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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4화

강현수가 그녀 앞에 멈춰 서자 임유진은 순간 넋을 잃었다.

“왜 그런 눈빛으로 날 봐요?”

그의 차가운 목소리가 귓가에 울려 퍼졌다.

“네?”

그제야 임유진은 정신을 가다듬었다.

“꼭 마치 나한테서 뭘 찾는 것만 같네요.”

그는 불쑥 몸을 기울이고 그녀에게 얼굴을 들이댔다.

“난 유진 씨가 지혁이한테만 호감 있는 줄 알았는데 나한테도 관심 있나 봐요?”

그녀는 무심코 뒤로 물러서며 강현수를 피하려 했다.

하지만 오늘 킬힐을 신어 뒤로 물러서다가 그대로 삐끗했고 드레스도 너무 길어서 그만 몸이 뒤로 기울었다. 임유진은 미처 반응할 새가 없이 본능적으로 무언가를 잡으려는 듯 손을 내밀었다!

덥석!

그녀는 강현수의 손을 붙잡았다. 마치 낭떠러지로 떨어지기 일보 직전에 생존의 기회를 거머쥔 듯이 다섯 손가락으로 그 손을 꼭 붙잡았다.

강현수는 그녀가 넘어지지 않도록 잽싸게 허리를 감싸았다.

“괜찮아요?”

귓가에 강현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임유진은 놀라서 넋 놓은 채 가쁜 숨을 몰아쉬며 자신이 꼭 잡은 강현수의 손을 멍하니 바라봤다.

그녀는 지금 강현수의 손을 그 어느 때보다 꽉 잡고 있었다!

마치 꿈속에서 어린 소녀가 어린 소년의 손을 꼭 잡은 것처럼 말이다.

머리가 또다시 깨질 듯이 아팠다!

수천 개의 바늘로 콕콕 찌르듯 미칠 듯이 아팠고 기억의 파편들이 또다시 파도처럼 일렁였다.

“치마가 다 찢어졌어. 이 치마 내가 엄청 좋아하는건데, 이거 비싼 거야. 외할머니가 아껴 입으라고 하셨어.”

“내가 나중에 치마 이만큼 사줄게.”

“그렇게 많이는 싫어. 난 지금 이 치마가 제일 좋아.”

“그럼 나중에 보라색 치마를 사줄게. 난 보라색이 제일 예뻐.”

“그럼 보라색 치마도 이 치마처럼 잔꽃 무늬가 많아? 난 이런 잔꽃 무늬가 마음에 드는데.”

“좋아. 그럼 내가 잔꽃 무늬가 많은 보라색 치마로 사줄게.”

앳된 목소리가 그녀의 귓가에 맴돌았다. 그건 꿈에서 여자아이와 남자아이가 이야기를 나누는 소리였다.

“임유진 씨, 괜찮아요?”

그렇다면... 이건 또 누구의 목소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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