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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4화

강지혁은 마치 소중한 것을 다루듯 그녀의 얼굴을 매만졌고 천천히 입술을 열고는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그녀에게 속삭였다.

"나 좀 사랑해줘. 응?"

마치 구걸하듯 그녀의 사랑을 바라는 그의 모습에 임유진은 저도 모르게 입술이 바짝 타는 것을 느끼며 혀로 입술을 살짝 핥았다. 그러고는 마치 그의 숨결에 잠식된 사람처럼 사고가 멈춰버린 채 몽롱한 얼굴을 했다.

청초한 얼굴, 검은 눈동자, 앙증맞은 코 그리고 그를 바라보는 눈빛, 강지혁은 마치 덫에 걸린 사람처럼 평생 그녀에게 벗어날 수 없음을 느꼈다.

한때 그는 여자의 사랑 같은 건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지만, 그 생각은 임유진을 만나고 나서 싹 다 사라져버렸고 그녀를 갖고 싶고 그녀의 사랑을 갖고 싶다는 생각만이 그의 머릿속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그녀와 마주할 때면 그는 자존심과 지금까지 옳다고 생각해왔던 모든 것들을 내려놓을 준비가 되어있었고 온전히 새로운 감정에 자신을 맡기고 싶었다.

강지혁의 입술이 다시 그녀의 입술을 포개왔고 그는 부드러운 키스로 그녀를 녹이기 시작했다.

그때 임유진이 정신을 차리고는 빨개진 얼굴로 강지혁의 가슴팍을 밀어버렸다.

"나... 나..."

버벅대며 말하는 그녀의 눈동자에는 명백한 두려움이 서려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임유진은 상황이 이렇게 흘러갈 거라고는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녀의 얼굴에 서린 두려움을 본 강지혁은 눈빛이 점차 맑아지더니 곧 제정신으로 돌아왔다. 임유진은 지금 겁을 먹었다. 아니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던가 혹은 아직은 그를 사랑하지 않을 수도 있다.

강지혁은 그녀를 하루빨리 갖고 싶다는 마음에 급하게 몰아붙여 미처 그녀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다.

"미안해..."

강지혁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임유진이 너무나도 갖고 싶지만 결코 이런 식은 아니었다. 그는 그녀가 진심으로 원할 때, 그때 관계를 맺고 싶었다.

강지혁은 서서히 몸을 일으킨 후 웃음을 자아내려고 노력하며 그녀를 향해 말했다.

"무서워하지 않아도 돼. 누나가 싫으면 안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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