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유진은 심장이 거세게 뛰는 걸 느끼며 서둘러 고개를 숙였다.그러자 강지혁이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왜 그래?”“아... 아무것도 아니야...”아까 족욕 할 때보다 몸의 열기가 더 빠르게 올라오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강지혁은 고개를 푹 숙인 그녀를 보며 미간을 살짝 찌푸렸지만 아무 말 없이 침실로 들어와 그녀를 침대에 올려놓았다.“음... 나 먼저 잘게.”임유진은 침대에 올려진 후 심장이 세게 뛰는 것을 가라앉히기 위해 애쓰며 이불을 잡았다.하지만 이불을 끌어 올리기 전에 강지혁이 갑자기 허리를 숙여 몸을 기대오더니 한 손을 그녀의 몸 옆에 올려놓고 다른 한 손으로 그녀의 턱을 잡은 채 자신의 두 눈을 빤히 바라보게 했다.“왜 갑자기 내 얼굴 안 봐? 나 방금 뭐 말실수 한 거 있어? 아니면 너한테 뭐 잘못한 거 있어? 그래서 갑자기 기분이 안 좋아졌어?”임유진은 그 말에 두 눈을 깜빡였다.‘무슨... 왜 그렇게 생각하는 거지? 아... 혹시 뭐 오해한 건가?’“그런 거 아니야.”“그런데 왜 갑자기 내 얼굴 안 봐?”강지혁이 집요하게 물었다.뭔가 단단히 오해한 게 틀림없어 보였다.“나는 그게... 그러니까... 그냥...”임유진이 빨개진 얼굴로 우물쭈물했다.“그냥?”그러자 그 모습이 더 이상해 보였던 건지 강지혁의 얼굴이 더욱더 가까이 다가왔다.“그냥 뭐?”임유진은 바로 코앞에 있는 잘생긴 얼굴을 보며 참을성 테스트라도 받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강지혁의 얼굴은 멀리서 봐도 잘생겼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잘생긴 것에 더해 예쁘기까지 했다. 속눈썹이 길게 뻗은 것도 예뻤고 사람을 홀리는 것 같은 까만 눈동자도 너무 예뻤다.게다가 코는 어찌나 오뚝한지 손이 벨 것 같았고 입술은 그대로 입을 맞춰버리고 싶을 정도로 섹시했다.심지어 조금 긴장한 듯 울렁대는 목젖도 심각하게 관능적이었다.“유진아, 말해줘. 왜 갑자기 내 얼굴을 보지 않아?”중저음의 목소리가 임유진의 귓가를 간지럽혔다.“널... 널 보면 심장이 남아나지 않는데
“너 진짜!”임유진이 터질 것 같은 빨간 얼굴을 한 채 입술을 꽉 깨물었다.몇 가닥의 머리카락이 볼에 찰싹 붙은 것이 오늘따라 더더욱 예뻐 보였다.강지혁은 단지 그녀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안정을 느꼈다.그리고 그녀의 얼굴이 빨개진 게, 그녀가 부끄러워하는 게 전부 다 자신 때문이라는 생각에 기쁜 것을 넘어 희열마저 느꼈다.강지혁은 그녀가 더욱더 그에게 끌리기를 원하고 더욱더 그로 인해 심장이 떨리기를 원하며 그의 마음뿐만이 아니라 몸까지 강력하게 원하기를 바라고 있다.그래야만 그는 그녀가 떠나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들것 같았다.임유진은 알까?강지혁이 그녀를 얼마나 원하고 있는지, 강지혁이 그녀를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지.사실 그는 임유진과 다시 시작하기로 한 뒤에도 여전히 마음 한편에 불안과 초조함을 품고 있었다.임유진이 그 언젠가 다시 전처럼 그를 사랑할 수 있는지, 노력 때문이 아닌 정말 그를 사랑해서 사랑한다는 말을 하는 날이 올 수 있는지에 대해서 말이다.“유진아, 사랑해.”강지혁은 마음속 제일 깊은 곳에 묻어뒀던 자기 마음을 그녀에게 꺼냈다....다음날.임유진은 잠에서 깬 후 어젯밤 있었던 일을 떠올리고는 금세 얼굴을 붉혔다.어제저녁, 강지혁의 ‘사랑해’라는 한마디에 두 사람은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입술을 맞췄고 그대로 사랑까지 나눴다.임유진은 어제 지나칠 정도로 그녀를 유혹하는 강지혁 때문에 전보다 더 적극적으로 달려들었다.‘조선 시대 때 여자한테 미쳐서 정세를 제대로 돌보지 않은 왕을 뭐라 할 처지가 아니었네.’임유진은 새삼 사랑이라는 감정이 무섭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누군가에게 미쳐버리면 그때부터는 이성적인 사고를 제대로 할 수 없게 되니까.하지만 강지혁과는 사이가 좋아지면 좋아질수록 더 좋았다. 전과 같은 분위기도 조금씩 감도는 것 같고 함께 있으면 마음이 포근해지며 두 사람 사이에 있던 보이지 않는 벽도 서서히 허물어가는 것 같았으니까.이제야 정말 다시 시작하는 기분이었
그도 그럴 것이 이경빈 쪽이 탁유미 쪽보다 훨씬 더 좋은 육아 환경을 가지고 있으니까.“어떻게 안 될까요?”임유진이 물었다.그녀는 탁유미가 이대로 윤이를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생각만 하면 심장이 무언가에 꽉 잡힌 듯 괴로웠다.이런 감정이 드는 건 아마 탁유미를 돕고 싶은 마음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크게는 같이 억울하게 누명 쓴 입장에서 나오는 동질감 때문일 것이다.“탁유미 씨가 당시 억울하게 누명 썼다는 게 증명이 되면 승률이 지금보다는 높아질 수도 있는데 말이죠...”변호사의 말에 임유진도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 제가 방법을 생각해볼게요.”지금 그녀가 할 수 있는 건 계단에서 굴러떨어진 공수진의 유산 수술을 집도했던 주치의를 찾는 것뿐이었다.공수진이 퇴원하고 탁유미가 감옥에 들어간 후 그 의사가 얼마 안 가 바로 병원을 그만뒀으니까. 누가 봐도 의심스러운 행보가 아닐 수 없었다.퇴근 후 임유진은 데리러 온 강지혁의 차에 올라탄 후 바로 그에게 부탁했다.“혁아, 너 사람 한 명 찾아줄 수 있어?”“누구?”“당시 공수진의 수술을 집도했던 의사.”그 말에 강지혁이 미간을 꿈틀거렸다.“탁유미 씨가 누명을 썼다는 걸 증명하려고?”“응. 우리가 접근할 수 있는 유일한 단서가 바로 그 의사야. 나는 공수진이 애초에 임신하지 않았다고 생각해. 또 혹은... 그 아이가 이경빈의 아이가 아니거나.”이 두 가지 가정 중 하나라도 맞다면 그때는 공수진이 다른 목적으로 계단에서 굴렀다는 걸 손쉽게 증명할 수 있다.그런데 만약 두 가지 가정 모두 아니라면, 공수진이 정말 이경빈의 아이를 임신한 게 맞다면 그때는 탁유미와 임유진 두 사람 모두 지게 된다.하지만 지금은 뭐가 됐든 가능성이 있는 쪽으로 밀어붙일 수밖에 없다.“만약 공수진이 정말 이경빈의 아이를 임신한 게 맞으면?”아니나 다를까 강지혁이 그녀가 우려하고 있는 부분을 정확히 찔러왔다.“나는 지금 언니가 공수진의 계략에 말려든 게 틀림없다는 걸 전제로 하고 있어. 당시 언니가 임신했다는
임유진은 진지한 얼굴로 분석하다가 그제야 강지혁이 자기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왜... 왜 그렇게 봐?”“네가 너무 예뻐서.”임유진의 질문에 강지혁이 아주 담담하게 대답했다.그 말에 임유진은 또다시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하는 것을 느꼈다.강지혁이 이렇게 달콤한 말을 내뱉을 때마다 그녀는 정말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예쁜 건 자기가 더 예쁘면서!’“크흠. 참, 백연신 씨 쪽은 어떻게 됐어?”임유진은 헛기침을 한번 하며 화제를 돌렸다.이틀 뒤에 한지영은 두 번째 수술에 들어가게 된다. 의사는 수술이 잘 끝나면 한지영이 머지않아 금방 의식을 되찾을 거라고 했다.그런데 만약 의식을 찾은 뒤에 백연신이 옆에 없다는 것을 알게 되면 한지영은 분명히 엄청 슬퍼할 것이다.“아직.”강지혁이 고개를 저었다.“백씨 일가에서는 현재 백연신 씨가 실종됐다는 뉴스 외에 다른 소식은 일절 입에 올리지 않고 있어. 회사와 가문 일은 현재 백연신 씨의 ‘어머니’가 맡고 있고 백연신 씨의 사람들은 권리를 다 박탈당했어.”그 말에 임유진의 얼굴에 걱정이 일었다.“백연신 씨 설마...”“죽지는 않았을 거야. 만약 죽었으면 그 여자가 진작 공표했겠지. 아무런 방해물 없이 자기 친아들들에게 가문을 물려줄 수 있으니까. 그런데 급급하게 백연신 씨의 수족들을 쳐내고 있다는 건 백연신 씨가 언제 다시 돌아올지 모르니 미리 대비하고 있다는 뜻이지.”임유진은 그 말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뭐가 됐든 살아있으면 그것으로 됐다.이틀 후.한지영의 수술 당일, 임유진은 수술실 밖에서 한지영의 부모와 함께 수술이 끝나기를 기다렸다.몇 시간의 수술이 끝난 후 문이 열리고 의사에게서 수술이 순조롭게 끝났다는 얘기를 듣고서야 세 사람 모두 한시름 놓았다.“유진아, 정말 고마워.”“정말 고마워.”한씨 부부는 지난번 임유진에게 사과한 뒤로 틈만 나면 그녀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그도 그럴 것이 그녀는 제 딸을 구해준 은인이나 마찬가지였으니까.“어
“왜? 내가 뭐 틀린 말 했어?”“아니 그게 아니라... 너 방금 우리 엄마한테 어머니라고 한 거야?”임유진이 조금 벙찐 얼굴로 물었다.“결혼했으니 당연한 호칭이잖아. 왜, 어머니 말고 장모님이라고 부를까? 아니면 어머님?”강지혁이 되물었다.어머니든 장모님이든 아니면 어머님이든 호칭만 따지면 전혀 문제 될 건 없었다.다만 임유진은 줄곧 강지혁에게 있어 ‘어머니’라는 호칭은 조심스러운 호칭이라고 생각했었다.그의 어머니는 그에게 상처만 주고 떠나버렸으니까.강지혁은 많이 놀란듯한 임유진을 빤히 바라보더니 허리를 숙여 그녀를 꽉 끌어안았다.“그 여자한테 버림받은 뒤로 ‘어머니’라는 단어에는 분노만 느꼈었어. 누군가를 ‘어머니’라고 부르는 건 당연히 생각해본 적 없고. 그런데 유진이 네 덕에 ‘어머니’라는 단어가 얼마나 따뜻한 단어인지 알게 됐어.”강지혁은 천천히 눈을 감은 채 임유진의 어깨에 기대 지금껏 그 누구에게도 얘기한 적 없는 속마음을 꺼냈다.“네가 이토록 그리워하고 있는 걸 보면 네 어머니도 분명히 너처럼 좋은 엄마셨겠지. 나는 네 어머니한테 감사해. 너를 낳아줘서, 너를 이 세상에 데려와 줘서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 만약 너의 어머니가 아니었으면 나는 널 만나지도 못했을 거야. 그리고 누군가를 사랑하는 감정도 영영 느끼지 못했겠지.”임유진은 지금 마치 그의 숨결 속에 포근하게 감싸져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며 오늘따라 유독 더 그와 가까워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강지혁이 자신의 상처를 입 밖으로 먼저 내뱉은 건 지금이 처음이다.“내가 네 엄마를 어머니라고 부른 건 단지 우리가 결혼해서가 아니야. 내가 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여자의 어머니니까, 너를 태어나게 하고 나한테도 살아갈 의미를 느끼게 해준 분이니까, 그래서 어머니라고 부른 거야.”강지혁이 낮은 목소리로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유진아, 너는 내가 살아가는 의미야.”임유진은 순간 코가 찡해 나고 가슴은 뜨거워지는 것을 넘어 벅차올랐다.그녀는 눈앞에 있는 이
순간 강지혁의 눈가가 빨갛게 물들었다. 긴장을 너무 많이 한 것인지, 아니면 너무 많이 기대한 것인지 그는 지금 몸 전체가 다 떨렸다.“날 사랑한다고? 정말...?”떨리는 목소리가 그의 입안에서 흘러나왔다.“응. 난 이런 거로 거짓말 안 해. 혁아, 나는 널 사랑하고 있어. 널 전처럼 사랑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릴 줄 알았는데 아니었어. 널 다시 사랑하는 것과 시간의 흐름은 아무런 관계도 없었어.”대단히 큰일을 겪은 것도 아니고 그럴 만한 특별한 계가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그저 원래부터 그래야 하는 것처럼 임유진은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그를 향한 마음을 깨달았다.전에 강현수 앞에서 얘기했을 때보다 더 확실하게 깨달았다.강지혁은 다시 한번 임유진을 꽉 끌어안았다.“분명히 날 사랑한다고 했어. 네가 네 입으로 말한 거야. 절대 못 물러.”“응, 무를 생각 없어.”임유진은 조금 울먹거리는 듯한 강지혁의 목소리에 그의 등을 토닥이며 물었다.“혁아, 너 울어?”강지혁은 그 질문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얼굴을 그녀의 어깨에 더 깊게 얼굴을 파묻었다.임유진은 어깨가 젖어가는 걸 느끼며 그를 더 꼭 끌어안았다....묘원 입구 바로 옆에서 대기하고 있던 고이준은 임유진과 함께 묘원에서 걸어 나오는 강지혁의 얼굴을 보고는 보면 안 될 것이라도 본 사람처럼 눈을 깜빡거렸다.강지혁의 눈가가 빨개진 것도 모자라 살짝 부은 듯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반면 임유진은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상당히 기분이 좋은 듯 보였다.고이준은 눈앞의 광경을 보며 두 사람이 꼭 애먼 여자애를 울린 다 큰 남정네와 그런 남정네에게 괴롭힘을 당해 눈물을 흘린 여자애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다만 성별이 바뀌었을 뿐.‘그런데... 대표님이 괴롭힘을 당했다고? 그래서 울기도 하고? 아니, 애초에 대표님이 울었다는 것부터가 말이 안 되잖아! 대표님이 울기는 왜 울어. 분명히 모래 같은 게 눈에 들어가서 그걸 빼려다 눈물이 나온 게 틀림없어!’고이준이 혼란스러운 생각을 정리하
강지혁은 한참이나 임유진의 손길을 느낀 뒤에야 그녀의 손을 잡고 말했다.“이제 가자.”그러고는 아직도 벙쪄 있는 고이준을 힐끔 노려보았다.이에 고이준은 움찔하더니 바로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숙였다.강지혁의 반응으로 보아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본 게 틀림없었다.‘난 이제 죽었다...’차에 올라타고 이제 막 시동을 걸려는 그때 고이준의 휴대폰이 울렸다.고이준은 바로 전화를 받고 전화기 너머에서 들리는 얘기를 듣더니 이내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뒤를 돌아 강지혁에게 보고했다.“백연신 씨가 나타났습니다.”“네?!”그 말에 먼저 반응한 건 임유진이었다.“어디 있대요, 지금?”“재원시에 있는 고씨 가문에 있다고 합니다. 비밀스럽게 나타난 거라 경찰 측도 백씨 가문도 아직 모르는 것 같고요.”고이준의 말에 임유진이 고개를 갸웃했다.고씨 가문?“고유정 씨 집안 말인가요?”임유진이 물었다.그녀는 전에 고유정이 백연신의 약혼녀라고 한지영을 찾아갔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그 뒤에 한지영이 하마터면 크게 사고 날 뻔한 것도 모두 고유정의 짓이었고 말이다.백연신이 백씨 가문으로 급히 돌아간 건 고유정과 무슨 관계가 있을지도 모른다.“고유정 씨는 고씨 가문의 양녀입니다. 그리고 고씨 가문은 현재 친딸을 찾았고요. 백연신 씨는 그 집 친딸인 고은채 씨와 함께 고씨 가문으로 돌아갔습니다.”그 말에 임유진이 멈칫했다.백연신이 왜 고은채와 함께 있는 거지?왜 경찰에 연락하지 않고 고씨 가문을 찾아간 거지?“백연신 씨와 연락하고 싶은데 가능할까요?”임유진의 말에 고이준이 고개를 저었다.“재원시는 저희가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지역이 아니라서 백연신 씨와 컨택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합니다.”그 말에 임유진이 입술을 깨물었다.백연신이 왜 고씨 가문 사람과 함께 있는 거지?그때 강지혁이 임유진의 어깨를 톡톡 두드렸다.“그만 생각해. 최소한 백연신 씨가 살아있다는 건 확인했잖아. 고씨 가문과 엮인 이유는 천천히 알아보면 돼.”임유진은 그 말에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이. 네 말대로 너는 내... 남편이고 아이들 아빠잖아.”“만약 내가 아이들 아빠가 아니었으면? 그래도 내 생각을 했을까?”강지혁이 되물었다.마치 아이들에게도 질투를 느끼는 듯한 그를 보며 임유진은 소리 내어 웃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당연히 하지!”임유진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단호하게 대답했다.그녀는 강지혁을 사랑하고 있고, 강지혁을 사랑하고 있기에 아이들이 더욱더 사랑스럽게 느껴진 것이다.임유진은 한 손을 들어 또다시 부드럽게 강지혁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내가 유미 언니랑 지영이 일에 열성인 건 두 사람이 지금 내 도움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야. 두 사람 모두 나한테 많은 도움을 줬으니까 나도 갚고 싶어. 특히 지영이한테는 더 그렇고. 만약 지영이가 없었으면 나는 너랑 만나지도 못했을 거야.”아마 차가운 감옥 안에서 희망도 뭣도 없이 살다가 생을 마감했을지도 모른다.강지혁은 그녀의 눈빛에서 뭔가 읽은 듯 조금 누그러진 목소리로 말했다.“한지영이 너한테 얼마나 큰 의미가 있는 친구인지 잘 알고 있어. 그래서 한지영 일이라면 네가 어떻게든 돕고 싶어 한다는 것도 알고, 네 마음속에 한지영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도 알아. 어쩌면 나보다 더 클지도 모르지.”그 말에 임유진이 웃었다.“너랑 지영이를 어떻게 비교해. 애초에 두 사람을 대하는 내 감정이 다른데.”“굳이 비교하자면?”강지혁의 질문에 임유진은 잠깐 고민하더니 이내 진지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두 사람 모두 내가 목숨을 걸 수 있는 사람이야.”그 말에 강지혁의 눈빛이 어두워졌다.사실 그도 알고 있다. 임유진이 의리를 중요시하는 사람이고 언제나 잘해주는 것의 두 배를 갚는 사람이라는 것을 말이다.당시 한지영은 임유진을 위해 자기 앞날을 포기했고 3년이나 옆을 지켜주며 임유진이 절망에 빠지지 않게 최선을 다했다.강지혁은 오히려 한지영에게 고마워해야 한다. 고통스러운 3년을 그가 아닌 누군가가 메꿔주었다는 것에.또한 그런 한지영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