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긴 그림자는 화장실 밖에 서 있었다. 아름다운 얼굴은 온데간데없고 깊은 어둠만이 드리워져 있었다.강지혁은 칠흑 같은 눈동자, 음산한 얼굴로 그녀를 쳐다보았다.“내가 그 정도로 역겨워?”그녀의 창백한 얼굴과 움츠러든 몸은 마치 그를 엄청 먼 곳으로 밀어 떨어뜨린 것 같았다.강지혁은 얇은 입술을 꼭 오므리고 있었다. 그에게 왜 이런 여자가 필요한 것일까? 그는 강지혁인데 S시에서 어떤 여자든 자신의 여자로 만들어 가질 수 있을 텐데.그녀는 그저 평범한 여자일 뿐이다, 물론 조금 재미는 있지만…… 그리고 그도 자신을 이렇게 싫어하는 여자를 원하지 않을 것이다.“좋아. 임유진, 내가 역겨우면 널 놓아줄게.”강지혁이 말하는 순간 그 복숭아꽃을 닮은 눈동자는 차가움만 가득했다.“하지만 미리 말할게. 앞으로 네가 후회해도 난 널 원하지 않을 거야. 난 강지혁이야. 두 번의 기회는 주지 않아.”말이 끝나자 그는 바로 머리를 돌려 병실을 나갔다.임유진은 여전히 두 팔로 세면대를 받치고 있었다. 마치 모든 힘을 다 써서 이미 녹초가 된 것 같았다.그 말은…… 그녀가 퇴원해도 된다는 의미일까?그녀는 헝클어진 옷을 다시 정리하고 머리를 빗은 뒤 거울 속 창백한 자신을 보며 쓴웃음을 지었다.임유진이 병원 대문까지 걸어갔을 때쯤 갑자기 어떤 사람이 그녀에게로 달려왔다.“저 사람이야. 저 여자가 교통사고로 사람을 죽인 임유진이야!”“세상에, 정말 이 병원에 입원해 있었네! 사람을 죽이고 3년 만에 출소하다니. 목숨 하나에 3년은 너무 짧잖아!”“세령이가 그 당시 언니 때문에 얼마나 많이 슬퍼했다고! 저 여자 때문에 그렇게 슬퍼한 거야! 저 사람이 세령이가 언니를 잃게 만들었어!”사람들은 입으로만 말하는 것이 아니라 손에 들고 있던 나뭇잎과 썩은 계란까지 임유진을 향해 던졌다.임유진은 최선을 다해 피했지만 전부 피하지는 못했다.그리고 옆에서는 기자들이 사진을 찍고 있는데, 마치 기사를 만려고 준비하는 것 같았다.멀지 않은 곳, 검은색 벤틀리 차 안에
임유진은 초라한 모습으로 임대주택에 돌아왔다. 구정 전날 떠났다가 오늘 돌아오기까지 불과 며칠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마치 인생 만사를 다 겪은 것만 같았다.돌아온 좁은 셋방의 공기 중에는 마치 차가운 기운이 배어 있는 것만 같았다. 임유진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오늘부터 임유진은 혼자다.이제 아무도 그녀와 함께 지내지 않을 것이고 깊은 밤 인적이 드문 시간에도 그녀는 그 누구와도 이야기를 나누지도 못할 것이다. 당연히 웃으면서 그녀를 누나라고 불러 줄 사람도 없을 것이다.그녀는 갈아입을 옷을 챙겨 자신의 초라해진 몰골을 씻고 나서 다시 방을 정리하기 시작했다.물론 강지혁이 이곳에 산 기간은 길지 않지만 방안에는 수 많은 그의 흔적이 남아있었다. 그가 사용했던 그릇과 젓가락, 컵, 수건과 칫솔, 그가 입었던 옷과 신발까지…….그녀는 그 물건들을 하나하나 정리하고 종이 박스에 넣었다.‘왜 버리지 않고?’그녀는 스스로 질문했다.그 물건들은 쌓아두면 자리만 차지할 뿐이다. 하지만 그녀는 이렇게나마 그것들을 쌓아두고 싶다. 이렇게 말하면 웃기겠지만 그녀는 혁이와 같이 지내던 시간이 그립다.분명히 그때 혁이는 허황된 것이고 강지혁이 만들어 낸 허상에 지나지 않지만…… 혁이를 향한 그녀의 마음속 감정은 진심이다!혁이와 있던 날들은 정말 즐거웠고 더 이상 혼자가 아닌 것만 같았다.임유진은 마지막으로 침대 머리에 놓여 있는 만들다 만 장갑을 집어 들었다. 원래 시간을 내서라도 완성하려고 했지만 지금은…… 영원히 완성될 수가 없는 장갑.임유진은 장갑을 만들던 바늘과 털실을 박스에 넣은 다음 테이프로 포장하고 구석에다 보관했다.앞으로 그녀는 혼자 살게 될 것이고 혁이는 그저 꿈속의 한 사람에 불과하다.임유진은 이렇게 자신에게 말했다.저녁이 되자 그녀는 방에 불을 끄지 않고 채로 잠에 들었다. 출소 후 혁이가 없을 때 그녀는 항상 이렇게 불을 켜놓고 잤다. 어둠이 감옥에서의 일을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었다.그러나 혁이와 같이 지내게 된 후 그녀는 언제부
그 증거들과 증인들의 진술에 대해서는 지금까지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도대체 그 사람들은 왜 널 괴롭히는 거야. 아무것도 모르면서 비판만 하잖아.”한지영은 분노했다.하지만 임유진은 평온한 거 같았다.“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야.”한지영은 친구의 몸에 생긴 상처를 떠올리고 자신도 모르게 한숨을 쉬었다. 출소한 그녀를 데리러 갔을 때 그녀의 상처를 본 적이 있었다. 새로 생긴 상처도 있고 오래된 상처도 있었다.감옥에서 무슨 일을 겪었는지 모르지만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아마 유진이는 감옥에서 엄청나게 고생했을 것이다.“혁이가 진짜 강지혁이야?”한지영은 화제를 바꾸어 물었다.“응.”임유진이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왜 강지혁이 노숙자 행세까지 하면서 너랑 같이 임대주택에서 그렇게 오랫동안 지낸 거야?”한지영은 아무리 생각해도 납득이 가지 않았다. 설마 강지혁에게 특별한 취미가 있는 것일까?“그에게는 게임일 뿐이야.”임유진이 씁쓸하게 말했다. 임유진이 직접 그에게 이런 말을 들었을 때에는 정말 숨이 콱 막혔었다.그녀에게 그렇게 잘해주던 혁이, 그녀의 손을 따뜻하게 해주고, 그녀를 기다리고, 조용하게 그녀의 하소연을 들어주던 혁이가 단지 게임을 위해 만든 캐릭터라는 걸 듣게 된 순간 그녀의 가슴은 쿵 하고 내려앉았다.“게임?”한지영은 이해할 수 없었다.“맞아. 부자들은 일상이 지루해 시간을 보내려고 게임을 하는 거야.”임유진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한지영은 순간 어떻게 친구를 위로해야 할지 고민했다. 그녀는 임유진이 제일 싫어하고 두려워하는 것이 그녀를 속이는 것임을 잘 알고 있었다.강지혁은 유진에게 정말 큰 충격을 가했다.임유진은 머리를 들어 싱긋 웃었다.“난 괜찮아. 걱정하지 마. 그리고 지금은 그와 아무 사이도 아니야. 게임은 이미 끝났어. 어차피 내가 손해 본 것도 없고 그냥 원래 내 혼자의 삶으로 돌아갔을 뿐이야.”하지만 그녀의 미소에 한지영은 눈물이 났다.“그럼 내가 여기로 이사 올게. 나랑 같이 살자.”“
“걱정하지 마, 괜찮아.”임유진이 대답했다. 사실 환경위생과도 그녀가 교통사고로 진애령을 죽여 3년 동안 감옥살이를 한 일을 알고 있었다.…….소파에 비스듬히 기대 있던 남자는 한 손은 턱을 받치고 다른 한 손은 술잔을 든 채 와인을 홀짝이고 있다. 남자는 아름답고 순수해 보였다. 가볍게 힐끗 보기만 해도 수많은 여자들을 유혹할 수 있을 거 같았다.그가 나른하게 술에 취해버린 모습은 섹시해 보였다.그렇다. S시에 그렇게 많은 여자들이 그에게 반한 건 다 이유가 있다! 이한은 혼자 술을 마시고 있는 강지혁을 보면서 마음속으로 감탄했다. 그러나 그에게 반하더라도 행동으로 나서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나섰던 사람들은 결국 그를 화나게 만들어 엄청나게 비참한 결말들을 맞이했고 S시의 우스갯소리가 되었기 때문이다.“왜 여기까지 와서 혼자 술 마셔? 친구를 만날거면 여자를 데리고 와야지. 소개 좀 해줘. 구정 전날 할아버지를 버리고 찾아간 여자가 누구인지 궁금해.”이한이 말했다.이한은 그 여자가 너무 궁금하다. 비록 강지혁이 그냥 게임일 뿐 볼 가치는 없다고 말했지만 그는 강지혁이 다른 여자와 그런 게임을 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그래서 이한은 강지혁이 한 말을 믿지 않았다.강지혁은 술을 마시며 손가락을 까딱거렸다. 그리고 그 복숭아꽃을 닮은 눈동자로 웃는 듯 마는 듯 이한을 바라보았다.“그래? 그렇게 보고 싶어?”이한은 그 말을 듣고 몸에 소름이 돋았고 위기감 같은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뭔가 지금 그가 머리를 끄덕인다면 나쁜 일이 일어날 것만 같았다.그가 방금 한 말이 상대방의 금기의 선을 넘은 거 같았다.여자가 지혁의…… 금기? 그 여자가 강지혁에게 아주 중요한 것일까, 아님 내가 너무 오버하는 것일까?이한은 자신이 너무 오버한다고 생각하고 곧바로 활짝 웃었다.“아니, 아니야. 보고 싶지 않아. 됐지.”두 사람이 말을 하던 도중 이한은 입구에서 다른 두 사람이 걸어들어오는 것을 보며 화제를 바꿨다.“현수 왔네. 또 새 여자친구를 데려
심지어 임유라가 강현수에게 키스하려 할 때도 현수는 거절했다.이것 때문에 유라는 불안했다. 유라는 현수의 여자친구를 바꾸는 속도를 알고 있으며 사람들이 현수가 여자를 짧게 만나고 몇 개월 사이에 질려한다고 했다.유라는 어떻게든 현수의 마음을 잡아야 하고 자신을 질리게 해서는 안 된다. 유라는 고작 몇 개월 동안만 여자친구가 될 생각이 없다. 하지만 이런 남자 곁에 있을수록 더 많은 것을 원하게 되었다.이렇게 좋은 생활을 하게 되었는데 누가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을까?하물며…… 유라는 자신의 옆에 있는 현수의 준수한 옆모습을 바라보았다. 이 남자는 아주 쉽게 여자를 홀릴 수 있으며 유라도 쉽게 다른 남자를 홀릴 수 있다.유라가 현수와 친해지고 싶은 건 현수가 유라에게 준 부귀영화뿐만 아니라 진정 현수를 원하기 때문이다.현수의 날카로운 눈빛이 유라를 바라볼 때 유라는 주체할 수 없이 설렜다.하여 유라는 어떻게든 현수를 잡아야 한다.“오늘 친구를 소개해 줄게.”유라의 귓가에 현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그래.”유라는 점잖게 대답했다.현수의 친구는 당연히 부자다!다만 유라가 현수가 말한 친구를 보았을 때 순간 멍을 때렸다.이 남자가 현수의 친구란 말인가? 하지만 왜 임유진의 월세방에서 본 그 남자랑 닮은 것일까?비록 옷차림도 다르고 월세방 남자는 두꺼운 앞머리가 있지만, 눈앞에 있는 강지혁은 앞머리를 반듯하게 빗고 반들반들한 이마를 드러냈다.설마 같은 사람이 아닐까?유라가 생각에 잠겼을 때 현수가 말했다.“유라야, 강지혁이야. S시에서 누구든 건드려도 되는데 강지혁은 건드리지 마. 강지혁을 건드렸다가는 나도 널 못 지켜줘.”현수는 아주 평범한 일을 말하는 것처럼 덤덤한 어투였지만 유라는 번개를 맞은 것 같았다.그동안 두 사람이 지내면서 현수는 항상 유라를 지켜줄 수 있다고 했지만, 처음으로 지켜주지 못한다고 했다.그리고 눈앞에 있는 남자가 강지혁이란 말인가? S시 사람들은 모두 알지만 인터넷에서는 정면 사진도 찾을 수 없는 강지
임유라의 등골이 싸늘했다. 이 사람은…… 설마 진짜……. “왜, 지혁아, 아는 사이야?”옆에 있던 이한은 이상했다. 유라는 삼류스타일 뿐이니 두 사람은 만날 기회가 없을 것이다.“응, 전에 한 번 봤어.”강지혁은 담담하게 말했다.유라는 눈을 부릅뜨고 심장이 목구멍에서 튀어나올 뻔했다. 정말 강지혁이었다…… 임유진과 동거하는 그 남자? 당시 유라의 가족들은 유진이 감옥에서 알게 된 남자라고 생각했다.누가 알았을까, 그 사람이 한 손으로 S시를 가릴 수 있는 강지혁이라는 걸 누가 생각이나 했을까!유라는 순간 머리가 어지러웠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왜 지혁이 유진과 함께 그 초라한 월세방에서 동거한 것일까?강현수는 기이한 눈빛으로 지혁과 유라를 바라보더니 물었다.“유라야, 지혁이와 아는 사이라고 왜 얘기 안 했어?”유라는 흠칫하더니 머쓱하게 웃었다.“난 그때 강지혁 씨가 누구인지도 몰랐어.”유라는 말을 하더니 지혁에게 사과했다.“강지혁 씨, 그때는 조금의 오해가 있었어요. 정말 죄송합니다.”하지만 지혁은 유라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현수에게 말했다.“앞으로 네 여자친구 내 눈앞에 끌어들이지 마. 저 여자 보기 싫어.”유라의 얼굴은 하얗게 질렸지만 감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현수는 순간 생각에 잠긴 듯한 눈빛을 하였다.현수와 유라가 떠난 후 이한이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지혁에게 다가가 물었다.“왜, 현수 여자친구가 네 심기를 건드린 적이 있어?”지혁은 손에 든 채 마시지 않은 남은 술을 단숨에 다 마셨다.유라를 보자 오히려 그 여자가 떠올랐다. 분명 자신의 곁에 있기만 하면 더 좋은 생활을 할 수 있고 더럽고 힘든 일도 할 필요가 없고 남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다. 하지만…… 왜 굳이 거절하는 것일까?심지어…… 자신의 스킨십이 역겨운 것 같았다.‘단지 여자 하나일 뿐이니 신경 쓸 필요도 없어!’지혁은 마음속으로 끊임없이 자기에게 이렇게 말했지만, 마음속의 그 답답함은 오히려 점점 더 강렬해지고 있다.한편 유라는 불안한
심지어 임유라의 입술을 만진 후에도 강현수는 마치 유라에게 더러운 것이 있는 것처럼 깨끗한 수건으로 자신의 손을 닦았다.유라는 이 모순된 행동을 아주 이상해했지만 아무것도 묻지 못했다.“사과할 필요 없어. 넌 내 여자친구야. 넌 나만 신경 쓰면 돼. 다른 건 신경 쓸 필요 없어.”현수가 말했다.현수의 동작은 가볍고 부드러워 마치 보물을 어루만지는 것 같았지만, 현수의 목소리는 또 이렇게 차갑고 낯설었다.가끔 유라는 정말 현수를 이해할 수 없다. 현수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무엇을 원하는지 알 수가 없다.“그, 그래…… 알았어.”유라는 더듬거리며 말했다.강현수는 손을 내리고 평소와 같이 손수건으로 자신의 손을 닦았다.유라는 입술을 깨물고 언젠가 현수를 완전히 가질 것이라고 다짐했다. 유라는 현수의 마지막 여자친구가 될 것이고 강씨 가문에 시집갈 것이다!그 시각 유라는 마음속으로 맹세했다!…….구정은 빠르게 지나갔다. 휴가 기간이 지나자 임유진은 환경위생과에 출근했다. 적지 않은 동료들이 병원 앞에서 유진에게 계란을 던진 기사를 보고는 말했다.“임유진, 진세령 팬들이 환경위생과까지 와서 계란을 던지지는 않겠지? 환경위생과 사람들에게 폐 끼치지 마.”“맞아, 우리 부모님이 내가 감옥살이 한 사람과 동료라는 걸 알고 날 얼마나 걱정하는지 몰라!”“진세령의 팬이 얼마나 많은데. 하필 임유진이 그때 진세령의 언니를 죽였잖아. 진세령은 언니랑 아주 사이가 좋아서 팬들도 마음 아파했다니까. 앞으로 어떤 과격한 행위가 있을지 몰라. 만약 우리가 다친다면 정말 재수 없는 일이야.”환경위생과에는 빈정거리는 소리가 들렸다.유진은 묵묵히 참고 웃어넘겼다. 이 일은 유진에게 매우 중요하다. 유진은 이 일에 의지하여 살아야 한다. 만약 정말 해고된다면 아마도 얼마 동안은 할 수 있는 일을 찾을 수 없을 것이다.그때 서미옥이 유진에게 말했다.“신경 쓰지 마. 저 사람들은 네가 퇴사하기를 기다리는 거야. 지금 당장 일자리 찾기도 힘드니 직장을 바꾸더라도 저런
임유진은 이미 이런 상황이 익숙했다. 많은 사람이 환경미화원을 무시하고 심지어 본인의 부주의로 환경미화원과 부딪쳤으면서 책임을 환경미화원에게 씌우기도 했다.“괜찮아요. 미옥 언니, 그냥 사소한 일이에요.”유진은 말하더니 다시 서미옥과 도로를 쓸었다. 일을 마치고 유진이 작업복을 갈아입을 때 우연히 작업복 주머니에 작은 은팔찌가 있는 걸 발견했다.이 팔찌는 언제 유진의 주머니에 들어간 것일까? 유진은 의심스럽게 생각했지만 야간근무인 관계로 환경위생과에 아무런 사람이 없어 일단 팔찌를 잘 보관하여 내일 다시 분실물등록을 하려고 했다.월세방으로 돌아오니 월세방은 아주 어두컴컴하고 고요했다.예전에 유진이 야간근무를 하고 돌아왔을 때는 밝은 방에 혁이가 유진을 기다리고 있었지만, 지금은…… 유진은 불을 켜고 썰렁한 방을 보면서 쓴웃음을 지었다.저녁에 침대에 누워있을 때 유진은 팔찌를 만져보았다. 아이의 은팔찌 같았고 디자인이 아주 흔했다. 유진은 어릴 때 자신도 비슷한 팔찌가 있었다는 게 떠올랐다.이 팔찌는 도대체 어떻게 유진의 작업복 주머니로 들어간 것일까? 순간 유진의 머릿속에 오늘 부딪친 남자가 떠올랐다. 설마 그 남자가 실수로 떨어뜨린 건가?그러나 이 팔찌는 딱히 비싸지 않아 보여 그 남자가 다시 찾지 않을지도 모른다. 순간 유진은 한숨을 내쉬었다. 왜 그런 쓸데없는 생각을 하는 것일까? 내일 일단 환경위생과에 가서 분실물 등록부터 하고 보면 된다.그리고 한편, 유진과 부딪친 그 남자는 호텔 룸에서 상처투성이가 된 채로 고문을 당하고 있다.남자는 지금 아주 후회하고 있다. 진작 알았더라면 그의 물건을 훔치지 않았을 것이다. 그의 옷차림으로 보아 부자 같아 보여 운이 좋아 대어를 낚았다고 생각했지만 아주 잔인한 사람을 건드린 것이다.“형님, 진짜 팔찌 어딨는지 몰라요! 저는…… 그 팔찌를 제 주머니에 넣었지만 저도 방금 형님이 제 주머니를 뒤졌을 때 왜 팔찌가 없는지 몰라요! 맹세해요!”남자는 피투성이가 된 얼굴로 강현수에게 무릎을 꿇고 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