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일이 떠오른 임유진은 서서히 부끄러워 났다. 그녀는 진작에 깼지만, 눈을 뜨면 바로 강지혁의 얼굴이 보일까 봐 아직 눈을 뜨지 못하고 있다.얼굴을 마주하게 되면 대체 무슨 얘기를 해야 하지?임유진은 이따 있을 어색함을 떨치기 위해 머릿속으로 온갖 생각을 했고 아직 생각 정리가 채 되지 않았는데 옆에서 강지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깼어? 깼으면 눈 좀 떠봐. 아니면... 내 얼굴을 보게 되는 게 겁나?"임유진은 그 말에 흠칫하더니 눈을 번쩍 떴다. 그러자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바로 신이 조각한 듯한 강지혁의 얼굴이었다.그는 한 손으로 침대를 짚고는 허리를 숙이고 있었고 얼굴은 그녀의 얼굴과 매우 가까워 숨결까지 느낄 수 있었다.여자들도 질투할 만한 길고 검은 속눈썹은 그의 예쁜 눈동자와 환상의 조화를 이루고 있었고 임유진은 그와 눈이 마주치고는 자기도 모르게 어젯밤 그녀를 홀릴 듯 바라봤던 그의 눈동자가 떠올랐다."무슨 생각해?"그때 강지혁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임유진은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라서는 얼른 대답했다."아니야, 아무것도..."부랴부랴 옷을 입은 후 임유진이 몸을 일으키려고 하자 강지혁이 그녀를 불러세웠다."잠깐만."그는 그녀의 앞에 무릎을 꿇고 앉더니 정성스럽게 양말을 신겨주었다. 그러고는 슬리퍼까지 신겨준 후 그녀를 안아 들고 욕실로 향했다."뭐, 뭐 하는 거야?"임유진이 당황한 듯 물었다."씻으려는 거 아니야?"강지혁이 되물었고 임유진은 ‘아...’ 하는 소리와 함께 그에게 몸을 맡겼다.욕실로 들어간 후 강지혁은 그녀를 바닥에 조심스럽게 내려놓고는 작게 속삭였다."서 있기 힘들면 나 잡아.""응."임유진은 짧게 대답한 후 고개를 들어 거울을 바라봤다. 거울에는 두 사람이 나란히 서 있었고 강지혁은 고개를 숙인 채 그녀를 위해 칫솔에 치약을 짜주고 있었다.그녀는 하나부터 열까지 자신을 위해 움직이는 강지혁을 보며 이게 바로 사랑받는 느낌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여기."강지혁은 그녀에게 칫솔을 건
이도 닦고 세수까지 마친 임유진의 얼굴은 빨갛게 달아오르다 못해 곧 터질 듯했다.그녀가 빗을 들고 머리를 빗으려고 하자 강지혁이 그녀의 손에서 빗을 뺏어 들었다."내가 해줄게."이에 임유진이 조금 놀란 얼굴로 말했다."하지만...""걱정 마. 예쁘게 빗겨줄 테니까."강지혁은 씩 웃더니 빗을 들고 마치 아기 다루듯 부드러운 손길로 천천히 그녀의 머리를 빗겨주기 시작했다.강지혁에게 이런 대접을 받을 사람이 임유진 말고 또 있을까?그녀는 거울에 비친 자신과 강지혁을 바라봤다. 빨갛게 달아오른 그녀의 얼굴에는 행복이 넘쳐흐르고 있었고 강지혁은 입가에 수많은 여자의 마음을 훔칠 듯한 웃음을 머금은 채 다정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그는 빗을 내려놓은 후 그녀의 머리를 천천히 한곳으로 모으고는 이내 머리끈으로 묶었다."앞으로도 종종 나한테 누나 머리를 빗게 해줘."강지혁은 만족한 듯 웃으며 그녀에게 말했다.임유진은 그가 말한 앞으로라는 단어가 가슴에 확 와 닿았고 그녀의 심장을 두근거리게 했다...."어떻게 된 거예요? 대체 누가 우리 가문을 대상으로 공매도를 하고 있냐고요?"윤수경의 말에 진기태는 얼굴이 어두워져서 대답했다."강지혁이야.""네?"윤수경은 깜짝 놀랐다."강지혁이요? 아니, 우리하고 대체 무슨 원수를 졌다고 공매도를 한대요?"원수를 지지 않았다고? 진기태의 생각은 달랐다. 일전 임유진의 일로 그를 찾아가긴 했지만, 지금 상황을 보면 강지혁은 아직 끝낼 생각이 없는 것이다.윤수경도 머리를 굴리다 진기태와 똑같은 생각을 하고는 입을 열었다."설마... 강지혁이 임유진 그 여자 때문에 우리 집안에 복수하고 있는 건 아니겠죠?!"윤수경은 본인이 말하고도 믿어지지 않았다. 그녀는 여전히 임유진을 벌레만도 못한 존재로 생각하고 있으니까.그런데 강지혁 같은 남자가 여자 하나 때문에 이런 짓을 벌여가며 진씨 가문을 적으로 돌리는 것도 불사한다고?"감방까지 살고 온 여자잖아요!"윤수경은 이해가 안 된다는 듯 소리쳤다."그래. 감
"뭘 어떻게 도와주는데?"진기태가 물었다."소씨 집안 보고 강지혁과 적이 되어 달라고 얘기할 셈이야? 아니면 우리 회사에 몇천억이라는 거금을 들여서 주가를 올려달라고 부탁할 거야?"윤수경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비즈니스에 관해서는 잘 몰랐지만 진기태의 반응으로부터 소씨 가문에게 도움을 구하는 건 아무래도 무리인 듯 보였다. 거금을 지원해 달라는 것보다는 강지혁과 적이 되어달라고 말하는 것부터가 말도 안 되는 부탁이니까."그... 그럼 어떡해요?"윤수경이 다급해서 소리쳤다."강지혁은 어떻게 된 게 임유진 같은 여자한테 홀딱 빠져서는! 그 여자가 무슨 약이라도 먹인 건 아닌지 모르겠어요. 게다가 민준이가 한번 버렸던 여잔데 강지혁은 그래도 좋대요?"진기태는 짜증을 내며 말했다."혹시나 해서 말하는데. 당신, 그런 말 이제는 내 앞에서만 하고 다른 사람 앞에서는 꺼내지도 마. 괜히 불필요한 트러블을 또 일으킬 필요는 없잖아."윤수경은 불만 가득한 얼굴이었지만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내가 강지혁을 만나보고 올게. 뭘 어떻게 하려는 건지 들어봐야겠어."진기태도 임유진이라는 여자 하나 때문에 진씨 일가가 위기에 놓이는 건 보고 싶지 않았다.그렇게 진기태는 강지혁을 만났고 곧 그에게서 이상한 제안을 듣게 된다."열흘 안에 유진이를 내쫓았던 백화점을 평지로 만들어 버리면 저도 그만하죠."강지혁이 담담하게 내뱉은 말에 진기태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백화점을 평지로 만들어 버리라고?"지금 백화점을 허물어 버리라는 건가? 얼마만큼의 거금을 투자해 세웠는지를 막론하고 거기는 도심이라 이윤도 괜찮기에 주주 쪽에서 멋대로 철거하게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다."지혁아, 혹시 임유진 씨를 위해 이러는 거면 다른 방법도 있을 것 같은데."진기태는 어떻게든 손실을 막아야 했다."유진이를 위해 이러는 거 맞아요. 그리고 다른 방법을 얘기하기 전에 당신 아내 팔을 잘라버리지 않은 걸 다행으로 여기셔야죠. 이 정도면 충분히 봐준 것 같은데."강지혁의 섬뜩
한편, 임유진은 윤이를 보러 병원에 왔다.전과 달리 윤이는 이번에 깨어있었고 한창 탁유미와 듣기 연습을 하고 있었다. 탁유미가 주위 물건들을 가리키며 어떻게 발음하는지 알려주면 윤이는 동그란 눈을 하고는 열심히 듣고 있다. 그러다 윤이가 다시금 물건을 가리키면 그녀는 또 한 번 물건들의 이름을 똑같이 말해주었다."윤이야."임유진의 부름에 윤이는 바로 고개를 돌려 그녀 쪽을 쳐다봤다. 이제 윤이는 정말 그녀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되었다! 얼마 전까지는 상상도 못 했던 일에 임유진은 진심으로 기뻐했다.들을 수 있다는 건 곧 말도 배울 수 있다는 뜻이고 인공와우를 착용하고만 있으면 보통사람들과 다를 바 없이 살아갈 수 있다는 뜻이다. 물론 3살이면 늦은 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 의사의 말에 따르면 윤이는 점점 더 좋아질 것이고 스펀지처럼 흡수하는 단계이기에 너무 늦은 것도 아니니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임유진은 윤이에게 다가가서 그의 머리를 만져주었다."우리 윤이, 이제 조금만 더 지나면 말도 할 수 있겠네."윤이는 임유진의 목소리에 흥분한 듯 손가락으로 이곳저곳을 가리키더니 웅얼웅얼 대며 무언가 말하려고 했다. 임유진은 윤이가 가리키는 곳으로 시선을 돌리며 열심히 호응해주었다."유진 씨, 얼마 전에도 왔었으면서 오늘 또 왔어요?"탁유미가 내심 기쁜 듯 물었다."저번에 왔을 때는 윤이랑 얘기도 못 했잖아요. 오늘은 운이 좋네요. 윤이도 깨어있고."임유진은 탁유미를 보며 말을 이었다."의사는 뭐래요? 윤이 이제 괜찮은 거 맞대요?""네, 이제 괜찮아요. 이틀 후면 퇴원도 가능해요. 1년 동안 특수강의를 들어야 하지만 의사 말로는 1년 후면 언어능력이 정상으로 돌아와서 그때면 유치원도 갈 수 있대요."그 말에 임유진이 환하게 웃었다."정말 잘됐네요.""그러니까요."탁유미 역시 활짝 웃고는 자신의 엄마에게 윤이를 맡긴 후 임유진에게 물을 한잔 따라주었다."오늘 강지혁 씨는 같이 안 왔네요?""네, 출근했어요. 나는 어차피 언니가
"그래도 강지혁 씨가 잘해주는 것 같아 다행이에요.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게 바로 유진 씨를 가리키는 말 같아요."그럴지도 모른다. 지금 강지혁과 임유진의 사이는 점점 더 돈독해지고 있고 그녀는 가끔가다 셋방에서 살았던 때로 돌아간 것만 같은 기분도 느끼고 있다.하지만 다른 점도 있었는데 그때의 임유진은 그를 그저 동생으로, 가족으로만 생각했었다면 지금의 그녀는 강지혁을 자신의 연인으로, 미래에도 같이 옆에 있고 싶은 동반자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언니도요. 윤이가 머지않아 말도 할 수 있게 되면 다른 아이들처럼 공부도 하고 친구도 사귀고 뭐든 다 할 수 있게 되니까요."임유진이 말했다."그렇죠. 나는 윤이가 행복할 수만 있다면 고생은 얼마든지 할 수 있어요."탁유미는 임유진을 향해 예쁘게 웃어 보였다."아마 유진 씨도 엄마가 되면 알 수 있을 거예요. 자신의 아이를 위해서라면 엄마가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엄마라... 임유진은 자신의 평평한 복부를 쓸어내리며 옅은 미소를 띠었다....병원에서 나와 집으로 가는 길.임유진은 문득 강지혁과 보냈던 그 날 밤 아무런 피임도 하지 않았다는 걸 떠올렸다. 그러다 임신할까 봐 걱정하는 자신을 발견하고 이내 피식 웃었다.그녀의 지금 몸으로는 임신이 될 리가 없었고 피임을 하든 안 하든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리고 만약 정말 임신하게 된다면 그건 바라던 바다. 그녀가 그렇게 원하던 진정한 엄마가 될 기회이니까.강씨 저택.퇴근하기에는 이른 시간이었기에 강지혁은 아직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 임유진은 뉴스나 볼 겸 핸드폰을 켰고 그때 한지영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임유진이 전화를 받자 전화기 너머에서 한지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유진아. 너... 음, 혹시 지금 경찰서로 와서 나 좀 꺼내줄 수 있어?"임유진은 하마터면 침에 사레들릴 뻔했다. 그러고는 소파에서 몸을 일으키더니 다급하게 물었다."무슨 일이야. 경찰서는 또 뭐고?""음, 그게... 말하자면 길어. 우리 엄마 아빠가 아시면 기절할
"이제는 친구까지 불렀다, 이거네."젊은 여자의 이름은 주새벽으로 그녀는 임유진을 보자마자 비아냥거렸다. 이에 임유진은 눈살을 찌푸리더니 한지영을 향해 물었다."지영아, 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저 여자는 신경 쓰지 않아도 돼."그 말에 주새벽은 발끈하더니 한지영을 향해 소리쳤다."하, 아직도 인정을 안 하네요? 뻔뻔하게 남의 남자나 꼬시는 주제에, 내가 봤으니 망정이지 그게 아니면 지금쯤 홀딱 벗고 내 남자친구를 침대까지 데려갔을지 누가 알아요!"그러자 한지영이 기가 막힌다는 얼굴을 하며 상대방을 노려봤다."내가 꼬셨다고요? 그쪽 남자친구가 내 눈에 찰 것 같아요? 남한테 이런 소리 하기 전에 자기 남자친구 행실이나 돌아보는 게 어때요?""내가 다 봤는데 어디서 시치미에요?!"주새벽이 눈을 부릅뜨고 말했다."다 보기는 개뿔."한지영은 남자 쪽을 가리키며 주새벽을 향해 말했다."저런 남자는 내 앞에 한 트럭을 갖다 놓아도 눈에 안 차요. 내 남자친구가 저 인간보다 훨씬 더 잘났는데 내가 뭐가 아쉬워서 저런 걸 만나요?!"그러자 주새벽이 비웃음 섞인 말투로 대꾸했다."남자친구는 무슨. 남의 남자나 몰래 쳐다보는 주제에 그런 말을 하면 누가 믿어요?"한지영은 정말 주새벽의 머리통을 갈라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들여다보고 싶었다. 아무리 콩깍지가 씌었어도 어떻게 세상 모든 여자가 다 본인 남자친구를 좋아한다고 생각할 수 있는 거지?"지영이 남자친구 있습니다."그때 임유진이 주새벽을 향해 말했다."그리고 대체 무슨 증거로 내 친구가 당신 남자친구를 꼬셨다고 말하는 거죠? 근거도 없이 이러는 거면 우리는 명예훼손죄로 당신을 고소할 수도 있어요.""내가 두 눈으로 직접 봤다고요.""대체 뭘 보셨는데요?"임유진이 되물었다."내 두 눈으로 한지영 씨가 내 남자친구와 비상계단에서 다정하게 얘기하는 걸 봤어요."주새벽이 말했다."회사 비상계단은 누구든 지나갈 수 있는 곳인데 그런 곳에서 대화를 나눴다면 다정하게 뭘 얘기하기보다는 일
임유진은 한지영을 꺼내주기 위해 서류를 작성하고 있었다. 그때 그녀의 핸드폰이 울렸고 발신자는 강지혁이었다."지금 경찰서에 있어?""응?"임유진은 잠깐 놀란 얼굴을 하다 곧 운전기사가 그에게 얘기해줬을 거라는 생각에 납득한 듯 말을 이었다."응, 나 지금 경찰서야. 지영이가 유치장에 갇혀서 나한테 도움을 요청했거든.""누나한테?"강지혁은 눈썹을 치켜세우며 말했다."왜 백연신 씨한테 도와달라고 하지 않고? 지영 씨 남자친구 아니야?""..."임유진은 한지영의 개인 사정을 멋대로 떠들 수 없었기에 대충 얼버무렸다."지영이도 뭔가 생각이 있겠지. 아무튼, 나 지금 서류 작성해야 해서 이따가 다시 전화할게."임유진은 전화를 끊고 다시 서류를 작성했다.한편, 옆에서는 아직도 욕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주새벽은 한지영이 신민재에게 마음이 있다고 확신하는 것 같았고 한지영은 말이 안 통하는 그녀를 보며 이제는 대놓고 욕을 했다.백연신이 아무리 그녀의 임시 연인이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남자친구인데 얼굴을 밝히는 한지영이 그를 두고 다른 남자에게 마음이 동할 리가 없었다.가끔 연인 관계에 문제가 생기면 자신의 남자친구를 탓하기보다는 모든 걸 주위 여자들의 탓으로 돌리는 여자들이 있다. 마치 주새벽처럼 말이다.서류 작성을 다 한 후 한지영은 곧바로 풀려났고 두 사람이 경찰서를 나오자 그 앞에는 강지혁이 서 있었다."왜 여기 있어?"임유진이 놀란 얼굴로 물었다."누나 데리러 왔지."강지혁은 한지영 쪽을 힐끔 쳐다봤다. 큰 문제는 없어 보였고 만약 정말 무슨 일이 있다고 해도 백연신이 알아서 해결할 것이다."해결 됐으면 이제 가자."강지혁의 말에 임유진이 고개를 끄덕였다."응. 그럼 일단 지영이부터 데려다주자."그러자 한지영이 머쓱해 하며 웃었다."그럼 신세 좀 질게요."강지혁은 자연스럽게 임유진의 손을 잡고 걸어가려고 했다. 그때 주새벽과 신민재도 경찰서에서 나왔고 주새벽은 임유진 옆에 서 있는 강지혁을 보고는 넋이 나간 얼굴로 그를 빤
그 말에 신민재는 잠깐 머뭇거리더니 곧 고개를 끄덕였다."그, 그래. 맞아. 한지영 씨가 먼저 나 꼬셨어!"한지영은 신민재의 얼굴을 한 대 세게 치고 싶은 기분이었다. 임유진은 그런 그녀의 심정을 알았는지 얼른 한지영의 손을 잡으며 자신이 나섰다."지금 그 말 책임질 수 있어요? 제대로 말하지 않으면 지금 다시 경찰서로 들어가서 그쪽을 명예훼손죄로 고소할 수도 있어요."그러자 신민재가 흠칫하더니 바로 입을 닫았다.강지혁은 아직도 사태 파악을 못 하고 옆에서 소리치는 주새벽을 힐끔 보고는 차가운 목소리로 그녀를 향해 말했다."그쪽 앞가림이나 잘하시죠. 그리고 내 여자친구를 당신 같은 인간이 뭘 안다고 함부로 지껄이는지 모르겠네."그 말에 주새벽은 쪽팔림에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라서는 말까지 버벅대며 해명했다."나, 나는 그냥 좋은 마음으로... 그쪽이 저 여자한테 혹시라도 당할까 봐..."강지혁은 주새벽에게는 시선도 주지 않은 채 고개를 돌려 한지영에게 말을 걸었다."이딴 것들 때문에 경찰서까지 왔어요? 백연신 씨는 모르는 거죠? 알면 이 여자가 지금 이렇게 계속 입을 놀리지는 못하겠죠.""..."한지영은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시선을 내리 깔았다."가자."강지혁은 고개를 숙여 임유진에게 말하고는 그녀의 손을 잡고 계단으로 내려갔다. 그때 검은색 벤틀리가 그들 앞에 멈춰 섰고 세 사람은 차에 올라탔다.주새벽과 신민재는 버려진 병풍처럼 그들이 떠나는 모습만 지켜봤고 주새벽은 아까까지만 해도 분노에 가득 차 있던 얼굴이 차량을 확인하자마자 놀라움 가득한 표정으로 바뀌었다.‘저 차는 절대 아무나 탈 수 있는 게 아닌데... 차도 그렇고 그 남자친구라는 사람도 그렇고 한지영 친구라는 저 여자 대체 정체가 뭐야?!’주새벽은 아까 강지혁이 그녀를 노려보는 눈빛을 떠올리고는 자기고 모르게 몸을 부르르 떨었다....차 안, 임유진은 한지영에게 자초지종을 물었고 한지영은 한숨을 내쉬더니 하나하나 얘기하기 시작했다."아까 저 두 사람 우리 회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