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감히 누나한테 창피를 줄 수 있는지 한번 기대해 볼까?"강지혁은 피식 웃더니 다정한 눈빛으로 임유진을 바라봤다."그리고 내 모든 게 다 네 건에 내 체면 따위가 뭐가 중요해.""하지만..."임유진이 입술을 깨물었다."그렇게 걱정되면 내가 그 사람들에게 너보다 더한 창피를 줄게. 이러면 좀 괜찮겠어?"강지혁의 말에 임유진은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두 사람이 탄 차량은 전시회 앞에 도착했다. 임유진은 이곳에 오기 전 전시회에 대해 검색을 해봤다. 오늘 열리는 전시회는 이름만 대면 다 알만한 사업가들이 참석하고 S 시뿐만 아니라 다른 도시의 사업가들도 참석하게 된다.이번 전시회를 통해 곧 협력의 장이 열릴 것이고 사업가들은 인맥을 넓힐 수 있게 될 것이다.물론 해당 전시회는 유명한 사람들만 참석할 수 있고 중소기업들은 초대장을 받지도 못했다. 그래서 그들은 암암리에 큰돈을 지급하고 초대장을 사들이기도 했다. 인맥은 사업을 하면서 그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이니까.이쯤 되니 임유진은 의문이 들지 않을 수가 없다. 강지혁은 이곳에서 인맥을 만들 필요도 없고 그는 이런 모임을 즐기지도 않았다."오늘 여기는 왜 온 거야? 만나고 싶었던 사람이라도 있어?"아무리 고민해봐도 이유는 이것밖에 없었다."우효주도 참석한대. 다년간 해외에 있다가 얼마 전 S 시에 로펌을 세우기로 했다나 봐."강지혁의 말에 임유진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강지혁은 오늘 임유진에게 우효주를 만날 기회를 주기 위해 이곳에 참석한 것이다.우효주는 임유진이 줄곧 동경해왔던 여성 변호사로 그녀는 주로 해외에서 활약하고 있다. 그래서 이제까지 그녀의 실물은 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그런데 오늘 이곳에서 드디어 만날 수 있게 되니 임유진은 흥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그런데 너 어떻게 알았어? 내가 우효주 씨 만나고 싶어 하는 거."임유진은 우효주의 판례는 하나도 빠짐없이 전부 정독했고 그녀를 우상으로 숭배했다."며칠 전에 너 우효주 판례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봤잖아. 그
그 순간 그녀는 마음이 재가 되었다.요즘 손가락 관절은 약물과 물리치료를 병행하면서 많이 좋아졌고 오랫동안 아프지 않았다.다만 지금 소민준과 진세령이 함께 있는 장면을 보니 그녀의 머릿속에 또다시 전에 손톱이 빠지던 광경이 떠올랐고 이어서 두 손에 엄청난 고통이 밀려왔다.이때 갑자기 커다란 손이 그녀의 아프고 떨리는 두 손을 덥석 잡았고 청아한 남자 목소리가 귓가에 울렸다.“손이 매우 차갑네.”“괜... 괜찮아. 갑자기 손이 아파서 그래. 금방 나아.”임유진이 답했다. 그녀는 손에서 나는 통증은 생리적이라기보단 심리적 요소가 더 크다는 걸 너무 잘 안다.강지혁은 미간을 살짝 구기고 두 손으로 더 다정하게 그녀의 손을 감싸고 고개 숙여 따뜻하게 입김을 불었다.지금은 7월이라 한창 무더운 날씨였고 실내에 에어컨을 다 켜놨는데 그의 이 행동은 실로 이상할 따름이었다.그는 평소에 언론매체에 얼굴을 드러내지 않지만 전시회에 온 적잖은 사람들이 그를 알아봤다.눈에 띄는 외모에 지금 이런 행동까지 더하니 사람들의 이목을 끌 수밖에 없다.이 행동은 이상하다기보단 오히려 너무 아름다운 광경이었다.정장 차림에 훤칠한 체구를 드러낸 잘생긴 남자가 조심스럽게 여자의 손을 잡고 그윽한 눈빛에 걱정이 가득 휩싸여있으니 누가 봐도 이 여자가 남자의 마음속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는 걸 알 수 있다.한편 그녀는 은백색 드레스를 입고 단아하면서도 달콤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청초한 얼굴에 살짝 고통스러운 표정이 스쳤는데 순간 남자는 더 안쓰러운 얼굴로 변했다.사람들은 몰래 이 둘의 정체를 알아보기 시작했고 옆에서 지켜보던 일부 여자들은 그 남자의 보살핌을 받는 게 자신이길 간절히 바랐다.한편 가까운 곳에 있던 소민준과 진세령도 마침 이 장면을 목격했다.강지혁이 입김으로 임유진의 손을 녹여주자 소민준은 마치 딴 세상 같은 느낌이 들었다.한때 그가 쓰레기 버리듯 내다 버린 전 여친이 S 시 빅 보스 강지혁에게 이토록 사랑받고 있다니.게다가 전보다 훨씬 아름답게
이게 진짜 임유진이라고?한때 그녀의 발아래에 깔렸던 그 여자라고?!“좀 나아졌어?”강지혁이 관심 조로 물었다. 그의 눈엔 오직 임유진으로 가득 찼다.그가 입김을 불어줄 때마다 손의 한기가 점점 녹아들고 손가락 관절도 서서히 고통이 사라졌다.“응, 훨씬 나아졌어.”임유진이 대답했다.혈색을 보니 확실히 아까보다 나은 모습이었다.“나중에 의사 선생님께 누나 손을 제대로 한 번 더 검사시켜야겠어. 아직 치료되지 않았잖아.”“사실 많이 나아진 거야.”임유진이 답했다.“아까는 심리적인 반응 때문에 손이 떨리고 아팠어.”“소민준과 진세령 때문이겠지.”강지혁이 말했다.“그 두 사람이 한때 누나 손을 하마터면 망가뜨릴 뻔했잖아!”임유진은 화들짝 놀라더니 시선을 아래로 떨궜다. 하긴, 강지혁이 그녀에게 가까이할 때 미리 조사를 마쳤을 테니 두 손을 잃을 뻔한 사실도 전부 알고 있겠지.“내가 대신 죗값 물게 해줄까?”강지혁이 나지막이 말했다.임유진은 멍하니 넋 놓고 있었다. 죗값을 그가 어떻게 물게 하려는 거지?강지혁이 얇은 입술을 가볍게 움직였다.“그거야 당연히 누나가 받은 고통의 두 배로 겪게 해주는 거지. 손톱을 뽑고 힘줄도 뽑고 온몸의 뼈를 부러뜨리는 거야. 어때?”살벌한 단어가 그의 입에서 나오니 이렇게 평범할 수가 없었다. 마치 이 모든 건 그에게 큰일이 아닌 것처럼 말이다.복수할까?! 저들도 똑같은 고통을 겪게 해줄까?임유진은 저도 몰래 가까운 곳에 서 있는 소민준과 진세령에게 시선을 돌렸다. 마침 그 두 사람도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세 사람의 눈빛이 허공에서 서로 마주쳤다.“유진아, 저 사람들 고통스럽게 해줄까?”강지혁의 목소리가 또다시 그녀의 귓가에 울렸다.임유진은 고개 돌려 눈앞의 남자를 지그시 바라봤다.지금 이 순간 그녀가 머리를 끄덕인다면 강지혁은 바로 실시할 것이다.그렇게 되면 소민준과 진세령의 결말은 한때 그녀가 겪은 고통보다 훨씬 비참해지겠지!“아니, 난 이런 식으로 복수하고 싶지 않아.”임유진이
그때가 되면 임유진은 합리하고 합법적인 수단으로 저 자신을 위해 정의를 되찾을 것이다.그렇게 해야만 한때 변호사 유니폼을 입었던 자신에게 떳떳하고 수년간 법학을 공부한 저 자신에게 떳떳해질 수 있다!강지혁은 그녀를 빤히 쳐다보며 눈동자가 살짝 떨렸다. 그는 문득 임유진한테서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어느샌가 그녀는 점점 더 강해지고 있었고 새롭게 태어난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전보다 훨씬 아름다워지고 있다!‘유진아, 넌 왜 나한테 더 기대지 않아? 다만 현재 네 모습도 어쩌면 진정한 네 모습이겠지.’“그래도 이렇게 두 사람을 놓아주는 건 둘에게 너무 관대한 것 같아.”강지혁이 말했다.“지금 바로 가서 저 둘이 누나에게 저지른 일로 후회하게 해주는 건 어때?”임유진이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강지혁은 그녀의 손을 잡고 소민준과 진세령의 곁으로 다가갔다.주변 사람들도 대부분 소민준과 진세령을 알고 있다. 그녀는 대스타라 인지도가 높고 소민준은 그녀의 약혼자인 관계로 언론매체 앞에 얼굴을 자주 드러내다 보니 일반 기업가들보단 인지도가 높다.두 사람은 강지혁과 임유진이 이리로 걸어오자 몸이 확 굳고 억지 미소를 지었다.“강지혁 씨, 임... 유진 씨.”소민준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을 이었다.“여기서 두 분을 뵐 줄은 몰랐네요.”강지혁은 이런 종류의 전시회에 거의 참석하지 않아 당연히 이번에도 안 올 줄 알았다.그는 웃을 듯 말 듯한 표정을 지었다.“유진이랑 두 분은 구면이겠네요. 요즘 진세령 씨가 인터넷에 올린 사과문이 정말 핫하더라고요. 진세령 씨의 일부 팬들이 대신 불만을 표출하고 있던데요.”진세령은 순간 사색이 되었다. 그녀의 사과문에 달린 댓글 중 임유진을 저격하는 댓글도 꽤 많았다.그녀는 일부러 방관하며 이로써 한을 풀려고 했다. 강지혁 때문에 임유진에게 직접 공격할 순 없지만 팬들이 대신 욕해주는 것도 속이 통쾌했다.다만 강지혁이 이 포인트를 쏙 집어낼 줄이야.“앞으론 인터넷에서 팬들 댓글 관리를 잘 단속하겠습니다.”그
가해자가 뻔뻔스럽게 피해자에게 지나간 일은 너그럽게 용서하라고 말하다니? 진세령이 대체 무슨 자격으로 이런 말을 내뱉을 수 있지?그녀의 표정도 대뜸 일그러졌다.“임유진, 난 우리가 화목하게 잘 지냈으면 하는 바람이야.”“우리는 화목하게 지낼 수 없어, 영원히.”임유진이 대답했다.진세령이 계속 말을 이으려 할 때 강지혁이 가로챘다.“유진이가 용서 안 하겠다고 하니 그럼 그런 거로 해.”순간 진세령은 몸이 휘청거리고 제대로 서 있지도 못했다. 소민준은 재빨리 약혼녀를 부축했다.임유진은 고개 돌려 강지혁에게 말했다.“혁아, 나 다른 데 가서 돌아다니고 싶어.”두 가해자 앞에 서 있으니 기분이 매우 불쾌했다.“그래.”강지혁은 그녀와 함께 자리를 뜨려 했다.두 사람이 몸을 돌리던 찰나 소민준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유진아, 미안해.”임유진은 걸음을 멈췄지만 끝내 고개는 돌리지 않았다. 애초에 진세령이 그녀의 손을 망가뜨리려 할 때 소민준은 냉큼 동의했고 그때부터 어떠한 사과의 말도 무의미해졌다.옆에 있던 강지혁이 고개 돌려 한없이 짙은 눈동자로 소민준을 차갑게 노려봤다.소민준은 발밑에서부터 싸늘한 한기가 올라와 온몸이 얼어붙었다.방금 그 눈빛은 경고장에 가까웠다. 더는 선 넘지 말라는 경고, 임유진에게 한 발짝이라도 다가간다면 소민준은 곧 만신창이가 될 것이다.그는 사색이 된 얼굴로 진세령을 쳐다봤는데 그녀도 얼음처럼 굳어버렸다.“됐어, 강지혁 씨는 이번에 임유진을 위해 나서줬을 뿐이야. 우리가 방금 그토록 자세를 낮췄으니 아무 일 없을 거야.”정말 아무 일도 없을까? 진세령은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강지혁이 마지막에 남긴 말이 아직도 귓가에 맴돌았다.‘유진이가 용서하지 않겠다면 그렇게 해야지.’이건 절대 단순히 흘려넘길 말이 아니다.강지혁은 반드시 무언가를 해낼 것이다!다만 그가 진정 무엇을 할지 아무도 예상할 수 없다.진세령은 거대한 불안감에 휩싸였다!“민준아, 방금 왜 유진이한테 미안하다고 한 거야?”한참
강지혁이 방금 한 경고는 그더러 임유진 곁에 한 걸음도 다가가지 말라는 뜻이다.안 그러면 강지혁이 그를 짓밟아버릴 수도 있다.다만... 임유진이 그해 누명을 뒤집어썼다는 걸 알게 된 이후로 소민준은 가끔 저도 몰래 이런 생각이 든다. 그해 그 사고가 없었고 그 소송이 없었더라면 그와 임유진은 어떤 결말을 맺었을까?하지만 인제 와서 아무리 고민해봤자 이제는 그녀에게 다가갈 자격조차 없으니...나중엔 임유진을 반드시 우러러봐야 할 지도 모른다....다른 한편 강지혁은 임유진을 지그시 바라봤다.“아직도 진세령의 말 때문에 화내는 거야?”그녀가 머리를 끄덕였다.“조금. 사실 나도 알아. 걔는 너 때문에 나한테 사과한 거야. 하지만 그토록 위선적인 사과에 어떻게 나더러 용서하라는 말이 나올 수 있지. 웃겨 정말.”한때 그 비참한 고통을 안겨주고 인제 와서 가볍게 사과 한마디로 메꿀 수 있을까?강지혁은 두 눈을 반짝이다가 다시 그녀의 손을 꼭 잡고 살짝 변형된 손 관절을 쳐다보았다.그녀는 그해 감방에서 제대로 치료받지 못했다. 강지혁은 다 알고 있다.“한때 누나에게 상처 줬던 사람들 진짜 전부 용서 안 할 거야?”그는 힘겹게 이 말을 입 밖으로 내뱉었다.“응.”임유진이 대답했다.강지혁은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누나를 해친 사람이 고의적이 아니라 해도?”“고의가 아니면 날 그렇게 해치지 말았어야지!”임유진이 되물었다.“혁아, 만약 너라면 한때 너한테 상처 준 사람들 용서할 수 있어?”절대 못 한다!그는 이미 마음속으로 해답을 얻었다.강지혁은 이제까지 감히 그를 해하려는 자는 단 한 명도 놓아주지 않았다.다만 그게 만약 그녀라면... 강지혁은 미처 해답을 얻지 못했다...“혁아, 난 성인군자가 아니야. 내게 잘해주는 사람은 똑같이 잘해줄 수 있지만 날 해치는 사람은 절대 용서 못 해.”임유진이 말했다.강지혁은 가볍게 시선을 아래로 떨궜다.“이젠 아무도 널 해치지 못하게 할게.”임유진이 달콤한 미소를 지었다.“그래, 이
강지혁은 그녀를 데리고 앞으로 걸어갔고 이경빈은 두 사람을 보더니 살짝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또 뵙네요. 강지혁 씨도 전시회에 관심을 가질 줄은 몰랐어요.”“오늘은 우 변호사님 뵈려고 일부러 찾아왔어요.”강지혁이 말하며 고개 돌려 우효주에게 인사했다.“안녕하세요, 강지혁입니다. 이쪽은 제 약혼녀 임유진이에요. 줄곧 우효주 변호사님을 뵙고 싶어 했거든요.”“저를요?”우효주가 흠칫 놀랐다. 강지혁이 본인 이름을 불러줄 때 심장이 움찔거렸다.강지혁, 그는 S 시의 일인자라 이 도시에서 절대 건드릴 수 없는 인물이다.그런 그가 생각보다 젊고 카리스마가 차 넘쳤다.우효주는 임유진에게 시선을 돌렸다.S 시로 오다 보니 그녀는 자연스럽게 이곳의 시사를 접하게 됐고 요 며칠 4년 전의 소송을 뒤집은 사건이 핫한 주제로 떠올랐다. 가십거리 기사이든 변호사 업계이든 전부 떠들썩하게 거론되고 있다.“알고 있어요.”우효주가 임유진에게 말했다.임유진은 흠칫 놀라더니 아마도 그녀가 4년 전 사건을 접했을 거로 예상했다!40대쯤 돼 보이는 우효주는 오늘 드레스가 아닌 네이비색 슈트를 입고 있었는데 우아한 기품과 카리스마를 내뿜었다.“우 변호사님, 안녕하세요. 변호사님은 제 학창시절 우상이었어요. 이렇게 만나 뵙게 돼서 영광입니다.”임유진이 대범하게 인사하고는 저 자신을 비웃듯 말을 이었다.“아마 제 사건을 접하고 저를 아시게 된 거겠죠?”“맞아요. 유진 씨 사건은 요즘 변호사 업계에서 자주 거론되고 있어요.”우효주가 말했다.“그런데 오늘 이렇게 유진 씨를 직접 뵐 줄은 몰랐네요. 게다가 제가 유진 씨 학창시절 우상이었다니, 제가 영광이에요.”“그때 저희 반에서 많은 여학생들이 나중에 크면 우 변호사님 같은 변호사가 되고 싶어 했어요.”변호사 업계에서 진짜 유명한 여변호사는 몇 안 되니까.임유진은 마음이 설렜지만 그 많은 일을 겪은 뒤로 풋풋한 젊은이처럼 우상을 열정적으로 맞이할 순 없었다.“가능하시다면 변호사님께 법률적인 자문을 받고 싶습니다
이경빈이 이 아들을 거들떠보지 않는다고 해도 탁유미는 절대 방심할 수 없다. 만에 하나 윤이를 빼앗길 수 있으니까!“그 아이 첫인상이 좋아서 그런 것 같아요.”이경빈이 말했다. 늘 엄숙한 표정이던 그의 입가에 간만에 미소가 번졌다.“이번에 S 시로 와서 또 그 아이를 볼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윤이를 만난다고? 임유진은 문득 코끝이 찡했다.이 남자는 애초에 탁유미를 그토록 처참하게 만들었고 그 탓에 윤이도 아빠 없는 자식으로 태어났다.사람들에게 우러러 보이며 사치한 삶을 누릴 때 탁유미는 감방에서 모진 고통에 시달렸다.그런데 지금 또 윤이를 볼 생각을 하고 있다니, 아들의 존재도 모르는 그가 윤이를 보고 싶어 하다니, 이 얼마나 황당하고 가소로운 일인가.“안돼요.”임유진이 단호하게 거절했다.그녀가 너무 단칼에 거절하니 이경빈은 흠칫 놀라며 의심이 일었다. 그는 눈을 가늘게 뜨고 짙은 눈동자에 의심이 살짝 스쳤다.“임유진 씨가 번거롭다면 제게 연락처를 남겨주세요. 제가 직접 찾아가면 됩니다. 장난감 좀 사주고 싶어요. 그 아이가 무척 귀여워 보이던데 가능하다면 더 좋은 치료를 받을 수 있게 후원해주고 싶어요.”이경빈이 말했다.그는 청력을 잃은 그 아이가 자꾸만 떠올랐다. 그렇게 예쁜 아이가 들을 수 없다니, 이경빈은 아이를 도와서 더 좋은 치료를 받게 해주고 싶었다.이런 마음은 전에 단 한 번도 겪어보지 못했다.또 어쩌면 그의 친구 말대로 여태껏 아이가 없어서... 낯선 아이에게 이상하리만큼 호감을 느낀 게 아닐까.나중에 그에게도 아기가 생기면 당연히 모든 사랑을 제 자식에게 퍼줄 것이다.“괜찮습니다.”임유진이 차갑게 말했다.“저랑 지혁이가 윤이에게 충분히 좋은 의료 환경을 제공해주고 있고 윤이네 가족들도 딱히 방해받고 싶어 하지 않으니 경빈 씨 마음만 제가 대신 받을게요. 연락처는 알려드릴 수 없습니다.”이경빈은 눈빛이 살짝 짙어졌다.임유진과 강지혁이 떠난 후 우효주는 협력 파트너인 이경빈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그녀는 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