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유진은 아이들이 태어난 뒤의 미래가 점점 더 기대되기 시작했다.강지혁은 정말 좋은 아빠가 될 것이 틀림없다....그 뒤로 임유진은 매일같이 주사를 맞았다. 하지만 병원을 갈 필요는 없었다.강지혁이 임유진이 힘들게 움직이는 건 싫다고 간호사를 직접 저택으로 불러 주사를 놓게 했으니까.유산방지 주사는 맞는 횟수가 늘어남에 따라 그 고통도 점점 더 강해졌고 주사를 맞은 곳은 누군가에게 얻어맞기라도 한 듯 퍼렇게 변해갔다.저녁.강지혁은 이미 몇 번이나 주사를 맞은 임유진의 복부를 보며 미간을 꿈틀거렸다.“의사한테 다른 방법은 없나 한번 물어볼까?”“더 좋은 방법이 있었으면 진작 얘기해주셨을 거야. 그리고 이거 겉보기에 이래서 그렇지 그렇게 아픈 것도 아니야. 나보다 더 심한 임산부들도 많은데 뭐. 특히 시험관 시술을 한 사람들은 임신할 때까지 이걸 거의 매일 맞아야 한 대. 그러니 나 정도는 양호한 거지 뭐.”강지혁은 그녀의 말에도 여전히 표정을 풀지 못했다.고작 일주일 맞은 것으로도 이러한데 만약 앞으로 더 맞게 되면 그때는 고통이 배로 증가하게 될 거고 멍도 더 세게 들 테니까.“혁아, 나 정말 괜찮아.”임유진은 웃어 보이며 강지혁을 위로했다.그러자 강지혁이 고개를 숙이더니 그녀가 주사를 맞았던 곳에 살포시 입을 맞췄다.그러고는 임유진이 이런 고생을 감내한 만큼 아이들도 무사히 태어나주기를 바랐다.“할 수만 있다면 너 대신 내가 아이를 낳고 싶어.”“난 네가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힘이 돼. 그래서 한 번도 혼자 감당하고 있다고 생각 안 해.”임유진은 이렇게 말을 해줬지만 강지혁은 지금 그녀를 살뜰히 보살펴 주는 것도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다.할 수만 있으면 그녀에게는 조금의 고통도 주고 싶지 않았다.그때 임유진의 휴대폰 벨 소리가 울렸다.임유진은 발신자가 탁유미인 것을 확인한 후 곧바로 전화를 받았다.“네, 언니.”“늦은 시간에 미안해요. 혹시 자고 있었던 건 아니죠?”탁유미가 조심스럽게 물었다.“아니에요.”임유진은
강지혁은 그 말에 조금 놀란 표정을 지었다.“윤이가 이경빈한테 가면 부족함 없이 자랄 거래. 윤이가 어른들 싸움에 상처받는 게 싫대. 그런데 이건 처음부터 알고 있었던 사실이잖아. 그런데 갑자기 이 문제로 양육권을 포기한다고?”임유진은 탁유미가 생각을 바꿀 수밖에 없었던 일이 생긴 게 분명하다고 확신했다.자신을 해한 여자에게 제 아들을 부탁할 여자가 아니었으니까.“예상외의 선택이기는 하지만 틀린 결정은 아니야. 아이의 미래를 생각했을 때 확실히 탁유미 씨보다는 이경빈 쪽이 훨씬 더 나을 테니까.”강지혁이 객관적인 사실을 늘어놓았다.“게다가 승소할 확률도 낮았잖아.”“재판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야. 그리고 지금 그 재판에서 이기려고 네가 공수진의 주치의도 찾고 있잖아. 그 주치의를 찾으면 일이 쉽게 해결될지도 모르는데 여기서 포기하면 너무 아깝지.”임유진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며 말했다.“안 되겠어. 지금 당장 언니를 만나러 가야겠어.”“안 돼. 오늘은 너무 늦었어.”강지혁이 다시 임유진을 자리에 앉혔다.“그리고 네가 지금 찾아간다고 해도 일하느라 제대로 얘기도 못 할 거야. 그러니까 내일 다시 찾아가든지 해.”그 말에 임유진은 흥분을 가라앉히고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 그럼 내일 다시 언니한테 물어볼게. 대체 어떻게 된 건지.”그 시각, 탁유미는 포장마차 골목이 아닌 택시를 타고 이경빈이 묵고 있는 호텔로 왔다.으리으리한 호텔을 바라보며 그녀는 쓰게 웃었다. 그러고는 두 먹을 꽉 말아쥐었다.이미 생각을 다 끝낸 일이다.이제 와서 망설일 이유는 없다.이경빈에게 보내주는 게 윤이를 위한 선택이다.탁유미는 머릿속으로 이게 맞다며 되뇐 후 천천히 발걸음을 들어 호텔 안으로 들어갔다.그러고는 리셉션 데스크로 가 직원에게 말했다.“이경빈 씨한테 연락 좀 넣어주시겠어요? 탁유미가 찾아왔다고 말해주시면 돼요.”그 말에 직원이 내선 전화기를 들어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그러고는 두어 마디 나눈 후 다시 전화를 끊고 탁유미를 바
탁유미가 이경빈을 따라 소파 쪽으로 다다랐을 때 이경빈이 드디어 발걸음을 멈추더니 뒤돌아 입을 열었다.“이번에는 또 뭣 때문에 찾아왔는데? 드디어 양육권을 포기할 마음이라도 들었어?”“그래.”탁유미의 입에서 긍정의 두 글자가 튀어나왔다.다만 이 말을 내뱉을 때 탁유미는 자신의 영혼마저 흔들리는 느낌이었다.이경빈은 그녀의 말에 미간을 찌푸렸다.양육권을 포기하겠다는 소리를 들었는데도 기쁘기는커녕 찝찝하고 기분이 나빠졌다.“진심으로 하는 말이야?”이경빈이 눈을 가늘게 뜬 채 탁유미를 빤히 바라보았다.그러자 탁유미가 쓰게 웃었다.“네가 원하던 거 아니야? 대신 조건이 두 가지 있어.”이경빈은 그녀의 처연한 미소가 너무나도 거슬렸다.“말해.”이경빈이 소파에 앉으며 말했다.“첫 번째는 네가 직접 윤이를 키웠으면 좋겠어. 공수진에게 아이 교육을 다 맡는 게 아니라 네가 직접. 공수진이 아이를 양육하는데 완전히 발을 뺄 수 없다는 건 나도 알아. 하지만 만약 공수진과 윤이 사이에 트러블이 생기면 그때는 윤이 말에 더 많이 귀를 기울여줬으면 좋겠어. 너도 알다시피 공수진과 나는 사이가 안 좋았잖아. 그러니 공수진도 제 아이처럼 대하지는 못할 거야.”“수진이는 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나쁜 여자가 아니야. 수진이가 윤이를 학대할까 봐 걱정인가 본데 쓸데없는 걱정이야. 윤이를 자기 아들처럼 대하겠다고 했어.”이경빈이 싸늘한 얼굴로 얘기했다.“공수진의 말을 전부 다 믿어?”“내 아내가 될 사람이야. 내가 안 믿으면 또 누가 믿어?”이경빈의 단호한 말에 탁유미는 순간 마음이 바닥까지 내려앉는 기분이었다.“만약... 윤이랑 공수진 사이에 정말 무슨 일이 생기면 그때는 윤이를 네 어머니한테 맡겨줘. 어머님이 윤이를 돌보게 해줘. 그래 줄 수 있어?”탁유미의 말에 이경빈이 미간을 찌푸렸다.“너 대체 지금 뭐 하자는 거야?”“엄마로서 내 아들이 좋은 환경에서 자라길 바라는 것뿐이야. 너는 공수진을 믿지만 나는 아니거든.”탁유미는 이경빈의 눈을 똑바로
“네가 이 두 가지 조건을 다 수락하면 너한테 양육권 넘겨줄게.”탁유미가 한걸음 뒤로 물러서며 이경빈과의 거리를 벌렸다.“윤이를 짐처럼 여기면서 3개월은 왜 필요한 건데? 차라리 지금 당장 나한테 보내.”“싫어!”탁유미가 단호하게 외치며 이경빈을 바라보았다.“3개월이야. 3개월만 윤이랑 같이 살다가 너한테 보내준다잖아. 그것도 안 돼?”“3개월?”이경빈이 코웃음을 쳤다.“어차피 까맣게 잊어버릴 건데 3개월이 왜 필요해?”그 말에 탁유미가 입술을 깨물었다. 그러고는 잠시 뜸을 들이다 대답했다.“만약 내 조건에 응하지 않으면 나도 양육권을 포기하지 않을 거야.”이경빈은 탁유미의 태도에 갑자기 의문이 들었다.“갑자기 찾아와서 나한테 양육권을 양보하겠다고 하는 의도가 뭐야? 너 설마 남자 생겼어? 그래서 그 남자랑 새 인생 살려고 생각을 바꿨어?”탁유미는 그 말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하지만 그 침묵이 이경빈에게는 묵인하는 것으로 보였다.순간 이경빈은 가슴에 무수히 많은 가시가 돋친 것처럼 심장이 욱신거렸다.탁유미가 시선을 내린 채 입술을 깨물고 있는 모습을 보면 볼수록 점점 더 아파 왔다.“어떤 놈한테 반한 건지 얘기나 해봐. 혹시 알아? 한때 너랑 연인이었던 정으로 내가 축하선물이라도 보낼지.”이경빈이 비아냥거리며 말했다.“내 개인적인 일에 상관하지 말고 너는 대답만 해주면 돼. 내 조건에 응할 건지 말 건지.”탁유미는 다시 뒤로 두 걸음 물러서며 이경빈과의 거리를 벌렸다.하지만 거리를 벌린 즉시 이경빈이 또다시 다가와 거리를 좁혔다.“개인적인 일? 그 남자한테 아주 단단히 빠졌나 봐? 그 남자는 너한테 아이가 있다는 거 모르지? 어떻게 시간 날 때 내가 대신 말해줄까? 너랑 나랑 어떻게 붙어먹었는지?”짝!날카로운 마찰음이 방안에 울려 퍼지고 공기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이경빈의 얼굴은 옆으로 돌아갔고 탁유미의 손바닥은 화끈거리며 빨개졌다.그렇다.탁유미가 이경빈의 뺨을 내리친 것이다.탁유미는 이경빈을 똑바로 바
“아, 아무것도... 아니야...”탁유미가 힘겹게 대답했다.고작 1분 남짓의 통증일 뿐인데도 그녀는 얼굴이 창백하게 질려버린 채 에너지를 다 빼앗긴 것처럼 고통스러워했다.이경빈은 그런 그녀의 모습에 마치 심장에 돌이라도 있는 것처럼 답답해졌다.“병원까지 데려다줄게.”“괜찮아.”탁유미는 말을 마친 후 손을 들어 이경빈의 팔을 덥석 잡았다. 얼마나 세게 잡았는지 이경빈은 순간 팔이 찌릿 저렸다.“고질병일 뿐이야. 조금만... 조금만 이렇게 있으면 괜찮아져. 그보다 내 조건... 받아들일 거야?”탁유미가 힘겹게 말을 내뱉었다.그리고 이경빈은 그런 그녀를 빤히 바라보았다.고질병이라니?대체 언제부터 생긴 거지?당시 그녀와 연애할 때는 이런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그렇다는 건 역시 감옥에 있을 때 생긴 병인가?“대답해... 내 조건 받아들일 거야?”탁유미가 재촉했다.기어코 그의 입에서 꼭 답변을 듣고야 말겠다는 표정이었다.이경빈은 그녀를 바라보다가 한참 뒤에야 입을 열었다.“그래, 받아들일게.”그 말에 탁유미의 입가에 그제야 미소가 번졌다. 듣고 싶은 말을 들어 안심된다는 듯한 미소에 창백한 얼굴색이 더해지니 아름답기도 하고 또 유약해 보이고 했다.이경빈은 순간 뭐라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이 들었다.탁유미는 천천히 손에 힘을 풀더니 몸을 바로 세웠다.“그럼 3개월 뒤에 약속대로 윤이를 보낼게. 약속을 어길 일은 없을 테니까 걱정하지 마.”그녀는 천천히 이경빈의 팔을 잡았던 손을 놓고는 휘청휘청 문으로 향했다.“탁유미!”이경빈은 자기도 모르게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이에 탁유미가 발걸음을 멈추고 천천히 뒤를 돌았다.“뭐 할 말 남았어?”“너 정말... 괜찮은 거 맞아?”이경빈은 어쩐지 지금 너무나도 불안했다. 불안한 탓에 심장도 빨리 뛰었다.“괜찮지 않을 이유가 없지. 감옥에서 애까지 낳아 길렀는데... 무슨 일이 있겠어. 괜찮아. 안 괜찮아도 괜찮아지게 할 거야...”탁유미는 이경빈에게 미소를 지어 보인 후 다시 고개
“언니,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 왜 갑자기 포기한다는 건데요?”임유진은 별다른 인사 없이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원래부터 승소할 확률도 낮았고... 유진 씨도 알다시피 나는 경제적으로 윤이한테 많은 지원을 못 해줘요. 앞으로 윤이가 크면 돈 들어갈 곳이 지금보다 더 많아질 텐데 그걸 다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이... 나한테는 없어요.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기껏해야 제일 최악만 면하게 해주는 것뿐이에요.”“그럼 내가 해주면 되잖아요!”임유진이 다급하게 외쳤다.“나는 윤이를 내 친자식처럼 생각하고 있어요. 윤이를 위해서라면 뭐든 아깝지 않다고요!”“고마워요.”탁유미가 쓰게 웃었다.“그런데 유진 씨한테는 그간 너무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만약 윤이한테 정말 아버지가 없었다면 유진 씨한테 부탁했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이경빈이 있잖아요. 윤이한테 내가 주지 못하는 것을 다 줄 수 있는 아빠가 있는데 어떻게 유진 씨한테 도움을 청해요. 그러니 이게 맞아요.”“하지만 그러면... 언니는요? 언니는 윤이가 없어도 정말 괜찮아요?”임유진은 임신한 뒤로 아이와 엄마 사이의 유대를 확실히 느꼈다.이제 막 13주 조금 넘은 자신도 이런데 4년을 기른 탁유미는 더 할 것이 분명했다.“안 괜찮아요. 나도 윤이 보내고 싶지 않아요.”탁유미가 시선을 내린 채 중얼거렸다.“하지만 내 마음보다 윤이의 미래가 더 중요해요. 나는 윤이가 부족함 없이 행복하게 자랐으면 좋겠어요.”“그건 언니가 생각하는 행복이죠. 윤이는 그 행복을 기꺼워하지 않을지도 몰라요. 윤이는 알아요? 앞으로 이경빈과 함께 살게 될걸?”“아직 윤이한테는 얘기 안 했어요. 3개월 뒤에 이경빈한테 데려갈 때, 그때 얘기해주려고요.”이 3개월이 그녀에게는 윤이와 보낼 수 있는 마지막 시간이다.“유진 씨, 윤이한테는 아무 말도 하지 말아줘요.”탁유미가 간절한 눈빛으로 임유진을 바라보았다.“언니한테는 얘기 안 했지만 사실 혁이한테 부탁해서 공수진을 수술해줬던 주치의를 찾고 있어요. 만약
“알았어. 시간이 많이 늦었으니까 이제 그만 자.”강지혁이 다시 임유진을 침대에 눕히며 말했다.하지만 그때 임유진이 강지혁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나지막이 속삭였다.“저기 혁아... 나 배고파.”“그래? 기다려. 도우미한테 뭐 먹을 것 좀 해오라고 할게.”강지혁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그러지 마. 늦은 시간이라 다 잠들었을 거야. 그리고 계란찜이 먹고 싶은 거라 내가 직접 해도 돼.”“그럼 내가 해줄게.”“네가?”강지혁의 말에 임유진이 조금 놀란 얼굴로 물었다.“응. 금방 해줄 테니까 기다려.”결국 임유진은 강지혁과 함께 침실에서 나와 부엌으로 향했다.강지혁은 임유진을 식탁 의자에 앉힌 후 계란을 집어 들고 그릇에 하나둘 깼다. 그러고는 간을 하고 젓기 시작했다.임유진은 진지하게 요리하는 강지혁을 바라보며 입꼬리를 올렸다.어쩐지 강지혁이 조금 더 가정적인 남편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둘 사이에 있던 거리가 점점 좁혀지며 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것 같았다.임유진은 양손으로 턱을 받치고는 본격적으로 요리를 하는 강지혁을 구경하기 시작했다.그녀는 평화롭고 여느 부부 같은 이런 분위기가 너무나도 좋았다.임유진이 넋을 잃고 있던 그때 주문한 계란찜이 완성되고 강지혁이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계란찜을 식탁 위에 올려놓았다.“뜨거울 테니까 후후 불어서 먹어.”“알았어.”임유진은 숟가락으로 큼직하게 한술 뜨고는 강지혁의 조언대로 후후 불었다.“참, 혁아, 너 생일 선물로 뭐 갖고 싶은 거 없어?”갑작스러운 그녀의 질문에 강지혁이 몸을 움찔했다.그러고 보니 며칠 있으면 곧 그의 생일이었다.강지혁은 생일이라는 말에 임유진의 생일을 떠올렸다.그녀의 생일은 정말 최악이었고 그 최악을 만든 사람은 바로 강지혁 본인이었다.만약 강지혁이 그때 헤어짐을 얘기하지 않았더라면 임유진의 생일은 즐거움만 가득했을 것이고 다시 함께하기까지의 아프고 상처만 줬던 시간도 없었을 것이다.임유진은 시선을 계란찜에 고정한 채 계속 후후 불다가 강
“혁아, 남녀가 만나서 사귀는데 어떻게 좋은 순간만 있겠어. 가끔은 서로한테 속상하기도 하고 서로가 밉기도 하고 그런 거지. 너 설마 앞으로도 계속 이럴 건 아니지? 나는 내 생일이든 네 생일이든 행복하고 즐겁게 보내고 싶단 말이야.”임유진이 분위기를 풀려는 듯 툴툴거리며 말했다.“미안해. 그때 너한테 헤어지자는 얘기를 하면 안 됐어.”강지혁이 여전히 고개를 숙인 채 나지막하게 말했다.“그럼 이제부터 절대 헤어지자는 얘기 꺼내지 않는 거로 하자. 우리 두 사람 다, 어때?”임유진이 미소를 지으며 강지혁의 손을 잡았다.그러자 강지혁의 얼굴에 드리워졌던 그림자가 점차 가시더니 천천히 고개를 들어 임유진의 얼굴을 바라보았다.“응. 그러자...”“그래서 생일 선물로는 뭐 갖고 싶어?”“...”“떠오르는 거 없으면 내가 알아서 준비한다? 대신 불만 없기야.”임유진은 말을 마친 후 계란찜을 후후 불어먹기 시작했다.그리고 강지혁은 그런 임유진을 조금 복잡한 눈길로 바라보았다.정말 더 이상의 헤어짐은 없는 걸까? 정말 그렇게 생각해도 괜찮은 걸까?임유진은 절대 모를 것이다. 그녀가 떠나는 걸 강지혁이 얼마나 무서워하고 있는지. 그녀가 방금 한 말을 지키지를 강지혁이 얼마나 원하고 있는지를 말이다....임유진은 강지혁의 생일 선물 때문에 머리가 아팠다.그도 그럴 것이 강지혁은 부족한 게 없는 남자였으니까. 게다가 목도리나 장갑 같은 건 이미 선물로 준 적이 있어 마땅한 선물이 생각나지 않았다.그래서 임유진은 한지영의 상태를 확인하러 병원으로 간 뒤 강지혁에게 선물할 것을 고르러 백화점으로 향했다.한지영의 상태는 꽤 양호한 편으로 의사의 말에 따르면 수치가 다 정상이라 얼마 안 가 금방 깨어날 거라고 했다.이에 임유진은 한결 편해진 마음으로 쇼핑할 수 있었다.백화점을 돌아보는 중에도 임유진의 옆에는 여전히 황채린이라는 여경호원이 따라붙었다.강지혁의 선물을 고르는 것이기에 임유진은 남성 코너 쪽으로 향했다.그렇게 이것저것 둘러보는데 어디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