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한동안 불을 켜지 않아도 잘 수 있었지만 강지혁과 헤어진 뒤로 다시 불을 켜야만 잠을 잘 수 있게 되었다.임유진은 눈을 감고 속으로 양을 세며 빨리 잠이 들기 위해 노력했다.하지만 야속하게도 오늘따라 좀처럼 잠이 오지 않았다.역시 바로 옆에 한 사람이 더 누워있어서 그런 걸까?눈을 감아도 코끝에는 강지혁의 체취가 맴돌고 귓가에는 강지혁의 숨소리가 들렸다. 게다가 조금만 몸을 움직여도 바로 강지혁과 몸이 닿아버리게 된다.분명 킹사이즈 침대이건만 어째서인지 너무나도 쉽게 그에게 닿아버릴 것만 같았다.그렇게 양을 100마리까지 셌을 때 임유진은 결국 눈을 뜨고야 말았다.그런데 자기 전 옆으로 누운 탓에 눈을 뜬 순간 그대로 강지혁의 얼굴과 마주치고 말았다. 다행히 강지혁은 눈을 뜨고 있지 않아 어색한 분위기는 피할 수 있었다.임유진은 자세를 고쳐 누울 생각도 잊은 채 강지혁의 자는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았다.강지혁은 속눈썹이 여자 못지않게 길었다. 그래서 이처럼 자고 있을 때면 항상 눈에 그림자가 지고는 했다.오뚝한 콧날과 섹시한 입술은 정말 다시 봐도 신이 정성껏 빚은 조각상 같았다.순간 임유진은 사람들이 잘생긴 조각상에 왜 그렇게 환장하는지 알 것도 같았다.강지혁은 지금 눈을 뜨고 있는 게 아닌데도 여전히 그녀에게 압박감을 줬다.그런데 그 사람들 꼭대기에 있는 남자가 지금은 그녀의 남편이 되었고 지금 그녀의 바로 옆에 누워있다.1년 전이였다면 상상도 못 했을 일이다.내일 병원으로 가면 또다시 아이를 포기하는 일로 다투게 될까?임유진은 걱정 가득한 얼굴로 생각에 빠졌다가 문득 강지혁의 가슴으로 시선이 갔다.잠옷 앞섬이 다른 옷보다 파인 탓에 강지혁의 심장 가까이에 있는 흉터가 여실히 보였다.어릴 때 입은 상처라 많이 옅어졌다고는 하나 당시 강지혁이 얼마나 두려워했을지는 충분히 상상이 갔다.이건 강지혁의 어머니가 어린 그에게 남긴 상처다.강지혁은 그때... 많이 아팠겠지?그때 임유진의 상념을 깨는 통증이 손으로부터 전해져왔다
임유진은 몇 분간 마음을 가라앉힌 뒤 다시 눈을 감았다.이번에는 아까와 달리 아주 빠르게 잠이 들었다.그런데 그녀가 잠들자마자 이번에는 강지혁의 눈이 서서히 떠졌다.그는 옆에 누워 있는 여자를 빤히 바라보았다. 호흡이 고른 것이 자고 있는 건 확실한 듯했다.임유진은 아마 영원히 모를 것이다. 아까 그녀가 강지혁에게 손을 뻗었을 때 강지혁이 남아 있는 모든 자제력을 동원해 그녀의 손을 제지했다는 것을 말이다.아마 임유진의 손이 그대로 가슴팍에 닿았으면 그는 아마 그녀의 의사 같은 건 상관없이 그녀를 안았을 것이다....다음날.의사는 여전히 아이를 포기하는 것을 가장 권유한다고 했다.그게 가장 안전한 방법이었으니까.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권유지 세 명의 아이 중 누구 한 명을 반드시 포기해야 하는 것이 아닌 세 명을 무사히 출산하는 방법도 있다고 얘기했다.다만 그 방법은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크고 임유진의 몸에도 일정한 데미지를 줄 수 있었다.“만약 이대로 아이 셋을 다 지키게 되면 임유진 씨의 자궁이 매우 위험해지게 될 겁니다. 아이를 출산할 때 대량의 출혈이 있을 수 있고 출혈을 빨리 잡지 못하면 자궁을 적출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그런데도 괜찮으시겠습니까?”자궁이라는 건 여성에게 있어 단지 아이를 낳는 기관이 아니다. 만약 자궁이 없으면 생식능력을 완전히 상실하는 것은 물론이고 노화도 더 빨리 오게 되며 어쩌면 후유증으로 장기간 약을 복용해야 할지도 모른다.하지만 그런 의사의 말에도 임유진의 마음은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네, 괜찮아요. 아이 셋을 다 지키는 방향으로 갈게요.”그러나 강지혁의 의견은 달랐다.“아이를 한 명 포기하겠습니다.”“혁아 제발!”임유진은 자기도 모르게 강지혁의 손을 꼭 잡았다.“나한테 기회를 줘. 아니, 우리 아이들한테 기회를 줘!”그녀의 손바닥은 식은땀으로 흥건했고 강지혁의 손을 꽉 잡은 것 치고는 일말의 긴장감도 살짝 묻어있었다.하지만 그녀의 두 눈은 단호하고 또 언뜻 희망도 보였으며 심지어는 절
임유진은 처음 아이 셋의 존재를 알게 된 순간부터 지금까지 줄곧 아이를 포기하고 싶지 않다는 의견을 내세우고 있다.하지만 만약 임유진에게 정말 무슨 일이 생기면 그때는...강지혁의 두 눈이 짙게 가라앉았다.“정말 잘 생각하고 결정한 거 맞아?”“응, 번복은 없어.”“마지막에 어떤 결과를 맞이하든 정말 후회하지 않을 자신 있어?”“응, 있어. 절대 후회 안 해!”강지혁은 입술을 꾹 닫은 채 잠시간 임유진과 시선을 주고받더니 다시 서서히 시선을 돌려 의사를 바라보았다.“이대로 아이 세 명을 다 지킬 경우 모자 모두 무사할 확률은 얼마나 되죠?”“50%입니다.”의사의 말에 강지혁의 표정이 더욱더 어두워졌다.임유진과 아이들 모두 무사할 확률이 60%도 되지 않았다.강지혁은 확실하지 않은 것에는 투자든 뭐든 하지 않는 편이었다. 하지만...“그럼 일단은 아이 셋 모두 지키는 거로 합니다. 그런데 만약 위험한 상황이 온다면 그때는 산모부터 지키는 거로 하고요.”“하지만...”임유진이 뭔가 얘기하려는 그때 강지혁이 그녀의 말을 잘랐다.“임유진, 이게 내가 물러설 수 있는 마지막 한계선이야. 만약 네가 이 제안까지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나는 네가 날 평생 원망하는 방법을 택할 수밖에 없어.”임유진은 그 말에 숨겨진 뜻을 바로 이해했다.강지혁은 지금 그녀가 동의하지 않으면 모든 방법을 동원해 그녀를 수술대에 올려놓겠다는 말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알겠어.”결국 임유진은 그의 제안을 받아들였다.일단은 아이 셋 모두 지킬 수 있게 됐으니 지금은 그것만으로도 만족해야만 했다.그 뒤로 임유진과 강지혁은 의사에게서 아이를 무사히 출산하기 위한 조언을 들었다.임유진은 그 어느 때보다도 더 집중한 얼굴로 얘기를 들으며 질문도 많이 했다.그리고 강지혁은 그런 임유진을 바라보고 있기만 했다.얘기가 어느 정도 마무리된 후 의사가 먼저 회의실 문을 열고 자리를 떠났다.임유진은 고개를 돌리고 나서야 강지혁이 자신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강지혁의
강지혁은 임유진의 뒷모습을 한참이나 바라보았다.아까 임유진이 아이를 위해 모든 걸 다 내걸었을 때 강지혁도 그에 따른 각오를 했다.만약 그녀가 아이를 출산하는 과정에서 정말 잘못되기라도 하면 그때는 그도 그녀를 따라갈 생각이다....임유진은 최 실장의 안내를 받고 한지영의 병실에 도착했다.이곳은 중환자실이었지만 흔히 보는 그런 중환자실이 아닌 한지영만 있는 독립적인 공간이었다.게다가 바로 옆에는 환자 보호자들이 머무를 수 있는 방도 있었다.전에 입원했던 병원에 비하면 상당히 좋은 곳이었다.한씨 부부는 임유진의 얼굴을 보더니 연신 고맙다며 고개를 숙였다.“어머님, 아버님, 어서 고개를 드세요. 그리고 고마워할 필요 없으세요. 저는 그저 지영이가 저를 위해 해준 것에 보답하고 있는 것뿐이니까요.”임유진은 곧바로 한지영의 병세부터 걱정했다.“그보다 의사 선생님은 뭐래요? 위험한 시기는 언제쯤 벗어날 수 있대요?”“아직 그게 언제라고는 확실하게 얘기해주지 않았어. 아마 조금 더 시간이 걸려야 할 것 같아. 하지만 이 분야에서 최고라고 인정받는 선생님이 치료해준다고 했으니까 분명히 괜찮을 거야. 게다가 지영이에게 맞는 제일 좋은 약을 쓰고 있다고도 했어.”한종훈이 감사해하며 대답했다.그는 아버지로서 딸을 구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으나 현실적으로 그 많은 병원비를 대기에는 무리가 있었다.하지만 병원 측에서 한지영을 치료하는 것에 관한 모든 비용을 다 강지혁이 부담한다고 했다.강지혁이 병원비를 내준다는 건 임유진의 부탁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걸 한종훈도 이해영도 아주 잘 알고 있었다.“그럼 다행이고요.”임유진은 유리창 너머로 병상에 누워있는 한지영을 바라보았다.한지영에게는 해주고 싶은 말이 너무나도 많았다.한지영이 깨어나면 아이를 한 명도 아닌 세 명이나 임신했다는 것도 말해주고 싶고 무슨 일이 있어도 아이 셋 모두 지키겠다는 말도 해주고 싶었다.“경찰 쪽에서는 지영이가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 알아냈대요?”임유진의 말에 한씨 부부의 표
“드레스요?”임유진이 고개를 갸웃하며 되물었다.“네, 들러리 설 때 입으실 드레스요. 계산은 이미 한지영 씨께서 다 하셔서 임유진 씨는 가지러 오시기만 하면 됩니다. 사실 한지영 씨께 먼저 연락을 드렸는데 며칠째 전화를 안 받으시더라고요. 그래서 또 다른 수취인인 임유진 씨께 이렇게 연락을 하게 됐어요.”“지영이가 지금 입원 중이라서요. 그쪽으로는 제가 갈게요.”임유진은 매장 주소를 메모한 다음 전화를 끊었다.들러리 설 때 입을 드레스라...지금 생각해보니 백연신을 만나러 가기 전 한지영이 드레스를 주문했다고 했었다.임유진한테 분명히 찰떡인 드레스일 거라고 한지영이 환하게 웃으며 얘기했었다.임유진은 주소를 따라 드레스 샵에 도착했다.안으로 들어가 보니 인테리어도 고급스럽고 전시된 드레스들도 화려한 것이 무척이나 예뻤다.가격표를 보지 않아도 드레스가 비싸다는 것쯤은 한눈에 알 수 있었다.한지영이 돈을 많이 쓴 게 틀림없었다.임유진이 안으로 들어서자 곧바로 매장 직원이 인사를 건네왔다.“드레스 보러 오셨어요?”“드레스 받으러 왔어요. 임유진이에요.”“저와 조금 전에 통화했던 분이시군요. 잠시만 기다려주세요.”직원은 임유진을 대기 의자로 안내하고 드레스를 가지러 갔다.그렇게 임유진이 드레스를 기다리고 있던 그때 매장문이 열리고 여자 세 명이 안으로 들어왔다.그중에는 배여진도 있었다.머리부터 발끝까지 명품으로 도배한 배여진은 임유진을 본 순간 웃음을 지우며 멈칫했다.설마 이런 곳에서 임유진과 만나게 될 줄은 생각도 못 했다.게다가 지난번에 봤을 때보다 안색이 많이 좋아 보이기도 했다.배여진은 임유진만 보면 이가 갈렸다.임유진과 강현수 사이에 틈이 생기면 그걸 기회 삼아 강현수의 마음을 쉽게 얻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요 며칠 그녀는 강현수의 그림자조차 보지 못했고 전화를 해도 받지 않는 바람에 목소리도 듣지 못했다.하지만 다행히도 내일은 그녀의 생일 파티가 있는 날이다.전에 강현수가 생일 파티에 꼭 참석하겠다고 했기에 아마
“그건...”직원은 지금 무척이나 난감했다.배여진과 나머지 두 여자가 누군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으니까.하지만 눈앞에 있는 임유진도 만만치 않은 신분의 여자 같았다.그도 그럴 것이 아까 임유진이 이곳에 도착했을 때 내렸던 차량이 바로 벤틀리였으니까.배여진은 입꼬리를 올리며 득의양양한 얼굴로 말했다.“내 친구들이 좀 직설적이라서 말이야. 음흉한 속내를 가진 것들을 보면 참지를 못해. 그리고 너는 잘 모르겠지만 상류층에 있는 사람들은 기회주의자에 남을 깎아내려 그 자리를 차지하려는 못된 사람들을 무척이나 싫어해. 참, 방금 내 친구가 한 말 허투루 듣지 않는 게 좋을 거야. 얘가 아는 사람들이 좀 많아서 만약 정말 친구들에게 연락하면 이 샵은 바로 문을 닫게 될 거거든.”배여진의 눈은 임유진을 보고 있었지만 실상은 옆에 있는 직원에게 하는 말이었다.임유진은 차가운 눈빛으로 배여진을 바라보았다.그날 임유진은 강현수에게 모든 진실을 다 얘기해주었다.하지만 배여진의 태도로 볼 때 아무것도 듣지 못한 것 같았다.배여진과 그 뒤로 얘기를 안 한 건가?뭐가 됐든 이제 그녀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일이다.“배여진, 전에 내가 네 정체를 까발리지 않는 건 사정이 있었기 때문이야. 하지만 앞으로도 그럴 거라고는 생각하지 마. 물론 네가 계속해서 거짓말을 하겠다고 해도 상관없어. 나는 동현 씨를 위해 어떻게든 재판에서 이길 테니까. 누가 더러운 짓을 했는지는 때가 되면 다 밝혀지겠지.”외할머니를 봐서 배여진을 봐주는 것도 이제는 한계였다.배여진은 이미 선을 넘었고 그러니 더 이상 참아줄 이유가 없었다.“너...!”배여진의 얼굴이 분노로 빨갛게 달아올랐다.설마 임유진이 대놓고 그 일을 입에 올릴 줄은 생각도 못 했다.아니나 다를까 그녀 옆에 있던 두 여자가 임유진의 말에 의문을 품더니 배여진을 향해 이상한 눈빛을 던졌다.‘안 돼. 더 이상 임유진이 계속 떠들게 놔둬서는 안 돼. 임유진의 말을 얘네들이 믿어버리기라도 하면 그때는 주위에 말이 돌게
하지만 자존심 상할 일은 그 뒤에 있었다.“주워.”임유진이 드레스를 가리키며 말했다.“네가 던진 거니까 네가 주워.”“네가 주우라고 하면 내가 주워야 해? 네가 뭔데!”배여진이 씩씩거리며 직원들에게 또다시 화풀이했다.“빨리 얘 내보내지 않고 뭐해요?”하지만 직원들은 여전히 가만히 서 있기만 했다.그러자 배여진이 임유진에게 다가가며 말했다.“그럼 내가 내쫓지 뭐!”하지만 임유진의 팔을 잡으려는 그 순간 임유진의 뒤에 있던 무표정한 얼굴의 여자에게 손목이 잡혀버렸다.그 여자는 배여진의 손목을 잡자마자 바로 뒤로 꺾어버렸다.너무나도 쉽게 제압을 당한 배여진은 비명을 질렀다.“사모님, 어떻게 할까요?”여자가 공손한 태도로 임유진에게 물었다.그러자 임유진이 배여진을 바라보며 말했다.“드레스 주우라고 하세요.”배여진을 제압한 여자는 강지혁이 임유진의 신변 보호를 위해 붙여둔 여자 경호원이었다.임유진이 자칫하면 싸움으로 번질 수 있는 상황에서 애를 배고도 물러서지 않았던 건 모두 경호원이 있어서였다.“네, 알겠습니다.”경호원은 고개를 한번 끄덕인 후 배여진을 보며 말했다.“사모님 말 들었지? 얼른 주워.”“내가 저걸 왜 주워?!”배여진이 빨개진 얼굴로 소리를 지르자 잡힌 손목으로부터 또다시 알싸한 고통이 밀려왔다.이에 배여진이 직원들을 향해 외쳤다.“뭘 멍하니 보고만 있어? 빨리 이 여자 좀 어떻게 해봐! 만약 지금 당장 이 두 사람 내쫓지 않으면 이 가게 폐업시켜 버릴 거야!”배여진은 지금 고통과 분노에 잠식되어 있어 경호원이 왜 임유진을 ‘사모님’이라고 불렀는지, 애초에 왜 경호원이 임유진의 곁에 붙어 있는지에 대해 생각할 겨를조차 없었다.배여진의 말에 직원들이 서둘러 그녀에게로 달려왔다.배여진이 이 드레스 샵의 단골이라는 이유도 있었지만 더 많게는 그녀의 뒤에 강현수가 있었기 때문이다.“얼른, 얼른 배여진 씨 도와드려!”샵 주인이 직원들을 향해 소리쳤다.강현수를 건드리면 정말 폐업을 당할 수 있기에 두려운 것이었
분명 방금까지만 해도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는데 눈 깜짝할 사이에 갑자기 로맨스 분위기가 되어버렸다.물론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다 깜짝 놀랐지만 배여진은 특히 더 했다.강지혁이 왜 임유진과 함께 있는 거지?두 사람 진작에 헤어진 거 아니었나?강지혁이 차가운 눈빛으로 경호원에게 제압당한 배여진을 바라보았다.“저거 내가 대신 처리해줘?”임유진에게 한 그 말에 배여진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강, 강지혁 씨는 지금 유진이한테 속고 있는 거예요. 유진이는 강지혁 씨가 아닌 곽동현이라는 남자를 좋아하고 있어요. 범죄를 저지른 그 남자를 변호하겠다고 했다니까요? 게다가 얼마 전에는 그 남자 때문에 현수 씨 별장 앞에서 밤새 서 있기도 했어요!”배여진은 지금 강지혁과 임유진의 사이를 갈라놓기 급급했다.임유진은 그녀의 말에 절망으로 가득했던 그날 밤이 떠올라 저도 모르게 주먹을 꽉 말아쥐었다.한편 직원들은 배여진의 입에서 나온 강지혁이라는 이름에 또 한 번 놀라버렸다.물론 배여진의 옆에 찰싹 달라붙어 임유진을 비난하던 두 여자는 강지혁이 들어온 순간부터 그가 누군지 알아보았기에 아까부터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 채 몸을 덜덜 떨고 있었다.강지혁은 임유진의 손을 매만지던 것을 멈추더니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대체 언제부터 내 아내의 이름이 너 따위의 입에 오르기 시작했지? 다시는 그 입을 열지 못하게 해야 정신을 차리려나?”아내?!배여진의 눈이 곧 튀어나올 것처럼 커졌다.임유진이 언제부터 강지혁의 아내가 된 거지? 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거지?!하지만 배여진이 뭔가 생각하기도 전에 강지혁과 함께 안으로 들어온 남자 경호원이 그녀의 앞으로 다가가 별다른 말 없이 뺨을 내리치기 시작했다.한 번, 두 번.고요한 샵 안에는 오직 뺨을 때리는 소리만 울려 퍼졌다.배여진은 용서를 구할 기회조차 없이 비명 한번 지르지 못하고 계속해서 뺨을 맞았다.그리고 옆에 있는 사람들은 그 누구 하나 나서지 못했다.몇 분 후, 경호원의 손이 드디어 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