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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91화

탁유미는 부드럽게 웃으며 윤이의 얼굴을 매만졌다.

이경빈은 두 눈에 서로밖에 없는 듯한 탁유미와 윤이를 넋을 잃은 채 바라보았다.

한 번도 탁유미가 엄마가 되면 어떤 모습일까 같은 건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의도치 않게 지금 그 모습을 봐버렸다.

순간 이경빈의 머릿속으로 전에 탁유미가 웃으며 했던 말이 떠올랐다.

“경빈이 너는 되게 엄격한 아빠가 될 것 같아.”

“그럼 너는?”

“나는 아마... 다정한 엄마겠지?”

“다정한 엄마는 아이에게 휘둘리기 십상이야.”

“나는 엄격하지 않아도 아이를 잘 키울 자신 있어. 나는 분명히 좋은 엄마가 될 거야.”

윤이의 교육이 제대로 잘 된 건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윤이의 눈에 탁유미는 좋은 엄마인 것은 분명했다.

그때 한창 얘기하던 탁유미의 미간이 찡그려지더니 윤이를 향해 다급하게 말했다.

“엄마 잠깐 화장실 좀 갔다 올게. 아빠랑 얘기하고 있어.”

그러고는 대답도 듣지 않고 복도 끝쪽에 있는 화장실로 걸어갔다.

가는 길, 그녀는 손을 들어 오른쪽 갈비뼈 아래를 꾹 짓눌렀다.

이경빈은 그런 그녀의 뒷모습을 보고는 저도 모르게 눈썹을 꿈틀거렸다.

화장실로 들어온 탁유미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오른손으로 갈비뼈 쪽을 더 꽉 짓눌렀다. 그러고는 고통을 참으려는 듯 입술을 꽉 깨물었다.

사실 이 통증은 몇 개월 전부터 시작되었지만 몇 분 뒤면 금방 괜찮아지기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그 통증이 더더욱 심해졌다.

5분 정도 지났을까, 드디어 통증이 멎고 탁유미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단지 5분뿐이었지만 그녀는 마치 모든 에너지를 다 쏟은 것처럼 얼굴이 창백해지고 이마에는 땀방울이 맺혔다.

탁유미는 요즘 일 때문에 힘들어서 그렇다며 세수를 한 뒤 화장실에서 나왔다.

“너 어디 아파?”

화장실에서 나오자 이경빈이 물었다.

“아니.”

탁유미는 담담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이제 그만 가볼게. 새 기기 고마워.”

이경빈은 그 말에 입술을 한번 깨물고 말했다.

“데려다줄게.”

“괜찮아. 나는...”

“데려다준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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