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위의 사람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어떤 사람들은 동정 섞인 표정으로 임유라를 보고 있었다. 누군가는 임유라라는 새 여자 친구의 유통기한이 곧 끝나는 것 같다고 느꼈다.방금 강현수는 분명 그 엑스트라 시녀를 더 생각하는 것 같았다!멀지 않은 곳에서 좋은 구경거리를 보고 있는 진세령도 이번에는 깜짝 놀랐다.‘임유진이 왜 강현수와 함께 있는 거지? 이게 무슨 일이지?’설마 강현수도 임유진에 대해 다른 감정이 있단 말인가?방금 강현수는 분명히 임유진을 감싸고 보호하는 모습이었다!그럼 강지혁은? 그는 강현수와 임유진의 관계를 알고 있는 걸까?“세상에, 반전도 이런 반전이 없어요. 강현수가 그 엑스트라와…….”옆에 있던 비서가 비명을 지르며 조롱하며 말했다.“이 임유라, 이번에는 제대로 차이겠는데요? 강현수가 저러는 건 분명히 헤어지자는 거잖아요! 엑스트라가 강현수랑 관계가 있다는 것을 아니까 이렇게 괴롭혔던 거 아닐까요?”비서는 이렇게 추측했다.한편 진세령은 눈을 가볍게 감은 채로 무언가를 깊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아직 멍하니 제자리에 서 있는 임유라는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주위의 동정과 비웃음, 조롱의 눈빛을 맞이하자 그녀는 수 많은 손바닥들이 그녀의 얼굴을 때리는 것만 같았다.그녀는 마땅히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아야 하지 않은가? 수많은 부러움과 질투의 시선이 그녀에게 집중되어야 하지 않은가?그런데 왜, 지금 사람들이 그녀를 보는 눈빛은 마치 광대를 보는 것 같을까.마치 그녀에게 있던 후광들이 모두 사라진 것 같았다. 그저 불쌍한 벌레가 버린 것만 같았다.임유라는 정말 마음 같아선 큰소리로 자기야말로 강현수의 진짜 여자 친구라고 소리치고 싶었다.그러나 결국 그녀는 아무 소리도 지르지 못하고 얼굴만 빨개진 채로 황급히 떠났다.조감독은 잠시 멍한 표정으로 감독을 쳐다보았다.“이걸…… 어떻게 하죠?”임유라는 어쨌거나 여주인공 2호 역할 인건데 지금 이렇게 가버리면 오늘 촬영은 또 어떻게 한단 말인가? 거기에 하필이면 이 일이 또
휴게실에 들어간 뒤에야 강현수는 임유진을 소파에 내려놓고 오른손에 가볍게 가려진 왼손을 보았다.“많이 아파요?”“좀 아파요.”그녀가 중얼거렸다.그는 지금 그녀의 고통스러운 표정을 보면서 그녀가 아픈데도 크게 내색 하지 않은 걸 알아챘다. 평소에는 청초한 얼굴에 항상 평온하고 담담함이 배어 있는데, 지금 이 순간은 미간을 찌푸리고 안색마저 창백해 말하는 것조차 힘들어 보였다.그런 모습의 그녀를 보며 그의 심장은 점점 그를 조여왔다.이런 느낌은 그에게 낯설었다. 방금 그녀가 무릎을 꿇고 절을 한 다음 그 구리로 만든 난로에 손을 찧는 것을 본 순간, 그는 갑자기 심장이 채찍에 심하게 맞은 것처럼 아팠다.그래서 그는 거의 조건반사처럼 앞으로 달려들어 그녀를 부축했다.왜 그랬을까?강현수는 마음속으로 물었다. 분명 이전에 마을에 있을 때 그녀가 바로 그가 찾으려는 그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했었다. 그러나 그의 마음은 여전히 그녀에게 이끌리고 있는 것 같았다.얼굴 때문에 그런가? 그녀의 얼굴에 기억 속의 그 사람의 그림자가 있기 때문인 걸까? 그의 이성이 그녀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마음은 오히려 영향을 받는 걸까?얼마 지나지 않아 제작진의 수행 의사가 달려와 황급히 임유진에게 기초적인 검사를 진행했다.의사의 손이 임유진의 다친 위치를 만지고 뼈에 문제가 없는지 확인해야 했기에 손을 이리저리 만져 임유진의 통증도 더 심해졌다.그녀는 아랫입술을 죽을 만큼 아프게 깨물고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힌 채로 의사의 물음에 말 대신 고개를 끄덕이거나 저었다.마침내 의사의 검사가 끝났다. 그녀는 이마와 등이 모두 땀으로 뒤범벅이 된 채로 허탈한 안도감을 느꼈다.“뼈는 큰 문제가 없어요. 멍을 없애는 약을 바르면 나을 거예요. 그동안 이 손을 최대한 많이 아껴야 해요. 이 손으로 무거운 물건을 들고 다니면 안 돼요.”의사가 말했다.“만약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면, 병원에 가서 다시 자세한 검사를 받아봐요.”그는 단지 제작진 쪽의 임시 주치의일
분명, 계속 땅에 머리를 부딪혀서 생긴 것이다.“정말…… 절하라고 하면 하는 거예요?” 그는 갑자기 화가 났다.“아니면요? 거절해요? 거절하면 오늘 출연료는 한 푼도 못 받아요.”그녀가 말했다.그는 숨이 막혔다. 그는 엑스트라가 촬영팀 중 가장 힘이 없는 역할이란 것을 당연히 잘 알고 있다. 그들이 어떤 역할을 하고 싶던지, 본인의 의지와는 다르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하루 출연료가 얼마나 돼요?”그의 목소리가 나지막하게 들려왔다.“하루에 16000원인데, 오늘 무릎 꿇는 장면이 있어서 10000원을 추가했어요. 그리고 저 혼자 절하는 것을 시범 보이는 거 때문에 40000원을 더 추가했어요." 그녀가 말했다.그는 마음에 열이 나 부글거리는 채로 그녀를 노려보았다. 그렇다면 고작 66000원을 위해 이렇게 무릎을 꿇고 절을 반복했다는 말인가?이 여자, 자기 자신을 보호할 줄은 아는 걸까?“임유라랑 무슨 안 좋은 일이 있었어요?”그가 물었다. 방금 그도 임유라가 고의로 그녀를 괴롭히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제작진은 아무도 감히 나서서 말을 하지 못했다. 이것은 한편으로 엑스트라가 원래 사람들의 큰 관심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래도 제작진은 너무 얍삽했다. 아무도 엑스트라를 위해 임유라의 미움을 사려하지 않았으니.그건…… 임유라 뒤에는 강현수가 있으니 말이다!이 점을 생각하자 강현수는 가슴이 무엇으로 막힌 것처럼 느껴져 갑자기 숨이 막혔다.“나의 이복동생이에요. 문제가 있긴 하죠. 줄곧 내가 감옥에 간 일 때문에 자신의 앞길을 망쳤다고 생각하거든요.”임유진이 말했다.이 말은 그녀가 말하지 않았어도 현수의 능력으로 쉽게 알아낼 수 있었다. 그래서 굳이 숨길 필요는 없었다.그의 눈에 약간의 의아함이 스쳤다. 그는 일찍이 임유라에 대해 대충 알아본 적이 있다. 그녀에게 이복언니가 있지만 함께 살지 않는다고 했다.그러나 그는 이 언니의 이름이 무엇인지 개의치 않았다. 어차피 강현수도 임유라를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하지
‘임유라의 백이 강현수였어?’“좋아요, 제가 약의 리스트랑 결근비 증명서 사본을 보내 줄 테니 그때 돈을 지불하세요.”“오늘 고마웠어요. 먼저 가보겠습니다.”말을 마친 임유진은 대기실에서 나갔고 방에는 강현수와 임유라만 남았다.강현수의 차가운 눈빛은 그녀를 항상 두렵게 했다.임유리는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물었다.“현수야, 왜 그런 눈빛으로 날 보고 있어? 참, 우리 언니랑은 아는 사이야?”“왜, 뭘 알아보려고?”“아니, 그냥 궁금해서, 언니가 얘기한 적 없었어.”“하긴, 네 언니는 낡고 작은 셋집에 살면서 보잘것없는 일을 하다 지금은 엑스트라를 하고 있지. 고작 몇천 원 때문에 여동생에게 고분고분해야 하는데 어찌 너에게 말하겠어.”강현수의 목소리는 냉혹하고 매서웠다.임유라에게 이렇게 차가운 목소리로 말을 건넨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그녀의 몸은 자신도 모르게 부들부들 떨렸다.“전에 우리 언니랑 오해가 있었던 거야.”“음, 무슨 오해인데 계속 무릎을 꿇게 했어?”임유라는 잠시 당황했다.“나…… 난 그냥 촬영 효과가 더 좋았으면 했어, 언니가 너무 잘해서 시범을 보여달라고 했어, 다른 생각은 전혀 없었어.”그녀는 말을 더듬거리며 억울해 보이려고 애썼지만 강현수의 눈빛은 그녀를 점점 더 긴장하게 했다.“됐어, 그런 말은 더 이상 할 필요 없어, 사람들이 믿을 것 같아?”강현수는 싸늘하게 말했다.“네가 바보인 거야 아니면 날 바보로 생각하는 거야?”그녀는 마치 모든 생각이 들킨 것만 같아 순간 안색이 창백해졌다.강현수는 임유라의 손을 마구 잡아당겼다. 가녀린 손목에는 다이아몬드가 박힌 한정판 명품 시계를 차고 있었다. 이 시계의 가격은 3억이었다.“처지가 바뀐 것 같으니 언니 앞에서 우쭐대고 싶은 거야? 이제 네가 쉽게 무릎도 꿇게 만들 수 있고 제멋대로 할 수 있는데 그녀는 반항조차 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거지?”강현수는 마치 별거 아닌 것처럼 말하고 있었지만 임유라는 오히려 거기에 간담이 더 서늘해졌다.
결국, 이 일은 너무나 쉽게 들켜버렸다.“내가 왜 전에 말을 안 했는지 알아? 왜냐하면 그건 나에게 큰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야, 네가 내 앞에서 그렇게 열심히 연기하는데 수고비라도 줘야 하지 않겠어?”그는 담담하게 말했다.놀란 그녀는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얼굴이 마치 누군가에게 뺨을 여러 대 맞은 것처럼 아팠다.“그런데 연기를 과하게 하면서 잘난 척하는 꼴이 너무 보기 싫었어.”강현수는 안색이 어두워지며 3억짜리 시계를 임유라의 손목에서 떼어내었다.“너를 띄워주는 건 네가 제멋대로 해도 된다는 뜻이 아니야, 난 언제나 널 망쳐버릴 수 있어.”말을 마치자 그는 손에 힘을 빼더니 명품 시계는 바닥에 떨어졌다.임유라는 놀란 채 숨을 들이쉬었고 온몸은 뻣뻣하게 굳었다. “그리고, 오늘 밤 연회에 안 가도 돼.”강현수는 말을 마치고 곧장 대기실에서 나갔으며 임유라에게 변명을 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그녀는 안절부절못하며 바닥에 있는 그 시계를 바라보았다.‘3억짜리 시계인데, 이런 비싼 명품 시계는 차 본 적도 없는데 이걸 이런 식으로 바닥에 버리다니.’임유라는 주먹을 꽉 쥐면서 이 모든 건 임유진의 잘못 때문이라 생각했다.오늘 밤 연회는 S 시의 최고 유명 인사들의 모임이다. 그녀는 특별히 프랑스에서 드레스를 공수 해왔다. 그 만큼 이번 연회를 무척이나 기대했다. 연회를 통해 인지도를 넓히고 각계 유명 인사들을 많이 만나 인맥을 쌓고 싶었다.그러나 임유진 때문에 연회에 못 가게 되였다. ‘반드시 복수할 거야.’S 성 최고 유명 인사들의 연회는 당연히 수많은 기자들을 끌어모았다. 그러나 이런 연회는 아무 기자나 들어갈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많은 기자들은 그저 연회장 입구를 막고 값진 사진을 찍는 것밖에 시도 할 수 있는 게 없었다.고급 차들은 연회장 입구에 줄줄이 세워졌다. 차에서 내리는 사람들은 모두 S 성의 각계각층의 유명 인사들이었다.갑자기 검은색 벤틀리가 입구에 세워졌다. 번호판을 본 일부 베테랑 기자들은 눈치를 챈
오늘 밤 연회에는 톱스타들도 참석했지만 강지혁은 그들 못지않게 멋진 아우라를 뿜어냈다.그는 예쁜 얼굴과 고혹적인 꽃사슴 같은 눈동자를 가지고 있다. 활짝 웃으며 사람을 바라보면서 입가에 잔잔한 미소가 번진 모습은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화려하고 남녀를 불문하고 그에게 빠져들게 만들었다.하지만 이 눈동자에 차가운 기운이 돌 때는 사람들로 하여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묘한 압박감을 느끼게 한다.강지혁은 눈을 반쯤 늘어뜨린 채 경호원과 경비원의 보호를 받고 있었다. 잘 재단된 검은 슈트는 늘씬하고 긴 몸을 감싸고 있어 비율이 좋아 보였고 온몸에는 우아함이 묻어났다.강지혁은 기자들이 인정하는 패니스트이다.그러나 오늘은 예외였다.다른 건 아무 문제 없지만 강지혁이 두른 연보라색 목도리와 손에 낀 같은 색 계열의 장갑은 아무리 봐도 이상한 것 같았다.“저 목도리와 장갑은 강지혁 씨의 평소 스타일이 아닌 것 같네요.”기자들은 속삭이기 시작했다.“좀 거칠어 보이기도 하고 낡아 보이네요, 혹시 어느 브랜드에서 새로 나온 빈티지 스타일인가?”“연보라색은 웬만한 남자와 어울리지 않는데, 강지혁 씨가 하니까 정말 잘 어울리는 것 같네요.”그가 사진 찍히는 것을 싫어한다는 걸 대부분 알고 있었지만 몰래 찍는 기자들도 있었다.그러나 더 수상한 건, 사진을 찍는 것을 본 경호원이 기자에게 다가가려고 할 때 강지혁이 슬쩍 뭐라고 하니 경호원이 다시 걸음을 멈춘 것이었다.강지혁이 회의장에 들어서자 몰래 찍던 기자는 숨을 돌렸다.그는 방금 경호원이 자기 앞으로 다가와 핸드폰에 있는 사진을 삭제해 달라고 할 줄 알았다.강지혁이 회의장에 들어서니 자연히 이슈가 되었고, 굉장히 많은 유명 인사들이 그에게 다가가려고 안간힘을 썼다.이한은 강지혁의 곁으로 다가와 그의 옷차림을 살폈다.“옷은 정말 눈에 띄네, 근데 목도리와 장갑은 너의 스타일이 아닌 것 같네?”강지혁은 눈썹을 치켜세웠다.“내 스타일이 어떤 건데?”‘아무튼 이런 부드러운 색상의 목도리와 장갑은 절대 하지
강지혁은 이한을 힐끗 본 후에 이한은 주위에 어떤 양집의 규수가 숨을 내쉬며 중얼거리는 소리로,“어머나, 흰 눈이 저렇게 예쁘게 뒤집다니!” 이렇게 말했다.“…….”이한은 순간 토하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강지혁은 그저 눈만 뒤집었을 뿐인데, 저 상사병을 앓는 여자들이 감탄할 만한 가치가 있긴 한 걸까?’강지혁이 장갑을 벗었을 때, 이한은 갑자기 무언가를 발견한 것처럼 문득 강지혁의 손에서 장갑을 움켜쥐었다. “어? 이 장갑은 손으로 짠 것 같은데, 뜨개질 솜씨가 별로야.”이한은 의심스러운 표정으로 이 장갑을 평가했다.“그리고 이 털실은 아무리 봐도 낡은 털실 같은데, 이 장갑은 어느 매장에서 속아서 산 거 아니야? 이런 장갑을 너한테 팔다니?”“누가 샀다고 했어.” 강지혁은 담담하게 말했다.이한은 턱이 갑자기 땅에 떨어진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산 것이 아니라면 설마.’“설마 다른 사람이 짜서 너에게 선물로 준 건 아니겠지?”강지혁은 대답하지 않았지만 그 표정은 부정하는 표정은 아니었다.이한은 머리가 좀 어지러웠다.‘정말 다른 사람이 준 거야? 강지혁의 성격으로는 이런 것을 아예 안 차고 다니잖아.’‘하지만 오늘 착용했을 뿐만 아니라 이렇게 공개된 자리에서 이런 걸 착용하다니.’‘도대체 누가 짠 거야?! 어떤 사람이 이렇게 뜨개질을…… 어, 어떻게 이렇게 별로인 목도리와 장갑을 낄 수 있는 거지?’이한의 머릿속에는 소문으로만 듣던 섣달그믐날 저녁에, 친구가 김문철을 버리고 S시 근처의 작은 마을로 달려가 구해낸 그 여인이 한순간에 스쳐 지나갔다.심지어 그 여자를 위해 현지 경찰서에까지 대동했었다.‘설마 그 여자인가?!’한창 생각하고 있을 때 강지혁은 이미 이한을 향해 손바닥을 내밀었다.“돌려줘.”“아!”이한은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장갑을 강지혁에게 돌려주려 할 때 옆에서 소리 하나가 울렸다.“이 장갑은?” 이한은 먼저 제대로 말했다.“이것은 지혁이 오늘 낀 장갑인데, 아니면.”다만 그의 말이 아직
이한는 농담을 하고 있었지만 어차피 그는 친구가 여자 친구를 바꾸는 데는 이미 익숙해진 상태였다.만약 시간이 지나도 여자 친구를 바꾸지 않았다면, 그게 오히려 더 이상할 것만 같았다.다만 지금 사귀는 이 어린 아이돌은 헤어진다면 현수 곁에서 가장 짧은 시간을 보낸 여자 친구가 될 것으로 보였다.“응, 마음에 들었어.” 강현수는 장난처럼 말했지만, 눈빛은 여전히 강지혁의 시선을 마주하고 있었다.이한은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강지혁의 얼굴이 갑자기 어두워졌고 주변 공기마저 얼어붙는 것 같았다.“아이고, 지혁, 너는 왜 그래? 표정이 이렇게 심각해졌어?”이한은 이유도 모른 채 그에게 물었다. 다만 분위기가 조금 이상한 것을 느꼈다.강지혁은 이한을 무시했고 검은 눈동자는 강현수를 쳐다봤다. 그러다 갑자기 입꼬리를 가볍게 치켜세웠다.“그 배우가, 설마 네 여자 친구의 누나는 아니겠지?”“그래, 공교롭게도 맞아.” 강현수이 말했다.강지혁의 입꼬리는 더욱 심하게 올라갔지만 그의 눈빛은 여전히 차가웠다.“그래, 정말 공교롭네.”이 말을 마치자마자 그는 몸을 돌려 회의장 출구 방향으로 걸어갔다.이한은 알 수 없는 얼굴로 곁에 서 있는 강현수를 보았다.“지혁이는 갔어? 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강현수는 강지혁의 뒷모습을 쳐다보고 있었는데 그의 안색도 똑같이 굳어 있는 거 같았다.“너희들 방금 내가 알아듣지 못하는 말을 했지?”이한이 물었다. 방금 이 두 친구가 한 말을 분명히 한마디 한마디 다 알아들었지만 그는 알아듣지 못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그들의 반응을 이해 못 할 수 있을까?“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일이 좀 있었어. 정말 우연한 일치야.” 강현수는 눈을 가리고 이렇게 말했다.‘그도 예전에 이한에게 들은 적이 있었다. 지혁이 한 여자를 신경을 쓰고 있는 것 같다고. 다만 지혁이 신경을 쓰는 그 여자가 임무진이라고는 생각 못했다.’임유진은 이때 배달 음식을 먹으면서 휴대전화를 켜 마음대로 프로그램을 뒤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