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대표님만 동의한다면 임유진 씨는 언제든지 퇴원할 수 있어요.”의사가 말했다.임유진은 갑자기 복잡한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퇴원조차도 강지혁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네, 알겠습니다.”그녀가 대답했다.의사와 간호사가 떠난 후 그녀는 화장실에 들어가 거울 속의 자신을 바라보았다. 거울 속 청아한 얼굴, 수려한 눈썹, 살구 같은 눈동자, 오뚝한 코와 분홍색 입술이 불빛 아래에서 한 줄기 빛을 띠고 있었다.일반인들과 비교하면 꽤 괜찮은 얼굴이지만 강지혁의 곁에는 화려한 미인이 많아 그 사람들 비교하면 그렇게 뛰어난 외모도 아니다.강지혁은 도대체 그녀의 무엇이 마음에 들었을까? 임유진은 쓴웃음을 지었다. 그녀가 처음에 그를 노숙자로 오해한 일을 그는 재미있다고 느꼈다. 아무튼 강지혁은 이 남매 게임을 계속하고 싶은 걸까?그녀는 손을 들어 자신의 입술을 가볍게 어루만졌고, 머릿속에는 그가 그녀에게 키스하던 광경이 스쳐 지나갔다.그녀는 지영이가 했던 말이 기억났다.“유진아, 네 입술이 예쁜 거 알아?”“입술이 예쁘다고?”그녀는 지금까지 입술에 신경 쓴 적이 없다. 단지 입술이 못생기지 않았을 뿐 그다지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맞아. 아주 예뻐. 네 입술을 보면 키스하고 싶은 충동이 들어. 음…… 남자들이 원하는 그런 입술 모양이야.”그때 그녀는 웃기만 했다. 정말 이상한 표현이다!그리고 지금, 강지혁과 키스했다는 걸 떠올리면 자연스럽게 입술이 뜨거워졌다.‘더 이상 생각하지 마, 더 이상 생각하지 마!’임유진은 끊임없이 마음속으로 말했다. 그리고 그날 강지혁이 그녀에게 선택의 기회를 주겠다고 말한 건 거짓말이 아닐 것이다.그와 같은 남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그냥 모든 것을 꿈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단지 꿈일 뿐이다. 꿈속에서 그녀는 혁이라는 남자를 알게 되었고 그들은 서로를 소중히 여기고 행복하게 지냈었다. 하지만 지금은 꿈에서 깨어났으니 그녀는 혼자일 수밖에.임유진은 화장실을 나와 병원으로 온 날 입었던 옷으로 갈아입었다
“네.”고이준은 곧바로 대답하고는 강지혁을 따라 저택에서 나와 병원으로 향했다.강지혁이 병실에 들어서자 임유진은 점잖게 소파에 앉아있었다.그렇다, 말 그대로 정말 점잖다.그녀는 허리를 곧게 펴고 두 손을 무릎에 둔 채 교과서적인 자세로 앉아 있었다.“퇴원하려고?”강지혁이 물었다.“응.”그녀는 대답을 하면서 그의 목에 있는 목도리에 시선이 갔다. 그녀가 직접 짠 목도리이다. 그가 겨울을 따뜻하게 지내길 바라면서 짠 것이다.하지만 그녀는 쓸데없는 짓을 한 거다. 그에겐 목도리도 아주 많고 따뜻한 겨울을 보낼 방법도 아주 많아 그녀가 선물한 목도리 따위 필요 없을 것이다.“다시 한번 선택의 기회를 줄게. 잘 생각하고 대답해 줘. 정말 내 곁에 있지 않을 거야?”그가 물었다.여태껏 그는 다른 사람에게 두 번의 기회는 주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예외인 것만 같았다.그녀는 머리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마치 저기압으로 가득 찬 것처럼 주위의 공기와 함께 사람을 갉아먹을 것만 그의 눈빛에 압박감이 느껴졌다.그 순간, 그녀는 일종의 위기감을 느꼈다. 뭔가 대답을 잘못한다면 그녀는 다시 돌아오지 못할 것만 같았다.거절? 아니면 승낙?강지혁의 곁에 남기만 한다면 그녀의 운명은 바뀔 수도 있다.하지만…… 그가 이 관계에 질려버린다면 그녀는 어떤 결말을 맞이할까? 지금보 더 비참해질까?그리고 그는 강지혁이다. 그녀에게는 악몽과 같은 남자였다. 감옥에 있을 때, 심지어 한때는 그의 이름만 들어도 그녀는 몸을 부들부들 떨고 그를 두려워했다.출소 후에 조금 나아졌지만 그의 곁에 계속 있는다면 그 두려움은 그림자처럼 따라다닐 것이고 다시는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응, 난…… 혼자 지내고 싶어. 누구의 곁에도 있고 싶지 않아.”그녀는 침을 꿀꺽 삼키며 대답했다.순식간에 그의 낯은 더 어두워졌고 그의 차가운 눈빛을 본 그녀는 마치 얼어 죽을 것만 같았다.“후회 안 해?”그의 목소리는 위협적이다.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순간 임유진의 몸이 굳었다. 그렇다, 그녀가 아무리 크게 비명을 지른다하더라도 그 누가 들어와서 그녀를 구할 수 있겠는?그녀를 구하면 강지혁과 대립하는게 된다. 누가 그렇게 멍청할까!그녀가 생각에 빠져있을 때 그의 입술이 그녀의 입술에 닿았다.‘싫어! 그러지 마!’그녀는 거의 무의식적으로 그의 입을 덥석 물었다.그리고 그녀의 입에 갑자기 피비린내가 진동했다. 임유진은 흠칫 놀랐다. 그것은……바로 강지혁의 피였다. 그녀가 방금 그의 혀를 깨물었던 것이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여전히 키스를 하며, 그녀가 억지로라도 그의 피를 삼키도록 강요하고 있었다!얼마나 오래 한 건지 키스가 끝날 쯤에는 그녀 입술이 저리고 입에서는 피비린내가 나 죽을 지경이었다.“맛있어?”강지혁이 가볍게 말하면서 입꼬리를 씩 올리자 입꼬리를 타고 붉은 피가 흘러내렸다.그의 옅은 미소에 선홍빛 피가 더해지자 그가 더 멋져 보였다.그녀의 입에서 나는 피비린내는 정말 강렬했고 피가 섞인 침이 마찬가지로 그녀의 입가를 타고 흘러내렸다.그는 손가락을 들어 그녀 입가의 선홍색 피를 가볍게 닦았다.“내 피를 마신 여자는 처음이야. 누나 덕분에 처음 겪는일들을 정말 여러 번 겪었어.”“날 좀 놓아줘.”그녀가 씁쓸하게 말했다.“그렇게 내 곁에 있는 게 싫어?”강지혁은 질문을 하며 그녀의 머리카락을 가볍게 어루만졌다.그의 행동은 부드러웠지만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몸을 부들부들 떨었고 약간의 소름이 돋았다.“난 단지…… 편안하게 살고 싶어.”그녀는 매번 침을 삼킬 때마다 그의 피를 마시고 있는 것 같았다.“내 곁에 있는 것이 불편해?”그는 웃으며 말했다.임유진의 몸은 순식간에 굳었고 눈을 감고 꼼짝도 할 수 없었다.몸부림이 소용없다면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감내할 뿐.그녀는 감옥에 있을 때 이걸 깨달았다.강지혁은 임유진의 입술에 키스를 했고 그녀의 목에도 키스를 하고 있다…….‘참자, 참자, 강지혁이 아니라 혁이라고 생각해.’그녀는 마음속으로 끊임
그 긴 그림자는 화장실 밖에 서 있었다. 아름다운 얼굴은 온데간데없고 깊은 어둠만이 드리워져 있었다.강지혁은 칠흑 같은 눈동자, 음산한 얼굴로 그녀를 쳐다보았다.“내가 그 정도로 역겨워?”그녀의 창백한 얼굴과 움츠러든 몸은 마치 그를 엄청 먼 곳으로 밀어 떨어뜨린 것 같았다.강지혁은 얇은 입술을 꼭 오므리고 있었다. 그에게 왜 이런 여자가 필요한 것일까? 그는 강지혁인데 S시에서 어떤 여자든 자신의 여자로 만들어 가질 수 있을 텐데.그녀는 그저 평범한 여자일 뿐이다, 물론 조금 재미는 있지만…… 그리고 그도 자신을 이렇게 싫어하는 여자를 원하지 않을 것이다.“좋아. 임유진, 내가 역겨우면 널 놓아줄게.”강지혁이 말하는 순간 그 복숭아꽃을 닮은 눈동자는 차가움만 가득했다.“하지만 미리 말할게. 앞으로 네가 후회해도 난 널 원하지 않을 거야. 난 강지혁이야. 두 번의 기회는 주지 않아.”말이 끝나자 그는 바로 머리를 돌려 병실을 나갔다.임유진은 여전히 두 팔로 세면대를 받치고 있었다. 마치 모든 힘을 다 써서 이미 녹초가 된 것 같았다.그 말은…… 그녀가 퇴원해도 된다는 의미일까?그녀는 헝클어진 옷을 다시 정리하고 머리를 빗은 뒤 거울 속 창백한 자신을 보며 쓴웃음을 지었다.임유진이 병원 대문까지 걸어갔을 때쯤 갑자기 어떤 사람이 그녀에게로 달려왔다.“저 사람이야. 저 여자가 교통사고로 사람을 죽인 임유진이야!”“세상에, 정말 이 병원에 입원해 있었네! 사람을 죽이고 3년 만에 출소하다니. 목숨 하나에 3년은 너무 짧잖아!”“세령이가 그 당시 언니 때문에 얼마나 많이 슬퍼했다고! 저 여자 때문에 그렇게 슬퍼한 거야! 저 사람이 세령이가 언니를 잃게 만들었어!”사람들은 입으로만 말하는 것이 아니라 손에 들고 있던 나뭇잎과 썩은 계란까지 임유진을 향해 던졌다.임유진은 최선을 다해 피했지만 전부 피하지는 못했다.그리고 옆에서는 기자들이 사진을 찍고 있는데, 마치 기사를 만려고 준비하는 것 같았다.멀지 않은 곳, 검은색 벤틀리 차 안에
임유진은 초라한 모습으로 임대주택에 돌아왔다. 구정 전날 떠났다가 오늘 돌아오기까지 불과 며칠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마치 인생 만사를 다 겪은 것만 같았다.돌아온 좁은 셋방의 공기 중에는 마치 차가운 기운이 배어 있는 것만 같았다. 임유진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오늘부터 임유진은 혼자다.이제 아무도 그녀와 함께 지내지 않을 것이고 깊은 밤 인적이 드문 시간에도 그녀는 그 누구와도 이야기를 나누지도 못할 것이다. 당연히 웃으면서 그녀를 누나라고 불러 줄 사람도 없을 것이다.그녀는 갈아입을 옷을 챙겨 자신의 초라해진 몰골을 씻고 나서 다시 방을 정리하기 시작했다.물론 강지혁이 이곳에 산 기간은 길지 않지만 방안에는 수 많은 그의 흔적이 남아있었다. 그가 사용했던 그릇과 젓가락, 컵, 수건과 칫솔, 그가 입었던 옷과 신발까지…….그녀는 그 물건들을 하나하나 정리하고 종이 박스에 넣었다.‘왜 버리지 않고?’그녀는 스스로 질문했다.그 물건들은 쌓아두면 자리만 차지할 뿐이다. 하지만 그녀는 이렇게나마 그것들을 쌓아두고 싶다. 이렇게 말하면 웃기겠지만 그녀는 혁이와 같이 지내던 시간이 그립다.분명히 그때 혁이는 허황된 것이고 강지혁이 만들어 낸 허상에 지나지 않지만…… 혁이를 향한 그녀의 마음속 감정은 진심이다!혁이와 있던 날들은 정말 즐거웠고 더 이상 혼자가 아닌 것만 같았다.임유진은 마지막으로 침대 머리에 놓여 있는 만들다 만 장갑을 집어 들었다. 원래 시간을 내서라도 완성하려고 했지만 지금은…… 영원히 완성될 수가 없는 장갑.임유진은 장갑을 만들던 바늘과 털실을 박스에 넣은 다음 테이프로 포장하고 구석에다 보관했다.앞으로 그녀는 혼자 살게 될 것이고 혁이는 그저 꿈속의 한 사람에 불과하다.임유진은 이렇게 자신에게 말했다.저녁이 되자 그녀는 방에 불을 끄지 않고 채로 잠에 들었다. 출소 후 혁이가 없을 때 그녀는 항상 이렇게 불을 켜놓고 잤다. 어둠이 감옥에서의 일을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었다.그러나 혁이와 같이 지내게 된 후 그녀는 언제부
그 증거들과 증인들의 진술에 대해서는 지금까지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도대체 그 사람들은 왜 널 괴롭히는 거야. 아무것도 모르면서 비판만 하잖아.”한지영은 분노했다.하지만 임유진은 평온한 거 같았다.“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야.”한지영은 친구의 몸에 생긴 상처를 떠올리고 자신도 모르게 한숨을 쉬었다. 출소한 그녀를 데리러 갔을 때 그녀의 상처를 본 적이 있었다. 새로 생긴 상처도 있고 오래된 상처도 있었다.감옥에서 무슨 일을 겪었는지 모르지만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아마 유진이는 감옥에서 엄청나게 고생했을 것이다.“혁이가 진짜 강지혁이야?”한지영은 화제를 바꾸어 물었다.“응.”임유진이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왜 강지혁이 노숙자 행세까지 하면서 너랑 같이 임대주택에서 그렇게 오랫동안 지낸 거야?”한지영은 아무리 생각해도 납득이 가지 않았다. 설마 강지혁에게 특별한 취미가 있는 것일까?“그에게는 게임일 뿐이야.”임유진이 씁쓸하게 말했다. 임유진이 직접 그에게 이런 말을 들었을 때에는 정말 숨이 콱 막혔었다.그녀에게 그렇게 잘해주던 혁이, 그녀의 손을 따뜻하게 해주고, 그녀를 기다리고, 조용하게 그녀의 하소연을 들어주던 혁이가 단지 게임을 위해 만든 캐릭터라는 걸 듣게 된 순간 그녀의 가슴은 쿵 하고 내려앉았다.“게임?”한지영은 이해할 수 없었다.“맞아. 부자들은 일상이 지루해 시간을 보내려고 게임을 하는 거야.”임유진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한지영은 순간 어떻게 친구를 위로해야 할지 고민했다. 그녀는 임유진이 제일 싫어하고 두려워하는 것이 그녀를 속이는 것임을 잘 알고 있었다.강지혁은 유진에게 정말 큰 충격을 가했다.임유진은 머리를 들어 싱긋 웃었다.“난 괜찮아. 걱정하지 마. 그리고 지금은 그와 아무 사이도 아니야. 게임은 이미 끝났어. 어차피 내가 손해 본 것도 없고 그냥 원래 내 혼자의 삶으로 돌아갔을 뿐이야.”하지만 그녀의 미소에 한지영은 눈물이 났다.“그럼 내가 여기로 이사 올게. 나랑 같이 살자.”“
“걱정하지 마, 괜찮아.”임유진이 대답했다. 사실 환경위생과도 그녀가 교통사고로 진애령을 죽여 3년 동안 감옥살이를 한 일을 알고 있었다.…….소파에 비스듬히 기대 있던 남자는 한 손은 턱을 받치고 다른 한 손은 술잔을 든 채 와인을 홀짝이고 있다. 남자는 아름답고 순수해 보였다. 가볍게 힐끗 보기만 해도 수많은 여자들을 유혹할 수 있을 거 같았다.그가 나른하게 술에 취해버린 모습은 섹시해 보였다.그렇다. S시에 그렇게 많은 여자들이 그에게 반한 건 다 이유가 있다! 이한은 혼자 술을 마시고 있는 강지혁을 보면서 마음속으로 감탄했다. 그러나 그에게 반하더라도 행동으로 나서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나섰던 사람들은 결국 그를 화나게 만들어 엄청나게 비참한 결말들을 맞이했고 S시의 우스갯소리가 되었기 때문이다.“왜 여기까지 와서 혼자 술 마셔? 친구를 만날거면 여자를 데리고 와야지. 소개 좀 해줘. 구정 전날 할아버지를 버리고 찾아간 여자가 누구인지 궁금해.”이한이 말했다.이한은 그 여자가 너무 궁금하다. 비록 강지혁이 그냥 게임일 뿐 볼 가치는 없다고 말했지만 그는 강지혁이 다른 여자와 그런 게임을 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그래서 이한은 강지혁이 한 말을 믿지 않았다.강지혁은 술을 마시며 손가락을 까딱거렸다. 그리고 그 복숭아꽃을 닮은 눈동자로 웃는 듯 마는 듯 이한을 바라보았다.“그래? 그렇게 보고 싶어?”이한은 그 말을 듣고 몸에 소름이 돋았고 위기감 같은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뭔가 지금 그가 머리를 끄덕인다면 나쁜 일이 일어날 것만 같았다.그가 방금 한 말이 상대방의 금기의 선을 넘은 거 같았다.여자가 지혁의…… 금기? 그 여자가 강지혁에게 아주 중요한 것일까, 아님 내가 너무 오버하는 것일까?이한은 자신이 너무 오버한다고 생각하고 곧바로 활짝 웃었다.“아니, 아니야. 보고 싶지 않아. 됐지.”두 사람이 말을 하던 도중 이한은 입구에서 다른 두 사람이 걸어들어오는 것을 보며 화제를 바꿨다.“현수 왔네. 또 새 여자친구를 데려
심지어 임유라가 강현수에게 키스하려 할 때도 현수는 거절했다.이것 때문에 유라는 불안했다. 유라는 현수의 여자친구를 바꾸는 속도를 알고 있으며 사람들이 현수가 여자를 짧게 만나고 몇 개월 사이에 질려한다고 했다.유라는 어떻게든 현수의 마음을 잡아야 하고 자신을 질리게 해서는 안 된다. 유라는 고작 몇 개월 동안만 여자친구가 될 생각이 없다. 하지만 이런 남자 곁에 있을수록 더 많은 것을 원하게 되었다.이렇게 좋은 생활을 하게 되었는데 누가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을까?하물며…… 유라는 자신의 옆에 있는 현수의 준수한 옆모습을 바라보았다. 이 남자는 아주 쉽게 여자를 홀릴 수 있으며 유라도 쉽게 다른 남자를 홀릴 수 있다.유라가 현수와 친해지고 싶은 건 현수가 유라에게 준 부귀영화뿐만 아니라 진정 현수를 원하기 때문이다.현수의 날카로운 눈빛이 유라를 바라볼 때 유라는 주체할 수 없이 설렜다.하여 유라는 어떻게든 현수를 잡아야 한다.“오늘 친구를 소개해 줄게.”유라의 귓가에 현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그래.”유라는 점잖게 대답했다.현수의 친구는 당연히 부자다!다만 유라가 현수가 말한 친구를 보았을 때 순간 멍을 때렸다.이 남자가 현수의 친구란 말인가? 하지만 왜 임유진의 월세방에서 본 그 남자랑 닮은 것일까?비록 옷차림도 다르고 월세방 남자는 두꺼운 앞머리가 있지만, 눈앞에 있는 강지혁은 앞머리를 반듯하게 빗고 반들반들한 이마를 드러냈다.설마 같은 사람이 아닐까?유라가 생각에 잠겼을 때 현수가 말했다.“유라야, 강지혁이야. S시에서 누구든 건드려도 되는데 강지혁은 건드리지 마. 강지혁을 건드렸다가는 나도 널 못 지켜줘.”현수는 아주 평범한 일을 말하는 것처럼 덤덤한 어투였지만 유라는 번개를 맞은 것 같았다.그동안 두 사람이 지내면서 현수는 항상 유라를 지켜줄 수 있다고 했지만, 처음으로 지켜주지 못한다고 했다.그리고 눈앞에 있는 남자가 강지혁이란 말인가? S시 사람들은 모두 알지만 인터넷에서는 정면 사진도 찾을 수 없는 강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