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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4화

하지만 지금은 임유진도 강지혁을 많이 사랑하는 듯 보인다. 할 말은 많았지만 탁유미는 끝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임유진도 그녀 못지않은 기구한 운명으로 그녀가 고려하는 문제를 임유진은 아마 진작에 고려했을 것이다.

탁유미는 지금은 그저 임유진에게 좋을 결말이 있기를 바랄 뿐이다. 자신과는 다르게...

오후 브레이크 타임, 한지영은 지금 임유진과 카톡으로 일상대화를 나누고 있다. 그러다 자신의 친구가 고주원이 주연인 영화 시사회를 갔다 온 걸 알고는 한차례 감탄을 내뱉었다.

그러고는 고주원을 만났을 당시 어떤 상황이었는지 같이 사진은 찍었는지 등등 쉴 틈 없이 질문을 퍼부어댔다.

임유진은 어제 강지혁이 찍어준 고주원과의 사진을 한지영에게 보내주었다. 그리고 사인과 고주원이 직접 선물한 영화 포스터와 화보집은 집에 돌아가서 보내주겠다고 했다.

「너무 부럽다. 이렇게 가까이에서 고주원을 보다니. S 시에서 로드쇼도 한다고 하던데, 그때는 나도 얼굴을 볼 수 있을까?!」

한지영이 부러움을 쏟아냈다.

「백연신 씨에게 한번 부탁해 보는 건 어때?」

백연신도 백씨 일가 오너로서 이런 일은 식은 죽 먹기일 것이다.

「연신 씨...?」

한지영은 몸을 부르르 떨며 말을 이었다.

「됐어.」

백연신은 한지영이 고주원의 영상을 볼 때마다 마음에 안 든다는 듯 그녀에게 갖은 눈치를 다 줬다. 물론 고주원뿐만이 아니라 그녀가 좋아하는 아이돌들, 무릇 성별이 ‘남자’이기만 하면 그는 얼굴을 구겨댔다.

그래서 지금 그녀는 덕질도 몰래 할 수밖에 없었다.

‘가짜’ 연애이기에 망정이지 만약 진짜 연애였다면 한지영의 인생에서 덕질은 앞으로 영영 사라지게 될 것이다. 한지영은 정말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그날, 뭐에 씐 듯 눈이 돌아간 그 날로 되돌아가고 싶었다.

만약 당시 술기운만 아니었다면 지금 이렇게 그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임유진은 한지영이 보내온 우는 표정에 웃음을 터트렸다. 그녀는 여전히 백연신이 복수를 위해 한지영에게 접근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아무리 복수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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