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아...”강현수는 눈앞에 있는 이한을 바라보며 마치 어린애처럼 울었다.“나 어떡해...? 놓쳐버렸어. 완전히 놓쳐버렸어... 고작 며칠밖에 안 됐는데, 그 며칠 사이에 모든 게 다 바뀌어버렸어... 내가 왜 그랬을까? 왜 그때 유진이 말을 믿지 않았을까... 왜 얘기도 들어보지 않았을까...? 그날 유진이한테는 내가 유일한 희망이었어. 그런데 내가 내 손으로 유진이의 희망을 없애버린 거야...”강현수는 소리를 지르기도 하고 유진이 이름을 목 놓아 부르기도 하고 나중에는 아주 말없이 울기도 했다.이한은 한 번도 이런 모습을 보인 적 없는 친구의 옆을 그저 묵묵히 지켜주기만 했다....강씨 저택.임유진은 저녁 식사를 마친 후 샤워를 하고 강지혁이 준비해둔 잠옷을 입었다. 그러고는 욕실에서 나와 곧장 강지혁의 침실로 향했다.그녀의 옷이나 물건들은 이제 어느 정도 강지혁의 침실로 옮겨졌다.임유진은 이 방이 낯설지는 않았지만 이곳에서 잠을 자본적은 한 번도 없었다.강지혁의 방은 온통 회색 계열이라 조금 차가웠다.하지만 오늘 이 방에는 어딘가 이질적이기도 한, 그렇지만 따뜻함이 느껴지는 전통적인 신혼부부들의 이부자리가 침대 위에 놓여있었다.임유진은 그걸 보고는 이제야 정말 강지혁과 부부가 됐다는 실감이 들었다.강지혁은 지금 방안에 없었다.욕실 쪽에서 빛이 새어 나오는 거로 보아 씻는 중인 듯했다.그때 임유진의 휴대폰이 울렸다.저장되지 않은 번호에 고개를 갸웃하며 전화를 받아보자 한지영의 아버지인 한종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유, 유진이니?”“네, 아버님! 저한테 전화를 하셨다는 건... 혹시 지영이한테 무슨 일이 있나요?!”임유진은 순간 자세를 바로 하며 심각한 얼굴로 물었다.그도 그럴 것이 전에 의사가 한지영은 아직 완전히 위험한 시기를 벗어난 게 아니라고 했으니까.“아니, 아무 일도 없어. 걱정하지 마. 너한테 전화한 건... 고맙다는 말이 하고 싶어서야. 우리 지영이 도와줘서 정말 고맙다!”한종훈은 진심을 다해 그녀에게 감
“왜 울어?”강지혁이 미간을 찌푸리며 임유진에게로 걸어왔다.임유진은 코를 한번 훌쩍이더니 그를 바라보며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방금 지영이 부모님한테서 전화가 왔어. 병원을 무사히 옮겼대. 정말 고마워.”“네가 원했던 거니까 차질없이 처리한 것뿐이야. 그리고 나한테 고마워할 필요 없어. 한지영을 살려주는 게 네가 결혼을 약속한 조건이잖아.”강지혁은 담담하게 말하며 수건으로 물기 가득한 머리를 닦았다.임유진은 그걸 보더니 강지혁에게로 한 걸음 다가가 말했다.“내가... 닦아줄게.”강지혁은 전에 임유진이 닦아주는 게 주는 게 좋다며 머리를 씻고 나온 후 항상 그녀에게 물기를 닦아 달라고 했다.그녀의 말에 강지혁의 몸이 살짝 굳더니 시선을 들어 임유진을 빤히 바라보았다.앞머리가 내려져 있어 그런지 눈이 그윽해 보였다.“나한테 잘 보이고 싶기라도 한 거야?”“그렇게 생각해도 돼.”임유진이 말했다.“너랑 결혼하겠다고 이유가 한지영 때문이기는 하지만 나는 우리 결혼 생활을 망쳐버릴 생각같은 거 없어. 너도 이혼 생각이 없는 거면 나랑 앞으로 평생 봐야 할 텐데 기왕이면 쌀쌀맞은 것보다는 화기애애한 게 좋지 않겠어?”강지혁은 잠깐 침묵하더니 이내 수중에 있는 수건을 그녀에게 건네주었다.“허리 좀 숙여봐.”강지혁은 키가 커서 허리를 숙이지 않으면 그녀가 물기를 닦아줄 수 없었다.강지혁은 그녀를 빤히 쳐다보더니 서서히 허리를 숙였다. 그리고 두 시선이 한 수평 위에 있게 된 뒤에야 몸을 멈췄다.두 사람 사이의 거리가 갑자기 급속도로 가까워졌다.서로의 눈동자에 서로의 모습이 담겨있는 걸 볼 수 있을 정도였다.강지혁은 그녀의 미세한 표정까지 놓치지 않겠다는 듯 눈 한번 깜빡이지 않았다.게다가 그 시선은 그녀의 마을을 꿰뚫어 보는 것 같기도 했다.임유진은 갑자기 가까워진 거리에 얼굴에 열감이 오르는 것을 느끼고 서둘러 수건을 그의 시선까지 가릴 수 있을 정도까지 푹 둘렀다.그러고는 천천히 손을 움직이며 머리카락의 물기를 닦아주었다.이러고
강씨 가문의 재력이라면 출산한 뒤 아이들을 위해 분명히 최선을 다할 것이다. 그러면 조산아라고 해도 살 수 있는 확률이 대폭 커지게 된다.“너는 네 몸 생각 안 해?!”강지혁의 목소리가 저도 모르게 커졌다.“뭘 해도 리스크가 따른다면 차라리 나는 아이들과 함께 리스크를 짊어지고 싶어. 나는 아이들의 엄마니까. 나 혼자 편하자고 어떻게 이제 막 심장이 뛰기 시작한 아이 한 명을 보낼 수 있겠어.”임유진의 입에서 나온 ‘엄마’라는 두 글자에 강지혁의 몸이 순간 움찔했다.그의 어머니는 그가 많이 다쳤을 때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대로 떠나버렸다.하지만 눈앞에 있는 이 여자는 인간의 형태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아이들을 위해 기꺼이 목숨을 걸겠다고 하고 있다.임유진은 그의 어머니와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다.만약 아이가 태어나면 임유진은 분명히 좋은 엄마가 될 것이다.그리고 그의 아이들은 그처럼 버림받을 일이 영원히 없을 테지...“혁아, 나는 한 명이라도 잃고 싶지 않아. 네 눈에는 내가 감정적으로 보일 수 있다는 거 알아. 하지만 너는 몰라. 그때 의사 선생님한테서 내가 평생 아이를 가질 수 없는 몸이라는 걸 들었을 때 내가 얼마나 절망스러웠는지. 가족 한 명 없이 쓸쓸하게 생을 마감하게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은 나에게는 사형선고나 마찬가지였어. 그런데, 그런 나한테 지금 한 명도 아니고 세 명이나 왔잖아. 내 핏줄이 이 세상에 세 명이나 더 있게 돼! 그러니까 나는 한 명도 포기할 생각이 없어. 아이들은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거야!”임유진은 마음속 깊숙이 묻어뒀던 생각을 가감 없이 뱉어냈다.그녀의 눈은 결연했고 한점의 흔들림도 찾아볼 수 없었다.“아이들을 위해 목숨도 내걸 수 있다, 이 말이야?”강지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응!”임유진이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너는...!”강지혁의 목소리가 갑자기 멈췄다.하고 싶은 말들이 목구멍에서 막혀 내뱉을 수가 없었다.“그럼 뭐?”임유진이 눈을 깜빡이며 물었다.“아무것도 아니야.
사실 한동안 불을 켜지 않아도 잘 수 있었지만 강지혁과 헤어진 뒤로 다시 불을 켜야만 잠을 잘 수 있게 되었다.임유진은 눈을 감고 속으로 양을 세며 빨리 잠이 들기 위해 노력했다.하지만 야속하게도 오늘따라 좀처럼 잠이 오지 않았다.역시 바로 옆에 한 사람이 더 누워있어서 그런 걸까?눈을 감아도 코끝에는 강지혁의 체취가 맴돌고 귓가에는 강지혁의 숨소리가 들렸다. 게다가 조금만 몸을 움직여도 바로 강지혁과 몸이 닿아버리게 된다.분명 킹사이즈 침대이건만 어째서인지 너무나도 쉽게 그에게 닿아버릴 것만 같았다.그렇게 양을 100마리까지 셌을 때 임유진은 결국 눈을 뜨고야 말았다.그런데 자기 전 옆으로 누운 탓에 눈을 뜬 순간 그대로 강지혁의 얼굴과 마주치고 말았다. 다행히 강지혁은 눈을 뜨고 있지 않아 어색한 분위기는 피할 수 있었다.임유진은 자세를 고쳐 누울 생각도 잊은 채 강지혁의 자는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았다.강지혁은 속눈썹이 여자 못지않게 길었다. 그래서 이처럼 자고 있을 때면 항상 눈에 그림자가 지고는 했다.오뚝한 콧날과 섹시한 입술은 정말 다시 봐도 신이 정성껏 빚은 조각상 같았다.순간 임유진은 사람들이 잘생긴 조각상에 왜 그렇게 환장하는지 알 것도 같았다.강지혁은 지금 눈을 뜨고 있는 게 아닌데도 여전히 그녀에게 압박감을 줬다.그런데 그 사람들 꼭대기에 있는 남자가 지금은 그녀의 남편이 되었고 지금 그녀의 바로 옆에 누워있다.1년 전이였다면 상상도 못 했을 일이다.내일 병원으로 가면 또다시 아이를 포기하는 일로 다투게 될까?임유진은 걱정 가득한 얼굴로 생각에 빠졌다가 문득 강지혁의 가슴으로 시선이 갔다.잠옷 앞섬이 다른 옷보다 파인 탓에 강지혁의 심장 가까이에 있는 흉터가 여실히 보였다.어릴 때 입은 상처라 많이 옅어졌다고는 하나 당시 강지혁이 얼마나 두려워했을지는 충분히 상상이 갔다.이건 강지혁의 어머니가 어린 그에게 남긴 상처다.강지혁은 그때... 많이 아팠겠지?그때 임유진의 상념을 깨는 통증이 손으로부터 전해져왔다
임유진은 몇 분간 마음을 가라앉힌 뒤 다시 눈을 감았다.이번에는 아까와 달리 아주 빠르게 잠이 들었다.그런데 그녀가 잠들자마자 이번에는 강지혁의 눈이 서서히 떠졌다.그는 옆에 누워 있는 여자를 빤히 바라보았다. 호흡이 고른 것이 자고 있는 건 확실한 듯했다.임유진은 아마 영원히 모를 것이다. 아까 그녀가 강지혁에게 손을 뻗었을 때 강지혁이 남아 있는 모든 자제력을 동원해 그녀의 손을 제지했다는 것을 말이다.아마 임유진의 손이 그대로 가슴팍에 닿았으면 그는 아마 그녀의 의사 같은 건 상관없이 그녀를 안았을 것이다....다음날.의사는 여전히 아이를 포기하는 것을 가장 권유한다고 했다.그게 가장 안전한 방법이었으니까.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권유지 세 명의 아이 중 누구 한 명을 반드시 포기해야 하는 것이 아닌 세 명을 무사히 출산하는 방법도 있다고 얘기했다.다만 그 방법은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크고 임유진의 몸에도 일정한 데미지를 줄 수 있었다.“만약 이대로 아이 셋을 다 지키게 되면 임유진 씨의 자궁이 매우 위험해지게 될 겁니다. 아이를 출산할 때 대량의 출혈이 있을 수 있고 출혈을 빨리 잡지 못하면 자궁을 적출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그런데도 괜찮으시겠습니까?”자궁이라는 건 여성에게 있어 단지 아이를 낳는 기관이 아니다. 만약 자궁이 없으면 생식능력을 완전히 상실하는 것은 물론이고 노화도 더 빨리 오게 되며 어쩌면 후유증으로 장기간 약을 복용해야 할지도 모른다.하지만 그런 의사의 말에도 임유진의 마음은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네, 괜찮아요. 아이 셋을 다 지키는 방향으로 갈게요.”그러나 강지혁의 의견은 달랐다.“아이를 한 명 포기하겠습니다.”“혁아 제발!”임유진은 자기도 모르게 강지혁의 손을 꼭 잡았다.“나한테 기회를 줘. 아니, 우리 아이들한테 기회를 줘!”그녀의 손바닥은 식은땀으로 흥건했고 강지혁의 손을 꽉 잡은 것 치고는 일말의 긴장감도 살짝 묻어있었다.하지만 그녀의 두 눈은 단호하고 또 언뜻 희망도 보였으며 심지어는 절
임유진은 처음 아이 셋의 존재를 알게 된 순간부터 지금까지 줄곧 아이를 포기하고 싶지 않다는 의견을 내세우고 있다.하지만 만약 임유진에게 정말 무슨 일이 생기면 그때는...강지혁의 두 눈이 짙게 가라앉았다.“정말 잘 생각하고 결정한 거 맞아?”“응, 번복은 없어.”“마지막에 어떤 결과를 맞이하든 정말 후회하지 않을 자신 있어?”“응, 있어. 절대 후회 안 해!”강지혁은 입술을 꾹 닫은 채 잠시간 임유진과 시선을 주고받더니 다시 서서히 시선을 돌려 의사를 바라보았다.“이대로 아이 세 명을 다 지킬 경우 모자 모두 무사할 확률은 얼마나 되죠?”“50%입니다.”의사의 말에 강지혁의 표정이 더욱더 어두워졌다.임유진과 아이들 모두 무사할 확률이 60%도 되지 않았다.강지혁은 확실하지 않은 것에는 투자든 뭐든 하지 않는 편이었다. 하지만...“그럼 일단은 아이 셋 모두 지키는 거로 합니다. 그런데 만약 위험한 상황이 온다면 그때는 산모부터 지키는 거로 하고요.”“하지만...”임유진이 뭔가 얘기하려는 그때 강지혁이 그녀의 말을 잘랐다.“임유진, 이게 내가 물러설 수 있는 마지막 한계선이야. 만약 네가 이 제안까지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나는 네가 날 평생 원망하는 방법을 택할 수밖에 없어.”임유진은 그 말에 숨겨진 뜻을 바로 이해했다.강지혁은 지금 그녀가 동의하지 않으면 모든 방법을 동원해 그녀를 수술대에 올려놓겠다는 말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알겠어.”결국 임유진은 그의 제안을 받아들였다.일단은 아이 셋 모두 지킬 수 있게 됐으니 지금은 그것만으로도 만족해야만 했다.그 뒤로 임유진과 강지혁은 의사에게서 아이를 무사히 출산하기 위한 조언을 들었다.임유진은 그 어느 때보다도 더 집중한 얼굴로 얘기를 들으며 질문도 많이 했다.그리고 강지혁은 그런 임유진을 바라보고 있기만 했다.얘기가 어느 정도 마무리된 후 의사가 먼저 회의실 문을 열고 자리를 떠났다.임유진은 고개를 돌리고 나서야 강지혁이 자신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강지혁의
강지혁은 임유진의 뒷모습을 한참이나 바라보았다.아까 임유진이 아이를 위해 모든 걸 다 내걸었을 때 강지혁도 그에 따른 각오를 했다.만약 그녀가 아이를 출산하는 과정에서 정말 잘못되기라도 하면 그때는 그도 그녀를 따라갈 생각이다....임유진은 최 실장의 안내를 받고 한지영의 병실에 도착했다.이곳은 중환자실이었지만 흔히 보는 그런 중환자실이 아닌 한지영만 있는 독립적인 공간이었다.게다가 바로 옆에는 환자 보호자들이 머무를 수 있는 방도 있었다.전에 입원했던 병원에 비하면 상당히 좋은 곳이었다.한씨 부부는 임유진의 얼굴을 보더니 연신 고맙다며 고개를 숙였다.“어머님, 아버님, 어서 고개를 드세요. 그리고 고마워할 필요 없으세요. 저는 그저 지영이가 저를 위해 해준 것에 보답하고 있는 것뿐이니까요.”임유진은 곧바로 한지영의 병세부터 걱정했다.“그보다 의사 선생님은 뭐래요? 위험한 시기는 언제쯤 벗어날 수 있대요?”“아직 그게 언제라고는 확실하게 얘기해주지 않았어. 아마 조금 더 시간이 걸려야 할 것 같아. 하지만 이 분야에서 최고라고 인정받는 선생님이 치료해준다고 했으니까 분명히 괜찮을 거야. 게다가 지영이에게 맞는 제일 좋은 약을 쓰고 있다고도 했어.”한종훈이 감사해하며 대답했다.그는 아버지로서 딸을 구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으나 현실적으로 그 많은 병원비를 대기에는 무리가 있었다.하지만 병원 측에서 한지영을 치료하는 것에 관한 모든 비용을 다 강지혁이 부담한다고 했다.강지혁이 병원비를 내준다는 건 임유진의 부탁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걸 한종훈도 이해영도 아주 잘 알고 있었다.“그럼 다행이고요.”임유진은 유리창 너머로 병상에 누워있는 한지영을 바라보았다.한지영에게는 해주고 싶은 말이 너무나도 많았다.한지영이 깨어나면 아이를 한 명도 아닌 세 명이나 임신했다는 것도 말해주고 싶고 무슨 일이 있어도 아이 셋 모두 지키겠다는 말도 해주고 싶었다.“경찰 쪽에서는 지영이가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 알아냈대요?”임유진의 말에 한씨 부부의 표
“드레스요?”임유진이 고개를 갸웃하며 되물었다.“네, 들러리 설 때 입으실 드레스요. 계산은 이미 한지영 씨께서 다 하셔서 임유진 씨는 가지러 오시기만 하면 됩니다. 사실 한지영 씨께 먼저 연락을 드렸는데 며칠째 전화를 안 받으시더라고요. 그래서 또 다른 수취인인 임유진 씨께 이렇게 연락을 하게 됐어요.”“지영이가 지금 입원 중이라서요. 그쪽으로는 제가 갈게요.”임유진은 매장 주소를 메모한 다음 전화를 끊었다.들러리 설 때 입을 드레스라...지금 생각해보니 백연신을 만나러 가기 전 한지영이 드레스를 주문했다고 했었다.임유진한테 분명히 찰떡인 드레스일 거라고 한지영이 환하게 웃으며 얘기했었다.임유진은 주소를 따라 드레스 샵에 도착했다.안으로 들어가 보니 인테리어도 고급스럽고 전시된 드레스들도 화려한 것이 무척이나 예뻤다.가격표를 보지 않아도 드레스가 비싸다는 것쯤은 한눈에 알 수 있었다.한지영이 돈을 많이 쓴 게 틀림없었다.임유진이 안으로 들어서자 곧바로 매장 직원이 인사를 건네왔다.“드레스 보러 오셨어요?”“드레스 받으러 왔어요. 임유진이에요.”“저와 조금 전에 통화했던 분이시군요. 잠시만 기다려주세요.”직원은 임유진을 대기 의자로 안내하고 드레스를 가지러 갔다.그렇게 임유진이 드레스를 기다리고 있던 그때 매장문이 열리고 여자 세 명이 안으로 들어왔다.그중에는 배여진도 있었다.머리부터 발끝까지 명품으로 도배한 배여진은 임유진을 본 순간 웃음을 지우며 멈칫했다.설마 이런 곳에서 임유진과 만나게 될 줄은 생각도 못 했다.게다가 지난번에 봤을 때보다 안색이 많이 좋아 보이기도 했다.배여진은 임유진만 보면 이가 갈렸다.임유진과 강현수 사이에 틈이 생기면 그걸 기회 삼아 강현수의 마음을 쉽게 얻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요 며칠 그녀는 강현수의 그림자조차 보지 못했고 전화를 해도 받지 않는 바람에 목소리도 듣지 못했다.하지만 다행히도 내일은 그녀의 생일 파티가 있는 날이다.전에 강현수가 생일 파티에 꼭 참석하겠다고 했기에 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