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에 오른 후 강지혁은 임유진이 받은 처방전을 가져가며 말했다.“고 비서한테 이 처방전에 문제가 없는지 알아봐달라고 할게.”“설마 선생님이 잘못된 처방전을 적으셨을까.”“조심해서 나쁠 건 없잖아. 내 말대로 해.”강지혁은 지금 임유진의 일이라면 지금 모든 것이 예민했다.그는 말을 마친 후 임유진의 손을 쥐며 그녀의 손을 가만히 바라보았다.그녀의 손은 그녀와 똑같이 너무나도 가녀렸다. 그래서 관절 부분이 삐뚤빼뚤한 것이 더 선명했다.강지혁은 그녀의 두 손을 볼 때마다 후회와 부채감, 심지어는 무력감까지 들었다.제일 꼭대기에 군림해 있는데도, 원하는 건 무엇이든 가질 수 있는데도 그녀의 손 앞에서는 그 모든 권력과 힘이 다 쓸모가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그간 이름 있는 의사들을 다 만나봤지만 하나같이 치료를 할 수 없는 손이라고 하며 할 수 있는 거라고는 통증을 완화해주는 것밖에 없다고 했다.강지혁은 1년 뒤 다시 치료에 들어가기 전에 만약 정말 그녀가 손을 쓸 수 없게 되어버리면 그때는 정말 자기 자신을 용서하지 못할 것 같았다.그는 임유진과 달리 아이보다는 그녀가 더 소중했다.“아니면 치료를 계속 이어가는 게 어때? 만약...”“안 돼!”임유진이 단호하게 거절했다.“선생님도 그 치료는 아이한테 영향이 갈 거라고 했잖아. 어떻게 가진 아인데, 그것도 셋이나! 나는 절대로 아이들을 포기할 생각 없어.”“다시는 글을 쓰지 못해도, 물컵을 드는 것조차 힘들어도, 그래도 괜찮다는 소리야?”강지혁이 초조함을 담아 언성을 조금 높였다.“응. 괜찮아.”임유진은 강지혁의 손을 꼭 말아 제 손으로 감싸며 말을 이어갔다.“혁아, 나 정말 괜찮아. 그때도 손을 쓰지 못할 수도 있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그래도 다행히 괜찮았잖아. 그러니 이 이상 바라는 건 욕심이지.”강지혁은 그 말에 얼굴이 어두워졌다.그녀의 말에 심장이 욱신거리며 더욱더 심한 자책감이 들었다.“아이가... 그렇게나 소중해?”한참이 지난 후 강지혁이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강지혁의 어머니가 강지혁을 낳은 건 어디까지나 부잣집 도련님의 아이를 낳아 강씨 가문의 며느리로 들어가기 위해서일 뿐이었다.그런데 그 욕심은 결과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강선우와 강지혁은 그때부터 그녀에게 있어 쓸모없는 패가 되었다.그런데 눈앞에 있는 이 여자는 평생 손을 쓰지 못하게 될지도 모르는데도 아이들을 위해 기꺼이 그러겠다고 하고 있다.그녀에게 있어 아이는 물질적인 것을 얻기 위한 도구가 아니었다.임유진의 두 눈은 언제나 티 없이 맑았고 감옥에게 그렇게 모진 고통을 겪었는데도 여전히 반짝반짝 빛이 났다.아마 그런 그녀라서 강지혁이 이토록 지독하고 깊게 빠져들었을 것이다.강지혁이 별안간 임유진을 꽉 끌어안았다.“네 손 분명히 괜찮을 거야. 내가 절대 망가지게 두지 않아.”그는 임유진의 손을 치료할 수만 있다면 무슨 짓이라도 할 생각이다.임유진은 그 말에 미소를 짓더니 두 손을 올려 강지혁의 등을 꽉 끌어안았다.사실 그녀는 자기 두 손에 대해 크게 미련이 없었다.“혁아, 너무 그러지 않아도 돼. 만약 정말 못쓰게 되면 그때는 네가 내 손이 되어주면 되잖아. 안 그래?”“만약 정말 그렇게 되면 그때는 네가 부탁하지 않아도 그렇게 할 거야.”강지혁이 임유진의 목에 얼굴을 묻은 채 중얼거렸다.임유진이 원하는 거라면 그게 뭐든 바로 그녀의 눈앞에 대령할 준비는 오래전부터 되어있었다....고이준을 통해 알아본 결과 소영훈의 처방전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그래서 강지혁은 한의원으로 가 약재를 받아오고 푹 끓인 후 임유진이 족욕 할 수 있을 정도의 온도로 식혔다.물이 식는 동안 그는 옆에 놓아둔 약재를 임유진의 양손 위에 조심스럽게 올려놓았다.“뜨거워?”“괜찮아. 딱 좋아.”처음에는 뜨거웠지만 금방 손이 뜨끈뜨끈해져 기분이 좋았다.잠시 후 강지혁은 임유진의 바로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그녀의 발을 잡더니 적당한 온도로 식혀진 물 안에 조심스럽게 담갔다.온도가 설정한 대로 유지되는 족욕 통이라 물이 금방 식을 걱정은 없었다.
임유진은 심장이 거세게 뛰는 걸 느끼며 서둘러 고개를 숙였다.그러자 강지혁이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왜 그래?”“아... 아무것도 아니야...”아까 족욕 할 때보다 몸의 열기가 더 빠르게 올라오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강지혁은 고개를 푹 숙인 그녀를 보며 미간을 살짝 찌푸렸지만 아무 말 없이 침실로 들어와 그녀를 침대에 올려놓았다.“음... 나 먼저 잘게.”임유진은 침대에 올려진 후 심장이 세게 뛰는 것을 가라앉히기 위해 애쓰며 이불을 잡았다.하지만 이불을 끌어 올리기 전에 강지혁이 갑자기 허리를 숙여 몸을 기대오더니 한 손을 그녀의 몸 옆에 올려놓고 다른 한 손으로 그녀의 턱을 잡은 채 자신의 두 눈을 빤히 바라보게 했다.“왜 갑자기 내 얼굴 안 봐? 나 방금 뭐 말실수 한 거 있어? 아니면 너한테 뭐 잘못한 거 있어? 그래서 갑자기 기분이 안 좋아졌어?”임유진은 그 말에 두 눈을 깜빡였다.‘무슨... 왜 그렇게 생각하는 거지? 아... 혹시 뭐 오해한 건가?’“그런 거 아니야.”“그런데 왜 갑자기 내 얼굴 안 봐?”강지혁이 집요하게 물었다.뭔가 단단히 오해한 게 틀림없어 보였다.“나는 그게... 그러니까... 그냥...”임유진이 빨개진 얼굴로 우물쭈물했다.“그냥?”그러자 그 모습이 더 이상해 보였던 건지 강지혁의 얼굴이 더욱더 가까이 다가왔다.“그냥 뭐?”임유진은 바로 코앞에 있는 잘생긴 얼굴을 보며 참을성 테스트라도 받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강지혁의 얼굴은 멀리서 봐도 잘생겼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잘생긴 것에 더해 예쁘기까지 했다. 속눈썹이 길게 뻗은 것도 예뻤고 사람을 홀리는 것 같은 까만 눈동자도 너무 예뻤다.게다가 코는 어찌나 오뚝한지 손이 벨 것 같았고 입술은 그대로 입을 맞춰버리고 싶을 정도로 섹시했다.심지어 조금 긴장한 듯 울렁대는 목젖도 심각하게 관능적이었다.“유진아, 말해줘. 왜 갑자기 내 얼굴을 보지 않아?”중저음의 목소리가 임유진의 귓가를 간지럽혔다.“널... 널 보면 심장이 남아나지 않는데
“너 진짜!”임유진이 터질 것 같은 빨간 얼굴을 한 채 입술을 꽉 깨물었다.몇 가닥의 머리카락이 볼에 찰싹 붙은 것이 오늘따라 더더욱 예뻐 보였다.강지혁은 단지 그녀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안정을 느꼈다.그리고 그녀의 얼굴이 빨개진 게, 그녀가 부끄러워하는 게 전부 다 자신 때문이라는 생각에 기쁜 것을 넘어 희열마저 느꼈다.강지혁은 그녀가 더욱더 그에게 끌리기를 원하고 더욱더 그로 인해 심장이 떨리기를 원하며 그의 마음뿐만이 아니라 몸까지 강력하게 원하기를 바라고 있다.그래야만 그는 그녀가 떠나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들것 같았다.임유진은 알까?강지혁이 그녀를 얼마나 원하고 있는지, 강지혁이 그녀를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지.사실 그는 임유진과 다시 시작하기로 한 뒤에도 여전히 마음 한편에 불안과 초조함을 품고 있었다.임유진이 그 언젠가 다시 전처럼 그를 사랑할 수 있는지, 노력 때문이 아닌 정말 그를 사랑해서 사랑한다는 말을 하는 날이 올 수 있는지에 대해서 말이다.“유진아, 사랑해.”강지혁은 마음속 제일 깊은 곳에 묻어뒀던 자기 마음을 그녀에게 꺼냈다....다음날.임유진은 잠에서 깬 후 어젯밤 있었던 일을 떠올리고는 금세 얼굴을 붉혔다.어제저녁, 강지혁의 ‘사랑해’라는 한마디에 두 사람은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입술을 맞췄고 그대로 사랑까지 나눴다.임유진은 어제 지나칠 정도로 그녀를 유혹하는 강지혁 때문에 전보다 더 적극적으로 달려들었다.‘조선 시대 때 여자한테 미쳐서 정세를 제대로 돌보지 않은 왕을 뭐라 할 처지가 아니었네.’임유진은 새삼 사랑이라는 감정이 무섭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누군가에게 미쳐버리면 그때부터는 이성적인 사고를 제대로 할 수 없게 되니까.하지만 강지혁과는 사이가 좋아지면 좋아질수록 더 좋았다. 전과 같은 분위기도 조금씩 감도는 것 같고 함께 있으면 마음이 포근해지며 두 사람 사이에 있던 보이지 않는 벽도 서서히 허물어가는 것 같았으니까.이제야 정말 다시 시작하는 기분이었
그도 그럴 것이 이경빈 쪽이 탁유미 쪽보다 훨씬 더 좋은 육아 환경을 가지고 있으니까.“어떻게 안 될까요?”임유진이 물었다.그녀는 탁유미가 이대로 윤이를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생각만 하면 심장이 무언가에 꽉 잡힌 듯 괴로웠다.이런 감정이 드는 건 아마 탁유미를 돕고 싶은 마음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크게는 같이 억울하게 누명 쓴 입장에서 나오는 동질감 때문일 것이다.“탁유미 씨가 당시 억울하게 누명 썼다는 게 증명이 되면 승률이 지금보다는 높아질 수도 있는데 말이죠...”변호사의 말에 임유진도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 제가 방법을 생각해볼게요.”지금 그녀가 할 수 있는 건 계단에서 굴러떨어진 공수진의 유산 수술을 집도했던 주치의를 찾는 것뿐이었다.공수진이 퇴원하고 탁유미가 감옥에 들어간 후 그 의사가 얼마 안 가 바로 병원을 그만뒀으니까. 누가 봐도 의심스러운 행보가 아닐 수 없었다.퇴근 후 임유진은 데리러 온 강지혁의 차에 올라탄 후 바로 그에게 부탁했다.“혁아, 너 사람 한 명 찾아줄 수 있어?”“누구?”“당시 공수진의 수술을 집도했던 의사.”그 말에 강지혁이 미간을 꿈틀거렸다.“탁유미 씨가 누명을 썼다는 걸 증명하려고?”“응. 우리가 접근할 수 있는 유일한 단서가 바로 그 의사야. 나는 공수진이 애초에 임신하지 않았다고 생각해. 또 혹은... 그 아이가 이경빈의 아이가 아니거나.”이 두 가지 가정 중 하나라도 맞다면 그때는 공수진이 다른 목적으로 계단에서 굴렀다는 걸 손쉽게 증명할 수 있다.그런데 만약 두 가지 가정 모두 아니라면, 공수진이 정말 이경빈의 아이를 임신한 게 맞다면 그때는 탁유미와 임유진 두 사람 모두 지게 된다.하지만 지금은 뭐가 됐든 가능성이 있는 쪽으로 밀어붙일 수밖에 없다.“만약 공수진이 정말 이경빈의 아이를 임신한 게 맞으면?”아니나 다를까 강지혁이 그녀가 우려하고 있는 부분을 정확히 찔러왔다.“나는 지금 언니가 공수진의 계략에 말려든 게 틀림없다는 걸 전제로 하고 있어. 당시 언니가 임신했다는
임유진은 진지한 얼굴로 분석하다가 그제야 강지혁이 자기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왜... 왜 그렇게 봐?”“네가 너무 예뻐서.”임유진의 질문에 강지혁이 아주 담담하게 대답했다.그 말에 임유진은 또다시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하는 것을 느꼈다.강지혁이 이렇게 달콤한 말을 내뱉을 때마다 그녀는 정말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예쁜 건 자기가 더 예쁘면서!’“크흠. 참, 백연신 씨 쪽은 어떻게 됐어?”임유진은 헛기침을 한번 하며 화제를 돌렸다.이틀 뒤에 한지영은 두 번째 수술에 들어가게 된다. 의사는 수술이 잘 끝나면 한지영이 머지않아 금방 의식을 되찾을 거라고 했다.그런데 만약 의식을 찾은 뒤에 백연신이 옆에 없다는 것을 알게 되면 한지영은 분명히 엄청 슬퍼할 것이다.“아직.”강지혁이 고개를 저었다.“백씨 일가에서는 현재 백연신 씨가 실종됐다는 뉴스 외에 다른 소식은 일절 입에 올리지 않고 있어. 회사와 가문 일은 현재 백연신 씨의 ‘어머니’가 맡고 있고 백연신 씨의 사람들은 권리를 다 박탈당했어.”그 말에 임유진의 얼굴에 걱정이 일었다.“백연신 씨 설마...”“죽지는 않았을 거야. 만약 죽었으면 그 여자가 진작 공표했겠지. 아무런 방해물 없이 자기 친아들들에게 가문을 물려줄 수 있으니까. 그런데 급급하게 백연신 씨의 수족들을 쳐내고 있다는 건 백연신 씨가 언제 다시 돌아올지 모르니 미리 대비하고 있다는 뜻이지.”임유진은 그 말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뭐가 됐든 살아있으면 그것으로 됐다.이틀 후.한지영의 수술 당일, 임유진은 수술실 밖에서 한지영의 부모와 함께 수술이 끝나기를 기다렸다.몇 시간의 수술이 끝난 후 문이 열리고 의사에게서 수술이 순조롭게 끝났다는 얘기를 듣고서야 세 사람 모두 한시름 놓았다.“유진아, 정말 고마워.”“정말 고마워.”한씨 부부는 지난번 임유진에게 사과한 뒤로 틈만 나면 그녀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그도 그럴 것이 그녀는 제 딸을 구해준 은인이나 마찬가지였으니까.“어
“왜? 내가 뭐 틀린 말 했어?”“아니 그게 아니라... 너 방금 우리 엄마한테 어머니라고 한 거야?”임유진이 조금 벙찐 얼굴로 물었다.“결혼했으니 당연한 호칭이잖아. 왜, 어머니 말고 장모님이라고 부를까? 아니면 어머님?”강지혁이 되물었다.어머니든 장모님이든 아니면 어머님이든 호칭만 따지면 전혀 문제 될 건 없었다.다만 임유진은 줄곧 강지혁에게 있어 ‘어머니’라는 호칭은 조심스러운 호칭이라고 생각했었다.그의 어머니는 그에게 상처만 주고 떠나버렸으니까.강지혁은 많이 놀란듯한 임유진을 빤히 바라보더니 허리를 숙여 그녀를 꽉 끌어안았다.“그 여자한테 버림받은 뒤로 ‘어머니’라는 단어에는 분노만 느꼈었어. 누군가를 ‘어머니’라고 부르는 건 당연히 생각해본 적 없고. 그런데 유진이 네 덕에 ‘어머니’라는 단어가 얼마나 따뜻한 단어인지 알게 됐어.”강지혁은 천천히 눈을 감은 채 임유진의 어깨에 기대 지금껏 그 누구에게도 얘기한 적 없는 속마음을 꺼냈다.“네가 이토록 그리워하고 있는 걸 보면 네 어머니도 분명히 너처럼 좋은 엄마셨겠지. 나는 네 어머니한테 감사해. 너를 낳아줘서, 너를 이 세상에 데려와 줘서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 만약 너의 어머니가 아니었으면 나는 널 만나지도 못했을 거야. 그리고 누군가를 사랑하는 감정도 영영 느끼지 못했겠지.”임유진은 지금 마치 그의 숨결 속에 포근하게 감싸져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며 오늘따라 유독 더 그와 가까워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강지혁이 자신의 상처를 입 밖으로 먼저 내뱉은 건 지금이 처음이다.“내가 네 엄마를 어머니라고 부른 건 단지 우리가 결혼해서가 아니야. 내가 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여자의 어머니니까, 너를 태어나게 하고 나한테도 살아갈 의미를 느끼게 해준 분이니까, 그래서 어머니라고 부른 거야.”강지혁이 낮은 목소리로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유진아, 너는 내가 살아가는 의미야.”임유진은 순간 코가 찡해 나고 가슴은 뜨거워지는 것을 넘어 벅차올랐다.그녀는 눈앞에 있는 이
순간 강지혁의 눈가가 빨갛게 물들었다. 긴장을 너무 많이 한 것인지, 아니면 너무 많이 기대한 것인지 그는 지금 몸 전체가 다 떨렸다.“날 사랑한다고? 정말...?”떨리는 목소리가 그의 입안에서 흘러나왔다.“응. 난 이런 거로 거짓말 안 해. 혁아, 나는 널 사랑하고 있어. 널 전처럼 사랑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릴 줄 알았는데 아니었어. 널 다시 사랑하는 것과 시간의 흐름은 아무런 관계도 없었어.”대단히 큰일을 겪은 것도 아니고 그럴 만한 특별한 계가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그저 원래부터 그래야 하는 것처럼 임유진은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그를 향한 마음을 깨달았다.전에 강현수 앞에서 얘기했을 때보다 더 확실하게 깨달았다.강지혁은 다시 한번 임유진을 꽉 끌어안았다.“분명히 날 사랑한다고 했어. 네가 네 입으로 말한 거야. 절대 못 물러.”“응, 무를 생각 없어.”임유진은 조금 울먹거리는 듯한 강지혁의 목소리에 그의 등을 토닥이며 물었다.“혁아, 너 울어?”강지혁은 그 질문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얼굴을 그녀의 어깨에 더 깊게 얼굴을 파묻었다.임유진은 어깨가 젖어가는 걸 느끼며 그를 더 꼭 끌어안았다....묘원 입구 바로 옆에서 대기하고 있던 고이준은 임유진과 함께 묘원에서 걸어 나오는 강지혁의 얼굴을 보고는 보면 안 될 것이라도 본 사람처럼 눈을 깜빡거렸다.강지혁의 눈가가 빨개진 것도 모자라 살짝 부은 듯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반면 임유진은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상당히 기분이 좋은 듯 보였다.고이준은 눈앞의 광경을 보며 두 사람이 꼭 애먼 여자애를 울린 다 큰 남정네와 그런 남정네에게 괴롭힘을 당해 눈물을 흘린 여자애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다만 성별이 바뀌었을 뿐.‘그런데... 대표님이 괴롭힘을 당했다고? 그래서 울기도 하고? 아니, 애초에 대표님이 울었다는 것부터가 말이 안 되잖아! 대표님이 울기는 왜 울어. 분명히 모래 같은 게 눈에 들어가서 그걸 빼려다 눈물이 나온 게 틀림없어!’고이준이 혼란스러운 생각을 정리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