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민준도 옆에서 거들었다.“들었어?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세령이야. 네가 아무리 우연인 척 이렇게 아등바등해봤자 나는 너 안 좋아한다고. 그러니까 추잡스러운 짓 좀 그만해.”“룸을 착각한 거라고 이미 두 번이나 말한 것 같은데, 너 청력에 무슨 문제 있니? 그리고 너는 내가 잊지 못할 정도로 대단한 사람이 아니야. 나는 여전히 널 만난 게 내 인생 최대 실수라고 생각해. 그러니까 너나 추잡스러운 생각 좀 그만해.”임유진의 말에 소민준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지더니 그대로 앞으로 걸어가 임유진에게 손을 올렸다.하지만 뺨을 내리치려는 그때 임유진의 경호원이 소민준 친구를 옆으로 던져버리더니 바로 옆으로 다가와 소민준의 팔을 잡고 바닥에 제압해버렸다.“사모님, 이 남자 어떻게 처리할까요?”경호원이 물었다.“지금 바로 경찰에 신고할 테니 그대로 계속 제압해주세요. 또 달려드는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들도 제압해주시고요.”“네, 알겠습니다.”두 사람의 말에 룸 안에 정적이 흘렀다.소민준을 간단히 제압한 여경호원의 몸놀림에 다들 그대로 굳어버려 소민준을 구할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소민준은 바닥에 얼굴이 찰싹 달라붙은 채로 소리를 지르며 벗어나려고 애썼지만 경호원의 힘에 꼼짝도 하지 못했다.“임유진, 좋은 말로 할 때 빨리 이 사람한테 민준이 풀어주라고 해! 내 말대로 안 하면 소씨 가문과 진씨 가문이 너를 가만두지 않을 거야. 그렇게 되면 너는 이 S 시에서 발도 못 붙이게 될 거라고!”그 말에 임유진이 뭐라 대꾸하려는데 그보다 먼저 웬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어디 한번 해봐. 어떤 방법을 쓸지 궁금하니까.”남자는 말을 마친 후 임유진의 바로 옆에 섰다.남자는 다름 아닌 바로 강지혁이었다.룸에는 또다시 정적이 찾아왔고 강지혁을 아는 사람들은 완전히 굳어버렸다. 그중에는 물론 소민준과 진세령도 있었다.방금까지만 해도 소리를 지르던 소민준은 목소리 내는 법을 잊어버린 듯 입을 꾹 닫았고 진세령은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버렸다.“뭐, 뭔가 오해가
강지혁은 말을 마친 후 다시 고개를 돌려 임유진을 바라보았다.“가자. 음식 다 차가워지겠다.”“응.”임유진은 고개를 끄덕이다가 뭔가 생각난 듯 발걸음을 멈추고 말했다.“나 방금 경찰 불렀어. 여기 있는 사람들이 나한테 모욕적인 말을 내뱉었거든. 아마 금방 도착할 거야.”“그건 황채린이 알아서 처리할 테니까 신경 쓰지 않아도 돼.”강지혁이 말한 황채린이라는 여자는 바로 임유진 옆에 있던 여자 경호원이다.임유진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인 후 다시 발걸음을 돌렸다.소민준은 경호원의 손에서 풀려난 후 천천히 바닥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러고는 이를 꽉 깨물고 강지혁과 임유진을 바라보았다.한때 마치 장기 말처럼 버렸던 여자가 지금은 그보다 훨씬 더 대단한 남자 옆에 서 있다.그래서 소민준은 지금 이 상황이 상당히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한들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상대는 강지혁이니까.한편 진세령은 지금 상당히 놀란 얼굴이었다.한때 형부가 될 뻔했던 남자가, 언니가 미치도록 사랑했던 남자가, 언니 장례식에서는 눈물 한방울 흘리지 않고 내내 냉랭한 얼굴로 있더니 지금은 다른 여자에게 이토록 다정하고 부드러운 눈빛을 지어주고 있었니 말이다.그리고 그 여자는 다름 아닌 소민준의 전 여자친구였던 임유진이다.강지혁은 임유진의 손을 잡은 후 룸을 나가려다가 뭔가 생각난 듯 발걸음을 멈추고 시선을 내려 수중에 있는 삐뚤빼뚤한 여자의 손을 한번 바라보았다.그러고는 다시 고개를 돌려 진세령을 향해 말했다.“그러고 보니 그때 내 와이프가 감옥에서 진씨 가문의 신세를 많이 졌더라고. 그리고 너는 그때 내 와이프가 평생 손을 쓰지 못하게 하려고 했었지, 아마?”그 말에 진세령의 얼굴이 하얘지더니 두 손이 덜덜 떨렸다.강지혁은 그런 진세령을 빤히 바라보고는 다시 아무 일 없다는 듯 임유진과 함께 자리를 벗어났다.두 사람이 떠난 후 진세령은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아버렸다.방금 강지혁의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소민준의 집.“뭐? 임유진이 강지혁이랑 결혼했다고?!”소민영이 믿기 힘들다는 얼굴로 물었다.그녀는 강지혁이 그 많은 여자를 다 제쳐두고 임유진과 결혼을 했다는 게 믿어지지 않았다.임유진은 강지혁과 결혼할 자격 같은 게 없는 여자니까.“오빠가 뭐 잘못 들은 건 아니고?”“강지혁이 직접 자기 입으로 자신이 임유진 남편이라고 했어. 그리고 옆에 있던 경호원 여자도 임유진을 사모님이라고 불렀고.”소민준이 다시금 룸에서 있었던 일들을 떠올리며 말했다.사실 지금에 와서 돌이켜보면 경호원에게 제압당한 게 천만다행이었다. 만약 그대로 임유진의 뺨을 내리쳤으면 그때는 멀쩡한 손이 그 자리에서 바로 잘려나갔을 테니까.당시 소민준은 진세령이 감옥에 있는 사람을 시켜 임유진의 손톱을 하나하나 뜯어버리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만 봤었다.임유진이 아프다며 소리를 지르고 눈물을 보이는데도 그저 차가운 눈으로 구경하기만 했다.그러니 아마 강지혁은 그때 임유진이 받았던 고통보다 더한 고통을 진씨 가문과 소씨 가문에게 주려고 할 것이다.“참 운이 좋아? 강지혁이 여자 보는 눈이 없는 덕에 언감생심 바라보지도 못할 곳에 오르게 됐잖아. 길바닥 쓰레기나 줍던 년이.”소민영이 비아냥거렸다.그러자 소민준이 무서운 눈빛으로 소민영을 바라보았다.“남은 한쪽 다리마저 부러지고 싶은 게 아니라면 이제부터 그런 말은 자제해. 특히 밖에서는 더.”이에 소민영이 도끼눈을 뜨며 입술을 꽉 깨물었다.만약 임유진이 아니었으면 멀쩡했던 다리가 부러지지도 않았을 것이다.사실 소민영은 강지혁이 임유진을 완전히 버린 후 기회를 봐 임유진을 완전히 처리해버리려고 했었다.그런데 이제는 임유진에게 가까이 가는 것조차 어려워졌다.“그럼 사돈네는 지금...”소민준의 아버지가 입을 열었다.“아마 지금 상당히 골치 아파하고 있을 거예요. 진씨 가문에서 저지른 일이 있으니 만약 강지혁이 정말 복수하려고 들면 세령이네 집안은 쫄딱 망해버릴지도 몰라요.”“세상에!”소민준의 어머니가 망연자실한 얼굴로 소
“내가 그렇게 내버려 두지 않아. 만약 강지혁이 우리 집 전체를 망하게 하려고 들면 그때는 내가 직접 강지혁을 찾아갈 거다. 그러니 네 일은 네가 알아서 해결해!”진기태는 단호하게 말한 후 서재로 들어가 버렸다.진세령은 얼굴이 잔뜩 일그러진 채 주먹을 꽉 말아쥐었다.다음날, 한때 잘나가던 배우이자 부잣집 딸내미였던 진세령이 발을 헛디뎌 계단에서 굴렀다는 기사가 인터넷에 돌기 시작했다.기사 내용에 따르면 진세령은 양손 모두 골절이라 당분간 병원 신세를 져야 한다고 하며 완치된다고 하더라도 후유증이 남을 거라고 했다.기사가 나간 후 각종 매체에서 진씨 가문에게 연락을 넣어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전부 다 거절당하고 말았다.임유진은 기사 내용을 확인한 후 고개를 돌려 [행복한 임산부가 되는 방법]을 보고 있는 강지혁을 향해 물었다.“진세령 기사, 너랑 관련 있어?”그 말에 강지혁이 은은하게 웃었다.“왜, 내가 너 때문에 위법적인 일을 했을까 봐 걱정돼?”“...”임유진은 이에 침묵으로 답했다.그러자 강지혁이 손에 든 책을 내려놓고 임유진의 앞으로 다가가더니 그대로 허리를 숙였다.“예전의 나였다면 앞뒤 재지 않고 아무런 거리낌 없이 그렇게 했겠지. 하지만 지금은...”강지혁이 임유진의 두 눈을 빤히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지금은 네가 있으니까 위법적인 일은 안 해. 누군가를 상대해야 할 일이 있어도 법 테두리 안에서 해결할 거야.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강지혁은 임유진이 어떤 사람인지 잘 알고 있다. 그녀는 폭력적인 것을 싫어하고 권위를 앞세워 누군가를 짓누르는 것도 싫어하는 사람이다.그러니 그녀가 싫어하는 건 할 이유가 없다.임유진은 마치 자신의 마음을 훤히 들여다보는 듯한 강지혁에 순간 가슴이 일렁거렸다.강지혁이 자신을 위해준다는 것을 그녀 역시 잘 알고 있었다.“고마워.”임유진이 말했다.“고마워할 거 없어. 당연한 거야. 나는 널 사랑하니까.”강지혁은 임유진의 손을 다정하게 잡았다.“나는 진세령에게 네 손을 이렇게 만든 것
“이 안에 우리 아이들이 있어.”강지혁은 임유진의 배가 조금 볼록해지고서야 실감이 났다.이 작은 배속에 새 생명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과 그가 정말 아빠가 된다는 사실이 말이다.“혁이 너는 좋은 아빠가 될 거야.”임유진이 강지혁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말했다.“정말 그럴까?”사실 강지혁은 아이들에게 좋은 아빠가 될 자신이 없었다. 그저 아이들이 자신처럼 외롭지만은 않기를 바랄 뿐이다.“분명히 그럴 거야.”임유진은 확신을 담아 대답한 다음 풉 하고 웃었다.“왜 웃어?”강지혁이 고개를 들어 임유진을 바라보았다.“그냥, 미래에 아이들이 네 주위에 몰려들어 아빠라고 부르며 안아달라고 할 때 네가 말없이 세 명 다 안아주는 모습이 상상돼서.”임유진의 말에 강지혁이 고개를 갸웃했다.그게 어떤 그림일지 아직 그의 머리로는 상상이 되지 않았다.다만 하나 알 수 있는 건 아이들이 태어나면 이 집안이 3배 더 북적거리고 3배 더 따뜻해질 거라는 것이다.“유진아, 사랑해.”강지혁이 고개를 든 채로 임유진을 바라보며 사랑을 속삭였다.세상에 아름다워 보이기 시작한 건, 누군가가 이렇게 사랑스러워 보이게 된 건 다 임유진 덕이다.임유진이 있어 흑백이던 그의 세상이 채색으로 되었다.“나도.”임유진은 달콤하게 웃더니 고개를 숙여 먼저 강지혁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그녀는 제일 힘들었던 시기에 강지혁을 만났고 그와 연애를 하고 이렇게 결혼까지 하게 되었다.자신의 인생에 결혼은 없을 거라고 아이는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강지혁을 만난 후 모든 게 달라졌다.가족이 생긴 것도, 이렇게나 마음이 벅차고 포근해진 것도 다 강지혁 덕분이다.강지혁의 사랑이 그녀를 변하게 한 것이다....다음날.임유진은 임산부 교육 프로그램을 듣기 전 정기검진을 받게 되었고 강지혁은 그런 그녀를 따라 함께 병원으로 갔다.임유진은 검진 중 초음파 기기 화면으로 보이는 세 명의 꼬물이들과 그 꼬물이들의 심장 소리를 전해 듣고는 저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졌다.“왜 그래?
“태아 상태가 양호한 편이기는 하지만 유산방지 주사는 맞아야 합니다. 하루에 한 번, 일주일을 맞게 될 거예요. 더 맞을지 말지는 일주일 뒤에 다시 판단하게 되고요. 미리 말씀드리면 주사는 복부에 맞게 됩니다. 그래서 팔이나 엉덩이에 맞는 것보다 통증이 조금 있을 거예요. 마음의 준비를 해주세요.”“네, 그럴게요.”임유진은 고개를 끄덕였다.무사히 아이를 낳을 수만 있다면 그 어떤 고통도 다 참을 수 있다.하지만 강지혁은 아니었다.그는 주삿바늘이 임유진의 복부를 향해 천천히 다가올 때 잔뜩 긴장한 채로 간호사의 손을 덥석 잡았다.“이 주삿바늘이 들어가는 겁니까?”“네... 그렇죠?”간호사가 조금 떨리는 목소리로 답했다.“정말 배에 맞아도 괜찮은 겁니까? 확실해요? 이거보다 더 짧은 건 없나요?”“...”간호사는 그 말에 당황한 듯 안절부절못했다.그러자 임유진이 강지혁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혁아, 난 괜찮으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그 말에 강지혁은 그제야 간호사의 손을 풀어주었다. 하지만 표정은 여전히 심각했고 간호사가 손에 든 주삿바늘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이에 간호사는 괜히 긴장돼 강지혁의 눈치를 보며 주사 놓는 것을 망설였다.“혁아, 너 잠깐 나가 있을래? 네가 이렇게 뚫어지게 쳐다보면 이분이 긴장하시잖아.”보다 못한 임유진이 말했다.“여기 있을 거야. 대신 시선은 다른 곳을 볼게.”강지혁은 말을 마친 후 시선을 바로 임유진의 얼굴 쪽으로 돌렸다.간호사는 감시의 시선이 사라지자 그제야 안심하고 주삿바늘을 임유진의 복부로 밀어 넣었다.주삿바늘이 들어온 순간 임유진은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찡그리며 이를 꽉 깨물었다.의사 말대로 확실히 다른 곳보다 많이 아팠다. 하지만 이 정도 고통은 그녀에게 아무것도 아니었다.3년이나 감옥에서 버텼는데 이 정도는 충분히 참을 수 있었다.주사를 다 맞은 후 강지혁이 임유진의 손을 꼭 잡고 물었다.“많이 아파?”“괜찮아. 그냥 다른 주사에 비해 조금 더 아팠을 뿐이야.”임유진이 웃으
박현재는 임산부와 그 임산부의 남편이 듣는 수업에 왜 강지혁이 버젓이 앉아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아 몇 번이고 눈을 질끈 감았다가 다시 떴다.“당신 왜 그래? 눈에 뭐 들어갔어?”박현재의 와이프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응? 아, 아무것도 아니야.”박현재는 쿵쿵 뛰는 가슴을 애써 진정하며 와이프에게 웃어 보였다.그러고는 와이프의 손을 잡고 강지혁의 뒤쪽으로 가서 앉았다.근거리에서 보니 확실히 강지혁이 맞았다. 게다가 상황을 보아하니 옆에 앉은 베이지색 원피스를 입은 여자와 함께 수업을 들으러 온 듯했다.‘임산부 같은데 강 대표랑은 어떤 사이지? 친척 동생인가? 설마 부인일 리는 없고.’만약 강지혁이 결혼을 했으면 이미 기사로 난리가 났을 것이다.그 시각 임유진은 선생님의 말씀을 하나도 놓치지 않겠다는 기세로 노트와 펜을 집어 들었다.강지혁은 진지한 얼굴의 그녀를 보고 저도 모르게 피식 웃었다.“놓친 부분이 있으면 선생님을 집으로 불러 따로 수업해 달라고 할게.”“아니, 나는 지금 이 분위기가 좋아.”임유진이 주위에 앉은 임산부들을 둘러보며 조금 들뜬 얼굴로 말했다.“그래?”강지혁은 임유진이 말한 분위기가 어떤 분위기인지 잘 몰랐지만 그녀가 좋다고 하니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시간이 되고 수업을 맡게 된 의사가 활짝 웃으며 회의실로 들어왔다.의사는 여유로운 표정으로 걸어들어오다가 바로 앞에 보이는 강지혁의 얼굴에 잠시 흠칫했다.해당 의사는 임유진의 주치의는 아니었지만 당시 강지혁이 의사들을 불러모았을 때 그 자리에 있었다.그래서 그녀는 강지혁이 임유진의 남편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하지만 다 알고 있는데도 아내를 따라 임산부 수업을 들으러 온 강지혁은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강지혁이 여자를 가까이하지 않는다는 건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사실이다. 그래서 약혼녀가 죽었을 때도 냉랭한 표정을 지었던 것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는 있었다.하지만 지금 보니 강지혁은 그저 그간 임자를 제대로 만나지 못했을 뿐이었다. 그는 여자들이
“아버님들 중에 또 지원하실 분 없으세요?”간호사는 예비 아빠들을 쭉 훑어보더니 이내 강지혁의 앞에 멈춰 섰다.“잘생긴 아버님, 시범 좀 보여주지 않으시겠어요?”예비 아빠들 중 강지혁의 얼굴은 단연 눈에 띄었다. 그래서 간호사는 분위기도 끌어올릴 겸 바로 강지혁을 지목했다.하지만 간호사의 말에 의사는 안절부절못했다. 아무리 강지혁이 지금 이 자리에 참석했어도 앞으로 나와 사람들 앞에서 시범을 보이는 것까지는 무리라고 생각했으니까.그러나 예상외로 강지혁은 간호사의 말에 바로 거절하지 않고 고개를 돌려 옆에 있는 임유진에게 물었다.“내가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너 하고 싶어?”임유진이 되물었다.“네가 원하면 나갈게.”그 말에 임유진은 강지혁을 빤히 바라보았다.솔직히 말하면 강지혁이 아이를 안고 있는 모습이 어떤지 무척이나 궁금했다.그래서 임유진은 잠깐 고민하다가 금방 고개를 끄덕였다.“응, 원해.”“좋아.”강지혁은 피식 웃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정장 재킷을 벗은 후 앞으로 유유히 걸어 나갔다.잘생긴 얼굴에 모델 같은 기럭지가 앞으로 걸어 나가자 사람들의 시선이 순식간에 강지혁에게로 쏠렸다.예비 엄마들은 물론이고 예비 아빠들도 입을 떡 벌리고 강지혁을 바라보았다.한편 의사는 강지혁의 행동에 어안이 벙벙해졌다.그도 그럴 것이 아내가 원한다는 한마디에 싫은 내색도 없이 바로 앞으로 걸어 나왔으니까.강지혁의 뒤에 있던 박현재도 깜짝 놀란 얼굴이었다.그 언젠가 의사의 가르침 아래 아이 모형을 안고 있는 강지혁을 보게 될 줄을 그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이건 정말 충격적인 장면이 아닐 수 없었다.지인들에게 지금 보고 있는 광경을 사실 그대로 얘기해도 믿어주지 않을 게 분명했다.“자기야, 저 남자 너무 잘생겼다. 배우일까? 아니면 모델? 한 번도 본 적 없는 얼굴인데 대체 누구지?”박현재의 와이프가 박현재의 팔을 콩콩 두드리며 작게 소리를 질렀다.이에 박현재가 한숨을 길게 내쉬며 말했다.“당연히 한 번도 본 적 없겠지. 쉽게 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