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1292화

이경빈은 탁유미와 윤이가 손을 잡고 걸어가는 모습을 넋을 잃은 채 바라보았다. 심지어 두 사람이 시야에서 사라졌는데도 차를 움직이지 않고 여전히 가만히 바라보기만 했다.

대체 왜 이런 감정이 드는 걸까?

왜 탁유미와 윤이가 함께 있는 모습을 바라보며 따뜻하다고 느끼는 걸까?

왜 두 사람을 위해 양육권을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드는 걸까?

윤이에게 탁유미가 좋은 엄마인 건 맞지만 제 아들이 탁씨 가문 사람 손에 키워지는 건 절대로 두고 볼 수 없는 노릇인데도 말이다.

이경빈은 탁유미의 아버지를 증오했다.

그녀의 아버지 때문에 이씨 가문이 하마터면 가루가 되어 사라질 뻔했으니까.

얼마나 지났을까, 이경빈의 시야에 탁유미가 다시 나타났다. 그녀는 차에 식자재가 든 큰 통을 하나하나 실었다.

가뜩이나 살집도 별로 없는 몸인데 지금은 바람이 불면 그대로 날아가 버릴 것만 같았다.

탁유미는 식자재를 다 옮기고는 운전석 쪽으로 향했다. 하지만 그때 그녀가 자리에 우뚝 멈춰서더니 또다시 오른쪽 갈비뼈 아래를 꾹 짓누르며 몸을 웅크렸다.

이경빈은 그 모습을 보더니 서둘러 차에서 내려 탁유미 쪽으로 다가갔다.

가까이에서 본 그녀의 얼굴을 고통으로 잔뜩 일그러져 있었고 얼마나 세게 물었는지 입술에서는 피까지 났다.

“너 왜 그래? 어디 아파?”

이경빈의 질문에는 그조차도 인식하지 못한 초조함이 묻어나왔다.

“나... 난 괜찮아...”

탁유미가 힘겹게 한 자 한 자 말을 내뱉었다.

그녀는 하루에 통증이 두 번이나 일게 될 줄은 몰랐다. 게다가 지금은 아까 화장실에서 느꼈던 것보다 더 아픈듯했다.

이경빈은 전혀 괜찮아 보이지 않는 듯한 그녀의 모습을 보며 미간을 꿈틀거렸다.

“병원에 데려다줄게.”

그는 말을 마친 후 탁유미를 부축하려는 듯 그녀의 팔을 잡았다.

“괜찮아.”

그러자 탁유미가 그의 손을 뿌리치며 단호하게 거절했다.

“내 일은... 내가 알아서 해. 신경 써줄 필요 없어. 그리고... 어차피 돈 아까워서 병원도 못 가.”

이경빈은 그 말에 하마터면 그깟 돈 자신이 대신 대주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