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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86화

Author: 유진
임정호의 웃음이 어색하게 굳어버렸다.

“그때는 내가 잠시 머리가 어떻게 됐었나 봐. 부녀 사이에 연을 끊는다는 게 어디 말이 되는 소리니? 여기서 이럴 게 아니라 안으로 들어가서 얘기할까?”

임정호가 뻔뻔하게도 강씨 저택 문을 가리키며 말했다.

“정말 뭐라고 하는 건지.”

임유진이 싸늘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연을 다시 잇는 게 목적이면 더 할 말 없으니 이만 돌아가세요. 우리가 한 가족이 되는 일은 영원히 없을 테니까.”

아무리 피가 이어졌다고 한들 남보다 못한 인간을 아빠로 다시 받아들일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그 말에 임정호의 안색이 확 변하더니 이윽고 웃음을 완전히 지워버렸다.

임유진은 그걸 보고는 강지혁에게 말했다.

“가자, 혁아.”

물론 이대로 임유진을 보내줄 임정호가 아니었기에 그는 그대로 임유진에게 다가와 손을 잡으려고 했다.

하지만 경비원이 그보다 더 빠르게 다가와 임유진의 앞을 막아섰다.

그때 옆에서 줄곧 보기만 하던 방미령이 다급하게 말했다.

“유진아, 우리를 다시 가족으로 받아들이기 싫으면 그렇게 해. 하지만 이제껏 함께 산 정을 생각해서 네 동생이라도 풀어줘. 유라는 배여진 걔한테 가스라이팅 당해서 그런 짓을 한 것뿐이야. 너 지금 강지혁 씨랑 결혼까지 했는데 만약 너한테 감옥살이하게 될 동생이 있다고 기사라도 나면 너도 곤란하지 않겠니?”

그 말에 임유진이 미간을 찌푸렸다.

임유라? 감옥? 게다가 배여진까지?

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지?

그녀의 의혹을 눈치챈 강지혁이 입을 열었다.

“네가 전에 촬영장 대기실에서 배여진의 전남편을 만난 것도 배여진과 임유라가 함께 꾸민 짓이고 곽동현이 억울하게 음해당한 것도 그 둘이 함께 작당 모의한 거야.”

그 말에 임유진이 입을 떡 벌렸다.

일이 그렇게 복잡하게 이어졌을 줄은 생각도 못 했다.

“배여진은 임유라가 오로지 너를 상대하기 위해 그런다고 생각해 손을 잡았는데 실상은 자기도 당할 뻔했어. 배여진의 생일 파티 때 스크린에 흘러나왔던 영상, 그거 임유라가 차에 카메라를 설치해 얻을 수 있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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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면 번거로워지잖니. 네 남편한테 경찰서 쪽에 연락 한번 돌리면 끝날 일을 뭘 변호사까지 불러. 안 그래?”방미령이 다시 웃으며 말했다.“나는 날 해하려고 했던 사람을 도와주고 싶지 않아요. 그리고 자꾸 네 동생 네 동생 하는데 우리 엄마가 살아생전에 낳은 자식은 나 하나뿐이에요. 나한테 동생 같은 건 없어요.”임유진의 말에 방미령이 못 참고 삿대질했다.“너 그게 무슨 말본새야? 너 혹시 지금 우리한테 복수하는 거니? 네가 그때 감옥살이했을 때 우리가 너 도와주지 않은 거 복수하는 거냐고. 그때는 우리 모두 다 힘들었어. 너만 힘들었던 게 아니라고. 그리고 네가 감옥살이했다고 네 동생까지 감옥살이해야겠니? 그래야 네 속이 시원하겠어?”그 말에 임유진이 차갑게 웃었다.“감옥살이라뇨. 아직 감옥으로 들어간 것도 아니잖아요. 내가 억울했을 때는 가만히 있더니 임유라는 감옥으로 들어가지도 않았는데 벌써 초조해 나시나 봐요? 어떻게 뻔뻔하게 나한테 복수니 뭐니 하는 말을 할 수가 있죠? 그리고 임유라가 정말 잘못했으면 그에 마땅한 벌을 받아야죠. 그게 세상을 살아가는 이치예요.”“내가 이런 말까지는 안 하려고 했는데 그때 너 감옥 들어갔을 때 네가 건드린 건 진씨 가문과 강씨 가문...”방미령은 강지혁의 얼굴이 어둡게 가라앉은 걸 보더니 뒷말을 도로 삼켜버렸다.강지혁의 눈빛은 꼭 이대로 그녀를 찢어 죽일 것 같았다.그는 방미령의 앞으로 다가오더니 차갑지 그지없는 목소리로 물었다.“어디 계속해보지 그래?”방미령은 강지혁의 무시무시한 기세에 눌려 몸을 덜덜 떨었다.“임유라를 법의 테두리 안에 맡긴 걸 감사하게 생각해야지. 만약 앞으로 또다시 유진이 찾아오면 그때는 그렇게 아끼는 딸과 함께 감옥으로 보내주지.”강지혁이 무섭게 경고하고 뒤로 돌았다.그리고 다시 임유진 곁으로 가려는데 임정호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솔직히... 솔직히 강 대표님도 그때는 유진이한테 죄가 있다고 생각했잖아요. 유진이가 형을 살게 됐을 때도 쟤가 억울해하는 거 믿어주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288화

    임유진의 목소리에 강지혁은 그제야 이성이 돌아온 듯 손힘을 살짝 풀었다.분노에 잠식됐던 두 눈도 서서히 다시 원래 모습대로 돌아왔다.“혁아, 이거 놔. 난 이 사람이 뭐라고 하든 신경 안 써. 그러니까 너도 신경 쓰지 마. 이런 인간 때문에 네 손을 더럽힐 필요 없어!”임유진이 걱정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정말... 신경 안 써?”강지혁의 말에 임유진이 고개를 끄덕였다.“응, 신경 안 써.”그 말에 강지혁은 그제야 완전히 힘을 풀었다.임정호는 죽다 살아난 후 완전히 겁에 질려 말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리고 방미령도 몸을 덜덜 떤 채로 임정호의 뒤로 가 숨었다.임유진은 그런 그들을 싸늘한 시선으로 내려다보며 말했다.“임유라 일로 내가 당신들에게 도움을 줄 일은 없을 겁니다. 그리고 그때 일로 복수할 마음도 없고요. 당신들은 그럴 가치조차 없는 사람들이니까. 다시는 가족이라고 찾아오지 마세요. 나한테 가족은 혁이뿐이에요.”그녀는 말을 마친 후 강지혁의 손을 잡고 저택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임정호와 방미령은 임유진이 떠나는 걸 보고도 그저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었다.강지혁은 임유진의 발걸음을 따라 한 걸음 한 걸음 집으로 향했다.머릿속에는 온통 그녀가 했던 ‘나한테 가족은 혁이뿐이에요’라는 말뿐이었다.이제껏 수많은 사랑의 속삭임 중에서 이 말이 가장 심장을 울리는 말이었다.임유진은 거실까지 들어와서야 발걸음을 멈추고 강지혁을 바라보았다.“그런 사람들 때문에 화낼 필요 없어. 그럴 가치가 없는 사람들이야. 그러니까 앞으로 그러지 마.”강지혁이 임유진을 빤히 바라보았다.그녀는 모를 것이다. 아까 임정호의 입에서 그 말이 튀어나왔을 때 그가 순간 얼마나 불안하고 또 초조했는지.게다가 아까 병원에서 만약 자신이 탁유미였다면 용서 안 했을 거라는 말 때문에 더더욱 심장이 쿵쿵 뛰었다.사실 임정호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강지혁과 그들은 다를 바 없는 사람들이 맞으니까.임유진이 억울하게 감옥살이를 하게 됐을 때 그 역시 그들처럼 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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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생각만 하면 강지혁은 핏기가 가시고 손부터 떨렸다.그건 어디까지나 가정이고 눈앞에 임유진이 버젓이 살아있는데도 심장이 쿵쿵 뛰며 도저히 진정할 수가 없었다.“응, 나도 다행이라고 생각해. 진애령 씨 일을 안타깝게 됐지만 지금은 그 사고의 진실이 모두 밝혀졌으니 조금이라도 마음 편히 잠들겠지.”강지혁은 그 말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진실이 무엇인지 임유진은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그리고 강지혁은 그런 그녀에게 진실을 얘기해줄 용기가 없었다.정의감 넘치는 그녀가 이제껏 진실이 뭔지 알면서 그녀를 속여온 남자를 쉽게 용서해줄 리가 없었다.“너 왜 그래? 왜 그런 눈을 하고 있어?”임유진이 이상해하며 물었다.“꼭 잘못을 저지른 애가 어쩔 줄 몰라 하는 것 같아.”그 말에 강지혁의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만약 내가 정말 잘못을 저질렀다면...?”그러자 임유진이 웃었다.“솔직하게 털어놓고 상대가 용서해주기를 바라야지.”“솔직하게 얘기하면 뭐든 용서받을 수 있어?”“그건 솔직해져 봐야 알겠지?”임유진이 장난 섞인 말투로 답했다.솔직히 그녀는 강지혁이 뭔가 잘못을 저질렀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게다가 잘못을 저질렀다고 한들 강지혁이라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하지만...“혁아, 혹시 무슨 고민 있어? 그런 거면 나한테 얘기해 봐. 우리 부부잖아. 서로의 허물도 감싸줄 수 있는 게 바로 부부야.”“나는 왜 너와 조금 더 빨리 만나지 못한 걸까?”강지혁이 입을 열었다.“너를 조금만 더 빨리 알았더라면 너를 더 빨리 사랑했을 거고 그러면 네가 그런 고통을 겪지 않게 해줬을 거야.”“지금도 늦지 않았어.”임유진은 강지혁의 볼을 매만지던 손을 떼어내 그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강지혁은 머릿결도 좋았다.“늦지 않았다고?”“응. 하나도 늦지 않았어.”강지혁도 모든 게 다 늦지 않은 거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그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걸 다 그녀를 지키는 데 쓰고 싶었고 그녀가 더 이상 아무런 상처도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290화

    대체 강지혁은 뭘 그렇게 불안해하고 있는 걸까?속마음까지 다 털어놓고 다시 시작하기로 했는데 뭐가 그리도 불안한 걸까?키스가 끝난 후 강지혁의 두 눈이 임유진을 빤히 바라보았다.“유진아.”그의 목소리에 임유진은 심장이 떨리는 느낌이 들었다.강지혁은 마치 세상에서 제일 소중한 것을 끌어안듯 그녀를 품에 꽉 끌어안았다.그리고 임유진은 그런 그의 품에 안긴 채 조금 거센 그의 심장박동 소리를 느꼈다.어쩐지 그를 향한 마음을 인정하고 입 밖으로 내뱉은 뒤로 강지혁을 향한 사랑의 감정이 점점 더 커져 가는 것 같았다.임유진은 두 손을 그의 허리에 두른 채 그가 속삭이는 말을 들었다.“예전 일은 다 잊겠다고 약속해. 그리고 나랑 다시 시작해.”“나는 우리가 진작 다시 시작한 줄로 알고 있었는데?”임유진이 웃으며 말했다.“약속해.”강지혁이 고집스럽게 말했다.“그래, 알았어. 예전 일은 다 잊을게. 힘들었던 일, 슬펐던 일, 화났던 일까지 전부 다 잊어버릴게.”임유진의 대답에 강지혁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아이가 태어나면 바로 결혼식부터 올릴 거야. 네가 내 와이프인 거 전 세계 사람들한테 알리고 싶어.”그는 앞으로 남은 인생을 오로지 임유진을 사랑하고 지켜주며 그녀의 고통을 지워주는 데에 쓸 생각이다.그리고 그녀와 백발의 주름 가득한 노인이 될 때까지 줄곧 함께할 생각이다....윤이의 새로운 인공와우가 완성됐다.이틀 사이에 완성된 것을 보니 이경빈이 신경을 많이 쓴 게 틀림없어 보였다.윤이는 다시 들을 수 있게 돼 기분이 좋은지 활짝 웃으며 이경빈에게 예의를 갖춰 말했다.“아빠, 고마워요!”그러고는 옆에 있는 탁유미에게 와락 안겼다.“엄마, 미안해요. 다음에는 절대 이런 일 없게 할게요.”기기 값이 비싸 탁유미가 그간 힘들게 돈을 모으고 있었다는 걸 윤이도 알고 있다. 그러다 운이 좋게 임유진의 도움으로 인공와우를 착용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도 말이다.그리고 지금 착용하고 있는 이 기기는 그간 줄곧 없는 줄로만 알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291화

    탁유미는 부드럽게 웃으며 윤이의 얼굴을 매만졌다.이경빈은 두 눈에 서로밖에 없는 듯한 탁유미와 윤이를 넋을 잃은 채 바라보았다.한 번도 탁유미가 엄마가 되면 어떤 모습일까 같은 건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의도치 않게 지금 그 모습을 봐버렸다.순간 이경빈의 머릿속으로 전에 탁유미가 웃으며 했던 말이 떠올랐다.“경빈이 너는 되게 엄격한 아빠가 될 것 같아.”“그럼 너는?”“나는 아마... 다정한 엄마겠지?”“다정한 엄마는 아이에게 휘둘리기 십상이야.”“나는 엄격하지 않아도 아이를 잘 키울 자신 있어. 나는 분명히 좋은 엄마가 될 거야.”윤이의 교육이 제대로 잘 된 건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윤이의 눈에 탁유미는 좋은 엄마인 것은 분명했다.그때 한창 얘기하던 탁유미의 미간이 찡그려지더니 윤이를 향해 다급하게 말했다.“엄마 잠깐 화장실 좀 갔다 올게. 아빠랑 얘기하고 있어.”그러고는 대답도 듣지 않고 복도 끝쪽에 있는 화장실로 걸어갔다.가는 길, 그녀는 손을 들어 오른쪽 갈비뼈 아래를 꾹 짓눌렀다.이경빈은 그런 그녀의 뒷모습을 보고는 저도 모르게 눈썹을 꿈틀거렸다.화장실로 들어온 탁유미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오른손으로 갈비뼈 쪽을 더 꽉 짓눌렀다. 그러고는 고통을 참으려는 듯 입술을 꽉 깨물었다.사실 이 통증은 몇 개월 전부터 시작되었지만 몇 분 뒤면 금방 괜찮아지기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그 통증이 더더욱 심해졌다.5분 정도 지났을까, 드디어 통증이 멎고 탁유미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단지 5분뿐이었지만 그녀는 마치 모든 에너지를 다 쏟은 것처럼 얼굴이 창백해지고 이마에는 땀방울이 맺혔다.탁유미는 요즘 일 때문에 힘들어서 그렇다며 세수를 한 뒤 화장실에서 나왔다.“너 어디 아파?”화장실에서 나오자 이경빈이 물었다.“아니.”탁유미는 담담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이제 그만 가볼게. 새 기기 고마워.”이경빈은 그 말에 입술을 한번 깨물고 말했다.“데려다줄게.”“괜찮아. 나는...”“데려다준다고.”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292화

    이경빈은 탁유미와 윤이가 손을 잡고 걸어가는 모습을 넋을 잃은 채 바라보았다. 심지어 두 사람이 시야에서 사라졌는데도 차를 움직이지 않고 여전히 가만히 바라보기만 했다.대체 왜 이런 감정이 드는 걸까?왜 탁유미와 윤이가 함께 있는 모습을 바라보며 따뜻하다고 느끼는 걸까?왜 두 사람을 위해 양육권을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드는 걸까?윤이에게 탁유미가 좋은 엄마인 건 맞지만 제 아들이 탁씨 가문 사람 손에 키워지는 건 절대로 두고 볼 수 없는 노릇인데도 말이다.이경빈은 탁유미의 아버지를 증오했다.그녀의 아버지 때문에 이씨 가문이 하마터면 가루가 되어 사라질 뻔했으니까.얼마나 지났을까, 이경빈의 시야에 탁유미가 다시 나타났다. 그녀는 차에 식자재가 든 큰 통을 하나하나 실었다.가뜩이나 살집도 별로 없는 몸인데 지금은 바람이 불면 그대로 날아가 버릴 것만 같았다.탁유미는 식자재를 다 옮기고는 운전석 쪽으로 향했다. 하지만 그때 그녀가 자리에 우뚝 멈춰서더니 또다시 오른쪽 갈비뼈 아래를 꾹 짓누르며 몸을 웅크렸다.이경빈은 그 모습을 보더니 서둘러 차에서 내려 탁유미 쪽으로 다가갔다.가까이에서 본 그녀의 얼굴을 고통으로 잔뜩 일그러져 있었고 얼마나 세게 물었는지 입술에서는 피까지 났다.“너 왜 그래? 어디 아파?”이경빈의 질문에는 그조차도 인식하지 못한 초조함이 묻어나왔다.“나... 난 괜찮아...”탁유미가 힘겹게 한 자 한 자 말을 내뱉었다.그녀는 하루에 통증이 두 번이나 일게 될 줄은 몰랐다. 게다가 지금은 아까 화장실에서 느꼈던 것보다 더 아픈듯했다.이경빈은 전혀 괜찮아 보이지 않는 듯한 그녀의 모습을 보며 미간을 꿈틀거렸다.“병원에 데려다줄게.”그는 말을 마친 후 탁유미를 부축하려는 듯 그녀의 팔을 잡았다.“괜찮아.”그러자 탁유미가 그의 손을 뿌리치며 단호하게 거절했다.“내 일은... 내가 알아서 해. 신경 써줄 필요 없어. 그리고... 어차피 돈 아까워서 병원도 못 가.”이경빈은 그 말에 하마터면 그깟 돈 자신이 대신 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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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말 괜찮아?”강지혁이 임유진의 손가락을 빤히 바라보며 물었다.“응, 괜찮아.”임유진이 가볍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너도 알잖아. 날씨가 추워지거나 습해지면 원래 이런다는 거. 내일 소 선생님한테 가보려고.”사실 소영훈의 말에 따랐으면 원래 일주일에 한 번씩 병원으로 찾아갔어야 했다. 하지만 그간 여러 일이 겹치고 임신까지 하는 바람에 치료를 까맣게 잊어버리고 말았다.‘늦게 찾아왔다고 뭐라 하실 것 같은데...’“내일 같이 가.”강지혁이 말했다.“괜찮아. 나 혼자 가도 돼. 넌 일해야지.”“같이 가.”단호한 그의 말에 임유진은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그러고는 밥을 먹으려 다시 수저를 들려는데 강지혁이 다시 입을 열었다.“내가 먹여줄게.”“응? 먹여준다고?”임유진이 벙찐 얼굴로 되물었다.“손 아프잖아. 내가 먹여줄게.”조금 아프긴 해도 젓가락을 쥐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그런데 대답도 듣지 않고 멋대로 젓가락을 빼앗아버리는 강지혁의 행동에 임유진은 결국 피식 웃으며 그의 말을 따랐다.그렇게 강지혁은 임유진의 옆으로 와 손수 새우껍질도 까주고 찌개도 후후 불어주며 임유진에게 대령했다.또한 그녀를 먹이는 동안 강지혁은 한 번도 입에 음식을 넣지 않았다.하지만 그럼에도 한 번도 인상을 찡그리거나 귀찮아하는 법이 없었다. 오히려 표정이 너무나도 다정했다.그의 다정함은 오직 임유진 한해서였다.옆에 있던 도우미는 천하의 강지혁이 누군가에게 음식을 먹여주는 것을 보고 입을 떡 벌렸다.그도 그럴 것이 남의 시중을 받았으면 받았지 절대 시중을 들 사람이 아니었으니까.강지혁의 행동은 말 그대로 시중이었다. 그리고 그의 눈빛은 꼭 임유진이 세상의 전부인 것 같았다.강지혁이 임유진을 얼마나 사랑하는지는 두 사람의 관계를 모르는 사람이 봐도 한눈에 알 수 있을 정도였다.다음날.강지혁은 약속대로 임유진과 함께 소영훈을 찾아갔다.소영훈은 임유진과 강지혁이 함께 들어오는 것을 보고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더 이상 강현수에게는 그 어떠한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294화

    “치료를 중단하겠다고요?”소영훈이 눈썹을 치켜뜨며 물었다.“내가 전에 치료를 중도에 그만두면 어떻게 되는지 다 얘기해준 것 같은데? 지금은 몇 주라서 괜찮지만 1년이 지나면 그때는...”“저 임신했어요.”임유진이 소영훈의 말을 끊고 입을 열었다.“여기서 더 치료하게 되면 아이한테 영향이 갈까 봐서요. 그래서 일단은 중단하려고요.”그 말에 소영훈의 얼굴이 굳었다.“확실히 임신한 상태로는 더 이상 지금껏 받아왔던 치료법대로 치료받을 수 없어요. 하지만 이대로 치료를 중단하면 상황이 더 악화하고 그때는 주먹을 쥐는 것조차 힘들 수 있어요.”“네? 그게 무슨.”강지혁의 안색이 확 바뀌었다.“어쩌면 양손을 더 이상 쓰지 못하게 될 수도 있고요.”소영훈이 말을 덧붙이자 강지혁의 얼굴색이 점점 더 어두워졌다.“다른 방법은 없는 겁니까?”강지혁의 다급한 말에 소영훈이 혀를 차며 답했다.“유진 씨가 여기로 와서 치료를 받기 시작할 때 각종 위험한 상황에 대해서 이미 다 알려줬어요.”“선생님 말씀은 1년 뒤에도 치료할 수 없다는 뜻인가요?”임유진이 물었다.“치료할 수 없는 건 아니지만 다시 치료할 때 통증이 지금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아플 거예요. 그리고 만약 치료하기 전에 두 손을 아예 못 쓰게 되면 그때는 치료고 뭐고 없고요.”강지혁의 얼굴이 완전히 굳어져 버렸다.손을 아예 못 쓰게 되는 것도 1년 뒤 더 고통스러운 치료를 받는 것도 그 어느 것도 그는 받아들일 수 없었다.당시 그는 임유진이 치료받는 과정을 바로 옆에서 지켜봤었다.아무런 마취도 없이 살을 그대로 파고드는 치료법에 임유진이 얼마나 고통스러워했던가.그런 고통은 절대 익숙해질 수 없다.“걱정하지 마. 여기서 안 되면 그때는 전 세계를 전부 뒤져서라도 네 손을 고쳐줄 의사를 데려올 테니까.”강지혁이 임유진을 바라보며 말했다.“해외는 모르겠지만 일단 국내에서 유진 씨 손을 고쳐줄 수 있는 의사는 나뿐이에요.”소영훈의 말에 강지혁의 얼굴이 또다시 어두워졌다.“알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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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재호의 말대로 강지혁은 지금 두려워하고 있다.물론 아이도 너무 중요하지만 임유진이 아이보다 몇 배는 더 중요했으니까.만약 임유진이 또다시 사라져버린다면 그때는 정말 삶의 이유를 완전히 잃어버릴지도 모른다.강지혁은 힘겹게 고개를 돌리고는 세 걸음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그녀를 바라보았다.임유진의 얼굴도 강지혁 못지않게 하얗게 질려있었고 두 눈은 지진이라도 난 듯이 흔들리고 있었다.“유진아, 안 돼... 내가, 내가 어떻게 해서든지 찾아낼게. 그러니까... 그러니까 김재호가 아닌 날 믿어줘. 제발... 부탁이야...”초조함으로 덜덜 떨리고 있는 입술과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 같은 얼굴, 임유진은 마치 심장을 누군가가 난도질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다시는 강지혁이 이런 표정을 짓게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는데 또다시 그를 불안하게 하고야 말았다.임유진은 숨을 한번 깊게 들이켜고는 강지혁을 향해 말했다.“응, 널 믿을게.”그녀의 말이 떨어진 순간 강지혁의 두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흘러나왔다.김재호는 임유진의 말에 빈정거리며 웃었다.“역시 임유진 씨도 이기적인 사람이었네요. 아이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다 할 것처럼 굴더니 지금의 생활을 포기하지 못하겠나 보죠?”임유진은 앞으로 걸어가 강지혁의 얼굴을 손으로 감쌌다. 그러고는 조심스럽게 그의 눈물을 닦아주었다.“혁아, 울지 마. 나는 네가 울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그녀는 강지혁의 예쁜 눈에서 눈물이 한 방울 한 방울 떨어질 때마다 심장이 찌릿하고 아파 났다.그래서 한시라도 빨리 이 눈물을 멈추게 하고 강지혁이 더 이상 불안해하고 무서워하지 않게 해주고 싶었다.강지혁은 김재호의 멱살을 스르르 놓고는 임유진의 손을 잡았다.“내 곁을 떠나지 않겠다고 약속해...”“약속할게. 난 네 곁을 떠나지 않아.”임유진이 단호하게 대답했다.김재호는 그 말에 코웃음을 치며 또다시 비아냥거렸다.“아이의 생사는 전혀 중요하지 않나 보네요. 엄마가 돼서.”임유진은 강지혁의 눈물을 어느 정도 닦아준 후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604화

    “저는 어르신께 은혜를 입은 몸입니다. 이제 이 세상 분이 아니라고 해도 저는 기꺼이 그분의 충견으로 남을 겁니다.”김재호가 단호하게 말했다.“그럼 질문을 바꾸지. 대체 5년 전에 무슨 일이 있었길래 유진이가 사라진 뒤에 네가 아이를 데려온 거지? 너는 우리 둘 사이에서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지? 네가 움직인 건 전부 다 노인네 지시인 건가?”강지혁이 손에 힘을 가하며 그를 압박했다.김재호는 목이 서서히 졸려오는데도 여전히 아무런 표정 변화도 없었다. 그저 시선을 고정한 채 강지혁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강지혁이 지금 이런 질문을 한다는 건 당시 최면으로 봉인됐던 기억이 아직 완전히 돌아온 건 아니라는 소리나 마찬가지다.기억이 모두 회복됐으면 애초에 이런 질문은 하지도 않을 테니까.임유진 역시 다시 강지혁 곁으로 돌아온 걸 보면 어느 정도 기억을 회복한 것으로 보인다. 전부 다 회복한 건 아닐 테지만 아마 사라진 그 날의 기억은 고이준을 통해 어느 정도 알게 됐을 수 있다.하지만 그럼에도 강지혁은 여전히 아무것도 모르고 있는 걸 보면 그 사실을 강지혁에게는 얘기해주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유는 강지혁의 멘탈이 완전히 부서질까 봐.김재호는 강지혁의 말로 아주 많은 것을 파악했다.그는 강지혁의 최면에 직접 개입한 사람이기에 강제로 기억을 자극하는 게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절벽에서의 일을 강지혁 스스로가 기억해낸 게 아니면 얘기조차 꺼내지 말라고 고이준에게 신신당부했던 것도 다 이유 때문이다.‘당부한 대로 그간 아주 잘 지키고 있었나 보네.’“제가 무엇을 했는지 정말 알고 싶으세요?”김재호의 입꼬리가 미세하게 위로 올라갔다.임유진은 그 말에 뭔가 떠오른 듯 다급하게 외쳤다.“안 돼!”그녀의 외침에 강지혁과 김재호의 고개가 그녀 쪽으로 돌아갔다.강지혁은 의혹 가득한 눈빛으로 그녀를 보고 있었고 김재호는 예상했다는 듯한 태연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널 속이기 위해 거짓말을 할 수도 있어.”“제가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603화

    강지혁은 그런 임유진의 손을 꽉 잡으며 말했다.“너무 걱정하지 마. 무슨 수를 써서라도 꼭 아이의 행방을 알아내고 말 테니까.”“응.”두 사람은 어딘가 결연한 얼굴로 빠르게 안으로 들어갔다.방 안에는 경호원 세 명과 중년남성 한 명이 있었다.임유진은 몇 초과량 흐르고 나서야 그 중년남성이 바로 김재호라는 것을 알아챘다. 5년이나 지나 있어 그런지 그는 그녀의 기억 속 모습과 많이 달라져 있었다.주름은 그다지 많지 않았지만 전과 달리 흰머리도 나고 수염도 생겼으며 못 보던 안경까지 쓰고 있었다. 겉모습은 영락없는 일반 시민이었다.만약 이렇게 보는 것이 아닌 길거리에서 스치듯 만났다면 아마 김재호인 걸 인지도 못 하고 스쳐 지나갔을 것이다.김재호는 임유진의 얼굴을 보더니 조금 놀란 듯 흠칫했다. 하지만 이내 다시 태연하게 미소를 띄웠다.“역시 회장님 곁으로 돌아오셨네요.”임유진은 천천히 자리에 멈춰서며 답했다.“네, 돌아왔어요.”5년이라는 시간 끝에 그녀는 드디어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왔다.“나가봐.”강지혁의 말에 경호원들은 하나도 빠짐없이 전부 방에서 나갔다.“아이는 어디 있지?”강지혁이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아이라면 보내드렸잖아요. 한 명은 회장님 곁으로, 그리고 또 한 명은 임유진 씨 곁으로.”“내가 어떤 아이를 얘기하는지 잘 알고 있을 텐데? 유진이 배 속에 있었던 건 세쌍둥이였어. 우리한테 한 명씩 보냈으면 나머지 한 명 또한 당연히 있어야지.”“회장님, 세쌍둥이 중에 두 명이나 생존했는데 그거로는 만족이 안 되세요? 실제로 세쌍둥이 중에 세 명 다 태어나는 경우는 적어요.”김재호의 빈정거림에 임유진은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느낌이 들었다.“우리 아이... 살아있는 거죠? 그렇죠?”임유진의 눈가는 어느새 빨개져 있었다. 솟구쳐오르는 감정을 간신히 억누르고 있는 듯했다.설령 김재호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 원하는 대답이 아니라 하더라도 그녀는 엄마로서 아이의 행방을 들어야만 했다.하지만 김재호는 그녀의 질문에 아무런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602화

    “응, 안 아파. 그러니까 그만해도 돼.”여자아이가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하겸은 몇 초간 가만히 있더니 서서히 힘을 풀고 여자아이의 품에 몸을 맡겼다.“세상에! 너 또 싸웠니? 애들 얼굴 좀 봐. 네가 이랬어? 미친 망아지도 아니고 대체 왜 이러는 거야?! 너 나랑 전생에 무슨 원수라도 졌니?”새엄마인 정가연이 다가와 눈을 부라리며 하겸을 노려보았다. 잠깐 한눈 판 사이에 이런 일이 벌어졌으니 머리가 아플 만도 했다.하승찬은 엄마가 오자 바로 상황을 일러바치며 하겸이 어떻게 다른 아이들을 때려눕혔는지 아주 자세하게 얘기해주었다.여자아이는 정가연의 한마디로 시작된 사람들의 질책에 품에 있는 남자아이를 더 꽉 끌어안았다.“괜찮아. 누나가 지켜줄게. 무서워하지 마.”임유진은 아이의 말에 코끝이 시큰해져 얼른 두 아이를 돕기 위해 입을 열었다.하지만 막 말을 내뱉으려는 순간, 강지혁이 아이 둘을 데리고 다급하게 그녀 앞으로 뛰어왔다.“유진아, 지금 당장 가봐야 할 것 같아. 김재호를 찾았어.”“뭐?”임유진이 깜짝 놀란 얼굴로 되물었다.“김재호를 찾았다고?!”“그래. 고 비서가 확인했어.”임유진은 저도 모르게 다리에 힘이 풀려 휘청거렸다.김재호를 찾았다는 건 세쌍둥이 중 나머지 한 아이의 행방을 드디어 알 수 있게 된다는 뜻이었다.임유진은 정신을 차린 후 곧바로 강지혁의 손목을 덥석 잡았다.“빨리... 빨리 가자!”“그래, 알았어.”강지혁은 고개를 끄덕인 후 시선을 내려 아이 둘을 바라보았다.“엄마랑 아빠가 급한 일 때문에 당장 가봐야 해. 놀이공원은 다음에 다시 데려와 줄게.”강선율은 의젓한 얼굴로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강선현 역시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깨달은 건지 떼 한번 쓰지 않고 알겠다고 했다.놀이공원에서 나와 차에 올라탄 후 현이는 많이 궁금했던 건지 임유진을 보며 물었다.“엄마, 김재호가 누구야? 중요한 사람이야?”“응... 엄청 중요한 사람이야.”임유진은 떨리는 손을 애써 진정시키며 차분하게 답해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601화

    “흠... 그럼 내가 심심하지 않게 바로 옆에 붙어만 있어 주면 안 돼? 나도 저기서 놀고 싶단 말이야.”여자아이는 아주 자연스럽게 설득 방법을 바꿨다.“알았어.”남자아이는 이제껏 가만히 있었던 게 무색할 만큼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누나 곁에 있을게.”‘누나’라는 말에 임유진은 또다시 움찔하고 말았다. 남자아이는 눈빛만 닮은 게 아니라 조금 아련한 목소리로 ‘누나’라고 부르는 것까지 강지혁과 아주 많이 닮아있었다.여자아이는 환한 미소를 짓더니 곧바로 남자아이의 손을 잡고 발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이제 막 두 걸음 정도 움직였을 때 아까 바이킹 줄에서 봤던 승찬이라는 남자아이가 자기보다 한두 살 더 많아 보이는 형들을 데리고 다가왔다.승찬은 손가락으로 겸이란 남자아이를 가리키며 옆에 있는 형들에게 말했다.“내가 말했던 애가 바로 쟤야. 쟤가 진짜 싸움을 잘하거든. 여태 지는 걸 못 봤어. 아마 형들이라도 상대가 안 될걸?”“하승찬,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여자아이가 화를 내며 말했다.“왜? 내 말 맞잖아. 하겸 싸움 잘하는 거 맞잖아.”하승찬은 피식 웃으며 전혀 개의치 않는 얼굴로 답했다.누가 봐도 일부러 형들을 도발하기 위해 이런 말을 하는 게 분명했다.아니나 다를까 하승찬과 함께 온 아이들은 담방이라도 하겸과 싸울 듯 거리를 좁혀왔다.여자아이는 분위기가 이상하게 돌아가자 얼른 하겸을 제 뒤에 숨기고 큰소리로 외쳤다.“내 동생은 싸움 같은 거 안 해. 그리고 우리는 놀러 온 거지 싸움하러 온 게 아니야. 그러니까 저리 가! 계속 다가오면... 그때는 내가 혼내줄 거야!”용기는 가상했지만 수적으로나 힘적으로나 우위에 있는 아이들에게 여자아이의 협박이 통할 리가 만무했다.하승찬이 데리고 온 아이들 중에서 키가 제일 큰 남자아이는 아무런 거리낌 없이 여자아이를 옆으로 밀어버렸다.여자아이는 중심을 잃은 채 휘청거리다 그대로 바닥에 넘어졌고 머리는 바로 옆 기둥에 부딪히고 말았다.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임유진은 반응조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600화

    점심이 되고 임유진 일행은 놀이공원 안의 레스토랑으로 향했다.현이와 율이는 노느라 에너지를 많이 써서 식욕이 도는지 음식이 나오자마자 한마디 말도 없이 아주 순식간에 먹어치웠다. 그리고 다 먹은 뒤에는 금방 다시 키즈 코너로 가 놀겠다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나 애들 데리고 놀고 있을게.”임유진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강지혁에게 말했다.“그래.”강지혁은 서로의 손을 꼭 잡고 가는 세 사람의 뒷모습을 보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이제 그에게는 그들이 바로 세상에서 제일 소중한 보물이다.하지만 이러한 행복한 순간에도 불안감은 여전히 마음 한구석에 자리 잡고 있었다.만약 임유진이 그를 떠난 이유가 정말 더 이상 그를 사랑할 수 없어서인 거라면 그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그녀의 기억이 영원히 돌아오지 않도록 조치를 취해야 하나?조금 전까지만 해도 따뜻했던 강지혁의 눈빛에 일말의 어둠이 스쳐 갔다.한편, 임유진은 아이들을 안쪽으로 들여보낸 후 입구 쪽 벤치에 앉아 두 아이를 지켜보았다.현이와 율이는 이제 만난 지 한 달도 채 안 됐지만 제법 남매 느낌이 많이 났다. 두 아이 모두 서로가 무척이나 마음에 드는 듯했다.임유진은 미소를 지은 채 아이들을 바라보다 이내 시선을 돌려 키즈 코너를 쭉 훑어보았다. 그러다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두 명의 아이를 발견하고는 곧바로 시선을 멈췄다.아까 바이킹 줄을 섰을 때 봤었던 바로 그 아이들이었다.여자아이는 눈높이를 맞추려는 듯 무릎을 살짝 구부려 앞에 있는 남자아이에게 뭐라고 얘기하고 있었고 남자아이는 그런 그녀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임유진은 남자아이의 얼굴을 본 순간 마치 머리를 세게 한 대 맞은 것 같았다.무척이나 예쁘게 생긴 남자아이였다. 또래 아이들보다 체구도 작고 영양 불균형인지 얼굴이 조금 노랗긴 했지만 그럼에도 아이는 뚜렷한 이목구비에 너무나도 조화로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지나치게 예쁜 얼굴이어서일까, 임유진은 아이의 얼굴을 꼭 어디에선가 본 적이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그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599화

    “딸 관리 좀 제대로 해! 유산은 무슨 얼어 죽을! 당신 나랑 분명히 약속했어. 집안의 모든 건 다 우리 승찬이 거라고! 어차피 딸은 출가외인이니까 지금부터 제대로 교육해. 재산 같은 건 꿈도 꾸지 말라고!”“알았어. 알았으니까 이제 그만해. 사람들이 자꾸 쳐다보잖아.”남자는 여자의 어깨를 끌어안으며 계속해서 달랬다.여자아이는 싸움이 일단락되자 빠르게 뒤로 돌았다. 그러고는 고사리 같은 손으로 남자아이의 뺨을 매만지며 울상이 된 얼굴로 물었다.“많이 아파?”임유진은 남자아이가 무슨 표정을 짓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고개를 도리도리 젓는 걸 보면 괜찮다고 한 것 같았다.임유진은 서로 많이 의지하고 있는 듯한 남매를 보며 괜스레 마음이 아팠다.방금 있었던 대화로 추측해보건대 표독스러운 여자는 새엄마인 듯했고 세 명의 아이 중 살이 통통한 아이만이 그녀의 친아들인 듯했다.그리고 야윈 남자아이와 당찬 여자아이의 엄마는 이미 세상에 없는 듯하고 말이다.남매끼리라도 사이가 좋으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솔직히 임유진은 뺨을 맞고서도 아무런 반응이 없던 아이가 누나가 맞을 것 같으니 바로 몸을 던지려 하는 모습이 매우 놀라웠다.그저 뒷모습만 보였을 뿐이지만 아이는 아까 진심으로 여자를 때려눕히려 했다.‘하필이면 저런 여자가 새엄마라니... 안 됐네. 아직 어린 것 같은데.’사람들 많은 곳에서도 아무런 거리낌 없이 손을 올리는데 집에서라고 가만히 있을 리가 만무했다. 더했으면 더했지 절대 덜하지는 않을 거라고 임유진은 확신할 수 있었다.게다가 입고 있는 옷만 봐도 그랬다. 통통한 남자아이의 옷은 새것인 것에 반해 남매의 옷은 몇 년은 입은 것 같은 헌 옷이었으니까.왜소한 체구의 남자아이는 기껏해야 4, 5살쯤 돼 보이고 여자아이는 그보다 3살 정도 더 많아 보이는데 아직 어린 나이에 제대로 돌봐줄 보호자가 없다는 건 무척이나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임유진은 아이들을 보며 저도 모르게 어릴 적 자신의 모습이 떠올랐다.당시 그녀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598화

    한편 멀지 않은 곳에서 네 사람을 지켜보고 있던 경호원들은 처음 보는 광경에 입을 떡 벌린 채 서로를 바라보았다.임유진과 강선현이 돌아온 뒤로 강지혁은 확실히 전과 많이 달라져 있었다.놀이공원에 입장한 후, 임유진은 강지혁에게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현이가 하는 말을 전부 다 받아줄 필요는 없어.”“왜? 우리는 가족이잖아. 나는 현이 아빠고.”임유진은 예상외의 대답에 조금 놀란 듯 눈을 두어 번 깜빡였다. 강지혁의 눈빛이 다정하다 못해 그 이상의 애정까지 흘러넘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게다가 갓 재회했을 때와 달리 그는 마치 두 눈에 그녀밖에 안 보인다는 듯이, 꼭 그녀가 세상의 전부라는 듯한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그렇지. 우리는 가족이지.”임유진은 간신히 정신을 차리며 미소를 지었다.놀이공원 안내인 역을 맡은 사람은 일전에 한 번 와본 적이 있는 강선율이었다. 율이는 현이가 좋아할 만한 것들을 이것저것 가리키며 조금 들뜬 얼굴로 얘기했다.율이는 아주 이상하게도 전에 왔을 때와는 차원이 다른 감정이 솟구치는 것이 느껴졌다.사람이 많아 이리저리 부대끼기도 하고 길게 늘어진 줄도 서야 하는데 율이는 그것들이 싫지 않았다.지겹도록 탄 놀이 기구도 현이와 함께 하니 새롭게 느껴지고 그때는 느끼지 못했던 즐겁다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네 사람은 이리저리 구경하다 현이가 제일 좋아하는 바이킹을 타기 위해 줄을 섰다.그런데 긴 줄을 서며 차례를 기다리고 있던 그때, 어디선가 날카로운 마찰음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곧이어 경멸이 한가득 담긴 여자의 표독스러운 음성도 들려왔다.“이게 감히 우리 찬이를 할퀴어?!”임유진은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비싸 보이는 옷을 입고 유명한 브랜드의 가방을 손에 든 여자가 눈을 무섭게 부릅뜬 채 바로 앞에 있는 남자아이를 노려보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임유진의 시야에서는 아이의 뒷모습밖에 보이지 않았다.키는 율이와 언뜻 비슷해 보였지만 눈에 띄게 야위어 보였고 옷은 색이 다 바래 있었다.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597화

    지난 5년간, 그는 그저 살아지는 대로 살뿐 삶에 큰 의미를 느끼지 못했다.그래서 임유진이 다시 돌아와 줘서 참으로 다행이었다. 그녀가 있는 것만으로도 인생이 다시 원래 있어야 할 궤도 위에서 흘러가는 것 같았으니까.지금의 강지혁에게 유일한 불안요소가 있다면 그건 바로 그녀가 떠난 진짜 이유를 아직 모른다는 것뿐이다.“혁아.”놀이공원 입구에 다다랐을 때 임유진은 다급하게 강지혁을 부르며 신신당부했다.“안으로 들어가서도 꼭 현이 손 잘 잡고 있어야 해, 알겠지? 아니면 눈 깜짝하는 사이 사라져버릴 거야. 율이는... 괜찮네.”임유진은 율이의 모습을 확인하고는 새삼 신기한 듯 속으로 감탄했다. 그도 그럴 것이 또래 아이들과 달리 너무나도 순하고 심지어는 듬직해 보이기까지 했으니까.반대로 현이는 벌써 강지혁의 손을 잡은 채 이곳저곳을 끌고 다니며 쉴 틈 없이 재잘거렸다.“걱정하지 마. 설사 놓쳤다고 해도 금방 다시 우리 곁으로 다시 돌아올 테니까.”강지혁의 담담한 말에 임유진은 눈을 두어 번 깜빡이다 혹시 하는 얼굴로 물었다.“설마 지금 우리 주위에 경호원분들이 있어?”“응. 적당한 인원을 배치해뒀어. 그리고 놀이공원 CCTV 쪽에도 사람을 보냈고.”임유진은 그가 말한 적당한 인원이라는 게 정확히 몇 명인지 굳이 물어보지는 않았다. 강지혁이 생각하는 적당한 인원과 그녀가 생각하는 적당한 인원은 분명히 다를 테니까.강지혁은 임유진의 표정을 보더니 눈썹을 살짝 위로 올리며 물었다.“왜? 누가 따라다니는 거 싫어?”“그렇지는 않아.”경호원들의 삼엄한 경호라면 임신했을 당시 이미 톡톡히 맛본 적이 있기에 새삼 불편하거나 하지는 않았다.“그냥 놀이공원에서 노는 것뿐인데 이럴 필요까지 있나 싶어서.”임유진은 경호원까지 따라붙는 게 조금 유난이라고 생각하는 듯했지만 강지혁은 전혀 아니었다. 그는 그녀와 아이들을 한번 잃어봤기에 아주 조금도 그들을 다시 잃게 될 빌미를 만들고 싶지 않았다.“나는 그냥 너랑 아이들을 제대로 보호해주고 싶은 것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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