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일 있었어?”임유진이 물었다.“다시 한번 말해봐. 아까 차 안에서 나한테 했던 말, 다시 한번 말해봐.”강지혁의 낮은 목소리에 임유진은 눈을 두어 번 깜빡이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혁아, 나는 널 사랑해. 네가 그럴 생각 아니면 오해 살 행동하지 말라고 했는데 나는 지금 너한테 닿고 싶어. 이 말, 말하는 거야?”“응, 한 번 더 해봐.”강지혁이 다시 한번 요구했다.이에 임유진은 거절하지 않고 또다시 같은 말을 반복했다.게다가 그 뒤로도 몇 번을 더 반복했다.강지혁은 그녀가 하는 말을 줄곧 듣기만 하다가 한참 뒤에야 천천히 입을 열었다.“너는 아직도 나를 좋아하고, 아직도 나를 사랑해. 한 번도 나에 대한 마음을 접은 적이 없어. 맞아?”“응. 네가 나한테 키스했을 때 싫지 않았던 것도... 아니, 가슴이 뛰었던 것도 다 너를 여전히 사랑하고 있어서였어. 솔직히 내가 널 아직 사랑하는 게 맞는지 직접 내 입으로 얘기하기 전까지는 나도 잘 몰랐었어. 그런데 입 밖에 내고 보니 알겠더라. 내 마음속에는 여전히 네가 있었다는 걸.”임유진은 담담하게 자신의 본심을 늘어놓았다.“혁아, 우리는 그간 너무 많은 일이 있었고 서로에게 실망도 하고 마음도 많이 다쳤어. 솔직히 아무 일도 없었던 그때처럼 다시 돌아갈 수 있을지는 아직 의문이야. 하지만 나는 노력해보고 싶고 이 감정에 최선을 다하고 싶어. 너는? 너는 어떻게 생각해?”그 말에 강지혁의 몸이 조금 굳었다.“네 말은 나도 널 사랑하기를 바란다는 말이야?”“응.”임유진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녀가 그에게 품은 감정이 사랑이기에 그가 그녀에게 품은 감정도 사랑이기를 바라는 건 아주 당연한 일이었다.강지혁은 천천히 몸을 바로 세우더니 짙은 눈동자로 임유진을 빤히 바라보았다.“물론 전처럼 나를 사랑할 수는 없겠지. 이해해. 하지만 네가 나한테 품고 있는 감정 중에 사랑이 아예 없다고는 생각 안 해. 나한테 먼저 키스한 게 바로 그 증거일 테니까.”임유진은 강지혁의 시선에 조금 긴장한
강지혁은 지금 자신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알기나 할까?가뜩이나 올곧게 마주쳐 오는 눈빛 때문에 심장이 남아나지 않는데 입다 만 셔츠 사이로 보이는 탄탄한 몸이 웬만한 광고보다 더 자극적이라 이대로 눈앞에 있는 남자를 침대에 눕혀 제 것으로 만들어 버리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나... 아직 임신 중이야.”임유진이 침을 꼴깍 삼키며 말했다.즉 아무리 네가 매력적이어도 지금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뜻이었다.“그럼 지금부터 계속해서 나에 대한 사랑을 더 키워봐. 아이 낳고 나면 마음대로 하게 해줄 테니까.”강지혁의 말에 임유진은 순간 코피를 쏟을 뻔했다.대체 이 요망한 말은 뭐란 말인가.하지만 그만큼 가슴이 설레고 마음이 들떴다. 마음속에 있던 말을 입 밖으로 전부 내뱉고 나니 강지혁과의 사이가 많이 풀어진 듯했다....요 며칠 미처 마무리 짓지 못했던 일을 하나하나 다 하고 보니 이제는 탁유미의 양육권 싸움만 남아 있었다.솔직히 감옥살이 경력 때문에 질 가능성이 현저히 더 큰 싸움이었지만 그렇다고 쉽게 포기할 수는 없기에 끝까지 싸워야만 했다.임유진은 지금 임신 중이고 강지혁이 붙여둔 경호원도 있는 탓에 사무소 쪽은 그녀에게 작은 사무실을 내줬다.어차피 임유진은 탁유미의 재판만 끝이 나면 회사를 그만둘 것이기에 잠깐이라면 사무소 쪽에서도 흔쾌히 내어줄 수 있었다.물론 사무소 대표의 본심은 임유진을 계속 회사에 붙잡아 두고 싶었다. 자기 회사 직원의 남편이 강지혁이었으니까.임유진이 한창 일을 하고 있던 그때, 갑자기 탁유미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전화를 받아보자 다급한 탁유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유진 씨, 우리 윤이 좀 같이 찾아주면 안 될까요? 얘가 어디로 갔는지... 갑자기 사라졌어요!”“네? 윤이가 사라져요?!”임유진이 깜짝 놀라며 물었다.“오늘 유치원에서 나들이를 갔는데 친구랑 싸우고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대요. 얘기를 듣고 바로 달려갔는데 아무리 찾아봐도 보이지 않았고 지금은 경찰에 신고까지 한 상태예요. 선생님도 윤이가
하지만 그 부탁이 통할 리가 없었다.“이 대표님이 당신 같은 여자가 만나고 싶어 한다고 쉽게 만나줄 분인 줄 알아요? 자꾸 이러면 신고합니다?”경비원이 짜증을 내며 탁유미를 쫓았다.하지만 그때 누군가가 두 사람 곁으로 다가와 말했다.“그 여자 풀어주세요. 대표님께서 허락하셨습니다.”탁유미는 조금 놀란 얼굴로 눈앞에 있는 사람을 바라보았다. 이 사람은 이경빈의 비서 중 한 명으로 한때는 탁유미의 직장동료이기도 했었다.당시 두 사람은 사이가 좋았던 직장동료이자 친구였기에 비서는 몇 번이나 탁유미에게 경고했었다. 이경빈이 진짜로 좋아하는 사람은 따로 있으니 절대 진심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적당히 헤어지라고 말이다.하지만 탁유미는 그 경고를 무시했고 온 마음을 다해 이경빈을 사랑해 결국 비참한 끝을 맺었다.사랑에 미쳐 이성적인 판단이 아예 되지 않았던 것이다.탁유미를 막고 있던 경비원은 비서의 말에 어리둥절한 채로 일단 뒤로 물러섰다.그러다 탁유미가 비서와 함께 자리를 떠나고서야 다른 경비원과 함께 수군거렸다.엘리베이터를 타고 대표이사실로 향하는 길, 두 사람은 아무 말도 주고받지 않았다. 그러다 문 앞까지 다 와서야 비서가 한마디 했다.“대표님께 부탁할 일이 있으면 대표님 성질 긁는 일 없게 말조심해.”그러고는 대답을 듣지도 않고 문을 두드린 후 말했다.“들어가세요.”탁유미는 그게 자신을 도와주기 위해 한 말이라는 걸 알기에 들어가기 전 비서에게 작게 속삭였다.“고마워.”아마 그때도 비서의 말을 새겨들었으면 지금쯤 다른 인생을 살고 있었을지도 모른다.하지만 그렇게 되면 사랑해 마지않는 윤이의 존재를 보지도 못했을 테지...이경빈은 그녀에게 제일 큰 고통도 줬지만 제일 큰 행복도 줬다.탁유미가 안으로 들어가 보자 이경빈이 의자에 앉은 채 서류를 훑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날 만나러 온 이유는?”이경빈이 시선을 들어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아까 그는 비서에게서 탁유미가 1층 로비에서 자신을 만나고 싶어 한다는 얘기를 듣고 몇
“당연히 믿어야 하는 거 아닌가? 공수진은 내 아내가 될 사람이고 내가 평생에 거쳐 지켜줘야 하는 사람이야. 그런데 걔를 믿지 않으면 누구를 믿어? 설마 널 믿을까?”이경빈이 차갑게 말했다.그의 말은 날카로운 비수가 되어 탁유미의 심장을 쿡쿡 찔렀다.이경빈의 독설쯤은 이제 아무렇지도 않다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마음속이 따끔하며 아파 났다.“알겠어. 알겠는데 제발 확인 전화만 해줘. 난 그냥 공수진이 윤이를 데리고 갔는지 알고 싶은 것뿐이야. 만약 아니라고 하면 바로 나갈게. 절대 거슬리게 하지 않을게!”“확인? 탁유미, 네가 뭔데 내가 확인까지 해줘?”이경빈은 여전히 차갑기 그지없었다.탁유미의 얼굴은 이미 창백하게 질렸고 이 이상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눈앞에 있는 남자는 그녀가 바로 앞에서 쓰러지고 죽어버린다고 해도 전혀 신경 쓰지 않을 것 같았다.“우리가 지금 윤이를 두고 양육권 싸움 하고 있는 건 맞는데 그래도 윤이 일이잖아. 내가 아무리 싫어도 너는 윤이 좋아하잖아. 그러니까 제발 확인만 해줘.”탁유미가 그에게 간절히 빌었다.이경빈은 그 모습을 보더니 얼굴이 어두워졌다.얼마 전에는 죽을 때까지 다시는 보지 말자고 하며 망설임 없이 유리 조각을 복부에 찔러넣더니 지금은 아들을 위해 너무나도 쉽게 비굴해졌다.대체 그가 모르는 그녀의 모습은 얼마나 더 있는 걸까.“제발... 제발 부탁이야.”탁유미의 눈가에 어느새 눈물이 한층 맺혔다.꼭 이대로 한 번만 더 말로 공격했다가는 유리처럼 깨질 것 같았다.“내가 무릎이라도 꿇을까? 네가 머리를 숙이라고 하면 그렇게 할게. 그러니까 제발... 제발 한 번만 내 부탁 들어줘...”탁유미가 진짜로 무릎을 꿇으려 하자 이경빈이 그대로 그녀의 손을 잡아끌었다.“그만해!”그가 호통을 쳤다.탁유미가 비굴한 모습을 보이는 게 어쩐지 무척이나 마음에 들지 않았다.이경빈은 휴대폰을 집어 들어 누군가에게 연락해 뭐라고 지시를 내렸다. 그러고는 다시 휴대폰을 내려놓고 탁유미에게 말했다.“조금만 기
“윤이는 내 아들이기도 해. 네가 혼자 해결해야 할 일이 아니야.”이경빈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언제 어떻게 없어진 건데?”그는 중요한 정보들을 묻더니 곧바로 다시 휴대폰을 집어 들고 부하에게 지시를 내렸다.탁유미는 그 모습을 보며 어딘가 든든하다는 느낌이 들고 안심이 되었다.정말 우스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이경빈이야말로 그녀의 일상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어 놓은 장본인인데 말이다.어쩌면 이제껏 누구에게도 기대지 않고 혼자 묵묵히 책임지느라 상대가 이경빈이라도 안심이 되는 건지도 모르겠다.그때 탁유미의 휴대폰이 울렸고 탁유미는 전화를 받더니 바로 사무실을 뛰쳐나갔다.이경빈도 이에 서둘러 그녀를 쫓아 사무실을 나왔고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그녀 쪽으로 뛰어가 물었다.“무슨 일이야? 왜 그래?”“찾았어. 윤이 찾았다고! 지금 병원에 있대.”탁유미가 잔뜩 흥분하며 말했다.방금 그녀에게 전화를 건 사람은 임유진이었고 강지혁의 도움으로 윤이를 찾았다고 했다. 다만 몸에 상처가 있어 지금은 병원에 있다고 했다.“병원?”이경빈이 미간을 찌푸렸다.“알았어. 내 차 타고 같이 가.”“괜찮아. 나 혼자...”“탁유미, 윤이는 내 아들이야.”이경빈은 말을 마친 후 마침 도착한 엘리베이터에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탁유미는 입술을 살짝 깨물더니 마찬가지로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갔다.병원.이경빈의 차로 병원에 도착한 탁유미는 윤이를 본 순간 참아 왔던 눈물이 그대로 뚝뚝 떨어졌다.그녀는 윤이 앞으로 달려가 물었다.“윤이 너 괜찮아? 대체 어디 있었던 거야? 상처는 많이 아파?”윤이는 그녀의 질문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손을 들어 탁유미의 눈물을 계속 닦아 주었다.그러자 임유진이 대신 답했다.“아이들끼리 싸우다 생긴 거라 심각한 상처는 아니에요. 그런데 싸우다가 인공와우가 바닥에 떨어져서 고장이 났어요. 언니가 알면 화를 낼까 봐 혼자 계속 수리하려고 했대요.”이건 고사리 같은 손으로는 절대 수리할 수 없다는 것도 모르고 말이다.
“정말 알고 싶어요?”임유진이 불만 가득한 눈으로 이경빈을 노려보았다.“언니가 윤이한테 왜 친구랑 싸웠냐고 물었고 윤이가 유치원 친구들이 엄마를 범죄자라고, 나쁜 사람이라고 해서 싸웠다고 답했어요. 윤이가 왜 그 사실을 알게 됐는지는 이경빈 씨 약혼녀이신 공수진 씨 때문이고요. 전에 유치원에 찾아와서 아이들과 학부모들이 다 있는 데서 아주 대놓고 언니를 범죄자 취급했거든요.”그 말에 이경빈의 얼굴이 굳더니 복잡한 눈으로 통곡하고 있는 탁유미를 바라보았다.“이경빈 씨, 하나 물어보죠. 유미 언니 사건 정말 제대로 조사한 거 맞아요? 이경빈 씨는 감옥살이해 본 적이 없어 그게 얼마나 고통스럽고 힘든 일인지 잘 모르나 본데 이경빈 씨가 가볍게 내뱉은 그 증언으로 언니는 영원히 지울 수 없는 인생의 오점을 남겼어요.”임유진은 이경빈의 대답은 애초부터 들을 생각조차 없었는지 자기 할 말만 하고 탁유미 쪽으로 걸어가 두 사람을 위로했다.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탁유미의 눈물이 드디어 서서히 멈췄다.“언니, 윤이 인공와우는 걱정하지 마세요. 의사 선생님께 얘기해서 겉에 보이는 장치만 새것으로 바꾸기로 혁이랑 얘기했어요. 재수술받을 필요 없어요.”“그럴 필요 없습니다. 내 아들의 일이니 내가 알아서 합니다.”임유진의 말에 이경빈이 앞으로 나서며 단호하게 얘기했다.이에 탁유미는 조금 놀라고 임유진은 미간을 찌푸렸다.이경빈이 괘씸했지만 친아버지가 자기가 알아서 하겠다는데 가족도 아닌 사람이 거절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탁유미는 울고 난 후 마음이 많이 가라앉았는지 자리에서 일어나 임유진을 보며 말했다.“윤이 찾아줘서 고마워요. 인공와우 문제는 저희가 알아서 할게요.”여기서 이경빈을 거절하면 또 큰소리가 나올 것 같아 임유진과 강지혁의 호의를 거절했다.임유진은 그녀의 마음을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이제 집으로 가요. 데려다줄게요.”하지만 그 말 뒤에 이경빈이 또다시 나섰다.“그것도 내가 알아서 합니다. 신경 쓰지 마세요.”그는 말을 마
“그런데 이제는 그런 감정도 쓸모가 없어졌네. 결국에는 다른 여자랑 결혼하니까. 게다가 그때 직접 자기 입으로 언니를 감옥에 보내기도 했고. 언젠가 후회하며 잘못했다고 빌어도 언니는 아마 받아주지 않을 거야. 다 망가트려 놓고 사과해봤자 가소롭기만 할 테니까.”임유진은 탁유미가 이경빈 같은 남자를 사랑했다는 것이 무척이나 마음에 들지 않았다.아이 같은 건 필요 없다고 할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양육권이라니, 뻔뻔하기 그지없는 남자가 아닐 수 없었다.강지혁은 찬 바람이 쌩쌩 부는 임유진의 말에 몸이 굳어버렸다.“만약 이경빈이 정말 잘못했다고, 무릎까지 꿇고 진심으로 용서를 빌어도, 그래도 받아주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 너는?”“모르겠어. 나는 언니가 아니잖아.”임유진의 말에 강지혁이 계속해서 물었다.“만약... 네가 그 상황에 처해 있다면?”“만약 나라면 용서 안 하겠지. 세상에는 용서해줄 수 있는 잘못과 그렇지 못하는 잘못이 있어. 물론 시간이 흐르면 그 감정이 옅어지겠지만 그때는 용서보다는 더 이상 그 사람의 모든 것에 관심이 없어질지도 몰라. 꼭 타인처럼 분노도 뭣도 느끼지 못하는 거지.”강지혁은 순간 심장이 무언가에 꽉 눌린 것처럼 답답하고 먹먹해졌다.“우리도 이만 가자.”임유진이 말을 하며 앞으로 걸어갔다. 하지만 바로 옆에서 함께 따라와야 할 사람의 인기척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이에 고개를 돌려보자 강지혁이 제 자리에 가만히 멈춰 서 있었다.“혁아? 왜 그래?”그 말에 강지혁은 그제야 정신을 차린 듯 옅게 웃었다.“아무것도 아니야. 가자.”집으로 돌아가는 길, 강지혁은 먼저 말을 거는 법 없이 가만히 앉아만 있었다. 중간중간 임유진이 뭐라 물어도 짧게 대답하고는 다시 창밖을 바라보았다.그렇게 조금 불편한 분위기 속에 차량이 드디어 강씨 저택 앞에 멈춰 섰다.안전벨트를 풀고 차에서 내리려는데 갑자기 두 인영이 차량 앞으로 뛰어들었다.물론 차량에 접근하기도 전에 경비원에 의해 막혀버렸지만 말이다.두 사람은 차량을 향해
임정호의 웃음이 어색하게 굳어버렸다.“그때는 내가 잠시 머리가 어떻게 됐었나 봐. 부녀 사이에 연을 끊는다는 게 어디 말이 되는 소리니? 여기서 이럴 게 아니라 안으로 들어가서 얘기할까?”임정호가 뻔뻔하게도 강씨 저택 문을 가리키며 말했다.“정말 뭐라고 하는 건지.”임유진이 싸늘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연을 다시 잇는 게 목적이면 더 할 말 없으니 이만 돌아가세요. 우리가 한 가족이 되는 일은 영원히 없을 테니까.”아무리 피가 이어졌다고 한들 남보다 못한 인간을 아빠로 다시 받아들일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그 말에 임정호의 안색이 확 변하더니 이윽고 웃음을 완전히 지워버렸다.임유진은 그걸 보고는 강지혁에게 말했다.“가자, 혁아.”물론 이대로 임유진을 보내줄 임정호가 아니었기에 그는 그대로 임유진에게 다가와 손을 잡으려고 했다.하지만 경비원이 그보다 더 빠르게 다가와 임유진의 앞을 막아섰다.그때 옆에서 줄곧 보기만 하던 방미령이 다급하게 말했다.“유진아, 우리를 다시 가족으로 받아들이기 싫으면 그렇게 해. 하지만 이제껏 함께 산 정을 생각해서 네 동생이라도 풀어줘. 유라는 배여진 걔한테 가스라이팅 당해서 그런 짓을 한 것뿐이야. 너 지금 강지혁 씨랑 결혼까지 했는데 만약 너한테 감옥살이하게 될 동생이 있다고 기사라도 나면 너도 곤란하지 않겠니?”그 말에 임유진이 미간을 찌푸렸다.임유라? 감옥? 게다가 배여진까지?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지?그녀의 의혹을 눈치챈 강지혁이 입을 열었다.“네가 전에 촬영장 대기실에서 배여진의 전남편을 만난 것도 배여진과 임유라가 함께 꾸민 짓이고 곽동현이 억울하게 음해당한 것도 그 둘이 함께 작당 모의한 거야.”그 말에 임유진이 입을 떡 벌렸다.일이 그렇게 복잡하게 이어졌을 줄은 생각도 못 했다.“배여진은 임유라가 오로지 너를 상대하기 위해 그런다고 생각해 손을 잡았는데 실상은 자기도 당할 뻔했어. 배여진의 생일 파티 때 스크린에 흘러나왔던 영상, 그거 임유라가 차에 카메라를 설치해 얻을 수 있었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