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한테는 소중한 일자리야. 내가 가치 있는 사람처럼 느껴지거든."임유진의 말에 강지혁은 눈을 반짝이더니 이내 씩 하고 웃었다."데려다줄게."그러고는 그녀의 이마에 키스한 다음 침대 아래로 내려갔다."아!"임유진은 갑작스러운 그의 스킨십에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아직도 쑥스러워하는 그녀의 모습에 강지혁은 귀엽다는 듯 웃었다."왜, 싫어?"그는 걸어가다 말고 다시 몸을 돌리고는 자신의 두 팔로 그녀를 가두어 버렸다.옴짝달싹할 수도 없이 그에게 갇혀버리고 만 임유진은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얼굴 바로 앞에 강지혁이 있었기에 시선을 어디에다 둬야 할지도 몰랐다."좀... 민망해.""뭐가 민망해."그는 그녀의 손을 잡아당기더니 자신의 가슴팍을 만지게 했다."여기, 어제 누나가 다 보고 만진 곳이잖아. 누나도 나를 사랑하고 나도 누나를 사랑해. 그러니까 누나가 나를 바라보는 건 너무 당연한 일이야. 아니면 내가 누나한테 썩 매력적이지 않다거나.""그렇지 않아!"임유진은 거의 본능적으로 외쳤다. 그러고는 또다시 얼굴을 빨갛게 물들였다. 물론 그녀가 한 말은 모두 진심이지만 여전히 너무 쑥스러웠다.그녀의 손끝에서 그의 체온이 느껴진다."다행이네. 그럼 나 좀 더 봐봐. 난 누나가 날 봐주는 게 좋아."그는 이제 애교까지 부렸다. 그리고 그녀는 강지혁의 목소리에 마치 홀린 듯 시선을 그에게서 뗄 수 없었다.그는 정말 완벽한 몸을 가지고 있다. 예술 작품이라고 해도 될 정도였다.강지혁은 씩 웃더니 다시 몸을 일으켜 그녀의 앞에서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다. 또한, 옷을 갈아입으면서도 시선은 그녀에게 고정하고 있었다.임유진은 계속 눈을 맞춰오는 그의 시선에 차마 시선을 다른 데로 돌릴 수도 없었다.그렇게 강지혁이 옷을 전부 갈아입었을 때 임유진의 얼굴을 빨갛다 못해 터질 것만 같았다. 그는 옷장으로 가서 그녀의 옷을 가져오더니 자연스럽게 옷을 갈아입혀 주기 시작했다."내, 내가 할게."임유진이 당황한 듯 말했다."내가 입
시간이 흐르면서 흉터가 점점 옅어지기는 했어도 아직도 희미하게나마 남아있었다.물론 흉터 제거 수술로 없애버리면 그만이지만 강지혁은 그러지 않았다. 그는 이 흉터가 꼭 필요한 사람처럼 보였다.그의 이런 불안이 어머니로부터 온 거라면 임유진은? 그녀도 불안한 사람이었다. 소민준에게 배신당한 후 사랑을 두려워하며 앞으로 혼자 사는 것까지 각오했었으니까. 하지만 그런 그녀에게 안정감을 주고 그녀에게 다시 한번 사랑을 하게끔 만든 건 강지혁이다."왜 그래? 왜 그렇게 봐?"강지혁은 고개를 들다 마침 임유진과 눈이 마주쳤다. 그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에는 동정과 연민 그리고 복합적인 감정들이 마구 섞여 있었다.임유진은 그제야 정신이 돌아온 듯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아니야, 아무것도. 그냥 내가 너 많이 사랑하는구나 싶어서."그녀는 천천히 허리를 숙이더니 양팔로 그의 목을 끌어안았다."혁아, 내가 잘할게. 앞으로도 쭉 내가 더 잘할게."만약 그가 불안해하면 임유진은 기꺼이 그에게 사랑을 더 쏟아부을 것이다. 마치 추운 겨울날 서로 체온을 나누는 사람들처럼 말이다.갑작스러운 그녀의 고백에 강지혁은 몸을 흠칫 떨더니 칠흑 같은 눈빛으로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예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응, 약속한 거야."...임유진이 강지혁의 벤틀리를 타고 출근하는 모습은 직원들의 이목을 끌었다. 하지만 얼마 전 강지혁이 이미 가게에 얼굴을 비춘 적이 있었기에 직원들도 이제는 임유진이 돈 많은 남자친구가 생겼다는 걸 알고 있다.다만 그들은 아직 이 돈 많은 남자친구가 S 시에서 제일 유명한 강지혁이라는 사실은 모른다.탁유미는 오늘 많이 피곤해 보였고 다크서클도 생긴 것이 제대로 잠을 못 잔 듯 보였다."언니, 혹시 제대로 못 잤어요? 혹시 이경빈 씨 때문에?"임유진이 낮은 목소리로 묻자 탁유미가 쓴웃음을 지었다."아마도요. 출소하고 나서 혹시라도 다시 만나게 될까 봐 항상 도망만 다녔었거든요. 그래서 지금, 이 평화가 깨질 것 같아 조금 두려
하지만 지금은 임유진도 강지혁을 많이 사랑하는 듯 보인다. 할 말은 많았지만 탁유미는 끝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임유진도 그녀 못지않은 기구한 운명으로 그녀가 고려하는 문제를 임유진은 아마 진작에 고려했을 것이다.탁유미는 지금은 그저 임유진에게 좋을 결말이 있기를 바랄 뿐이다. 자신과는 다르게...오후 브레이크 타임, 한지영은 지금 임유진과 카톡으로 일상대화를 나누고 있다. 그러다 자신의 친구가 고주원이 주연인 영화 시사회를 갔다 온 걸 알고는 한차례 감탄을 내뱉었다.그러고는 고주원을 만났을 당시 어떤 상황이었는지 같이 사진은 찍었는지 등등 쉴 틈 없이 질문을 퍼부어댔다.임유진은 어제 강지혁이 찍어준 고주원과의 사진을 한지영에게 보내주었다. 그리고 사인과 고주원이 직접 선물한 영화 포스터와 화보집은 집에 돌아가서 보내주겠다고 했다.「너무 부럽다. 이렇게 가까이에서 고주원을 보다니. S 시에서 로드쇼도 한다고 하던데, 그때는 나도 얼굴을 볼 수 있을까?!」한지영이 부러움을 쏟아냈다.「백연신 씨에게 한번 부탁해 보는 건 어때?」백연신도 백씨 일가 오너로서 이런 일은 식은 죽 먹기일 것이다.「연신 씨...?」한지영은 몸을 부르르 떨며 말을 이었다.「됐어.」백연신은 한지영이 고주원의 영상을 볼 때마다 마음에 안 든다는 듯 그녀에게 갖은 눈치를 다 줬다. 물론 고주원뿐만이 아니라 그녀가 좋아하는 아이돌들, 무릇 성별이 ‘남자’이기만 하면 그는 얼굴을 구겨댔다.그래서 지금 그녀는 덕질도 몰래 할 수밖에 없었다.‘가짜’ 연애이기에 망정이지 만약 진짜 연애였다면 한지영의 인생에서 덕질은 앞으로 영영 사라지게 될 것이다. 한지영은 정말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그날, 뭐에 씐 듯 눈이 돌아간 그 날로 되돌아가고 싶었다.만약 당시 술기운만 아니었다면 지금 이렇게 그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임유진은 한지영이 보내온 우는 표정에 웃음을 터트렸다. 그녀는 여전히 백연신이 복수를 위해 한지영에게 접근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아무리 복수를 위해
"두 장 더 남았어."임유진이 말했다."내가 찍어줄게."강지혁은 그녀에게서 핸드폰을 가져가더니 화보집 남은 두 장을 대충 찍은 후 빠르게 한지영에게 보냈다.임유진이 찍는 것보다 자신이 찍는 게 더 나았다."됐어?"임유진은 그의 속도에 감탄하며 물었다."응, 됐어. 두 장일 뿐인데 뭐 얼마나 오래 찍겠어."강지혁이 말했다.임유진은 강지혁이 보낸 화보 사진을 보고는 머리를 긁적였다.‘음, 카메라가 많이 흔들렸네. 지영이만 괜찮으면 상관은 없지만... 역시 이따가 내가 다시 찍어 보내야겠다.’임유진은 핸드폰 앨범에 들어가더니 어제 강지혁이 찍어준 사진 중에 제일 잘 나온 사진을 골라 인화하기로 했다. 좋아하는 연예인과의 사진이라 뭐라도 기념하고 싶으니까."왜 아직도 봐?"질투의 화신이 질문했다."아, 인화할 사진을 고르는 중이야. 앨범에 넣어두려고."임유진이 사진을 고르며 대답했다."고주원이 그렇게 예뻐?"그의 말투에는 질투가 잔뜩 묻어있었다.임유진은 흠칫 놀라더니 그제야 고개를 들었다. 강지혁의 질투 가득한 얼굴을 마주한 그녀는 속으로 간신히 웃음을 참았다. 강지혁이 질투의 화신이라는 걸 그 누가 예상이나 했을까."예쁜 건 맞아. 하지만..."임유진은 강지혁의 얼굴이 어두워지기 전에 바로 말을 이었다."너보다는 아니야. 난 우리 혁이가 제일 예뻐."‘우리 혁이’라는 말은 임유진이 그를 달래주기 위해 사용한 것이 분명했다."나 네 거야?"강지혁이 물었다."응, 넌 내 거야."임유진은 자신이 생각해도 점점 뻔뻔해지는 것 같았다. 이런 쑥스러운 말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으니 말이다.강지혁은 피식하고 웃더니 언제 질투했냐는 듯 예쁜 미소를 띠었다."듣기 좋네. 나는 네 거고, 너는 내 거야.""응, 그러니까 질투하지마."임유진이 말을 이었다."고주원 씨는 그저 팬으로서 좋아하는 것뿐이야. 게다가 한 배우만 바라보는 열렬한 팬도 아니고. 그리고 나는 캐릭터를 완벽하게 연기하는 배우를 좋아할 뿐이지 그 연예인이 사적으로
그녀는 얼굴을 가까이 기대고 먼저 그의 입술에 키스했다.“내 눈엔 네가 제일 예뻐. 연예인은 연예인일 뿐 너야말로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야. 널 위해서라면 목숨도 바칠 수 있지만 연예인은 아니야. 그러니까 질투 같은 거 하지 마.”만약 그가 불안에 떨고 있다면 그녀는 원하는 만큼 안정감을 줄 것이다!목숨도 바칠 수 있다고... 그는 멍하니 넋 놓고 말았다. 그녀 입에서 이런 말을 들을 거라곤 전혀 예상 못했으니까.마음속에 따뜻한 전류가 흐르는 것만 같았고 심장 박동에 따라 그 따뜻함이 온몸으로 퍼졌다. 눈앞의 그녀는 그가 제일 사랑하는 오직 그만의 여자 임유진이다.“나도 널 위해서라면 목숨도 선뜻 내놓을 수 있어!”비록 가볍게 내뱉은 말이지만 그 무엇보다 무게감이 느껴졌다.이건 강지혁이 평생을 걸고 그녀에게 한 맹세이다.이 여자는 어느샌가 그의 인생에 스며들었고 심지어... 그의 생명보다 더 소중한 존재가 되었다!...그 시각 한지영은 싱글벙글 웃으며 친구가 보내온 사진을 감상했다.‘으악, 잘생겼어! 역시 고주원이야. 연예계에서 고주원보다 잘생기고 연기 잘하는 남자 배우는 없다고.’새로 상영한 영화에서 바보 같은 헤어스타일을 해도 그의 잘생긴 외모를 가릴 수 없으니 그야말로 완벽 그 자체였다!게다가 절친이 보내온 화보들은 한정판이라 수량이 극히 적다. 고주원이 팬들을 위해 특별히 준비한 선물이었고 추첨을 통해 획득하는 형식이다.그런 한정판 화보를 유진이가 전부 갖고 있으니 한지영은 이가 저절로 뿌드득거렸다.‘유진이랑 상의해서 한 장이라도 달라고 할까? 상반신 노출 사진이 유난히 마음에 드는데, 저 완벽한 근육질 몸매 좀 봐. 어떻게 안 반할 수 있냐고!’“뭔데 그렇게 푹 빠져 있어?”이때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고 한지영의 손에 든 휴대폰이 누군가에 의해 덥석 빼앗겨버렸다.“악!”한지영은 나지막이 비명을 지르며 맞은편에 앉은 백연신을 바라봤다.‘이 자식이 감히 내 휴대폰을 뺏어가?!’“아니에요 아무것도. 얼른 돌려줘요.”
그도 분명 잘생기고 그녀에게 엄청 잘해주는데 왜 연예인 덕질하는 열정을 그에게 퍼붓진 못하는 걸까? 휴대폰에 그의 사진을 찾아보려 해도 그림자조차 없다.“방금 고주원 본 거야?”그는 한지영의 휴대폰을 뒤져보다가 그녀가 임유진과 채팅하는 걸 발견했는데 화보는 바로 임유진이 보내준 사진이었다. 그리고 채팅창에 한지영이 쓴 글을 보니... 색마가 따로 없었다!백연신은 볼수록 울화가 치밀었다. 대체 누가 남자친구인지 제대로 한번 알려줘야 할 듯싶다!“맞아요.”한지영이 솔직하게 대답했다.“유진이는 운이 좋아서 강지혁 씨가 고주원 영화 시사회에 데리고 갔대요. 고주원을 직접 봤고 이 화보들도 전부 고주원이 선물해줬대요.”“고작 영화배우의 화보일 뿐인데 무슨 쓸모가 있다고.”백연신이 투덜대자 한지영은 기분이 확 언짢아졌다. 그녀는 눈썹을 치켜세우며 쏘아붙였다.“어머? 지금 영화배우 무시하는 거예요?”백연신의 안색이 더욱 어두워지고 한없이 짙은 눈길로 그녀를 쳐다봤다.“왜? 걔 편이라도 들게?”차갑고 싸늘한 목소리에서 위압감이 흘러넘쳤고 가슴이 움찔거린 한지영은 바로 머리를 숙였다. 덕질이 아무리 좋아도 일단 제 목숨은 지켜야 하니까!“그게... 나도 그냥 한번 해본 말이잖아요.”그녀가 주눅 들어서 대답했다.“그래?”백연신은 웃을 듯 말 듯한 표정을 지었다.“그럼 어디 한번 말해봐. 대체 고주원을 얼마만큼 좋아하는 거지?”“그냥 그래요.”한지영이 바보가 아닌 이상 솔직하게 제 마음을 털어놓을 리가 있을까? 게다가 그녀가 좋아하는 배우들이 어디 한두 명도 아니고 말이다.“그럼 난? 난 얼마만큼 좋아해?”백연신이 되물었다.한지영은 허리를 곧게 펴고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난 인제 연신 씨 좋아하게 된 것 같아요. 매일 연신 씨 못 볼 때마다 보고 싶고 그래요.”이런 거짓말쟁이!백연신이 속으로 구시렁댔다. 그녀의 표정만 봐도 지금 뻔뻔스럽게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으니까. 그가 백씨 일가의 오너가 되기 전에도 그에
한지영은 하마터면 음식 먹다가 사레들릴 뻔했다. 겨우 입안의 음식을 다 넘기고 머리 들어 그와 눈이 마주친 순간, 한없이 짙은 그의 눈빛이 그녀를 훤히 꿰뚫어 볼 것만 같았다.“그건...”한지영은 입술을 꼭 깨물고 힘겹게 변명을 둘러댔다.“연신 씨가 가끔 너무 차갑게 느껴지고... 또 마치... 마치 아름다운 장미 같아서 가시 박힌 장미는 감상만 할 뿐 만지면 가시에 찔리잖아요. 그래서... 저기 그러니까... 연신 씨랑 스킨쉽 하는 것도 망설여진 거예요.”그녀는 말하면서 마음이 가차 없이 찔렸다. 그 당시 그와 뜨거운 관계를 나눴더니 정작 그녀에게 어떤 결말이 차려졌던가. 이젠 흑심을 품었다 해도 두 번 다시 그럴 엄두가 안 난다!‘퉤! 흑심이라니. 난 그저 앞으로 더이상 연신 씨랑 귀찮게 엮이고 싶지 않을 뿐이야.’“근데 너 예전엔 날 전혀 안 피했잖아. 피하긴커녕 네가 먼저 덮쳤으면서.”백연신이 쓴웃음을 지었다.한지영은 숨이 확 막혔다. 그해 실수가 지금의 결과를 가져올 걸 미리 알았더라면 때려죽여도 술에 취하지 않았을 것이다.“그땐 내가 취해서 인사불성이었잖아요. 연신 씨도 내 주량 알면서. 나 술 마시면 바로 취하고 일단 취하기만 하면 말이나 행동 모두 절제할 수 없다는 거 잘 알면서 왜 그래요. 그때 그 일은 술김에 그런 거지 절대 본심이 아니었다고요...”그녀의 목소리가 점점 더 작아졌다. 그의 눈빛이 싸늘하게 변해서 덜컥 겁이 났기 때문이다.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말하다가 마지막엔 침에 사레들릴 지경이었다.“하긴, 진심이었다면 다음 날 말 없이 떠나가지도 않았겠지.”백연신이 말했다.“...”한지영은 순간 또 한 번 폭격을 당한 것만 같았다.백연신은 종업원을 불러와 와인 한 병을 주문한 후 바로 병을 따서 그녀에게 한 잔 부었다.한지영은 두 눈을 깜빡이며 와인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이 사람이 설마...“마셔.”백연신이 담담하게 말했다.“나 금방 취해요.”한지영은 난처한 표정으로 대답했다.“나 취하면 또 어떻게
발그스름한 두 볼과 반쯤 감은 두 눈, 머리는 그의 어깨에 기대고 차 안에 온통 짙은 술 냄새를 풍겼다.그녀는 취했지만 백연신은 정신이 아주 맑았다.가끔은 그도 한지영처럼 쉽게 취하고 많은 생각을 제쳐버리고 싶을 때가 많다.문득 백연신의 몸이 굳었다. 한지영이 작은 손으로 그의 가슴을 꼼지락대기 시작했다.이 여자는 술에 취해서도 얌전히 있는 법이 없다.“한지영, 너 지금 뭐 하는 거야?”백연신이 묻다가 저 자신이 우스웠다. 술에 취한 여자에게 물어봤자 뭔 소용일까? 그녀는 인사불성이 되어 있는데 말이다.그런데 이때 한지영이 대답했다.“뭐하긴요. 연신 씨 만지고 있죠...”다 알고 있다니, 백연신은 쓴웃음을 지었다.“술 깨면 또 후회할 텐데?”말은 그렇게 하지만 가슴을 만지작거리는 그녀의 손을 내려놓기 싫었다.한지영은 그런 그를 신경 쓰지 않은 채 계속 꼼지락대며 뭐라 중얼거렸는데 잠시 후 고개를 살짝 들어 애써 몸을 일으키려고 했다.“연신아... 나 비밀 하나 알려줄게.”백연신은 미간을 살짝 구겼다. 비밀이라니? 술에 취한 여자가 무슨 비밀을 얘기한다고...“너... 가까이 좀 와봐. 비밀은 귀에 대고 속삭이는 거야...”그녀가 계속 중얼대며 미간을 구겼다. 둘 사이의 거리가 멀어 기분이 언짢은 듯싶었다.백연신은 눈썹을 찡그리며 그녀를 쳐다본 후 몸을 기울이고 그녀의 입가에 귀를 바짝 갖다 댔다. 술기운과 그녀의 체취가 어우러졌는데 이상하게도 향기로운 냄새가 났다.백연신은 술 냄새가 밴 여자를 제일 싫어하고 역겨워하는데 한지영은 예외였다.그때도 그랬고 지금도 마찬가지였다.한지영의 입술이 무심결에 그의 귓가에 닿았다. 순간 백연신은 몸을 움찔거리며 그녀가 겨우 내뱉는 말에 집중했다.“사실 난... 네 몸매가 고주원보다 훨씬 좋아... 걔는... 너랑 비교가 안 돼.”쿵쾅쿵쾅!백연신의 심장이 제멋대로 요동쳤다. 귓가에 울려 퍼지는 건 그녀의 목소리뿐만 아니라 그의 심장 소리도 있었다.“그리고 있잖아 연신아... 나 너 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