.“이경빈 씨가 한 말 때문에 화난 게 아니었어?”그가 물었다.“그게 너 때문은 아니잖아. 난 그저 윤이랑 유미 언니가 불쌍해서 그랬어.”임유진이 답했다.“언니가 감옥에서 애 낳을 때 어디서 뭐 하다가 인제 와서 윤이의 치료를 후원해주겠대? 웃기지도 않아. 윤이는 이경빈 씨 아들이라고!”임유진은 말하다가 목이 살짝 멨다.“윤이는 태어날 때부터 청력에 문제가 있었어. 유미 언니는 아이에게 인공와우를 해주기 위해 새벽에 일어나 밤늦게까지 일하며 돈 벌었다고. 얼마나 고생했겠어! 4천만 원의 인공와우는 언니에게 엄청난 금액이지만 이경빈 씨에겐 밥 한 끼 가격일 수도 있어!”그녀의 눈시울이 점점 붉어졌다.강지혁은 속상한 표정으로 그녀의 눈물을 닦아줬다.“알았어, 왜 말하다 말고 울어? 탁유미 씨와 윤이가 안쓰러우면 우리가 나중에 계속 도와주면 되잖아.”“맞아.”임유진은 머리를 끄덕이고 살짝 미안한 듯 그에게 말했다.“나 화장실 가서 화장 좀 수정할게. 여기서 기다려.”“같이 가.”강지혁이 말했다.“괜찮아. 넌 여기서 나 기다리면 돼. 금방 돌아올게.”강지혁이 진짜 화장실 문 앞에서 그녀를 기다렸다가 또 무슨 소란이 일지 모른다. 오늘 전시회에 그를 아는 대기업 인사들이 수두룩하니까.임유진은 화장실로 걸어가다가 복도를
강현수가 그녀 앞에 멈춰 서자 임유진은 순간 넋을 잃었다.“왜 그런 눈빛으로 날 봐요?”그의 차가운 목소리가 귓가에 울려 퍼졌다.“네?”그제야 임유진은 정신을 가다듬었다.“꼭 마치 나한테서 뭘 찾는 것만 같네요.”그는 불쑥 몸을 기울이고 그녀에게 얼굴을 들이댔다.“난 유진 씨가 지혁이한테만 호감 있는 줄 알았는데 나한테도 관심 있나 봐요?”그녀는 무심코 뒤로 물러서며 강현수를 피하려 했다.하지만 오늘 킬힐을 신어 뒤로 물러서다가 그대로 삐끗했고 드레스도 너무 길어서 그만 몸이 뒤로 기울었다. 임유진은 미처 반응할 새가 없이 본능적으로 무언가를 잡으려는 듯 손을 내밀었다!덥석!그녀는 강현수의 손을 붙잡았다. 마치 낭떠러지로 떨어지기 일보 직전에 생존의 기회를 거머쥔 듯이 다섯 손가락으로 그 손을 꼭 붙잡았다.강현수는 그녀가 넘어지지 않도록 잽싸게 허리를 감싸았다.“괜찮아요?”귓가에 강현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임유진은 놀라서 넋 놓은 채 가쁜 숨을 몰아쉬며 자신이 꼭 잡은 강현수의 손을 멍하니 바라봤다.그녀는 지금 강현수의 손을 그 어느 때보다 꽉 잡고 있었다!마치 꿈속에서 어린 소녀가 어린 소년의 손을 꼭 잡은 것처럼 말이다.머리가 또다시 깨질 듯이 아팠다!수천 개의 바늘로 콕콕 찌르듯 미칠 듯이 아팠고 기억의 파편들이 또다시 파도처럼 일렁였다.“치마가 다 찢어졌어. 이 치마 내가 엄청 좋아하는건데, 이거 비싼 거야. 외할머니가 아껴 입으라고 하셨어.”“내가 나중에 치마 이만큼 사줄게.”“그렇게 많이는 싫어. 난 지금 이 치마가 제일 좋아.”“그럼 나중에 보라색 치마를 사줄게. 난 보라색이 제일 예뻐.”“그럼 보라색 치마도 이 치마처럼 잔꽃 무늬가 많아? 난 이런 잔꽃 무늬가 마음에 드는데.”“좋아. 그럼 내가 잔꽃 무늬가 많은 보라색 치마로 사줄게.”앳된 목소리가 그녀의 귓가에 맴돌았다. 그건 꿈에서 여자아이와 남자아이가 이야기를 나누는 소리였다.“임유진 씨, 괜찮아요?”그렇다면... 이건 또 누구의 목소리일까
그 시각 강현수는 손에서 오는 고통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 그의 신경은 온통 그녀에게 쏠렸다.“유진 씨, 일단 이 손 놓고 나랑 함께 병원 가요.”그가 말했다.‘손을 놓으라고? 안돼, 절대 놓아줄 수 없어. 왜냐하면...’“안 놔. 절대 안 놔. 내가 저 위로 데려다줄 테니 이 손 꼭 잡아.”극심한 두통을 느끼며 임유진은 무심코 이런 말을 내뱉었다.그녀의 말을 들은 강현수는 온몸이 돌처럼 굳고 피가 한순간 멈춘 것 같았다. 숨조차 안 쉬어질 지경이었다.이 말은... 이 말들은...강현수는 한없이 짙은 눈빛으로 그녀를 빤히 쳐다보다가 점점 가까이 다가갔다. 그녀가 뭐라고 중얼거리는지 더 자세히 듣고 싶었다.왜 이런 말을 한 걸까? 이 말들은 그해 ‘그 소녀’만 알고 있을 텐데!바로 이때 강지혁이 달려왔다.“강현수, 너 지금 내 약혼녀한테 뭐 하는 짓이야?”그는 임유진을 품에 확 껴안더니 강현수의 손을 꽉 잡고 놓아주지 않는 걸 보자 표정이 한없이 일그러졌다. 그 손을 빤히 쳐다보다가 고통에 휩싸인 창백한 그녀의 얼굴을 바라봤다.“유진아, 왜 그래?”음침했던 얼굴이 걱정으로 가득 찼다.“또 머리 아파? 괜찮아, 금방이면 나을 거야. 금방 나아...”청량한 목소리가 그녀의 귓가에 울렸다. 강지혁은 두 팔을 벌려 그녀를 껴안고 머리를 가슴팍에 기대게 하고는 아이 달래듯 자상하게 달랬다.한없이 거만한 강지혁 도련님이 누군가를 이렇게 달래고 있다니?그를 이렇게 만들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임유진뿐이다!‘혁이다. 혁이가 날 부르고 있어!’머리가 깨질 듯이 아프고 어지러워 미칠 지경이지만 그녀는 애써 두 눈을 뜨고 강지혁을 바라봤다. 비스듬히 눈을 뜨고 아름다운 눈동자로 강지혁을 빤히 쳐다봤다.강지혁은 걱정 가득한 눈길로 그녀에게 물었다.“머리 많이 아파?”“조금만 더 기대고 있을게...”임유진이 대답했다. 이렇게 그에게 기대고 있으면 두통이 조금 나아질 것 같았다.“혁아, 말 좀 해줘, 응?”그녀는 강지혁의 목소리가 듣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