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빈이 이 아들을 거들떠보지 않는다고 해도 탁유미는 절대 방심할 수 없다. 만에 하나 윤이를 빼앗길 수 있으니까!“그 아이 첫인상이 좋아서 그런 것 같아요.”이경빈이 말했다. 늘 엄숙한 표정이던 그의 입가에 간만에 미소가 번졌다.“이번에 S 시로 와서 또 그 아이를 볼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윤이를 만난다고? 임유진은 문득 코끝이 찡했다.이 남자는 애초에 탁유미를 그토록 처참하게 만들었고 그 탓에 윤이도 아빠 없는 자식으로 태어났다.사람들에게 우러러 보이며 사치한 삶을 누릴 때 탁유미는 감방에서 모진 고통에 시달렸다.그런데 지금 또 윤이를 볼 생각을 하고 있다니, 아들의 존재도 모르는 그가 윤이를 보고 싶어 하다니, 이 얼마나 황당하고 가소로운 일인가.“안돼요.”임유진이 단호하게 거절했다.그녀가 너무 단칼에 거절하니 이경빈은 흠칫 놀라며 의심이 일었다. 그는 눈을 가늘게 뜨고 짙은 눈동자에 의심이 살짝 스쳤다.“임유진 씨가 번거롭다면 제게 연락처를 남겨주세요. 제가 직접 찾아가면 됩니다. 장난감 좀 사주고 싶어요. 그 아이가 무척 귀여워 보이던데 가능하다면 더 좋은 치료를 받을 수 있게 후원해주고 싶어요.”이경빈이 말했다.그는 청력을 잃은 그 아이가 자꾸만 떠올랐다. 그렇게 예쁜 아이가 들을 수 없다니, 이경빈은 아이를 도와서 더 좋은 치료를 받게 해주고 싶었다.이런 마음은 전에 단 한 번도 겪어보지 못했다.또 어쩌면 그의 친구 말대로 여태껏 아이가 없어서... 낯선 아이에게 이상하리만큼 호감을 느낀 게 아닐까.나중에 그에게도 아기가 생기면 당연히 모든 사랑을 제 자식에게 퍼줄 것이다.“괜찮습니다.”임유진이 차갑게 말했다.“저랑 지혁이가 윤이에게 충분히 좋은 의료 환경을 제공해주고 있고 윤이네 가족들도 딱히 방해받고 싶어 하지 않으니 경빈 씨 마음만 제가 대신 받을게요. 연락처는 알려드릴 수 없습니다.”이경빈은 눈빛이 살짝 짙어졌다.임유진과 강지혁이 떠난 후 우효주는 협력 파트너인 이경빈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그녀는 전에
빌어먹을!순간 유리가 깨지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경빈의 손에 쥐어있던 유리잔이 산산조각이 났고 파편이 그의 손에 찔렸다.오른손에서 선홍빛 핏물이 주르륵 흘러나왔다.방금 너무 힘을 준 탓에 유리잔이 산산조각이 났다!옆에 있던 우효주가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경빈 씨...”“괜찮아요. 뭐 좀 생각하다가 실례를 범했네요. 죄송해요.”이경빈이 담담하게 말했다.그의 오른손엔 피가 줄줄 흘렀지만 전혀 고통을 못 느끼는 듯싶었다....“오늘 원래 우효주 씨 만나서 누나를 즐겁게 해주고 싶었는데 되레 화만 잔뜩 나게 했어.”강지혁이 말했다.“아니야, 우효주 씨 만나서 너무 좋아. 고마워 혁아.”임유진이 대답했다.“이경빈 씨가 한 말 때문에 화난 게 아니었어?”그가 물었다.“그게 너 때문은 아니잖아. 난 그저 윤이랑 유미 언니가 불쌍해서 그랬어.”임유진이 답했다.“언니가 감옥에서 애 낳을 때 어디서 뭐 하다가 인제 와서 윤이의 치료를 후원해주겠대? 웃기지도 않아. 윤이는 이경빈 씨 아들이라고!”임유진은 말하다가 목이 살짝 멨다.“윤이는 태어날 때부터 청력에 문제가 있었어. 유미 언니는 아이에게 인공와우를 해주기 위해 새벽에 일어나 밤늦게까지 일하며 돈 벌었다고. 얼마나 고생했겠어! 4천만 원의 인공와우는 언니에게 엄청난 금액이지만 이경빈 씨에겐 밥 한 끼 가격일 수도 있어!”그녀의 눈시울이 점점 붉어졌다.강지혁은 속상한 표정으로 그녀의 눈물을 닦아줬다.“알았어, 왜 말하다 말고 울어? 탁유미 씨와 윤이가 안쓰러우면 우리가 나중에 계속 도와주면 되잖아.”“맞아.”임유진은 머리를 끄덕이고 살짝 미안한 듯 그에게 말했다.“나 화장실 가서 화장 좀 수정할게. 여기서 기다려.”“같이 가.”강지혁이 말했다.“괜찮아. 넌 여기서 나 기다리면 돼. 금방 돌아올게.”강지혁이 진짜 화장실 문 앞에서 그녀를 기다렸다가 또 무슨 소란이 일지 모른다. 오늘 전시회에 그를 아는 대기업 인사들이 수두룩하니까.임유진은 화장실로 걸어가다가 복도를
강현수가 그녀 앞에 멈춰 서자 임유진은 순간 넋을 잃었다.“왜 그런 눈빛으로 날 봐요?”그의 차가운 목소리가 귓가에 울려 퍼졌다.“네?”그제야 임유진은 정신을 가다듬었다.“꼭 마치 나한테서 뭘 찾는 것만 같네요.”그는 불쑥 몸을 기울이고 그녀에게 얼굴을 들이댔다.“난 유진 씨가 지혁이한테만 호감 있는 줄 알았는데 나한테도 관심 있나 봐요?”그녀는 무심코 뒤로 물러서며 강현수를 피하려 했다.하지만 오늘 킬힐을 신어 뒤로 물러서다가 그대로 삐끗했고 드레스도 너무 길어서 그만 몸이 뒤로 기울었다. 임유진은 미처 반응할 새가 없이 본능적으로 무언가를 잡으려는 듯 손을 내밀었다!덥석!그녀는 강현수의 손을 붙잡았다. 마치 낭떠러지로 떨어지기 일보 직전에 생존의 기회를 거머쥔 듯이 다섯 손가락으로 그 손을 꼭 붙잡았다.강현수는 그녀가 넘어지지 않도록 잽싸게 허리를 감싸았다.“괜찮아요?”귓가에 강현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임유진은 놀라서 넋 놓은 채 가쁜 숨을 몰아쉬며 자신이 꼭 잡은 강현수의 손을 멍하니 바라봤다.그녀는 지금 강현수의 손을 그 어느 때보다 꽉 잡고 있었다!마치 꿈속에서 어린 소녀가 어린 소년의 손을 꼭 잡은 것처럼 말이다.머리가 또다시 깨질 듯이 아팠다!수천 개의 바늘로 콕콕 찌르듯 미칠 듯이 아팠고 기억의 파편들이 또다시 파도처럼 일렁였다.“치마가 다 찢어졌어. 이 치마 내가 엄청 좋아하는건데, 이거 비싼 거야. 외할머니가 아껴 입으라고 하셨어.”“내가 나중에 치마 이만큼 사줄게.”“그렇게 많이는 싫어. 난 지금 이 치마가 제일 좋아.”“그럼 나중에 보라색 치마를 사줄게. 난 보라색이 제일 예뻐.”“그럼 보라색 치마도 이 치마처럼 잔꽃 무늬가 많아? 난 이런 잔꽃 무늬가 마음에 드는데.”“좋아. 그럼 내가 잔꽃 무늬가 많은 보라색 치마로 사줄게.”앳된 목소리가 그녀의 귓가에 맴돌았다. 그건 꿈에서 여자아이와 남자아이가 이야기를 나누는 소리였다.“임유진 씨, 괜찮아요?”그렇다면... 이건 또 누구의 목소리일까
그 시각 강현수는 손에서 오는 고통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 그의 신경은 온통 그녀에게 쏠렸다.“유진 씨, 일단 이 손 놓고 나랑 함께 병원 가요.”그가 말했다.‘손을 놓으라고? 안돼, 절대 놓아줄 수 없어. 왜냐하면...’“안 놔. 절대 안 놔. 내가 저 위로 데려다줄 테니 이 손 꼭 잡아.”극심한 두통을 느끼며 임유진은 무심코 이런 말을 내뱉었다.그녀의 말을 들은 강현수는 온몸이 돌처럼 굳고 피가 한순간 멈춘 것 같았다. 숨조차 안 쉬어질 지경이었다.이 말은... 이 말들은...강현수는 한없이 짙은 눈빛으로 그녀를 빤히 쳐다보다가 점점 가까이 다가갔다. 그녀가 뭐라고 중얼거리는지 더 자세히 듣고 싶었다.왜 이런 말을 한 걸까? 이 말들은 그해 ‘그 소녀’만 알고 있을 텐데!바로 이때 강지혁이 달려왔다.“강현수, 너 지금 내 약혼녀한테 뭐 하는 짓이야?”그는 임유진을 품에 확 껴안더니 강현수의 손을 꽉 잡고 놓아주지 않는 걸 보자 표정이 한없이 일그러졌다. 그 손을 빤히 쳐다보다가 고통에 휩싸인 창백한 그녀의 얼굴을 바라봤다.“유진아, 왜 그래?”음침했던 얼굴이 걱정으로 가득 찼다.“또 머리 아파? 괜찮아, 금방이면 나을 거야. 금방 나아...”청량한 목소리가 그녀의 귓가에 울렸다. 강지혁은 두 팔을 벌려 그녀를 껴안고 머리를 가슴팍에 기대게 하고는 아이 달래듯 자상하게 달랬다.한없이 거만한 강지혁 도련님이 누군가를 이렇게 달래고 있다니?그를 이렇게 만들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임유진뿐이다!‘혁이다. 혁이가 날 부르고 있어!’머리가 깨질 듯이 아프고 어지러워 미칠 지경이지만 그녀는 애써 두 눈을 뜨고 강지혁을 바라봤다. 비스듬히 눈을 뜨고 아름다운 눈동자로 강지혁을 빤히 쳐다봤다.강지혁은 걱정 가득한 눈길로 그녀에게 물었다.“머리 많이 아파?”“조금만 더 기대고 있을게...”임유진이 대답했다. 이렇게 그에게 기대고 있으면 두통이 조금 나아질 것 같았다.“혁아, 말 좀 해줘, 응?”그녀는 강지혁의 목소리가 듣고 싶다.
그녀가 손을 놓자마자 강현수가 되레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너 대체 누구야?”뜨겁고 예리한 시선은 그녀를 훤히 꿰뚫어 볼 기세였다!임유진이 넋 놓고 있을 때 강지혁이 옆에서 그의 손을 덥석 잡았다.“이 손 놔!”강지혁이 차갑게 쏘아붙였다.다만 강현수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임유진만 빤히 쳐다봤다.“너 대체 누구냐고?!”강지혁의 눈가에 사악한 빛이 감돌더니 손에 힘을 꽉 주었다.일반인이라면 진작 손을 놓았겠지만 강현수는 끝까지 그녀의 손을 잡고 있었다. 마치 인생에서 제일 소중한 무언가를 붙잡고 있듯이 꽉 잡았다.공기 속에 질식할 것만 같은 분위기가 감돌았다.세 사람의 이상한 행동에 많은 인파가 몰려들었고 다들 곧바로 강지혁과 강현수의 신분을 알아챘다.둘은 S 시를 휘젓는 어마어마한 남자들인데 지금 한 여자를 두고 싸우고 있다니.놀랍고 의아하지 않을 수가 없다.배여진이 화장실에서 나와 강현수를 찾을 때 마침 이 광경을 목격했다.강현수가 임유진에게 대체 누구냐고 묻는 순간 배여진은 심장이 멎을 것 같았고 발밑에서부터 한기가 엄습해왔다!왜... 강현수가 왜 임유진에게 이렇게 묻지?!한편 강현수는 임유진을 잡은 손을 끝까지 놓지 않았다. 강지혁이 아무리 떼어내려 해도 놓아줄 기미가 없었다!대체 왜?배여진의 머릿속에 수천 개의 물음표가 달렸다.그녀는 재빨리 앞으로 달려갔다.“현수 씨, 무슨 일이에요? 왜 유진의 손을 잡고 있어요?”다만 아무도 그녀를 거들떠보지 않았다. 현장에 있는 세 사람은 서로를 마주 봤고 배여진은 아웃사이더가 되어 축에 끼지 못했다.그녀는 몹시 난감했다. 주위에 몰려든 사람들도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으니까.“저는 임유진이에요.”그녀가 청아한 목소리로 대답했다.“강현수 씨, 이젠 이 손 좀 놓죠!”강현수는 끝까지 손을 놓지 않았다.“왜 그런 말을 했어? 대체 왜?”“지금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어요.”임유진이 미간을 구겼다.“절대 이 손 안 놓을 거라고 했어. 반드시 나 데리고 올라갈 테니 이
강현수는 그제야 배여진이 눈에 들어왔다. 순간 그의 눈빛이 쓱 어두워졌다.대체 왜 이런 걸까? 배여진이 옆에 있는데 지금 뭘 의심하는 걸까?혹은... 또 다른 무언가를 바라고 있는 걸까?강현수는 끝내 조금씩 손힘을 풀었고 임유진은 재빨리 손을 거두어들였다.강지혁은 어두운 표정으로 그녀를 안고 자리에서 일어났다.“혁아, 나 혼자 걸을 수 있어.”임유진이 재빨리 말했다.“아까 머리 아팠잖아. 차까지 안고 갈게. 그럼 좀 나을 거야.”말을 마친 강지혁은 성큼성큼 전시회 출구로 걸어갔다.강현수는 두 사람의 뒷모습이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시선을 거두고 손목에 난 몇 가닥의 붉은 자국을 내려다봤다.방금 임유진과 강지혁이 힘껏 잡아당긴 부위였다. 그제야 강현수는 손목에서 밀려오는 고통을 느낄 수 있었다.“현수 씨 괜찮아요? 괜찮은 거 맞죠?”배여진이 속상한 표정으로 그의 손목에 난 상처를 바라보다가 씩씩거리며 말했다.“강지혁 씨 진짜 너무해요. 현수 씨 손을 정말 부러뜨린다면 내가 목숨을 내걸고라도 현수 씨 대신 이 원한을 갚을 거예요.”용감하게 강현수를 위해 헌신할 수 있다는 그 말, 정작 강현수가 듣기엔 마냥 우스운 말이었다.방금 강지혁 앞에서 배여진은 입도 뻥긋하지 못했다!이런 여자가 진짜 어릴 때 목숨을 내걸고 그를 구해줬단 말인가?강현수는 고개 돌려 그녀를 쳐다봤다.“여진아, 어릴 때 너랑 나 산속에 있을 때 어느 한번 내가 벼랑 끝으로 떨어졌잖아. 그때 네가 내 손을 꼭 붙잡고 했던 말 아직도 생각나?”배여진은 바짝 긴장했다.생각날 리가 있을까. 아예 그녀가 아닌데! 게다가 어릴 때 임유진도 그렇게까지 자세히 말하진 않았다. 그저 둘 사이에 나눴던 대화를 전부 배여진에게 알려줬을 뿐이다.그리고 아무리 임유진이 다 말했다 해도 배여진은 그 당시 흘려넘길 뿐 제대로 기억할 리가 없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데 그걸 어떻게 다 기억할 수 있을까!그녀는 강현수의 깊은 눈동자를 마주하며 난처한 듯 미소 지었다.
“우연히 마주쳤어. 그리고 내가 발을 삐끗하여 넘어질 뻔했는데 무심코 현수 씨 손을 잡고 나중엔 두통이 발작했어...”임유진은 사건 경과를 최대한 상세하게 설명했다. 그가 또 오해하면 안 되니까.“그럼 현수한테 했던 말도 전부 헛소리야?”그가 되물었다.임유진은 숨이 멎을 것 같고 목소리가 목구멍에 꽉 막혀 나오질 않았다.헛소리? 그건 절대 헛소리가 아니다. 그녀의 꿈속에서 소녀가 소년에게 했던 말이다.하지만 지금 이 문제를 어떻게 대답해야 할까?속이고 싶진 않지만 진실을 찾기 전까지 말을 많이 하면 강지혁의 오해를 사기 십상이다.“왜? 대답하기 어려워?”그녀의 침묵에 강지혁이 미간을 살짝 구기며 짙은 눈길로 그녀를 빤히 쳐다봤다.“난 그때 이미 머리가 너무 아파 정신이 흐리멍덩해졌어. 무슨 말을 했던지 기억도 안 나.”이 말은 진심이다.다른 말은 그녀가 진실을 알아낸 후에 다시 강지혁에게 정확한 해답을 줄 수 있다.“그래?”강지혁이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그는 계속 임유진의 손목에 난 붉은 자국을 어루만졌다.“하지만 방금 왜 그렇게 현수 손을 꽉 잡은 거야? 머리가 깨질 듯이 아프면서도 손을 놓지 않았어.”“무심코 잡았을 뿐이야. 그때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거든. 내 마지막 동아줄이라고 생각하고 꽉 붙잡고 있었어...”그녀가 황급히 해명하려 했다.하지만 해명하면 할수록 강지혁의 낯빛이 점점 더 어두워졌다.“강현수가 언제 너의 마지막 동아줄이 되었지?”‘동아줄’이란 세 글자에 강지혁은 불안감에 휩싸였다.그리고 또다시 그녀가 강현수의 손을 꽉 잡고 있던 장면이 눈앞에 떠올랐다.순간 그는 저 자신이 소외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애초에 그녀와 만나지 않았더라면 지금쯤 그녀는 강현수의 옆에서 잘 지내고 있었을 텐데.전에 강현수와 있었던 일을 다 잊었지만, 어릴 때 그에게 한 맹세도 다 잊었지만 몸이 기억하고 본능적으로 강현수를 꽉 붙잡았다!“아니 그게 아니라, 그러니까 내 말은...”임유진은 횡설수설하며 자신의 단어 사용이
집으로 들어가는 길에서 임유진은 줄곧 머리를 강지혁의 품에 파묻었다.강지혁은 그녀를 안고 침실에 도착해 조심스럽게 침대에 내려주었다.임유진이 몸부림치며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다.“혁아, 내 말 좀 들어봐.”“그래, 말해. 들어줄게.”그는 넌지시 대답하며 넥타이를 풀고 그녀를 뚫어지라 쳐다봤다.임유진은 입술을 꼭 깨물고 순간 머리가 어지러워졌다.‘안 돼, 정신 차려!’속으로 끊임없이 되뇌며 반드시 이 일을 똑바로 설명해야겠다고 생각했다!“아까 날 구해준 마지막 동아줄이라고 한 건 단어 사용이 잘못됐어. 난 사실 그때 상황이 매우 긴박했고 그래서 그만... 그만 손을 잡은 거야...”그녀는 뒤로 갈수록 목소리가 점점 작아졌다. 한편 강지혁은 이미 웃옷을 다 벗고 튼실한 가슴 근육을 드러냈다...그는 임유진의 앞으로 다가가 몸을 기울이고 그녀를 침대에 눕힌 채 빤히 쳐다보며 말했다.“단어 사용이 잘못됐든 상황이 긴급했든 이 세상에서 네 목숨을 구해줄 마지막 동아줄은 오직 나야!”임유진은 멍하니 넋 놓았다. 그는 마치 뜨거운 눈빛으로 그녀를 집어삼킬 것만 같았다.“알았어?”그가 얼굴을 더 가까이 들이밀자 뜨거운 숨결이 그녀의 볼에 닿았다.“응... 알았어.”임유진은 저도 모르게 그에게 대답했다.강지혁은 옅은 미소를 지었는데 그토록 요염할 수가 없다. 그는 이어서 임유진의 빨간 손목을 들어 올렸다.“앞으론 이 손으로 두 번 다시 강현수 잡지 마. 알았지?”그녀는 멍하니 넋 놓은 채 강지혁의 말을 들었다.“유진아, 넌 내 여자야. 네가 딴 남자의 손을 그렇게 꽉 잡고 있는 거 나 진짜 감당하기 힘들어.”손가락의 뼈가 으스러질 정도로 꽉 잡고 있던 그녀였다.“지금 이거... 질투야?”임유진이 나지막이 물었다.강지혁은 입꼬리를 씩 올리고 그녀의 손을 제 입술에 갖다 댔다. 그는 붉은 흉터 자국에 부드럽게 입맞춤하며 대답했다.“맞아, 나 질투 났어.”그는 지금 미친 듯이 질투하고 있다.두려움 속에서 이 질투가 점점 더 거세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