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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3화

배여진이 뭔가 숨기고 있는 게 분명하다. 아마 정말 임유진의 예상대로 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정말 최면을 하는 게 맞는 걸까?

만약 그 소녀가 임유진이 맞다면 강현수와는 앞으로 어떤 사이가 되는 거지?

그녀는 강현수를 어릴 적 추억을 공유한 친구로 볼 수 있지만 강현수는? 과연 그도 그렇게 생각할까? 그리고 강지혁은 또 어떤 반응을 보일까?

임유진은 강지혁의 곁에 있으면서 알아낸 사실이 있는데 그건 바로 그가 어릴 적 트라우마로 감정적으로 많이 예민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전에는 강현수의 이름을 꺼내며 질투한 적도 있었기에 만약 임유진이 정말 강현수가 찾아 헤매던 소녀라면 강지혁은...

이런저런 걱정으로 임유진은 더더욱 망설여졌다.

그때 욕실 문이 열리고 강지혁이 걸어 나왔다. 샤워가운을 입고 나온 그의 몸에는 아직 물기가 조금 남아있었고 앞머리는 이마를 덮고 있어 나른한 분위기를 풍겼다.

임유진은 얼른 손에 들린 메모지를 서랍에 넣은 후 몸을 일으켜 그에게로 다가갔다.

"다 씻었어?"

"응. 뭐 보고 있었어?"

강지혁이 물었다.

"아무것도 아니야."

임유진은 그의 손에 들린 수건을 받아 들더니 화제를 돌렸다.

"허리 좀 숙여 봐, 내가 닦아줄게."

그 말에 강지혁은 눈이 반짝였고 이내 옅게 웃었다.

"자."

그러고는 허리를 숙여 그녀와 시선을 마주쳤다.

임유진은 강지혁의 머리를 꼼꼼하게 닦아주었다. 시선을 내리면 보이는 까만 눈동자에 임유진은 문득 그를 데리고 월세방으로 온 첫날이 떠올랐다.

그때도 그녀는 이렇게 강지혁의 머리를 닦아주었다.

다만 그때와 다른 건 강지혁이 그녀를 보는 눈빛이었다. 그때는 삭막하고 차갑기 그지없는 눈빛이었다면 지금은 다정하고 부드러워 마치 녹아버릴 듯한 눈빛이다.

임유진은 자기도 모르게 그의 눈동자에 빨려 들어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유진아."

강지혁의 목소리에 다시 이성을 되찾은 임유진은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나... 나 씻으러 갈게!"

그러고는 그에게 다시 수건을 건네준 후 갈아입을 옷을 들고 빠르게 욕실로 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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