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지혁은 임유진의 뒷모습을 한참이나 바라보았다.아까 임유진이 아이를 위해 모든 걸 다 내걸었을 때 강지혁도 그에 따른 각오를 했다.만약 그녀가 아이를 출산하는 과정에서 정말 잘못되기라도 하면 그때는 그도 그녀를 따라갈 생각이다....임유진은 최 실장의 안내를 받고 한지영의 병실에 도착했다.이곳은 중환자실이었지만 흔히 보는 그런 중환자실이 아닌 한지영만 있는 독립적인 공간이었다.게다가 바로 옆에는 환자 보호자들이 머무를 수 있는 방도 있었다.전에 입원했던 병원에 비하면 상당히 좋은 곳이었다.한씨 부부는 임유진의 얼굴을 보더니 연신 고맙다며 고개를 숙였다.“어머님, 아버님, 어서 고개를 드세요. 그리고 고마워할 필요 없으세요. 저는 그저 지영이가 저를 위해 해준 것에 보답하고 있는 것뿐이니까요.”임유진은 곧바로 한지영의 병세부터 걱정했다.“그보다 의사 선생님은 뭐래요? 위험한 시기는 언제쯤 벗어날 수 있대요?”“아직 그게 언제라고는 확실하게 얘기해주지 않았어. 아마 조금 더 시간이 걸려야 할 것 같아. 하지만 이 분야에서 최고라고 인정받는 선생님이 치료해준다고 했으니까 분명히 괜찮을 거야. 게다가 지영이에게 맞는 제일 좋은 약을 쓰고 있다고도 했어.”한종훈이 감사해하며 대답했다.그는 아버지로서 딸을 구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으나 현실적으로 그 많은 병원비를 대기에는 무리가 있었다.하지만 병원 측에서 한지영을 치료하는 것에 관한 모든 비용을 다 강지혁이 부담한다고 했다.강지혁이 병원비를 내준다는 건 임유진의 부탁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걸 한종훈도 이해영도 아주 잘 알고 있었다.“그럼 다행이고요.”임유진은 유리창 너머로 병상에 누워있는 한지영을 바라보았다.한지영에게는 해주고 싶은 말이 너무나도 많았다.한지영이 깨어나면 아이를 한 명도 아닌 세 명이나 임신했다는 것도 말해주고 싶고 무슨 일이 있어도 아이 셋 모두 지키겠다는 말도 해주고 싶었다.“경찰 쪽에서는 지영이가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 알아냈대요?”임유진의 말에 한씨 부부의 표
“드레스요?”임유진이 고개를 갸웃하며 되물었다.“네, 들러리 설 때 입으실 드레스요. 계산은 이미 한지영 씨께서 다 하셔서 임유진 씨는 가지러 오시기만 하면 됩니다. 사실 한지영 씨께 먼저 연락을 드렸는데 며칠째 전화를 안 받으시더라고요. 그래서 또 다른 수취인인 임유진 씨께 이렇게 연락을 하게 됐어요.”“지영이가 지금 입원 중이라서요. 그쪽으로는 제가 갈게요.”임유진은 매장 주소를 메모한 다음 전화를 끊었다.들러리 설 때 입을 드레스라...지금 생각해보니 백연신을 만나러 가기 전 한지영이 드레스를 주문했다고 했었다.임유진한테 분명히 찰떡인 드레스일 거라고 한지영이 환하게 웃으며 얘기했었다.임유진은 주소를 따라 드레스 샵에 도착했다.안으로 들어가 보니 인테리어도 고급스럽고 전시된 드레스들도 화려한 것이 무척이나 예뻤다.가격표를 보지 않아도 드레스가 비싸다는 것쯤은 한눈에 알 수 있었다.한지영이 돈을 많이 쓴 게 틀림없었다.임유진이 안으로 들어서자 곧바로 매장 직원이 인사를 건네왔다.“드레스 보러 오셨어요?”“드레스 받으러 왔어요. 임유진이에요.”“저와 조금 전에 통화했던 분이시군요. 잠시만 기다려주세요.”직원은 임유진을 대기 의자로 안내하고 드레스를 가지러 갔다.그렇게 임유진이 드레스를 기다리고 있던 그때 매장문이 열리고 여자 세 명이 안으로 들어왔다.그중에는 배여진도 있었다.머리부터 발끝까지 명품으로 도배한 배여진은 임유진을 본 순간 웃음을 지우며 멈칫했다.설마 이런 곳에서 임유진과 만나게 될 줄은 생각도 못 했다.게다가 지난번에 봤을 때보다 안색이 많이 좋아 보이기도 했다.배여진은 임유진만 보면 이가 갈렸다.임유진과 강현수 사이에 틈이 생기면 그걸 기회 삼아 강현수의 마음을 쉽게 얻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요 며칠 그녀는 강현수의 그림자조차 보지 못했고 전화를 해도 받지 않는 바람에 목소리도 듣지 못했다.하지만 다행히도 내일은 그녀의 생일 파티가 있는 날이다.전에 강현수가 생일 파티에 꼭 참석하겠다고 했기에 아마
“그건...”직원은 지금 무척이나 난감했다.배여진과 나머지 두 여자가 누군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으니까.하지만 눈앞에 있는 임유진도 만만치 않은 신분의 여자 같았다.그도 그럴 것이 아까 임유진이 이곳에 도착했을 때 내렸던 차량이 바로 벤틀리였으니까.배여진은 입꼬리를 올리며 득의양양한 얼굴로 말했다.“내 친구들이 좀 직설적이라서 말이야. 음흉한 속내를 가진 것들을 보면 참지를 못해. 그리고 너는 잘 모르겠지만 상류층에 있는 사람들은 기회주의자에 남을 깎아내려 그 자리를 차지하려는 못된 사람들을 무척이나 싫어해. 참, 방금 내 친구가 한 말 허투루 듣지 않는 게 좋을 거야. 얘가 아는 사람들이 좀 많아서 만약 정말 친구들에게 연락하면 이 샵은 바로 문을 닫게 될 거거든.”배여진의 눈은 임유진을 보고 있었지만 실상은 옆에 있는 직원에게 하는 말이었다.임유진은 차가운 눈빛으로 배여진을 바라보았다.그날 임유진은 강현수에게 모든 진실을 다 얘기해주었다.하지만 배여진의 태도로 볼 때 아무것도 듣지 못한 것 같았다.배여진과 그 뒤로 얘기를 안 한 건가?뭐가 됐든 이제 그녀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일이다.“배여진, 전에 내가 네 정체를 까발리지 않는 건 사정이 있었기 때문이야. 하지만 앞으로도 그럴 거라고는 생각하지 마. 물론 네가 계속해서 거짓말을 하겠다고 해도 상관없어. 나는 동현 씨를 위해 어떻게든 재판에서 이길 테니까. 누가 더러운 짓을 했는지는 때가 되면 다 밝혀지겠지.”외할머니를 봐서 배여진을 봐주는 것도 이제는 한계였다.배여진은 이미 선을 넘었고 그러니 더 이상 참아줄 이유가 없었다.“너...!”배여진의 얼굴이 분노로 빨갛게 달아올랐다.설마 임유진이 대놓고 그 일을 입에 올릴 줄은 생각도 못 했다.아니나 다를까 그녀 옆에 있던 두 여자가 임유진의 말에 의문을 품더니 배여진을 향해 이상한 눈빛을 던졌다.‘안 돼. 더 이상 임유진이 계속 떠들게 놔둬서는 안 돼. 임유진의 말을 얘네들이 믿어버리기라도 하면 그때는 주위에 말이 돌게
하지만 자존심 상할 일은 그 뒤에 있었다.“주워.”임유진이 드레스를 가리키며 말했다.“네가 던진 거니까 네가 주워.”“네가 주우라고 하면 내가 주워야 해? 네가 뭔데!”배여진이 씩씩거리며 직원들에게 또다시 화풀이했다.“빨리 얘 내보내지 않고 뭐해요?”하지만 직원들은 여전히 가만히 서 있기만 했다.그러자 배여진이 임유진에게 다가가며 말했다.“그럼 내가 내쫓지 뭐!”하지만 임유진의 팔을 잡으려는 그 순간 임유진의 뒤에 있던 무표정한 얼굴의 여자에게 손목이 잡혀버렸다.그 여자는 배여진의 손목을 잡자마자 바로 뒤로 꺾어버렸다.너무나도 쉽게 제압을 당한 배여진은 비명을 질렀다.“사모님, 어떻게 할까요?”여자가 공손한 태도로 임유진에게 물었다.그러자 임유진이 배여진을 바라보며 말했다.“드레스 주우라고 하세요.”배여진을 제압한 여자는 강지혁이 임유진의 신변 보호를 위해 붙여둔 여자 경호원이었다.임유진이 자칫하면 싸움으로 번질 수 있는 상황에서 애를 배고도 물러서지 않았던 건 모두 경호원이 있어서였다.“네, 알겠습니다.”경호원은 고개를 한번 끄덕인 후 배여진을 보며 말했다.“사모님 말 들었지? 얼른 주워.”“내가 저걸 왜 주워?!”배여진이 빨개진 얼굴로 소리를 지르자 잡힌 손목으로부터 또다시 알싸한 고통이 밀려왔다.이에 배여진이 직원들을 향해 외쳤다.“뭘 멍하니 보고만 있어? 빨리 이 여자 좀 어떻게 해봐! 만약 지금 당장 이 두 사람 내쫓지 않으면 이 가게 폐업시켜 버릴 거야!”배여진은 지금 고통과 분노에 잠식되어 있어 경호원이 왜 임유진을 ‘사모님’이라고 불렀는지, 애초에 왜 경호원이 임유진의 곁에 붙어 있는지에 대해 생각할 겨를조차 없었다.배여진의 말에 직원들이 서둘러 그녀에게로 달려왔다.배여진이 이 드레스 샵의 단골이라는 이유도 있었지만 더 많게는 그녀의 뒤에 강현수가 있었기 때문이다.“얼른, 얼른 배여진 씨 도와드려!”샵 주인이 직원들을 향해 소리쳤다.강현수를 건드리면 정말 폐업을 당할 수 있기에 두려운 것이었
분명 방금까지만 해도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는데 눈 깜짝할 사이에 갑자기 로맨스 분위기가 되어버렸다.물론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다 깜짝 놀랐지만 배여진은 특히 더 했다.강지혁이 왜 임유진과 함께 있는 거지?두 사람 진작에 헤어진 거 아니었나?강지혁이 차가운 눈빛으로 경호원에게 제압당한 배여진을 바라보았다.“저거 내가 대신 처리해줘?”임유진에게 한 그 말에 배여진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강, 강지혁 씨는 지금 유진이한테 속고 있는 거예요. 유진이는 강지혁 씨가 아닌 곽동현이라는 남자를 좋아하고 있어요. 범죄를 저지른 그 남자를 변호하겠다고 했다니까요? 게다가 얼마 전에는 그 남자 때문에 현수 씨 별장 앞에서 밤새 서 있기도 했어요!”배여진은 지금 강지혁과 임유진의 사이를 갈라놓기 급급했다.임유진은 그녀의 말에 절망으로 가득했던 그날 밤이 떠올라 저도 모르게 주먹을 꽉 말아쥐었다.한편 직원들은 배여진의 입에서 나온 강지혁이라는 이름에 또 한 번 놀라버렸다.물론 배여진의 옆에 찰싹 달라붙어 임유진을 비난하던 두 여자는 강지혁이 들어온 순간부터 그가 누군지 알아보았기에 아까부터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 채 몸을 덜덜 떨고 있었다.강지혁은 임유진의 손을 매만지던 것을 멈추더니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대체 언제부터 내 아내의 이름이 너 따위의 입에 오르기 시작했지? 다시는 그 입을 열지 못하게 해야 정신을 차리려나?”아내?!배여진의 눈이 곧 튀어나올 것처럼 커졌다.임유진이 언제부터 강지혁의 아내가 된 거지? 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거지?!하지만 배여진이 뭔가 생각하기도 전에 강지혁과 함께 안으로 들어온 남자 경호원이 그녀의 앞으로 다가가 별다른 말 없이 뺨을 내리치기 시작했다.한 번, 두 번.고요한 샵 안에는 오직 뺨을 때리는 소리만 울려 퍼졌다.배여진은 용서를 구할 기회조차 없이 비명 한번 지르지 못하고 계속해서 뺨을 맞았다.그리고 옆에 있는 사람들은 그 누구 하나 나서지 못했다.몇 분 후, 경호원의 손이 드디어 멈
“물론 버려지는 것뿐만이 아니라 끔찍한 최후를 맞이하게 되겠지. 배여진이 그렇게 되면 너는 어떻게 할 거야? 도와줄 거야?”강지혁이 임유진을 빤히 바라보며 물었다.“아니.”임유진은 담담하게 고개를 저었다.“왜? 배여진이 곽동현을 음해해서?”언뜻 가볍게 말하는 것 같지만 그의 두 눈은 집요하게 임유진의 얼굴을 쫓았다. 그녀의 표정 하나하나 놓치고 싶지 않다는 듯이 말이다.“그것도 있고.”임유진은 솔직하게 대답했다.“나는 몇 번이고 나를 해하려 한 것에 더해 아무런 죄도 없는 사람까지 끌어들인 인간을 도와줄 정도로 착하지 않아. 배여진은 내가 있는 한 앞으로도 계속 나를 제거하려고 들 거야. 물론 그날 강현수한테 모든 걸 다 얘기해줬으니 앞으로는 강현수가 알아서 하겠지.”“아무런 죄가 없다고?”강지혁이 피식 웃었다.“너는 정말 곽동현이 결백하다고 믿어? 너 변호사잖아. 변호사면 증거로 말해야 하는 거 아닌가? 그런데 지금은 모든 증거가 다 곽동현을 가리키고 있어.”“나는 동현 씨 믿어.”임유진이 담담하게 말했다.“증거라는 게 억울한 사람을 도와주는 방패막이 되기도 하지만 가끔은 그 사람을 찌르는 흉기가 되기도 해. 지나치게 증거에만 연연하면 자칫 무고한 사람을 범인으로 만들어버리게 될 수도 있어. 내 사건도 그랬잖아.”그 말에 강지혁이 흠칫하더니 입을 꾹 닫았다.그는 여전히 그녀의 사건에 깊은 죄책감을 이고 있었다.“동현 씨는 정말 좋은 사람이야. 이런 상황을 겪어도 되는 사람이 아니라고. 게다가 나 때문에 배여진한테 당한 거니까 더더욱 이대로 두고 볼 수 없어. 어떻게 해서든 꼭 재판에서 이길 거야. 만약 패소한다고 해도 다시 항소할 거야.”임유진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던 강지혁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그렇게도 이겨야겠다면 내가 좀 도와줄까? 곽동현이 무죄로 풀려날 수 있게?”이에 임유진이 조금 놀란 듯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곽동현이라면 언제나 싫은 기색밖에 내비치지 않았는데 왜 갑자기 도와준다고 하는 거지?“왜? 내가
거절은 용납하지 않겠다는 듯한 강지혁의 단호한 목소리가 차 안에 울려 퍼졌다....배여진은 샵에서 뛰쳐나온 후 잔뜩 부어버린 얼굴로 강현수의 별장을 찾아왔다.강현수 앞에서 제대로 울어버릴 작정으로 말이다.그리고 제일 중요한 임유진이 강지혁과 결혼했다는 사실을 알려줘야만 했다.맞은 건 분하지만 덕에 좋은 소식을 알게 됐으니 결과적으로 좋았다.두 사람의 결혼 소식을 듣게 되면 강현수도 이제 임유진을 향한 마음을 접을 것이 분명했으니까.다만 좋은 일이기는 하지만 임유진이 강지혁 덕에 신분 상승해 사모님 소리 된 건 아무리 생각해봐도 열이 받았다.그렇게 씩씩대며 안으로 들어가려는데 갑자기 별장 경비원이 그녀를 막아섰다.“대표님은 지금 집에 안 계십니다.”“이봐요. 현수 씨가 없어도 나는 들어갈 수 있어요. 지금껏 내 출입을 막은 적 단 한 번도 없었다고요. 알아듣겠어요?”배여진이 고개를 빳빳이 쳐들고 말했다.임유진에게 호되게 당하고 온 터라 괜히 경비원에게 화풀이했다.“어제 대표님께서 직접 여기로 찾아와 앞으로 배여진 씨를 안으로 들이지 말라고 하셨습니다.”경비원의 단호한 말에 배여진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그럴 리가요!”“제 말이 믿기지 않으시면 대표님께 직접 물어보세요.”직접 물어볼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강현수를 만나지 못한지 벌써 며칠째고 강현수 회사로 찾아가 봐도 바로 문 앞에서 막혔으니까. 게다가 강현수에게 전화를 걸어봐도 여전히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배여진은 이를 꽉 깨물더니 상관없다는 듯 발걸음을 옮겼다.“현수 씨한테 물어볼 필요도 없어요. 분명히 무슨 착오가 있었을 테니까. 그리고 경고하는데 만약 또다시 내 앞길을 가로막으면 그때는 이 경비원 일 못 하게 만들어버릴 줄 알아요! 현수 씨는 내 말이라면 뭐든 들어주니까!”그렇게 배여진이 으름장을 놓고 안으로 들어가려는데 경비원이 또다시 그녀를 막았다.그러고는 다른 말 없이 바로 경찰에 신고했다.이에 배여진이 어이가 없다는 눈길로 그를 바라보았다.“지금... 감히
“뭐라고요? 대체 누가 손을 썼다는 건데요?!”배여진이 화를 냈다.“그건 저도 모르죠. 다만 강 대표님 덕에 이제껏 좋은 역할을 많이 차지했으니 배여진 씨를 노리는 사람이 많을 거예요.”게다가 그것뿐만이 아니라 배여진은 평소 사람들을 습관적으로 하대했기에 앙심을 품은 사람들이 많았다.만약 강현수가 뒤에 없었으면 지금쯤 아마 더 세게 당하고 있었을 것이다.사실 매니저도 다른 사람 못지않게 배여진을 싫어했다. 그도 그럴 것이 얼굴이 예쁜 것도 아니고 연기를 잘하는 것도 아니고 게다가 인성까지 더러우니 좋게 봐줄래야 봐줄 수가 없었다. 게다가 그녀는 허구한 날 매니저를 부려먹었고 간혹 실수를 한 날에는 갖은 욕설과 비난의 말을 내뱉었다.아마 강현수가 아니었으면 배여진의 매니저 같은 건 진작에 때려치웠을 것이다.그래서 지금 배여진이 연예인으로서 타격이 큰 기사가 났는데도 꼴좋다는 생각만 들 뿐 매니저로서 그녀를 도와줘야겠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아니면 여진 씨가 강 대표님한테 직접 도움을 청해보는 건 어떨까요? 기사 좀 내려달라고.”매니저가 귀찮은 듯 알아서 하라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이에 배여진이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었다.‘강현수랑 연락이 됐으면 애초에 너 따위 것한테 내가 연락을 안 했겠지! 그리고 기사도 진작에 막았을 거고!’“알겠어요. 내가... 현수 씨한테 부탁해볼게요.”배여진은 대충 얼버무린 후 전화를 끊었다. 그러고는 분노가 치밀어 올라 손에 든 휴대폰을 바닥에 그대로 던져버렸다.“다들 두고봐!”내일이면 배여진의 생일 파티가 열리게 된다.“내일 현수 씨를 만나면 나 무시했던 인간들 싹 다 처리해 달라고 할 거야!”배여진은 강현수가 자신의 생일 파티에 올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조용한 방 안.강현수가 비서에게서 임유진의 자료를 건네받았다.“임유진 씨 어린 시절 자료입니다. 임유진 씨는 그때 대표님께서 구조돼 병원에 입원하신 후 마찬가지로 S 의 병원에 이송되었습니다. 당시 병원 기록을 보면 고열을 앓았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