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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8화

임유진은 초라한 모습으로 임대주택에 돌아왔다. 구정 전날 떠났다가 오늘 돌아오기까지 불과 며칠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마치 인생 만사를 다 겪은 것만 같았다.

돌아온 좁은 셋방의 공기 중에는 마치 차가운 기운이 배어 있는 것만 같았다. 임유진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오늘부터 임유진은 혼자다.

이제 아무도 그녀와 함께 지내지 않을 것이고 깊은 밤 인적이 드문 시간에도 그녀는 그 누구와도 이야기를 나누지도 못할 것이다. 당연히 웃으면서 그녀를 누나라고 불러 줄 사람도 없을 것이다.

그녀는 갈아입을 옷을 챙겨 자신의 초라해진 몰골을 씻고 나서 다시 방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물론 강지혁이 이곳에 산 기간은 길지 않지만 방안에는 수 많은 그의 흔적이 남아있었다. 그가 사용했던 그릇과 젓가락, 컵, 수건과 칫솔, 그가 입었던 옷과 신발까지…….

그녀는 그 물건들을 하나하나 정리하고 종이 박스에 넣었다.

‘왜 버리지 않고?’

그녀는 스스로 질문했다.

그 물건들은 쌓아두면 자리만 차지할 뿐이다. 하지만 그녀는 이렇게나마 그것들을 쌓아두고 싶다. 이렇게 말하면 웃기겠지만 그녀는 혁이와 같이 지내던 시간이 그립다.

분명히 그때 혁이는 허황된 것이고 강지혁이 만들어 낸 허상에 지나지 않지만…… 혁이를 향한 그녀의 마음속 감정은 진심이다!

혁이와 있던 날들은 정말 즐거웠고 더 이상 혼자가 아닌 것만 같았다.

임유진은 마지막으로 침대 머리에 놓여 있는 만들다 만 장갑을 집어 들었다. 원래 시간을 내서라도 완성하려고 했지만 지금은…… 영원히 완성될 수가 없는 장갑.

임유진은 장갑을 만들던 바늘과 털실을 박스에 넣은 다음 테이프로 포장하고 구석에다 보관했다.

앞으로 그녀는 혼자 살게 될 것이고 혁이는 그저 꿈속의 한 사람에 불과하다.

임유진은 이렇게 자신에게 말했다.

저녁이 되자 그녀는 방에 불을 끄지 않고 채로 잠에 들었다. 출소 후 혁이가 없을 때 그녀는 항상 이렇게 불을 켜놓고 잤다. 어둠이 감옥에서의 일을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혁이와 같이 지내게 된 후 그녀는 언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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