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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00화

작가: 유진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0-24 18:00:00
임유진은 진지한 얼굴로 분석하다가 그제야 강지혁이 자기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

“왜... 왜 그렇게 봐?”

“네가 너무 예뻐서.”

임유진의 질문에 강지혁이 아주 담담하게 대답했다.

그 말에 임유진은 또다시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하는 것을 느꼈다.

강지혁이 이렇게 달콤한 말을 내뱉을 때마다 그녀는 정말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

‘예쁜 건 자기가 더 예쁘면서!’

“크흠. 참, 백연신 씨 쪽은 어떻게 됐어?”

임유진은 헛기침을 한번 하며 화제를 돌렸다.

이틀 뒤에 한지영은 두 번째 수술에 들어가게 된다. 의사는 수술이 잘 끝나면 한지영이 머지않아 금방 의식을 되찾을 거라고 했다.

그런데 만약 의식을 찾은 뒤에 백연신이 옆에 없다는 것을 알게 되면 한지영은 분명히 엄청 슬퍼할 것이다.

“아직.”

강지혁이 고개를 저었다.

“백씨 일가에서는 현재 백연신 씨가 실종됐다는 뉴스 외에 다른 소식은 일절 입에 올리지 않고 있어. 회사와 가문 일은 현재 백연신 씨의 ‘어머니’가 맡고 있고 백연신 씨의 사람들은 권리를 다 박탈당했어.”

그 말에 임유진의 얼굴에 걱정이 일었다.

“백연신 씨 설마...”

“죽지는 않았을 거야. 만약 죽었으면 그 여자가 진작 공표했겠지. 아무런 방해물 없이 자기 친아들들에게 가문을 물려줄 수 있으니까. 그런데 급급하게 백연신 씨의 수족들을 쳐내고 있다는 건 백연신 씨가 언제 다시 돌아올지 모르니 미리 대비하고 있다는 뜻이지.”

임유진은 그 말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뭐가 됐든 살아있으면 그것으로 됐다.

이틀 후.

한지영의 수술 당일, 임유진은 수술실 밖에서 한지영의 부모와 함께 수술이 끝나기를 기다렸다.

몇 시간의 수술이 끝난 후 문이 열리고 의사에게서 수술이 순조롭게 끝났다는 얘기를 듣고서야 세 사람 모두 한시름 놓았다.

“유진아, 정말 고마워.”

“정말 고마워.”

한씨 부부는 지난번 임유진에게 사과한 뒤로 틈만 나면 그녀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는 제 딸을 구해준 은인이나 마찬가지였으니까.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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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내가 뭐 틀린 말 했어?”“아니 그게 아니라... 너 방금 우리 엄마한테 어머니라고 한 거야?”임유진이 조금 벙찐 얼굴로 물었다.“결혼했으니 당연한 호칭이잖아. 왜, 어머니 말고 장모님이라고 부를까? 아니면 어머님?”강지혁이 되물었다.어머니든 장모님이든 아니면 어머님이든 호칭만 따지면 전혀 문제 될 건 없었다.다만 임유진은 줄곧 강지혁에게 있어 ‘어머니’라는 호칭은 조심스러운 호칭이라고 생각했었다.그의 어머니는 그에게 상처만 주고 떠나버렸으니까.강지혁은 많이 놀란듯한 임유진을 빤히 바라보더니 허리를 숙여 그녀를 꽉 끌어안았다.“그 여자한테 버림받은 뒤로 ‘어머니’라는 단어에는 분노만 느꼈었어. 누군가를 ‘어머니’라고 부르는 건 당연히 생각해본 적 없고. 그런데 유진이 네 덕에 ‘어머니’라는 단어가 얼마나 따뜻한 단어인지 알게 됐어.”강지혁은 천천히 눈을 감은 채 임유진의 어깨에 기대 지금껏 그 누구에게도 얘기한 적 없는 속마음을 꺼냈다.“네가 이토록 그리워하고 있는 걸 보면 네 어머니도 분명히 너처럼 좋은 엄마셨겠지. 나는 네 어머니한테 감사해. 너를 낳아줘서, 너를 이 세상에 데려와 줘서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 만약 너의 어머니가 아니었으면 나는 널 만나지도 못했을 거야. 그리고 누군가를 사랑하는 감정도 영영 느끼지 못했겠지.”임유진은 지금 마치 그의 숨결 속에 포근하게 감싸져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며 오늘따라 유독 더 그와 가까워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강지혁이 자신의 상처를 입 밖으로 먼저 내뱉은 건 지금이 처음이다.“내가 네 엄마를 어머니라고 부른 건 단지 우리가 결혼해서가 아니야. 내가 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여자의 어머니니까, 너를 태어나게 하고 나한테도 살아갈 의미를 느끼게 해준 분이니까, 그래서 어머니라고 부른 거야.”강지혁이 낮은 목소리로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유진아, 너는 내가 살아가는 의미야.”임유진은 순간 코가 찡해 나고 가슴은 뜨거워지는 것을 넘어 벅차올랐다.그녀는 눈앞에 있는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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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간 강지혁의 눈가가 빨갛게 물들었다. 긴장을 너무 많이 한 것인지, 아니면 너무 많이 기대한 것인지 그는 지금 몸 전체가 다 떨렸다.“날 사랑한다고? 정말...?”떨리는 목소리가 그의 입안에서 흘러나왔다.“응. 난 이런 거로 거짓말 안 해. 혁아, 나는 널 사랑하고 있어. 널 전처럼 사랑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릴 줄 알았는데 아니었어. 널 다시 사랑하는 것과 시간의 흐름은 아무런 관계도 없었어.”대단히 큰일을 겪은 것도 아니고 그럴 만한 특별한 계가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그저 원래부터 그래야 하는 것처럼 임유진은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그를 향한 마음을 깨달았다.전에 강현수 앞에서 얘기했을 때보다 더 확실하게 깨달았다.강지혁은 다시 한번 임유진을 꽉 끌어안았다.“분명히 날 사랑한다고 했어. 네가 네 입으로 말한 거야. 절대 못 물러.”“응, 무를 생각 없어.”임유진은 조금 울먹거리는 듯한 강지혁의 목소리에 그의 등을 토닥이며 물었다.“혁아, 너 울어?”강지혁은 그 질문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얼굴을 그녀의 어깨에 더 깊게 얼굴을 파묻었다.임유진은 어깨가 젖어가는 걸 느끼며 그를 더 꼭 끌어안았다....묘원 입구 바로 옆에서 대기하고 있던 고이준은 임유진과 함께 묘원에서 걸어 나오는 강지혁의 얼굴을 보고는 보면 안 될 것이라도 본 사람처럼 눈을 깜빡거렸다.강지혁의 눈가가 빨개진 것도 모자라 살짝 부은 듯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반면 임유진은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상당히 기분이 좋은 듯 보였다.고이준은 눈앞의 광경을 보며 두 사람이 꼭 애먼 여자애를 울린 다 큰 남정네와 그런 남정네에게 괴롭힘을 당해 눈물을 흘린 여자애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다만 성별이 바뀌었을 뿐.‘그런데... 대표님이 괴롭힘을 당했다고? 그래서 울기도 하고? 아니, 애초에 대표님이 울었다는 것부터가 말이 안 되잖아! 대표님이 울기는 왜 울어. 분명히 모래 같은 게 눈에 들어가서 그걸 빼려다 눈물이 나온 게 틀림없어!’고이준이 혼란스러운 생각을 정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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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지혁은 한참이나 임유진의 손길을 느낀 뒤에야 그녀의 손을 잡고 말했다.“이제 가자.”그러고는 아직도 벙쪄 있는 고이준을 힐끔 노려보았다.이에 고이준은 움찔하더니 바로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숙였다.강지혁의 반응으로 보아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본 게 틀림없었다.‘난 이제 죽었다...’차에 올라타고 이제 막 시동을 걸려는 그때 고이준의 휴대폰이 울렸다.고이준은 바로 전화를 받고 전화기 너머에서 들리는 얘기를 듣더니 이내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뒤를 돌아 강지혁에게 보고했다.“백연신 씨가 나타났습니다.”“네?!”그 말에 먼저 반응한 건 임유진이었다.“어디 있대요, 지금?”“재원시에 있는 고씨 가문에 있다고 합니다. 비밀스럽게 나타난 거라 경찰 측도 백씨 가문도 아직 모르는 것 같고요.”고이준의 말에 임유진이 고개를 갸웃했다.고씨 가문?“고유정 씨 집안 말인가요?”임유진이 물었다.그녀는 전에 고유정이 백연신의 약혼녀라고 한지영을 찾아갔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그 뒤에 한지영이 하마터면 크게 사고 날 뻔한 것도 모두 고유정의 짓이었고 말이다.백연신이 백씨 가문으로 급히 돌아간 건 고유정과 무슨 관계가 있을지도 모른다.“고유정 씨는 고씨 가문의 양녀입니다. 그리고 고씨 가문은 현재 친딸을 찾았고요. 백연신 씨는 그 집 친딸인 고은채 씨와 함께 고씨 가문으로 돌아갔습니다.”그 말에 임유진이 멈칫했다.백연신이 왜 고은채와 함께 있는 거지?왜 경찰에 연락하지 않고 고씨 가문을 찾아간 거지?“백연신 씨와 연락하고 싶은데 가능할까요?”임유진의 말에 고이준이 고개를 저었다.“재원시는 저희가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지역이 아니라서 백연신 씨와 컨택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합니다.”그 말에 임유진이 입술을 깨물었다.백연신이 왜 고씨 가문 사람과 함께 있는 거지?그때 강지혁이 임유진의 어깨를 톡톡 두드렸다.“그만 생각해. 최소한 백연신 씨가 살아있다는 건 확인했잖아. 고씨 가문과 엮인 이유는 천천히 알아보면 돼.”임유진은 그 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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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이. 네 말대로 너는 내... 남편이고 아이들 아빠잖아.”“만약 내가 아이들 아빠가 아니었으면? 그래도 내 생각을 했을까?”강지혁이 되물었다.마치 아이들에게도 질투를 느끼는 듯한 그를 보며 임유진은 소리 내어 웃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당연히 하지!”임유진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단호하게 대답했다.그녀는 강지혁을 사랑하고 있고, 강지혁을 사랑하고 있기에 아이들이 더욱더 사랑스럽게 느껴진 것이다.임유진은 한 손을 들어 또다시 부드럽게 강지혁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내가 유미 언니랑 지영이 일에 열성인 건 두 사람이 지금 내 도움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야. 두 사람 모두 나한테 많은 도움을 줬으니까 나도 갚고 싶어. 특히 지영이한테는 더 그렇고. 만약 지영이가 없었으면 나는 너랑 만나지도 못했을 거야.”아마 차가운 감옥 안에서 희망도 뭣도 없이 살다가 생을 마감했을지도 모른다.강지혁은 그녀의 눈빛에서 뭔가 읽은 듯 조금 누그러진 목소리로 말했다.“한지영이 너한테 얼마나 큰 의미가 있는 친구인지 잘 알고 있어. 그래서 한지영 일이라면 네가 어떻게든 돕고 싶어 한다는 것도 알고, 네 마음속에 한지영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도 알아. 어쩌면 나보다 더 클지도 모르지.”그 말에 임유진이 웃었다.“너랑 지영이를 어떻게 비교해. 애초에 두 사람을 대하는 내 감정이 다른데.”“굳이 비교하자면?”강지혁의 질문에 임유진은 잠깐 고민하더니 이내 진지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두 사람 모두 내가 목숨을 걸 수 있는 사람이야.”그 말에 강지혁의 눈빛이 어두워졌다.사실 그도 알고 있다. 임유진이 의리를 중요시하는 사람이고 언제나 잘해주는 것의 두 배를 갚는 사람이라는 것을 말이다.당시 한지영은 임유진을 위해 자기 앞날을 포기했고 3년이나 옆을 지켜주며 임유진이 절망에 빠지지 않게 최선을 다했다.강지혁은 오히려 한지영에게 고마워해야 한다. 고통스러운 3년을 그가 아닌 누군가가 메꿔주었다는 것에.또한 그런 한지영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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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유진은 음식이 입에 잘 맞는지 정말 맛있게 잘 먹었다.하지만 식사가 거의 끝날 때쯤 갑자기 젓가락을 내려놓더니 강지혁에게 토하고 오겠다는 제스처를 취하고 서둘러 룸을 빠져나가 화장실로 달려갔다.룸 밖을 지키던 여경호원은 자연스럽게 그런 임유진의 뒤를 따라갔다.강지혁은 임유진이 화장실로 들어간 것을 확인한 후 휴대폰을 꺼내 조금 떨어진 테이블에서 식사하고 있는 고이준에게 전화를 걸었다.“아까 차에서 못했던 말, 지금 해봐.”고이준은 그 말에 젓가락을 내려놓고 조금 놀란 표정을 지었다.사실 아까 고이준은 차 안에 임유진이 있어 전부 다 말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망설이다가 결국 입을 꾹 닫았다. 그런데 그 짧은 찰나의 망설임을 강지혁이 눈치를 챈 것이다.“보고에 따르면 백연신 씨와 고은채 씨가 함께 있는 모습이 무척이나 연인 같아 보였다고 합니다. 게다가 고씨 가문에서 비밀리에 뭔가를 준비하는 것 같다고도 했고요. 아마 백연신 씨를 도와 권력을 다시 빼앗으려는 것 같습니다.”그 말에 강지혁은 생각에 잠겼다.그러다 잠시 후 다시 입을 열었다.“일단 이 얘기는 유진이한테 계속 비밀로 해. 괜히 신경 쓰게 하고 싶지 않으니까.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알아내면 그때 내가 다시 얘기할 거야. 그러니까 백연신과 고은채가 어떤 사이인지 정확하게 알아봐.”“네, 알겠습니다.”한편, 임유진은 토하고 나니 그제야 속이 조금 편해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사실 입덧은 3개월째에 들어서면 그만 멎어야 하는 것이 정상인데 그녀는 전혀 그럴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자료도 찾아보고 의사에게도 물어보니 입덧은 임산부의 체질에 따라 다르며 어떤 임산부들은 아이를 출산할 때까지 계속 입덧을 한다고 했다.입덧하게 되면 먹었던 것들을 다 토하게 되기에 아이에게 충분한 영양소를 전해주기 위해서는 많이 먹는 것밖에 없었다.임유진은 그 생각에 쓰게 웃으며 아직 전혀 임산부 같지 않은 평탄한 자기 복부를 바라보았다.“엄마가 더 많이 먹도록 할게.”그녀는 세면대에서 간단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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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민준은 임유진을 보며 넋을 잃었던 자신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그때 임유진이 입을 열었다.“미안해요. 룸을 착각했네요.”그러고는 룸을 나가려는 듯 바로 몸을 돌렸다.하지만 그녀의 말에 소민준 일행 중 한 명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조롱 가득 섞인 얼굴로 말했다.“정말 착각 맞아요? 난 왜 유진 씨가 우리 민준이가 여기 있는 걸 알고 일부러 들어온 것 같지? 출소했다는 소식은 들었어요. 그런데 아직도 이렇게 우리 민준이 뒤만 졸졸 따라다니면 어떡합니까.”사람들은 그 말에 박장대소하며 웃었다.“대체 무슨 자신감으로 아직 민준이 앞에 나타나는지 모르겠네.”“유진 씨, 설마 세령 씨 누님을 그렇게 만들어 놓고 이제는 상간녀가 돼서 세령 씨랑 우리 민준이 사이에서 분탕질이라도 하려는 건 아니죠? 물론 분탕질하려 해도 민준이가 봐줘야 말이지.”임유진은 차가운 눈빛으로 눈앞에 있는 인간들을 바라보았다.말하는 내용으로 보아 당시 진애령 사건의 진범이 잡혔다는 사실을 아직 모르는 듯했다.하지만 소민준과 진세령은 그 사실을 알고 있다.그런데도 친구들이 아직 모르고 있다는 건 일부러 얘기하지 않았다는 뜻이다.임유진의 추측대로 소민준과 진세령은 강지혁에게 호되게 당한 일 때문에 친구들 앞에서 임유진 얘기를 아예 꺼내지 않았다.사실 임유진 사건은 당시 사건에 연루되어 있었던 사람들과 변호사업계 사람들만 알고 있을 뿐 아직 크게 화제가 되지는 않았다.그러니 이 사람들이 모르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방금 하신 말들, 모욕죄로 고소당할 수도 있어요.”임유진이 차가운 얼굴로 경고했다.“아이고 무서워라. 어디 한번 해보던가요.”그녀의 말에 아까 제일 먼저 입을 연 남자가 자리에서 일어나 임유진에게로 다가왔다.“차라리 이번 기회에 제대로 사과를 하는 건 어때요? 그럼 혹시 알아요? 세령 씨가 넓은 마음으로 용서해줄지?”남자가 건들거리며 임유진의 어깨를 잡으려는데 닿기도 전에 임유진의 뒤에 있던 경호원에게 손이 잡혀버렸다.경호원은 남자의 팔을 잡은 후 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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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민준도 옆에서 거들었다.“들었어?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세령이야. 네가 아무리 우연인 척 이렇게 아등바등해봤자 나는 너 안 좋아한다고. 그러니까 추잡스러운 짓 좀 그만해.”“룸을 착각한 거라고 이미 두 번이나 말한 것 같은데, 너 청력에 무슨 문제 있니? 그리고 너는 내가 잊지 못할 정도로 대단한 사람이 아니야. 나는 여전히 널 만난 게 내 인생 최대 실수라고 생각해. 그러니까 너나 추잡스러운 생각 좀 그만해.”임유진의 말에 소민준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지더니 그대로 앞으로 걸어가 임유진에게 손을 올렸다.하지만 뺨을 내리치려는 그때 임유진의 경호원이 소민준 친구를 옆으로 던져버리더니 바로 옆으로 다가와 소민준의 팔을 잡고 바닥에 제압해버렸다.“사모님, 이 남자 어떻게 처리할까요?”경호원이 물었다.“지금 바로 경찰에 신고할 테니 그대로 계속 제압해주세요. 또 달려드는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들도 제압해주시고요.”“네, 알겠습니다.”두 사람의 말에 룸 안에 정적이 흘렀다.소민준을 간단히 제압한 여경호원의 몸놀림에 다들 그대로 굳어버려 소민준을 구할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소민준은 바닥에 얼굴이 찰싹 달라붙은 채로 소리를 지르며 벗어나려고 애썼지만 경호원의 힘에 꼼짝도 하지 못했다.“임유진, 좋은 말로 할 때 빨리 이 사람한테 민준이 풀어주라고 해! 내 말대로 안 하면 소씨 가문과 진씨 가문이 너를 가만두지 않을 거야. 그렇게 되면 너는 이 S 시에서 발도 못 붙이게 될 거라고!”그 말에 임유진이 뭐라 대꾸하려는데 그보다 먼저 웬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어디 한번 해봐. 어떤 방법을 쓸지 궁금하니까.”남자는 말을 마친 후 임유진의 바로 옆에 섰다.남자는 다름 아닌 바로 강지혁이었다.룸에는 또다시 정적이 찾아왔고 강지혁을 아는 사람들은 완전히 굳어버렸다. 그중에는 물론 소민준과 진세령도 있었다.방금까지만 해도 소리를 지르던 소민준은 목소리 내는 법을 잊어버린 듯 입을 꾹 닫았고 진세령은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버렸다.“뭐, 뭔가 오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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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아무리 내리쳐도 고통은 가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윽...”이경빈의 머릿속으로 당시의 장면이 하나둘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탁유미는 그때 이경빈에게 자신은 억울하다고, 자신이 그런 게 아니라고 수백 번을 더 말했다.하지만 그 말을 들었음에도 그는 전혀 믿어주지 않았고 오로지 탁씨 가문에 복수할 것만을 생각하며 공수진이 그렇게 된 게 전부 탁유미 때문이라고 확정을 지었다.그때는 그렇게 해야만 모든 게 끝날 줄 알았다. 비참한 그녀의 말로를 봐야만 가슴속의 응어리가 다 사라질 줄 알았다.그는 법을 무기로 그녀의 몸을 잔인하게 찔러댔다.그리고 이윽고 그녀의 자존심과 순박함 그리고 세상을 믿는 그 맑은 눈을 완전히 부숴버렸다.“경빈이 너는 운명을 믿어?”“글쎄. 너는?”“나는 믿어. 그리고 그 운명과 평생 함께한다는 얘기도 믿어. 운명이라면 서로 말고는 눈에 들어오는 사람이 없을 거야. 만약 다른 누군가가 눈에 들어오면 이전 사람은 운명이 아니었던 거지. 경빈아, 나는 네가 내 운명의 사람이라고 믿어.”“날 진심으로 사랑한다는 말이 하고 싶은 거야?”“응. 나는 이번 생에 이경빈이 아닌 다른 남자를 좋아하고 사랑할 계획은 없거든. 난 너만 사랑할 거야!”너만 사랑할 거라는 말을 했던 탁유미의 얼굴은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그녀는 정말 자신의 모든 것을 다 그에게 내어줄 수 있을 정도로 그를 사랑했다.하지만 그는 그런 그녀의 사랑을 짓밟고 더럽히고 또 처참하게 버렸다.임유진은 면회실에서 나와 천천히 이경빈의 앞으로 다가갔다.바닥에 엎드린 채 몸을 덜덜 떠는 그를 보며 그녀는 담담한 목소리로 물었다.“이경빈 씨는 언니한테 목숨을 한번 빚졌어요. 그 목숨 다시 언니한테 줄 수 있어요?”이경빈은 그 말에 고개를 들더니 처연하게 웃었다.“내 목숨 같은 거 유미한테 큰 가치가 없을 거예요... 하지만 만약 유미가 원한다면 내 목숨 따위 언제든지 내어줄 수 있어요.”만약 탁유미가 그의 목숨을 원한다면 그는 몇백 번이고 죽어줄 수 있다.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420화

    또한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 같은 벼랑 끝에 서 있는 기분이었다.“돈을 받아? 공수진이 원하는 대로 해줘?”이경빈은 분노에 찬 눈빛으로 의사를 바라보았다.“당신 의사잖아. 사람 목숨을 살리는 의사잖아! 그런데 그 간사한 혀로 죄 없는 사람을 감옥으로 보내?!”의사는 이경빈의 호통에 깜짝 놀란 듯 몸을 웅크리며 그의 눈을 피했다.“제가 보냈다뇨. 저... 저는 그냥 공수진 씨가 유산했다는 말밖에 안 했어요. 그 여자가 공수진 씨를 계단에서 밀었다고 증언한 건... 이경빈 씨잖아요.”그의 말에 이경빈은 순간 할 말이 없어졌다.의사 말대로 탁유미가 공수진을 계단에서 밀었다고 증언한 사람은 다른 누구도 아닌 그였으니까.그 어떤 증거보다 그의 한마디가 제일 크게 작용했다.이경빈은 한순간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 버렸고 은이 얼어붙은 것처럼 미동도 하지 않았다.“이경빈 씨는 그때 공수진 씨의 치마가 피로 물든 것을 봤다고 했어요. 그런데 공수진 씨는 임신하지 않았죠. 그러니 유산은 더더욱 없을 일이고요. 그렇다면 그 피는 대체 뭐였을까요?”임유진이 이경빈을 빤히 바라보며 말했다.이경빈은 덜덜 떨리는 입술을 꽉 깨물며 눈을 질끈 감았다.눈을 감자마자 당시의 화면이 하나둘 스쳐 지나가기 시작했다.“어떻게 임신도 아니고 유산도 아닌데 피를 흘릴 수 있었을까요. 그것도 하필 유미 언니랑 얘기하다가 마침 계단에서 떨어져서요. 제 생각은 이래요. 애초에 공수진 씨는 유미 언니를 모함하기 위해 미리 피가 든 팩을 준비했고 언니를 계단으로 불러 일부러 마치 언니한테 밀쳐진 것처럼 계단에서 구른 거죠.”임유진은 계속해서 이경빈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을 이어갔다.“이경빈 씨, 그날 정말 유미 언니가 공수진 씨를 밀었나요? 그걸 확실히 두 눈으로 보셨어요? 사실은 공수진 씨가 언니가 밀었다고 하니까 그렇겠거니 한 건 아니고요? 사실 그 사건은 조금만 제대로 조사해보면 금방 진실이 뭔지 알 수 있는 사건이에요. 그런데 이경빈 씨는 그때 복수심에 눈이 멀었고 마침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419화

    “가 보면 알아요.”임유진은 담담하게 대꾸했다.조금 있으면 이경빈도 모든 진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가 탁유미에게 얼마나 큰 잘못을 했는지, 얼마나 멍청한 짓을 저질렀는지 역시 알게 된다.그때가 되면 이번에는 뭐로 보상하겠다고 할까.어쩌면 강지혁의 말대로 모든 진실을 알게 되면 그는 남은 생을 평생 후회 속에서 고통스럽게 살게 살아갈지도 모른다.병원에서 나온 후 이경빈은 임유진을 따라 차에 올라탔다.가는 길, 이경빈이 임유진을 보며 물었다.“주원호를 병실로 보낸 것도 임유진 씹니까?”“네.”임유진은 그간 줄곧 강지혁의 도움으로 주원호의 동태를 파악하고 있었기에 공항에 간다는 것을 듣자마자 바로 그를 잡아 왔다.사실 그녀의 계획대로라면 주원호를 등장시킬 필요도 없었다. 이경빈에게만 조용히 따로 진실을 얘기해주려고 했었으니까.그런데 그사이 공수진이 또다시 일을 저질렀고 탁유미는 그로 인해 큰 상처를 입게 됐다.이경빈은 가만히 있다가 다시 물었다.“그럼 유미가 나한테 골수를 기증해줬다는 것도 훨씬 전에 이미 알고 있었겠네요.”“네. 사실은 그걸 알게 되고 나서 유미 언니한테 얘기를 했었어요. 어쩌면 이경빈 씨를 구한 사람이 언니일지도 모른다고, 그러니 이경빈 씨한테 얘기해보는 건 어떻겠냐고. 그런데 언니가 그러더라고요. 어차피 자신이 말해봤자 이경빈 씨는 믿지 않을 거라고요.”이경빈은 그 말에 심장이 또다시 욱신거리며 아파 났다.탁유미는 이미 모든 걸 다 파악하고 있었다.그가 믿지 않을 거라는 걸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대체 탁유미는 어떤 기분이었을까. 자기가 구한 사람이 화를 내고 사과하라고 윽박지르고 강제로 무릎까지 꿇으라고 명령하는 걸 보며.이경빈이 또다시 자책하고 있을 그때 차량이 드디어 목적지인 구치소 앞에 도착했다.이경빈은 차에서 내린 후 의문 섞인 얼굴로 임유진을 바라보았다.여기는 왜 온 거지?대체 누가 있길래?이경빈은 임유진을 따라 구치소 안 면회실에 도착했다.안으로 들어가 보니 어딘가 낯이 익은 한 남자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418화

    이경빈이 손을 다쳤나 하는 의문이 아주 잠깐 들었지만 탁유미는 이내 고개를 저으며 생각을 멈췄다.이경빈과 관련된 일은 이제 그 무엇도 생각하고 싶지 않으니까.“언니를 찾아와서 뭐라 하던가요?”임유진이 의자에 앉으며 물었다.“골수를 기증해준 사람이 나라는 걸 아는 눈치였어요. 그리고 공수진이 유산한 게 나 때문이 아니라 공수진의 자작극 때문이라는 것도요.”탁유미가 담담하게 말했다.“보상을 해주겠다고는 하는데 이경빈한테는 그 어떤 것도 받고 싶지 않아요.”태연한 얼굴로 얘기하고 있지만 임유진은 알고 있다.이 반응은 상처를 너무나도 많이 받아 모든 것이 공허해진 표현이라는 것을.“공수진은 언니를 모함한 것뿐만이 아니라 이경빈도 속였어요. 몇 년을 속았으니 이경빈은 무조건 공씨 일가에게 자신의 당한 것의 몇 배를 갚아줄 거예요.”“나랑은 상관없는 일이에요.”임유진은 탁유미가 이경빈의 얘기를 썩 반기지 않자 얼른 화제를 바꿨다.“윤이는 유치원에 갔나 봐요?”“네. 엄마가 등원시켜줬어요.”요 며칠 김수영은 매일 밤 윤이와 함께 이곳으로 와 탁유미의 곁을 지켰다.‘아주머니랑 윤이도 이경빈이 병실 밖에 있는 걸 봤을 텐데... 아주머니는 보나 마나 화를 내셨겠지만 윤이는...’임유진은 속으로 생각하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언니, 정말 항암치료 안 받을 거예요?”“네, 항암 치료를 시작하면 그때는 정말 병원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될 거예요.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이곳에서 보내고 싶지는 않아요. 참, 나 내일이면 퇴원할 수 있대요. 유진 씨, 그날은 정말 고마웠어요.”만약 임유진이 타이밍 좋게 쳐들어오지 않았더라면 더 끔찍한 일을 당했을 것이다.“벌써요?”임유진이 깜짝 놀라며 물었다.“언니, 그러지 말고 며칠 더 입원하는 게 어때요?”아무래도 병원에 있으면 의료진들의 케어를 바로바로 받을 수 있을 테니까.“아니요. 그냥 퇴원할래요. 계속 입원해 있으면...”계속 입원해 있으면 생명의 카운트다운이 더 빨리 흘러가는 느낌이니까.탁유미는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417화

    “응. 친구가 앞으로는 건강하게 살게 해달라고 기도했어. 간절하게 기도했으니 부처님도 분명히 들어주실 거야.”“친구? 친구 누구?”“나도 아직 본 적 없는 친구야. 아마 기회가 되면 그 어디선가 만날 수도 있겠다.”탁유미가 환하게 웃었다.“친군데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뭐 인터넷으로만 아는 친구야?”“비밀. 나중에 얘기해줄게.”탁유미는 그날 미소를 지으며 끝내 친구에 관해서 얘기해주지 않았다.지금에 와서 돌이켜보면 그녀가 말한 친구는 바로 그였다.탁유미는 기증을 하고 나서도 여전히 이름도 모르는 그 젊은이를 위해 건강해지기를 빌어주고 있었다.정작 그 기도 덕에 살아난 그는 그녀의 인생을 처참하게 무너트렸는데 말이다.어쩌면 그날 그녀에게 친구가 누군지 조금만 더 자세하게 물어봤더라면 기증 사실에 대해 알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하지만 이경빈은 당시 그녀를 그저 복수의 대상으로만 생각하고 있었고 그녀와는 미래를 꿈 꿀 생각조차 하지 않았기에 그 친구에 관해서도 크게 관심이 없었다.그때 이경빈의 경호원이 다가와 그를 부축했다.“대표님, 괜찮으십...”경호원은 말을 하다 말고 조금 벙찐 얼굴로 이경빈을 바라보았다.그도 그럴 것이 이경빈의 모습이 꼭 영혼이 다 빠져나간 듯한 사람 같아 보였기 때문이다....임유진이 탁유미를 보러 찾아왔을 때도 이경빈은 여전히 병실 앞을 떠나지 않고 있었다.아무런 움직임도 없는 것이 꼭 죽은 사람 같았다.임유진은 그 모습을 보며 속으로 짧은 한숨을 내뱉었다.‘아주 조금이라도 공수진을 의심했으면 이렇게까지는 안 됐을 텐데.’하지만 그의 초췌한 모습을 보고 있자니 어쩌면 이경빈은 정말 탁유미를 진심으로 사랑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사랑이 아니면 이렇게까지 고통스러워하지 않았을 테니까.“언제부터 이러고 있었어요?”임유진이 병실을 지키고 있는 경호원들에게 물었다.“어젯밤부터 줄곧 이곳에 있으셨습니다.”임유진은 이경빈을 힐끔 보더니 별말 없이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병실 안에는 탁유미 혼자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416화

    탁유미는 차갑게 말을 내뱉은 후 이경빈의 손에 잡힌 자신의 옷을 반대로 잡아당겼다.하지만 아무리 잡아당겨도 도저히 잡아당겨 지지를 않았다.이경빈은 이대로 그녀의 옷을 놓쳐버리면 두 번 다시 그녀를 만나지 못할 것 같아 손이 하얘질 때까지 꽉 쥐고 놓지 않았다.탁유미는 이에 미간을 찌푸리며 강지혁의 경호원을 바라보며 말했다.“이거 놔. 손 다치고 싶지 않으면.”경호원은 그녀의 눈빛에 얼른 앞으로 다가가 탁유미의 옷을 꽉 잡고 있는 이경빈의 손을 잡았다.하지만 이경빈은 경호원의 엄청난 손아귀 힘에도 눈 한번 깜짝하지 않고 계속해서 탁유미를 바라보았다.“네가 나 원망하는 거 알아. 당연해. 네가 날 싫어하는 것도, 날 증오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야. 하지만 내 말 좀 들어줘. 너랑 단둘이서 얘기를 나누고 싶어. 너한테 하고 싶은 얘기가 너무 많아!”“난 너랑 할 얘기 없어.”그녀의 단호한 대답에 이경빈의 얼굴이 고통으로 일그러졌다.옷을 꽉 잡은 손이 경호원의 힘으로 하나둘 펴지며 서서히 고통이 일고 있는데도, 얼마나 힘을 줬는지 손가락이 꺾여서는 안 될 방향으로 꺾이고 있는데도 그는 여전히 그녀의 옷을 놓아주지 않았다.이대로 놓아주면 다시는 그녀 가까이 갈 수조차 없을까 봐, 그녀와는 이로써 모든 게 다 끝이 날까 봐 그는 너무나도 두려웠다.탁유미는 제 옷을 꽉 잡은 채 놓아주지 않는 그를 보며 경멸의 눈길을 보냈다.“너는 항상 이런 식이야. 너는 예나 지금이나 한결같이 자기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사람이야. 너는 네가 다 맞다고 생각하지? 만약 네가 조금이라도 남을 배려하는 인간이었다면 억지로 끌고 가 무릎을 꿇리고 머리를 조아리게 하는 짓은 강요하지 않았을 거야. 너는 항상 네 기분만 중요하고 네 생각만 중요한 사람이었어! 존중이라는 게 뭔지도 모르는 최악의 인간이라고!”이경빈은 그 말에 마치 몸이 얼어버린 것처럼 제자리에 굳어버렸다.크나큰 충격이라도 받은 듯 그는 천천히 고개를 숙이더니 이내 손아귀의 힘을 스르르 풀었다.탁유미는 옷을 정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415화

    이경빈의 말에 그의 뒤에 있던 경호원들이 한발 앞으로 나섰다.인수로만 놓고 보면 이경빈 쪽이 훨씬 우세였지만 그럼에도 강지혁의 경호원들은 비켜줄 생각을 하지 않았다.특정 인원들의 출입은 무슨 수를 써서든 막으라는 강지혁의 명령을 받았으니까.“비켜드릴 수는 없습니다. 돌아가세요.”긴장감이 흐르고 상황은 일촉즉발이었다.그런데 그때 갑자기 병실 문이 열리고 안쪽에서 탁유미가 걸어 나왔다.강지혁의 경호원들은 그녀를 보자마자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소란을 끼쳐드려 죄송합니다. 이경빈 대표님은 저희가 금방 되돌려보내겠습니다.”그들은 말을 마친 후 다시 이경빈을 바라보며 경계태세를 갖췄다.탁유미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들어 이경빈을 바라보았다.그는 마지막으로 봤던 때와 달리 깔끔한 차림이기는 했으나 턱 쪽에 수염이 까끌까끌 나 있었고 머리도 헝클어져 있었으며 다크서클은 물론이고 눈가도 엄청 빨개 있었다.이제껏 줄곧 한 점 흐트러짐 없이 자신을 세팅하고 다니던 남자였는데 말이다.이경빈은 탁유미가 문을 열고 나온 순간부터 그녀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움직이지 않았다.며칠 만에 보는 그녀는 환자복을 입고 있었고 얼굴은 더 야위어 있었으며 길게 늘어트린 머리카락은 오늘따라 유독 더 힘이 없어 보였다.게다가 이마에는 까진 상처가 있었는데 복도 조명 때문에 더 잘 보였다.이경빈은 그 상처를 보는 순간 심장에 마치 칼에 찔린 듯한 고통이 일었다.그녀의 이마에 난 상처는 그날 그의 명령으로 머리가 조아려졌을 때 생긴 상처가 분명했다.그렇게도 사과하는 것을 거부했는데 그는 억지로 그녀의 무릎을 꿇리고 강제로 머리를 조아리게 했다.이경빈은 그날 경호원의 손에 의해 몇 번이고 바닥에 머리를 박는 그녀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했다.왜 바보같이 그녀에게 그런 수모를 줬을까.왜 등신처럼 그녀의 고통과 절망을 외면하고 공수진에게 사과하게 했을까.이경빈이 과거의 자신을 질책하던 그때 탁유미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늦은 시간에 여기까지는 무슨 일이야. 왜, 또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414화

    주원호의 말에 이경빈의 몸이 움찔 떨렸다.탁유미는 그저 복수대상일 뿐이라고?아니. 탁유미는 그에게 단지 복수대상뿐인 여자가 아니었다. 그가 유일하게 진심으로 사랑했던 여자였다.이경빈은 심장이 점점 더 세게 아파 와 이윽고 벽에 몸을 기댔다.꼭 이 통증에 잠식되어가는 듯한 기분이다.그는 멀고 먼 길을 돌아 이제야 자신이 탁유미를 아직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했다.한때는 고작 원수 집안의 딸일 뿐인 여자라 그녀와 함께했던 시간 따위는 금방 지워질 줄 알았다. 그녀를 감옥에 보내 복수를 하고 나면 아주 손쉽게 그녀를 마음속에서 떨쳐낼 수 있을 줄 알았다.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그의 희망했을 뿐 그는 줄곧 그녀를 마음에 담고 있었다.만약 탁유미를 사랑하지 않았다면 그녀가 허름한 모습으로 있는 게 신경이 쓰일 리도 없고 그녀가 다른 남자와 함께 있는 모습이 질투 날 리도 없다.또한 상처만 줬던 그녀에게 배신감이 들 리도 없다.이경빈은 항상 공수진의 편에만 서고 한 번도 탁유미의 얘기를 들으려 하지 않았다.그는 자신의 감정을 직면하는 것에서 늘 도망쳐왔다.죽도록 미운 원수의 딸을 사랑하게 됐다는 것을 인정할 용기가 없었다.이경빈은 몸 옆으로 축 늘어진 자신의 두 손에 서서히 힘을 가했다.얼마나 세게 주먹을 쥐었는지 손톱이 살을 뚫어버리고 이내 바닥으로 피까지 뚝뚝 흘러내렸다.하지만 그는 고통 따위 전혀 느껴지지 않는 듯 텅 비어 버린 얼굴로 탁유미의 병실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갔다.탁유미를 만나 그간 상처를 줘서 미안했다고, 아무것도 모른 채 멍청하게 굴어서 정말 미안했다고 사과를 해야만 한다.그녀의 아버지를 향한 증오를 그따위 비열한 방식으로 그녀에게 화풀이해서는 안 됐다고 사과해야만 한다.또한 앞으로는 정말 잘 해주겠다고, 지금까지의 고통을 전부 다 잊을 수 있을 만큼 잘해주겠다고 말을 해야만 한다.이경빈은 속으로 그렇게 생각해놓고는 막상 탁유미의 병실에 점점 가까워지자 덜컥 겁이 나기 시작했다.탁유미가 전과 같은 원망과 증오가 서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413화

    이경빈은 말 그대로 공수진에게 생지옥이라는 게 무엇인지 맛보게 해줄 생각이다.그와 탁유미의 인생을 가지고 논 대가를 평생에 걸쳐 갚게 할 생각이다....병실에서 나온 이경빈은 심장께가 무언가에 짓눌린 것처럼 숨이 제대로 쉬어지지 않았다.그는 탁유미를 모함하려고 한 공수진도 물론 증오스러웠지만 그녀의 거짓말에 넘어가 자신의 목숨을 살려준 여자에게 무자비했던 자신이 더 증오스러웠다.아까 병실로 들어간 순간 이경빈은 억지로 탁유미의 무릎을 꿇리고 그녀에게 머리까지 조아리게 했던 자신의 모습이 떠올랐다.바닥에 쿵쿵 부딪히던 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생생해 마음이 짓이겨지는 것 같았다.왜 그렇게 못되게 굴었을까?정말 공수진을 위해서였을까?사실은 그저 그런 방식으로 탁유미에게 상처를 줘 그녀를 향한 마음을 애써 덮으려고 했던 건 아닐까?윤이를 이용해 이씨 집안 재산을 노리고 있다는 사실을 들었음에도, 공수진이 어렵게 생긴 아이를 유산했다는 소식을 들었음에도 자꾸 상처받은 듯한 탁유미의 얼굴들이 떠올라 더 모질게 굴었던 건 아닐까?탁유미는 그에게 등신이라고 했다.맞는 말이다.그는 정말 구제 불능의 등신이었다.“저... 저기, 저는 그저 공수진의 부탁을 들어준 것뿐이에요. 제가 아는 건 다 털어놨으니 이제 그만 저 풀어주세요...”주원호가 이경빈의 눈치를 보며 말했다.몇십 분 전 그는 비행기에 탑승하려는 찰나 검은색 정장의 사람들에 의해 강제로 병원으로 데려와 졌고 이경빈의 앞에서 공수진에 관한 모든 얘기를 실토하라는 협박을 받았다.만약 사실대로 얘기하지 않으면 평생 감방에서 썩게 할 수도 있다면서 말이다.주원호는 솔직히 그저 공수진에게 돈만 조금 얻어낼 생각이었는데 일이 이렇게까지 커질 줄은 몰랐다.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돈이고 뭐고 공수진 근처로는 절대로 가지 않았을 것이다.‘그런데 대체 누가 날 데리고 온 거지? 상황을 볼 때 이경빈은 아닌 것 같은데.’“풀어달라고?”이경빈은 그 말에 헛웃음을 쳤다.공수진을 도와 진실을 덮어버린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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