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임유진은 흠칫 놀라더니 의아하게 강현수를 바라보았다. 현수는…… 팔찌가 이곳에 있다는 걸 어떻게 알았을까?유진마저 모두 야간근무를 마치고 퇴근할 때 작업복 주머니에서 발견했다.하지만 이 남자는 팔찌가 유진에게 있다는 것을 알고 그리고 유진이 어디에 사는지조차 알며 소리소문없이 들어왔다……. 이런 걸 할 수 있는 남자의 정체는 도대체 뭘까?“당신이 팔찌를 주웠으니 어떤 보상을 원해요? 과분하지 않으면 뭐든 들어줄 수 있어요.”강현수가 머리를 숙인 채 유진을 내려보았다.애초에 팔찌만 갖고 가려고 했지만, 유진의 자는 모습을 보자 자기도 모르게 이곳에 남았다.아마도 유진이 눈을 떴을 때 어떤 모습일지 보고 싶었을 것이다.그리고 지금, 유진이 눈을 떴다. 예쁜 살구 모양의 눈동자에 촘촘한 속눈썹이 아주 매혹적이다.하지만 그런 두 눈이 눈을 뜨자 나이에 맞지 않는 무기력한 기운이 있었다.마치 너무 많은 고생을 하여 이미 생기를 잃은 듯 운명을 받아들인 것 같은 느낌이었다.유진은 눈앞의 남자가 누군지 모르지만 남자에게 강지혁과 비슷한 느낌이 있는 것 같았다.그리고 지금의 유진은 건드리면 안 되는 사람이다.“그 팔찌는 우연히 제 작업복에 들어간 거예요. 그러니 제가 주운 것도 아니죠. 보상할 필요 없어요.”유진이 말했다.현수는 눈썹을 치켜올렸다. 마치 이렇게 좁은 방에 살면서 환경미화원 일을 하는 여자가 자신이 주려는 보상을 곧바로 거절할 줄은 생각지도 못한 것 같다.“내가 주는 보상이 당신의 인생을 바꿀 수 있다고 해도 싫어요?”현수가 말했다.유진은 자기도 모르게 지혁이 유진에게 한 말이 생각났다. 두 사람은 너무 닮았다. 모두 다른 사람의 인생을 쉽게 바꿀 수 있는 것 같다.그러나 유진은 다른 사람으로 인해 자기의 인생을 바꾸고 싶지 않았다. 유진은 자기의 인생을 스스로 바꾸고 싶다.“필요 없어요. 원래 주인에게 팔찌를 찾아준 거에 저는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았어요.”유진이 말했다.현수는 표정이 어두워지더니 몸을 살짝 기
강현수, 임유진이 들어본 이름이다.연예계의 거물이다. 강씨 가문은 연예계의 크고 작은 사업을 장악하고 있다. 어떤 사람은 심지어 현수의 말 한마디에 톱스타가 될 수 있고 말 한마디에 다시는 연예계에 발을 들이지 못한다고 했다.그만큼 연예계에서 현수의 영향이 컸다.그 당시 유진이 소민준과 교제할 때도 민준이 현수를 언급한 적이 있다. 비록 소씨 가문도 S시에서 재벌 가문이라고 할 수 있지만 강씨 가문과는 비교도 안 된다.자연히 민준은 현수와 엮일 자격이 없다.또 한 가지 더 들은 것이 있다. 환경위생과에 가십거리를 좋아하는 동료들이 현수가 비록 성격이 차가워 어울리기 힘들지만 여자친구는 수시로 바꾼다고 했다.그리고 사귀던 여자친구마다 톱스타로 키웠고 헤어질 때마다 아주 무정하다.비록 연예계의 거물이지만 여태까지 양다리를 걸친 적이 없고 한 여자와 사귀면 그 기간이 아무리 짧아도 절대로 양다리를 걸치지 않는다.그래서 그것 때문에 현수에게 악플 다는 네티즌들이 없기도 하다.성인끼리 원하는 걸 가지는 것이 정상이다. 심지어 현수와 사귀었던 여자들은 모두 굉장한 이익을 얻었다고 말할 수 있다.그래서 많은 여자가 오히려 현수와 교제하기를 꿈꾸고 있다. 많은 이득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렇게 아름다운 남자에게 보물처럼 총애를 받을 수 있다. 시간이 짧더라도 적어도 불꽃놀이처럼 화려하게 지낼 수 있다!유진은 이 밤에 자기의 월세방에 침입한 사람이 현수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리고 현수가 볼품없는 은팔찌를 찾기 위해서 이곳에 올 줄이야!마치 이 은팔찌가 현수에게 매우 중요한 것 같았다.“휴, 강 도련님이 또 김선아와 헤어졌대요. 이번에는 이름도 없는 연예인이랑 사귄대요.”유진이 도구를 반납할 때 환경위생과의 동료들이 마침 현수에 관해 얘기를 하고 있었다.“어떤 연예인이기에 김선아를 꺾은 거야?”“아직 기사에 나지 않았어요. 시간이 좀 지난 뒤에 알려지겠죠. 하지만 김선아도 잘된 거예요. 강 도련님과 사귀지 않았으면 어떻게 톱스타가
좀 더 지나면 이 손바닥의 흉터도 점점 더 옅어질 것이다. 임유진과 강지혁 사이의 일처럼 시간이 지나면 결국 옅어지고 마치 모든 것이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될 것이다.유진은 가볍게 주먹을 쥐고 환경위생과를 나섰다.하지만 몇 걸음 걷던 그때 은색 포르쉐가 유진의 길을 막더니 커다란 모습이 차에서 내렸다. 방금 환경위생과 동료들이 토론하던 주인공 강현수였다.“무슨 일이에요?”유진이 물었다.“감사 인사를 전할 겸 밥 한 끼 대접하려고요.”현수는 말하며 조수석 문을 열면서 유진에게 타라고 했다.“난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았으니 감사의 표시를 할 필요 없어요.”유진은 말하며 현수를 지나치려 했다.하지만 유진이 발걸음을 떼던 순간 현수가 막아섰다. 검은 눈동자가 유진을 빤히 바라보았다. 하지만 마치 베일이라도 쓴 것처럼 유진이 이해할 수 없는 눈빛이었다.“난 신세 지는 것이 싫어요. 그러니 꼭 식사를 대접해야 해요.”현수는 덤덤한 눈빛을 한 채 절대 거절하면 안 되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유진은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현수 같은 사람은 별로 거절당한 적이 없어 거절할수록 더 치근덕거릴 수도 있다. 차라리 밥을 먹는 것이 낫다.만약 현수가 유진에게 무슨 짓을 저지르려고 했으면 이미 어젯밤에 했을 것이다.유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수석에 탔다.현수는 그제야 차 문을 닫고 운전석으로 돌아와 차를 몰고 떠났다.가는 길에 유진은 빠르게 지나가는 경치를 보면서 마음속으로 자신도 모르게 쓴웃음을 지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변호사가 될 때 유진은 모든 일에서 도리를 따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러나 수많은 일을 겪은 후에야 유진은 어떤 때는 상대방이 도리를 따지는지에 달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만약 상대방이 도리를 따지지 않는다면 도리를 따질 기회조차 없을 것이다.“무슨 생각을 하는 거예요?”갑자기 차 안에 현수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그 은팔찌 당신에게 아주 중요한 물건인 거 같아요.”유진이 덤덤하게 말했다.현수의 무표정한 얼굴에 은은
하지만 임유진은 그 음식을 먹으면서도 도대체 강현수의 생각을 알 수 없었다. 정말 유진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려고 음식을 대접하는 것일까?“임유진 씨는 소민준의 전 여자친구였나요?”밥을 반쯤 먹다 현수가 갑자기 물었다.유진의 젓가락을 든 손이 갑자기 굳더니 머리를 숙인 채 고개를 끄덕였다.아니나 다를까 그와 같은 사람은 밥을 먹기 전에 이미 유진에 대해 조사를 마쳤다.“그때의 교통사고 때문에 헤어진 거예요?”현수가 다시 물었다.“그렇다면 어떻게 되는데요?”유진이 고개를 들고 반문했다.“강현수 씨, 제가 그때 교통사고로 죽인 사람이 강지혁의 약혼녀예요. S시에서 누가 감히 저랑 사귈 수 있겠어요?”“저는 사귈 수 있어요.”현수가 말했다.유진은 의아한 표정으로 멍하니 현수를 바라보았다. 머릿속이 하얘졌다.“어때요? 나랑 사귀어 볼래요?”현수가 말했다.유진은 그 말을 들을 때 설레는 느낌은 커녕 오히려 머리가 어지러웠다. 현수는 아주 차가운 표정으로 이런 말을 하고 있다. 마치 현수에게 유진은 단지 물건인 것 같았다.현수가 마음에 드는 물건.“제가 알기로는 강현수 씨는 최근 새 여자친구를 사귀었잖아요?”유진이 오늘 환경위생과에서 들은 소식을 말했다.“네. 새로 사귀었어요. 하지만 당신이 나와 사귀면 당연히 헤어질 거예요.”현수가 진지하게 말했다.현수가 무슨 농담을 하는 걸까! 유진은 순간 우스운 느낌이 들었다. 강 도련님은 여자친구를 멋대로 사귀는 듯하다.“왜?”유진은 이해가 안 갔다. 만약 그 당시였다면 괜찮은 얼굴이었지만 3년간의 감옥살이에 매일 바람을 맞고 햇볕이 내리쬐는 곳에서 일하는 바람에 아주 볼품이 없어졌다.“당신의 얼굴,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에요.”현수가 말했다.“얼굴?”유진은 자신도 모르게 자신의 얼굴을 만졌다. 유진은 연예계의 연예인과 절대 비교가 안 된다고 생각한다.게다가 얼굴이 예쁜 다양한 여자 연예인들이 현수의 여자친구가 되기를 원한다.“특히 그 눈.”현수가 말했다.“당신의 눈동자는 아주
짝!쨍한 소리가 들렸다.너무 갑작스러워 임유진은 반응조차 하지 못했다. 순간 얼굴이 얼얼해 그제야 정신이 들었다.“네가 바로 그 여우지!”상대가 화를 내며 말했다.“현수와 이런 곳에서 밥을 먹다니, 고작 삼류 배우가 여자친구 자리를 지킬 수 있을 거 같아? 내가 알려줄게. 곧 그에게 버려질 거야!”유진이 머리를 들자 자신을 때린 사람이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김선아, 조연 역할밖에 못 하던 배우다. 강현수와 사귄 뒤 현수가 톱스타로 만들었다.선아가 현수의 마지막 여자친구일 수도 있다는 추측도 있었다. 결국 선아는 현수의 곁에서 가장 오래 머물렀던 사람이다.다만 선아는 결국 전 여자친구에 지나지 않았다.“사람 잘못 봤어요!”유진이 말했다.“잘못 볼 리가 없어. 네가 강현수와 같이 이곳에 들어왔잖아?”선아는 질투 가득한 눈빛으로 유진을 바라보았다. 선아는 유진이 자신보다 못하다고 생각했다. 심지어 입은 옷도 아주 초라하다.“네가 강현수의 곁에 얼마나 머물수 있다고 생각해? 강현수가 날 오늘 버렸으면 널 내일 버릴 거야!”유진은 차갑게 선아를 바라보았다.“그가 당신을 버리든 말든 나랑 상관없어요. 우리는 당신이 생각하는 사이가 아니에요. 그러니 나한테 사과해요!”유진은 갑자기 참기 싫어졌다. 강지혁과 있을 때도 유진은 참아야 하고 강현수와 있을 때도 유진은 참아야 한다. 하지만 지금 이 황당한 일에 유진은 억울하게 뺨을 맞고 싶지 않았다.비록 유진이 지금 이 사회의 최하층 사람이고 감옥살이를 한 적 있지만 유진이 다른 사람에게 욕먹고 맞을 이유는 없다.그 당시 유진이었다면…….“사과? 너 같은 뻔뻔스럽고 남의 남자친구를 함부로 꾀는 여우에게 사과하라고? 꿈 깨! 현수를 네 것이라고 생각하지 마. 그는 널 만지지도 않을 거야! 너도 수시로 대체될 수 있는 사람일 뿐이야!”선아는 질투하는 표정을 지었다.지금의 선아는 어딜 보아도 티비속 그런 부드럽고 조용한 모습이 없었고 그야말로 억척스러운 여자 같았다.한편 화장실을 드나드는 일
다만 이번에는 때린 사람과 맞은 사람이 바뀌었다.김선아는 얼굴을 가린 채 믿기 힘든 표정을 지었다.“지금 날 때린 거야?”“당신도 날 때리는데 난 왜 당신을 때릴 수 없어요?”임유진이 반문했다. 책임을 져야 하더라도 두 사람은 같을 것이다.“네가 뭔데. 고작 삼류스타가 날 때려?”선아는 정말 화가 나서 미칠 지경이다.유진은 비록 선아가 말하는 스타가 아니지만…….“그럼 당신은 무슨 자격으로 날 때려요? 그쪽도 삼류스타였잖아요. 그 당시 강현수 때문이 아니면 오늘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쪽이 오늘 이토록 화를 내며 트집을 잡는 것도 강현수와 헤어졌기 때문이잖아요? 모든 걸 잃을까 봐 그러잖아요. 강현수가 당신의 모든 것을 만들어줬잖아요. 그쪽이 진짜 나보다 높은 레벨에 있는 거 같아요?”유진의 말에 선아는 얼굴이 빨개졌다. 특히 다른 사람들이 보고 있어 선아는 도무지 얼굴을 들 수가 없었다. 선아는 화가 치밀어올라 손을 들어 뺨을 때리려고 했다.하지만 그때 누군가가 선아의 손을 잡았다.선아는 흠칫 놀랐다.그때 선아의 뒤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선아야, 지금 뭐 하는 짓이야?”선아가 몸을 부르르 떨며 고개를 돌려보자 잘생기고 차가운 얼굴이 화난 듯한 눈빛으로 선아를 바라보았다.선아는 순간 등골이 오싹한 느낌이 들었다. 선아는 당연히 현수의 눈빛에서 극도의 불쾌감을 느낄 수 있었다.“현수 씨가 이곳에 있다는 것을 듣고 난…… 현수 씨를 찾으러 왔어…….”선아는 말을 더듬거렸다.“날 찾으러 왔다고?”현수는 유진의 빨갛게 부은 뺨을 힐끔 보았다.“맞은 거예요?”현수는 선아의 부은 얼굴은 무시한 채 유진에게 물었다.“저도 때렸어요.”유진이 대답했다.“한 번만 때려도 되겠어요?”현수는 아주 평범한 일을 말하는 것처럼 덤덤하게 말했다.유진과 선아는 멍을 때렸다. 유진이 어리둥절한 사이 선아는 무엇을 알아차린 것처럼 순간 얼굴이 창백해지더니 몸을 떨기 시작했다.“몇 대 더 때리고 화풀이를 하는 게 어때요? 오늘 김선
그 당시 인터넷에서 강현수가 김선아를 아주 아낀다고 했다. 선아가 주연을 하고 싶으면 만들어주고 감독과 사이가 안 좋으면 감독을 바꿔버리고 선아를 위해 S시에서 제일 호화로운 레스토랑을 통째로 빌려 생일파티까지 열어주었다…….이 정도로 선아를 아꼈기에 사람들은 선아가 부잣집 며느리가 될 수 있을 줄 알았다.하지만 누가 이렇게 될 줄 알았겠는가!그 시각 선아가 이토록 애원해도 현수의 얼굴에는 조금의 동정도 없었다. 아니, 조금의 감정도 없다고 말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김선아든 임유진이든 똑같다!지금 현수는 유진의 편을 들면서도 유진을 아주 차갑게 바라보았다.마치 그 누구든 진정으로 현수에게 다가갈 수 없으며 잠시 곁에 머물 수 있지만 영원히 현수의 마음속에 들어갈 수 없는 것 같았다.선아는 현수에게 부탁해도 소용이 없자 유진에게 말했다.“방금은 내가 잘못했어요. 너그럽게 용서해 줘요. 그리고…… 현수에게 사정 좀 해줘요. 내가 이렇게 부탁할게요. 현수 씨가 당신을 이토록 아끼니 당신이 말하면 들어줄 거예요.”선아는 두려웠다. 유진에게 화풀이를 당할까 두려운 게 아니라 현수의 심기를 건드려 연예계에서 끝날까 봐 두려웠다.그때 유진이 선아를 바라보았다.“사람 잘못 봤어요. 저는 강현수의 여자친구가 아니에요. 그러니 내가 사정해도 소용없어요.”말을 하고는 현수에게 말했다.“한 대 맞고 한 대 때렸으니 공평한 셈이에요. 그러니 더 때릴 필요 없어요.”“그래요?”현수는 덤덤하게 말했다. 목소리에는 조금의 감정도 없었다.“강현수 씨, 밥 잘 먹었어요. 대접해 줘서 고마워요. 집에 가서 쉬고 싶으니 이만 갈게요.”유진은 말을 하고는 자리를 떴다.현수는 유진의 뒷모습을 보더니 다시 얼굴에 핏기 하나 없는 선아를 바라보았다.그 시각 선아의 눈동자에는 눈물이 가득 차 있다. 그 눈물은 언제든지 떨어질 것 같았다. 아름다운 얼굴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고 지금 이 순간 너무 애처로워 보여 사람들의 동정을 산다.현수는 선아의 눈가를 가볍게 닦았다.
“그녀라면 울지 않았겠지.”강현수가 알 수 없는 말을 했다.두려움이 극도로 향해 결국 김선아가 소리를 질렀다.“도대체 누구야? 그녀가 누구야? 강현수, 넌 그 여자만 사랑하지. 하지만 넌 영원히 그 여자를 가질 수 없을 거야. 넌 항상 다른 사람의 감정을 무시하잖아, 언젠가 그 여자도 네 감정을 무시할 거야!”현수는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고 선아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그 순간 그 차가운 눈동자는 순간 오싹하게 변했다. 하지만 현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다시 고개를 돌리고 자리를 떴다.선아는 순간 다리에 힘이 풀린 채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방금 현수의 눈빛은 마치 선아를 죽이려는 것 같았다.선아는 완전히 끝났다는 것을 직감했다.…….임유진은 레스토랑을 나와 찬바람을 맞으니 얼얼했던 얼굴이 조금 나아지는 것 같았다.오늘 밤은 마치 한바탕의 해프닝인 것 같았다.그때 갑자기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어머니의 고향 쪽의 친척이었다.전화를 받자 외할머니가 입원하셨다고 했다.“유진아, 큰삼촌, 둘째 삼촌과 셋째 이모 그리고 네 큰 사촌오빠, 둘째 사촌오빠, 사촌 언니까지 지금 모두 구치소에 있어. 경찰들이 말하는 게 몇 년 동안 감옥살이를 해야 할 수도 있대. 만약 네 할머니가 돌아가신다면 임종을 보낼 자식조차 없어.”친척은 유진이 경찰서에 가서 사건을 철회하라고 한다.“네 할머니를 위해서라도 그들을 풀어줘!”친척이 한마디 더 이었다.“그리고 아무리 그래도 친척인데 너무 극단적으로 행동하면 안 돼!”유진은 어이가 없었다. 친척이면서 큰삼촌은 왜 그렇게 극단적으로 행동했을까?하지만 이제 유진이 인정하는 유일한 가족은 외할머니뿐이다.통화를 마친 후 유진은 곧바로 택시를 잡아 시골 주소를 말했다.“아가씨, 이렇게 늦은 시간에 그쪽으로 가려면 5만 원은 줘야 해요!”기사가 말했다.“알겠으니 출발해요.”유진은 돈이 얼마나 들든지 병원에 가서 외할머니를 직접 봐야 한다고 생각했다.그리고 유진이 병원에 도착했고 병상에 누운 채 링거를 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