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이. 네 말대로 너는 내... 남편이고 아이들 아빠잖아.”“만약 내가 아이들 아빠가 아니었으면? 그래도 내 생각을 했을까?”강지혁이 되물었다.마치 아이들에게도 질투를 느끼는 듯한 그를 보며 임유진은 소리 내어 웃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당연히 하지!”임유진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단호하게 대답했다.그녀는 강지혁을 사랑하고 있고, 강지혁을 사랑하고 있기에 아이들이 더욱더 사랑스럽게 느껴진 것이다.임유진은 한 손을 들어 또다시 부드럽게 강지혁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내가 유미 언니랑 지영이 일에 열성인 건 두 사람이 지금 내 도움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야. 두 사람 모두 나한테 많은 도움을 줬으니까 나도 갚고 싶어. 특히 지영이한테는 더 그렇고. 만약 지영이가 없었으면 나는 너랑 만나지도 못했을 거야.”아마 차가운 감옥 안에서 희망도 뭣도 없이 살다가 생을 마감했을지도 모른다.강지혁은 그녀의 눈빛에서 뭔가 읽은 듯 조금 누그러진 목소리로 말했다.“한지영이 너한테 얼마나 큰 의미가 있는 친구인지 잘 알고 있어. 그래서 한지영 일이라면 네가 어떻게든 돕고 싶어 한다는 것도 알고, 네 마음속에 한지영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도 알아. 어쩌면 나보다 더 클지도 모르지.”그 말에 임유진이 웃었다.“너랑 지영이를 어떻게 비교해. 애초에 두 사람을 대하는 내 감정이 다른데.”“굳이 비교하자면?”강지혁의 질문에 임유진은 잠깐 고민하더니 이내 진지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두 사람 모두 내가 목숨을 걸 수 있는 사람이야.”그 말에 강지혁의 눈빛이 어두워졌다.사실 그도 알고 있다. 임유진이 의리를 중요시하는 사람이고 언제나 잘해주는 것의 두 배를 갚는 사람이라는 것을 말이다.당시 한지영은 임유진을 위해 자기 앞날을 포기했고 3년이나 옆을 지켜주며 임유진이 절망에 빠지지 않게 최선을 다했다.강지혁은 오히려 한지영에게 고마워해야 한다. 고통스러운 3년을 그가 아닌 누군가가 메꿔주었다는 것에.또한 그런 한지영과
임유진은 음식이 입에 잘 맞는지 정말 맛있게 잘 먹었다.하지만 식사가 거의 끝날 때쯤 갑자기 젓가락을 내려놓더니 강지혁에게 토하고 오겠다는 제스처를 취하고 서둘러 룸을 빠져나가 화장실로 달려갔다.룸 밖을 지키던 여경호원은 자연스럽게 그런 임유진의 뒤를 따라갔다.강지혁은 임유진이 화장실로 들어간 것을 확인한 후 휴대폰을 꺼내 조금 떨어진 테이블에서 식사하고 있는 고이준에게 전화를 걸었다.“아까 차에서 못했던 말, 지금 해봐.”고이준은 그 말에 젓가락을 내려놓고 조금 놀란 표정을 지었다.사실 아까 고이준은 차 안에 임유진이 있어 전부 다 말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망설이다가 결국 입을 꾹 닫았다. 그런데 그 짧은 찰나의 망설임을 강지혁이 눈치를 챈 것이다.“보고에 따르면 백연신 씨와 고은채 씨가 함께 있는 모습이 무척이나 연인 같아 보였다고 합니다. 게다가 고씨 가문에서 비밀리에 뭔가를 준비하는 것 같다고도 했고요. 아마 백연신 씨를 도와 권력을 다시 빼앗으려는 것 같습니다.”그 말에 강지혁은 생각에 잠겼다.그러다 잠시 후 다시 입을 열었다.“일단 이 얘기는 유진이한테 계속 비밀로 해. 괜히 신경 쓰게 하고 싶지 않으니까.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알아내면 그때 내가 다시 얘기할 거야. 그러니까 백연신과 고은채가 어떤 사이인지 정확하게 알아봐.”“네, 알겠습니다.”한편, 임유진은 토하고 나니 그제야 속이 조금 편해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사실 입덧은 3개월째에 들어서면 그만 멎어야 하는 것이 정상인데 그녀는 전혀 그럴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자료도 찾아보고 의사에게도 물어보니 입덧은 임산부의 체질에 따라 다르며 어떤 임산부들은 아이를 출산할 때까지 계속 입덧을 한다고 했다.입덧하게 되면 먹었던 것들을 다 토하게 되기에 아이에게 충분한 영양소를 전해주기 위해서는 많이 먹는 것밖에 없었다.임유진은 그 생각에 쓰게 웃으며 아직 전혀 임산부 같지 않은 평탄한 자기 복부를 바라보았다.“엄마가 더 많이 먹도록 할게.”그녀는 세면대에서 간단히
소민준은 임유진을 보며 넋을 잃었던 자신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그때 임유진이 입을 열었다.“미안해요. 룸을 착각했네요.”그러고는 룸을 나가려는 듯 바로 몸을 돌렸다.하지만 그녀의 말에 소민준 일행 중 한 명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조롱 가득 섞인 얼굴로 말했다.“정말 착각 맞아요? 난 왜 유진 씨가 우리 민준이가 여기 있는 걸 알고 일부러 들어온 것 같지? 출소했다는 소식은 들었어요. 그런데 아직도 이렇게 우리 민준이 뒤만 졸졸 따라다니면 어떡합니까.”사람들은 그 말에 박장대소하며 웃었다.“대체 무슨 자신감으로 아직 민준이 앞에 나타나는지 모르겠네.”“유진 씨, 설마 세령 씨 누님을 그렇게 만들어 놓고 이제는 상간녀가 돼서 세령 씨랑 우리 민준이 사이에서 분탕질이라도 하려는 건 아니죠? 물론 분탕질하려 해도 민준이가 봐줘야 말이지.”임유진은 차가운 눈빛으로 눈앞에 있는 인간들을 바라보았다.말하는 내용으로 보아 당시 진애령 사건의 진범이 잡혔다는 사실을 아직 모르는 듯했다.하지만 소민준과 진세령은 그 사실을 알고 있다.그런데도 친구들이 아직 모르고 있다는 건 일부러 얘기하지 않았다는 뜻이다.임유진의 추측대로 소민준과 진세령은 강지혁에게 호되게 당한 일 때문에 친구들 앞에서 임유진 얘기를 아예 꺼내지 않았다.사실 임유진 사건은 당시 사건에 연루되어 있었던 사람들과 변호사업계 사람들만 알고 있을 뿐 아직 크게 화제가 되지는 않았다.그러니 이 사람들이 모르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방금 하신 말들, 모욕죄로 고소당할 수도 있어요.”임유진이 차가운 얼굴로 경고했다.“아이고 무서워라. 어디 한번 해보던가요.”그녀의 말에 아까 제일 먼저 입을 연 남자가 자리에서 일어나 임유진에게로 다가왔다.“차라리 이번 기회에 제대로 사과를 하는 건 어때요? 그럼 혹시 알아요? 세령 씨가 넓은 마음으로 용서해줄지?”남자가 건들거리며 임유진의 어깨를 잡으려는데 닿기도 전에 임유진의 뒤에 있던 경호원에게 손이 잡혀버렸다.경호원은 남자의 팔을 잡은 후 그대
소민준도 옆에서 거들었다.“들었어?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세령이야. 네가 아무리 우연인 척 이렇게 아등바등해봤자 나는 너 안 좋아한다고. 그러니까 추잡스러운 짓 좀 그만해.”“룸을 착각한 거라고 이미 두 번이나 말한 것 같은데, 너 청력에 무슨 문제 있니? 그리고 너는 내가 잊지 못할 정도로 대단한 사람이 아니야. 나는 여전히 널 만난 게 내 인생 최대 실수라고 생각해. 그러니까 너나 추잡스러운 생각 좀 그만해.”임유진의 말에 소민준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지더니 그대로 앞으로 걸어가 임유진에게 손을 올렸다.하지만 뺨을 내리치려는 그때 임유진의 경호원이 소민준 친구를 옆으로 던져버리더니 바로 옆으로 다가와 소민준의 팔을 잡고 바닥에 제압해버렸다.“사모님, 이 남자 어떻게 처리할까요?”경호원이 물었다.“지금 바로 경찰에 신고할 테니 그대로 계속 제압해주세요. 또 달려드는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들도 제압해주시고요.”“네, 알겠습니다.”두 사람의 말에 룸 안에 정적이 흘렀다.소민준을 간단히 제압한 여경호원의 몸놀림에 다들 그대로 굳어버려 소민준을 구할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소민준은 바닥에 얼굴이 찰싹 달라붙은 채로 소리를 지르며 벗어나려고 애썼지만 경호원의 힘에 꼼짝도 하지 못했다.“임유진, 좋은 말로 할 때 빨리 이 사람한테 민준이 풀어주라고 해! 내 말대로 안 하면 소씨 가문과 진씨 가문이 너를 가만두지 않을 거야. 그렇게 되면 너는 이 S 시에서 발도 못 붙이게 될 거라고!”그 말에 임유진이 뭐라 대꾸하려는데 그보다 먼저 웬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어디 한번 해봐. 어떤 방법을 쓸지 궁금하니까.”남자는 말을 마친 후 임유진의 바로 옆에 섰다.남자는 다름 아닌 바로 강지혁이었다.룸에는 또다시 정적이 찾아왔고 강지혁을 아는 사람들은 완전히 굳어버렸다. 그중에는 물론 소민준과 진세령도 있었다.방금까지만 해도 소리를 지르던 소민준은 목소리 내는 법을 잊어버린 듯 입을 꾹 닫았고 진세령은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버렸다.“뭐, 뭔가 오해가
강지혁은 말을 마친 후 다시 고개를 돌려 임유진을 바라보았다.“가자. 음식 다 차가워지겠다.”“응.”임유진은 고개를 끄덕이다가 뭔가 생각난 듯 발걸음을 멈추고 말했다.“나 방금 경찰 불렀어. 여기 있는 사람들이 나한테 모욕적인 말을 내뱉었거든. 아마 금방 도착할 거야.”“그건 황채린이 알아서 처리할 테니까 신경 쓰지 않아도 돼.”강지혁이 말한 황채린이라는 여자는 바로 임유진 옆에 있던 여자 경호원이다.임유진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인 후 다시 발걸음을 돌렸다.소민준은 경호원의 손에서 풀려난 후 천천히 바닥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러고는 이를 꽉 깨물고 강지혁과 임유진을 바라보았다.한때 마치 장기 말처럼 버렸던 여자가 지금은 그보다 훨씬 더 대단한 남자 옆에 서 있다.그래서 소민준은 지금 이 상황이 상당히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한들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상대는 강지혁이니까.한편 진세령은 지금 상당히 놀란 얼굴이었다.한때 형부가 될 뻔했던 남자가, 언니가 미치도록 사랑했던 남자가, 언니 장례식에서는 눈물 한방울 흘리지 않고 내내 냉랭한 얼굴로 있더니 지금은 다른 여자에게 이토록 다정하고 부드러운 눈빛을 지어주고 있었니 말이다.그리고 그 여자는 다름 아닌 소민준의 전 여자친구였던 임유진이다.강지혁은 임유진의 손을 잡은 후 룸을 나가려다가 뭔가 생각난 듯 발걸음을 멈추고 시선을 내려 수중에 있는 삐뚤빼뚤한 여자의 손을 한번 바라보았다.그러고는 다시 고개를 돌려 진세령을 향해 말했다.“그러고 보니 그때 내 와이프가 감옥에서 진씨 가문의 신세를 많이 졌더라고. 그리고 너는 그때 내 와이프가 평생 손을 쓰지 못하게 하려고 했었지, 아마?”그 말에 진세령의 얼굴이 하얘지더니 두 손이 덜덜 떨렸다.강지혁은 그런 진세령을 빤히 바라보고는 다시 아무 일 없다는 듯 임유진과 함께 자리를 벗어났다.두 사람이 떠난 후 진세령은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아버렸다.방금 강지혁의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소민준의 집.“뭐? 임유진이 강지혁이랑 결혼했다고?!”소민영이 믿기 힘들다는 얼굴로 물었다.그녀는 강지혁이 그 많은 여자를 다 제쳐두고 임유진과 결혼을 했다는 게 믿어지지 않았다.임유진은 강지혁과 결혼할 자격 같은 게 없는 여자니까.“오빠가 뭐 잘못 들은 건 아니고?”“강지혁이 직접 자기 입으로 자신이 임유진 남편이라고 했어. 그리고 옆에 있던 경호원 여자도 임유진을 사모님이라고 불렀고.”소민준이 다시금 룸에서 있었던 일들을 떠올리며 말했다.사실 지금에 와서 돌이켜보면 경호원에게 제압당한 게 천만다행이었다. 만약 그대로 임유진의 뺨을 내리쳤으면 그때는 멀쩡한 손이 그 자리에서 바로 잘려나갔을 테니까.당시 소민준은 진세령이 감옥에 있는 사람을 시켜 임유진의 손톱을 하나하나 뜯어버리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만 봤었다.임유진이 아프다며 소리를 지르고 눈물을 보이는데도 그저 차가운 눈으로 구경하기만 했다.그러니 아마 강지혁은 그때 임유진이 받았던 고통보다 더한 고통을 진씨 가문과 소씨 가문에게 주려고 할 것이다.“참 운이 좋아? 강지혁이 여자 보는 눈이 없는 덕에 언감생심 바라보지도 못할 곳에 오르게 됐잖아. 길바닥 쓰레기나 줍던 년이.”소민영이 비아냥거렸다.그러자 소민준이 무서운 눈빛으로 소민영을 바라보았다.“남은 한쪽 다리마저 부러지고 싶은 게 아니라면 이제부터 그런 말은 자제해. 특히 밖에서는 더.”이에 소민영이 도끼눈을 뜨며 입술을 꽉 깨물었다.만약 임유진이 아니었으면 멀쩡했던 다리가 부러지지도 않았을 것이다.사실 소민영은 강지혁이 임유진을 완전히 버린 후 기회를 봐 임유진을 완전히 처리해버리려고 했었다.그런데 이제는 임유진에게 가까이 가는 것조차 어려워졌다.“그럼 사돈네는 지금...”소민준의 아버지가 입을 열었다.“아마 지금 상당히 골치 아파하고 있을 거예요. 진씨 가문에서 저지른 일이 있으니 만약 강지혁이 정말 복수하려고 들면 세령이네 집안은 쫄딱 망해버릴지도 몰라요.”“세상에!”소민준의 어머니가 망연자실한 얼굴로 소
“내가 그렇게 내버려 두지 않아. 만약 강지혁이 우리 집 전체를 망하게 하려고 들면 그때는 내가 직접 강지혁을 찾아갈 거다. 그러니 네 일은 네가 알아서 해결해!”진기태는 단호하게 말한 후 서재로 들어가 버렸다.진세령은 얼굴이 잔뜩 일그러진 채 주먹을 꽉 말아쥐었다.다음날, 한때 잘나가던 배우이자 부잣집 딸내미였던 진세령이 발을 헛디뎌 계단에서 굴렀다는 기사가 인터넷에 돌기 시작했다.기사 내용에 따르면 진세령은 양손 모두 골절이라 당분간 병원 신세를 져야 한다고 하며 완치된다고 하더라도 후유증이 남을 거라고 했다.기사가 나간 후 각종 매체에서 진씨 가문에게 연락을 넣어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전부 다 거절당하고 말았다.임유진은 기사 내용을 확인한 후 고개를 돌려 [행복한 임산부가 되는 방법]을 보고 있는 강지혁을 향해 물었다.“진세령 기사, 너랑 관련 있어?”그 말에 강지혁이 은은하게 웃었다.“왜, 내가 너 때문에 위법적인 일을 했을까 봐 걱정돼?”“...”임유진은 이에 침묵으로 답했다.그러자 강지혁이 손에 든 책을 내려놓고 임유진의 앞으로 다가가더니 그대로 허리를 숙였다.“예전의 나였다면 앞뒤 재지 않고 아무런 거리낌 없이 그렇게 했겠지. 하지만 지금은...”강지혁이 임유진의 두 눈을 빤히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지금은 네가 있으니까 위법적인 일은 안 해. 누군가를 상대해야 할 일이 있어도 법 테두리 안에서 해결할 거야.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강지혁은 임유진이 어떤 사람인지 잘 알고 있다. 그녀는 폭력적인 것을 싫어하고 권위를 앞세워 누군가를 짓누르는 것도 싫어하는 사람이다.그러니 그녀가 싫어하는 건 할 이유가 없다.임유진은 마치 자신의 마음을 훤히 들여다보는 듯한 강지혁에 순간 가슴이 일렁거렸다.강지혁이 자신을 위해준다는 것을 그녀 역시 잘 알고 있었다.“고마워.”임유진이 말했다.“고마워할 거 없어. 당연한 거야. 나는 널 사랑하니까.”강지혁은 임유진의 손을 다정하게 잡았다.“나는 진세령에게 네 손을 이렇게 만든 것
“이 안에 우리 아이들이 있어.”강지혁은 임유진의 배가 조금 볼록해지고서야 실감이 났다.이 작은 배속에 새 생명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과 그가 정말 아빠가 된다는 사실이 말이다.“혁이 너는 좋은 아빠가 될 거야.”임유진이 강지혁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말했다.“정말 그럴까?”사실 강지혁은 아이들에게 좋은 아빠가 될 자신이 없었다. 그저 아이들이 자신처럼 외롭지만은 않기를 바랄 뿐이다.“분명히 그럴 거야.”임유진은 확신을 담아 대답한 다음 풉 하고 웃었다.“왜 웃어?”강지혁이 고개를 들어 임유진을 바라보았다.“그냥, 미래에 아이들이 네 주위에 몰려들어 아빠라고 부르며 안아달라고 할 때 네가 말없이 세 명 다 안아주는 모습이 상상돼서.”임유진의 말에 강지혁이 고개를 갸웃했다.그게 어떤 그림일지 아직 그의 머리로는 상상이 되지 않았다.다만 하나 알 수 있는 건 아이들이 태어나면 이 집안이 3배 더 북적거리고 3배 더 따뜻해질 거라는 것이다.“유진아, 사랑해.”강지혁이 고개를 든 채로 임유진을 바라보며 사랑을 속삭였다.세상에 아름다워 보이기 시작한 건, 누군가가 이렇게 사랑스러워 보이게 된 건 다 임유진 덕이다.임유진이 있어 흑백이던 그의 세상이 채색으로 되었다.“나도.”임유진은 달콤하게 웃더니 고개를 숙여 먼저 강지혁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그녀는 제일 힘들었던 시기에 강지혁을 만났고 그와 연애를 하고 이렇게 결혼까지 하게 되었다.자신의 인생에 결혼은 없을 거라고 아이는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강지혁을 만난 후 모든 게 달라졌다.가족이 생긴 것도, 이렇게나 마음이 벅차고 포근해진 것도 다 강지혁 덕분이다.강지혁의 사랑이 그녀를 변하게 한 것이다....다음날.임유진은 임산부 교육 프로그램을 듣기 전 정기검진을 받게 되었고 강지혁은 그런 그녀를 따라 함께 병원으로 갔다.임유진은 검진 중 초음파 기기 화면으로 보이는 세 명의 꼬물이들과 그 꼬물이들의 심장 소리를 전해 듣고는 저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졌다.“왜 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