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고요? 대체 누가 손을 썼다는 건데요?!”배여진이 화를 냈다.“그건 저도 모르죠. 다만 강 대표님 덕에 이제껏 좋은 역할을 많이 차지했으니 배여진 씨를 노리는 사람이 많을 거예요.”게다가 그것뿐만이 아니라 배여진은 평소 사람들을 습관적으로 하대했기에 앙심을 품은 사람들이 많았다.만약 강현수가 뒤에 없었으면 지금쯤 아마 더 세게 당하고 있었을 것이다.사실 매니저도 다른 사람 못지않게 배여진을 싫어했다. 그도 그럴 것이 얼굴이 예쁜 것도 아니고 연기를 잘하는 것도 아니고 게다가 인성까지 더러우니 좋게 봐줄래야 봐줄 수가 없었다. 게다가 그녀는 허구한 날 매니저를 부려먹었고 간혹 실수를 한 날에는 갖은 욕설과 비난의 말을 내뱉었다.아마 강현수가 아니었으면 배여진의 매니저 같은 건 진작에 때려치웠을 것이다.그래서 지금 배여진이 연예인으로서 타격이 큰 기사가 났는데도 꼴좋다는 생각만 들 뿐 매니저로서 그녀를 도와줘야겠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아니면 여진 씨가 강 대표님한테 직접 도움을 청해보는 건 어떨까요? 기사 좀 내려달라고.”매니저가 귀찮은 듯 알아서 하라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이에 배여진이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었다.‘강현수랑 연락이 됐으면 애초에 너 따위 것한테 내가 연락을 안 했겠지! 그리고 기사도 진작에 막았을 거고!’“알겠어요. 내가... 현수 씨한테 부탁해볼게요.”배여진은 대충 얼버무린 후 전화를 끊었다. 그러고는 분노가 치밀어 올라 손에 든 휴대폰을 바닥에 그대로 던져버렸다.“다들 두고봐!”내일이면 배여진의 생일 파티가 열리게 된다.“내일 현수 씨를 만나면 나 무시했던 인간들 싹 다 처리해 달라고 할 거야!”배여진은 강현수가 자신의 생일 파티에 올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조용한 방 안.강현수가 비서에게서 임유진의 자료를 건네받았다.“임유진 씨 어린 시절 자료입니다. 임유진 씨는 그때 대표님께서 구조돼 병원에 입원하신 후 마찬가지로 S 의 병원에 이송되었습니다. 당시 병원 기록을 보면 고열을 앓았다고
강현수가 시선을 내려 자기 두 손을 바라보았다.그는 그때 눈물을 흘리며 이 두 손으로 임유진의 무릎에서 흐르는 피를 닦아주었다. 그를 지켜주려다 흘린 피를 말이다.왜 바보같이 임유진이 그 여자아이라는 걸 못 알아봤을까.이미 임유진을 사랑하고 있었으면서 왜 번번이 그녀를 놓쳐버린 걸까. 심지어 마지막에는 그녀가 보내는 도움의 손길을 그대로 무시해버렸다.만약 그때 그녀를 배여진으로 착각만 하지 않았더라면... 그때 질투에 눈이 멀어 그녀를 모른 척하지 않았더라면... 줄곧 찾아 헤맸던 아이가 배여진이었을 때 조금 더 깊게 조사해봤더라면... 그랬더라면 어쩌면 지금쯤 모든 게 달라져 있지 않았을까...?그는 정말 바보였다.자기가 지켜야 할 여자가 누군지 조차 모르는 바보 등이었다.강현수는 임유진만 생각하면 가슴이 찢어질 듯 아프고 숨조차 제대로 쉬어지지 않았다....다음날.임유진은 간단히 준비를 마친 후 오랜만에 사무소로 향했다.물론 차 변호사가 그간 휴가를 주기는 했지만 계속 쉬는 건 아무래도 눈치가 보였다.그리고 지금은 덜컥 임신까지 해버린 상태이기에 휴가로는 이제 부족해졌다.게다가 하나도 아닌 세쌍둥이를 임신하게 된 터라 더 많이 신경을 써야 해서 지금 현재 맡고 있는 사건을 제외한 다른 사건은 더 이상 맡을 수가 없게 된다.임유진은 사무실로 들어간 후 곧바로 차 변호사를 찾아가 임신했다는 사실을 전했다.“임신이요?”차 변호사가 깜짝 놀란 얼굴로 물었다.“네, 세쌍둥이고 지금 3개월 됐어요. 제가 지금 맡고 있는 일은 최대한 잘 마무리 지을게요. 하지만 새로운 건은 더 이상 수임하지 못할 것 같아요. 아마 빠른 시일 내에 새로운 비서를 구하셔야 할 것 같아요. 정말 죄송합니다!”임유진이 고개를 숙였다.그도 그럴 것이 사무소에서 일한 지 얼마 안 됐는데 갑자기 임신을 해버렸으니까.게다가 말은 그렇게 했지만 솔직히 지금 맡은 건도 제대로 마무리 지을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또한 갑자기 사람을 구해야 하니 차 변호사 입장에서도 상
빈번하게 토하는 건 아니었지만 한번 토하게 되면 음식물을 전부 다 토하기 전까지는 멈추지 못할 정도로 심하게 토하게 된다.토를 다 한 후 화장실 물을 내리고 세면대로 향하는 그때 마침 화장실로 들어온 정한나와 마주쳐버렸다.양다리 걸친 게 들통나고 세레나에게 잔뜩 두들겨 맞은 영상이 인터넷에 올라간 뒤로 정한나는 사무소에서 거의 없는 사람처럼 지내며 임유진에게도 더 이상 시비를 걸지 않았다.하지만 화장실에서 마주친 지금 정한나의 눈빛이 어딘가 묘하게 불편했다.임유진은 아무 말 없이 정한나를 지나 그녀의 뒤에 있는 세면대로 가 손을 씻었다.그러자 정한나가 뒤를 돌더니 먼저 말을 건네왔다.“방금 엄청나게 토하던데, 혹시 임신한 건 아니죠?”떠보는 듯한 말에 임유진은 순순히 인정했다.“맞는데요?”어차피 임신이라는 건 시간이 지나면 배가 불러와 모를래야 모를 수가 없었으니까.그리고 애초에 임유진은 임신 사실을 숨길 생각도 없었다.정한나는 임유진의 태연한 대답에 놀랐는지 입까지 틀어막고 오버를 했다.“정말... 임신이라고요? 세상에, 혼전임신인 거네!”임유진은 정한나가 그러든지 말든지 손을 씻은 다음 유유히 화장실에서 나왔다.그런데 몇 시간 후, 점심시간이 채 되기도 전에 사무실 안에서 임유진이 혼전 임신했다는 사실이 일파만파 퍼지기 시작했다.심지어 그 소식을 들은 어떤 동료는 임유진의 앞으로 와 직접 묻기까지 했다.“유진 씨, 한나 씨한테서 들었어요. 혼전 임신했다던데 정말이에요?”임유진이 천천히 입을 열려던 찰나 정한나가 갑자기 어디선가 튀어나오더니 잔뜩 비아냥거리며 대신 대답했다.“뭘 물어요. 당연히 진짜지. 아까 유진 씨가 화장실에서 나한테 직접 얘기한 거라니까요? 그리고 성아 씨가 못 봐서 그렇지 유진 씨 토 엄청 했어요. 드라마에서 임산부들이 입덧할 때 모습이랑 똑같았다니까요?”임유진은 담담하게 답했다.“네, 저 임신 맞아요.”이에 정한나는 임유진의 약점이라도 잡은 사람처럼 큰소리로 외치기 시작했다.“들었죠? 내 말이 맞
“내가 결혼했다는 걸 정한나 씨한테 보고해야 할 의무라도 있나요?”임유진의 지나치게 당당한 말에 정한나가 움찔했다.그때 그녀의 머릿속으로 순간 강현수의 얼굴이 떠올랐다.‘전에 굳이 사무실로 찾아온 것도 그렇고, 설마... 강현수랑 결혼한 건가? 잠깐만 그러면 임유진이 강현수의 아이를?!’하지만 정한나는 곧바로 말이 안 된다며 고개를 저었다.그도 그럴 것이 만약 임유진의 남편이 강현수라면 인터넷이 난리가 났을 테니까. 그런데 그 흔한 가십 기사 하나 없었다.정한나는 뭔가 떠올린 듯 씩 웃으며 말했다.“유진 씨 설마 혼전임신이라고 사람들이 수군거리는 게 싫어서 일부러 결혼했다고 하는 건 아니죠? 내 말에 반박하고 싶으면 남편 이름이 뭔지 얘기해봐요. 그리고 오늘 퇴근할 때 유진 씨 데리러 오라고도 하고요. 다들 유진 씨랑 동룐데 남편 얼굴 정도는 봐도 되지 않겠어요? 설마 임신한 와이프한테 직접 버스 타고 오라고 한 건 아닐 거 아니에요.”임유진은 그 말에 입을 꾹 닫았다.만약 강지혁에게 이 얘기를 하게 되면 아마 바로 이곳으로 달려올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강지혁이 이곳에 나타나게 되면 그때는 사무소를 더 이상 편히 출근하지 못하게 되어버린다.임유진의 침묵에 정한나는 자신이 생각한 게 맞다고 확신했는지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유진 씨, 혼전임신이 뭐가 대수라고 그런 거짓말까지 해요? 변호사가 돼서 부끄럽지도...”그때 정장을 입은 남자 여러 명이 프런트 데스크 직원의 안내에 따라 임유진의 곁으로 다가왔다.그들은 임유진의 얼굴을 보더니 정중하게 허리를 숙이고 인사를 올렸다.“안녕하십니까, 작은 사모님.”작은 사모님이라는 말에 정한나는 하려던 말을 그대로 도로 입안에 집어넣었다.그러고는 정장을 입은 남자들과 임유진을 번갈아 훑었다.‘임유진이 왜 작은 사모님이야?!’임유진은 갑자기 다가온 남자들을 보며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이들 중 제일 앞에 서 있는 남자는 임유진도 한번 만나 적이 있다.전에 강문철의 병실에서 줄곧 강문철의
그 말에 사람들이 잠시 침묵하더니 서로 눈치를 봤다.강씨 집안에 돈이 많은 남자면 강지혁과 강현수밖에 없었다.“혹시 강현수 아닐까요? 지난번에도 사무실로 찾아왔잖아요.”“설마요. 그랬다면 벌써 인터넷이 난리가 나지 않았을까요?”“그건 그렇긴 한데... 그럼 설마 강지혁...?”강현수가 아니면 강지혁밖에 없었다.“그럴 리가요!”그때 가만히 있던 정한나가 반박했다.“내가 볼 때 방금 남자들은 유진 씨가 고용한 알바들 같아요. 우리한테 자기가 결혼했다고 믿게 하기 위해서요. 그리고 생각해봐요. 만약 남편이 정말 강지혁이면 왜 아직도 여기서 출근하겠어요. 집에서 느긋하게 태교나 하지.”“연기는 아닌 것 같은데요?”그녀의 말에 동료 한 명이 고개를 갸웃했다.“연기할 거면 차라리 남편 역할을 해줄 사람을 찾는 게 더 확실하지 않을까요?”다들 멍청한 사람들이 아니기에 정한나가 지금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지 다 알고 있었다.그때 누군가가 창문 쪽으로 가 건물 밖을 내려다보고는 깜짝 놀란 얼굴로 소리를 질렀다.“세상에, 유진 씨 데리러 온 차 한정판 링컨 타운카예요! 저게 대체 얼마짜리야.”“게다가 차량 번호도 9999, 골드 번호예요!”“저런 차에 저런 차량 번호에 거기다 강씨 집안이라는 말까지, 정말 강지혁 맞나 본데요?”“유진 씨가 그럼 정말 강지혁이랑 결혼했다는 거예요?! 세상에! 이건 완전 빅 뉴스잖아요!”“와, 유진 씨 완전 팔자 폈네! 부럽다 부러워.”사람들은 감탄을 그지 못했다.하지만 그런 사람들 중 유독 정한나만 입을 꾹 닫고 말이 없었다.그도 그럴 것이 아무것도 모르면서 혼전임신이네 편히 돈 받아가네 하는 소리를 해댔으니까.링컨 차를 차고 유유히 떠나는 사람에게 할 말은 절대 아니었다.게다가 남편이 강지혁인데 이깟 월급이 아쉬울까.정한나는 지금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들어가고 싶은 기분이었다....임유진은 남자들을 따라 병원에 도착했다.강문철은 여전히 병상에 누운 채 링거를 맞고 있었다.다만 전에 만났
“저 돈 필요 없고 이혼도 안 할 겁니다. 그리고 저는 강씨 가문을 위해 아이를 낳는 게 아니에요. 제 아이는 그저 제 아이일 뿐 어느 한 가문의 소유가 아닙니다.”임유진이 담담한 목소리로 대답했다.그녀가 목숨까지 걸어가며 아이를 낳고 엄마가 되려 한 건 자신만의 가정을 이루고 앞으로 태어날 아이들에게 세상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기 위해서이지 누군가를 위해, 또는 누군가의 가문을 위해서가 아니다.강문철은 임유진의 말에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아가씨가 정말 지혁이랑 평생 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아가씨는 머지않아 제 발로 지혁이 옆을 떠날 거야.”“저, 지혁이 아버님 앞에서 약속했어요. 좋은 아내가 되고 평생 지혁이 옆에 있겠다고. 그 맹세 꼭 지킬 겁니다.”그러자 강문철이 코웃음을 쳤다.“평생 옆에 있겠다라... 과연 이 얘기를 듣고도 그런 말을 할 수 있을까? 지혁이는 아가씨한테...”그때 병실 문이 열리고 누군가의 실루엣이 빠르게 다가와 잔뜩 긴장한 얼굴로 임유진의 옆에 섰다.“너 괜찮아?!”임유진은 생각보다 훨씬 빨리 온 강지혁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응, 아무 일 없어.”그러고는 다시 시선을 돌려 강문철을 바라보았다.“어르신, 원래는 할아버님이라고 불러야 하지만 그러면 저를 더더욱 싫어하실 테니 어르신이라고 부를게요.”임유진이 단호한 어투로 말을 이었다.“어르신, 제가 뭘 알게 되든 뭘 듣게 되든 그게 제가 지혁이 곁을 떠나는 이유는 되지 않을 겁니다. 저는 지혁이와 절대 이혼하지 않을 거고 아이도 지울 생각이 없어요.”그녀의 말에 강지혁의 몸이 살짝 움찔했다.그러고는 매서운 눈빛으로 강문철을 바라보았다.강문철은 임유진이 제 발로 강지혁의 곁을 떠나게 하려고 기어이 그 교통사고의 진상을 입에 올리려고 했다.강지혁이 유일하게 무서워하는 것이 있다면 그건 바로 임유진이 그 진상을 알게 되는 것이다.“할아버지, 만약 하지 말아야 할 말을 하시거나 하지 말아야 할 짓을 하면 그때는...”강지혁의 목소리가 무척이나 음산하게
그리고 손은 여전히 임유진의 손을 꼭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그러다 임유진이 점점 더 세지는 그의 악력에 외마디 소리를 지르고서야 정신을 차린 듯 손을 놓아주었다.“미안, 아팠어?”“괜찮아. 그보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한 거야?”임유진이 손을 주무르며 물었다.그러자 강지혁이 그녀를 빤히 바라보았다.만약 아까 할아버지가 당시 사고의 진상을 말했으면 임유진은 과연 어떻게 반응할까?그 말을 듣고도 떠나지 않겠다는 말을 할 수 있을까?강지혁은 조금 차가워진 손으로 임유진의 볼을 매만지더니 이내 그녀의 머리를 자기 품으로 끌어당겨 확 끌어안았다.“네 입으로 말한 거야. 내 곁을 떠나지 않겠다고 나랑 이혼하지 않겠다고, 네 입으로 말한 거야. 그러니까 약속 지켜. 만약 네가 약속을 어기고 떠나면... 그때는 정말 가만두지 않을 거야...”강지혁의 가슴팍에 묻혀버린 임유진은 그의 말보다 정처 없이 빠르게 뛰는 그의 심장 소리가 더 크게 들렸다.사실 아까 강지혁이 강문철에게 협박이 들어간 말을 했을 때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던 한편 자기와 아이들을 지켜주는 그의 모습에 마음 한구석이 따뜻해졌다.이런 감정은 실로 아주 오랜만이었다.“혁아, 나는 널 떠나지 않아.”임유진이 담담한 목소리로 얘기했다.그 순간 강지혁의 마음속에 가득했던 불안이 안개가 걷히듯 서서히 사라져갔다.이러한 기분이 들게 할 수 있는 건 아마 임유진뿐일 것이다....배여진은 어제 기사 때문에 잔뜩 곤욕을 치렀지만 그럼에도 생일 파티는 예정대로 진행했다.생일 파티 초대장은 이미 진작에 보냈으니까.게다가 기사에 달린 댓글에서는 배여진과 강현수의 사이가 완전히 틀어졌다고는 했지만 강현수가 직접 나서서 그렇다고 한 게 아니기에 배여진의 초대장을 받은 사람들은 약속대로 파티에 참석했다.물론 의도는 배여진에게 잘 보이기 위한 것보다는 강현수가 생일 파티에 오는지 안 오는지, 그리고 배여진이 여전히 강현수와 사이가 좋은지 안 좋은지를 확인하려는 것이었다.배여진은 오늘 유명한 샵의 메이크
그리고 사람들도 점점 큰소리로 수군거리기 시작했다.“혹시 처음부터 올 생각이 없었던 건 아닐까요?”“배여진이 강현수한테 맞았다는 게 루머가 아닐 수도 있겠네요.”“어쩐지, 천하의 강현수가 저런 못생기고 촌스러운 여자를 마음에 들어 할 리가 없잖아요. 명품을 걸치면 뭐해요. 전혀 태가 나지 않는데.”“어릴 때 강현수를 구해준 걸 빌미로 옆에 찰싹 달라붙어 떨어질 생각을 안 한대요. 그런데 그런 거면 차라리 돈으로 보상해 달라고 하지 연예인은 무슨. 이러니 개나 소나 다 연예인 한다는 얘기가 돌죠.”곳곳에서 들리는 조롱과 비웃음 소리에 배여진이 입술을 꽉 깨물더니 서둘러 마이크를 들고 강현수가 일이 바빠 늦는다고 해명했다.그러고는 애써 침착한 얼굴로 파티의 시작을 알렸다.“여러분, 귀한 시간을 내 제 생일 파티에 와주셔서 정말 고마워요. 지금부터 보게 될 건 제가 배우로서 발을 내디딘 첫 작품이에요. 부끄럽지만 여흥으로 봐주세요. 그리고 이 자리를 빌려 저의 야심을 얘기하면 저도 언젠가 자리에 있는 선배님들과 함께 연기해보고 싶어요.”배여진은 미소를 지으며 스크린 앞에 섰다.잠시 후 스크린으로 보이게 될 자신의 ‘연기’로 사람들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 생각이었다.그녀는 사람들에게 자신은 강현수라는 뒷배가 있어서가 아닌 실력파라는 것을 알게 해주고 싶었다.그렇게 배여진이 입꼬리를 한껏 올리며 사람들의 찬사를 기다리던 그때, 예상대로 영상이 흘러나옴과 동시에 사람들의 눈이 동그랗게 커지며 스크린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이에 배여진은 당연히 자신의 연기에 깜짝 놀라 이러는 거라며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하지만 곧바로 들려오는 자신의 목소리에 얼굴이 삽시간에 굳어버렸다.“저기, 중요한 물건이 하나 안 보여서 그러는데 혹시 플래시 좀 비춰줄 수 있을까요? 아예 차 안으로 들어오시는 게 나을 것 같아요. 잘 안 보여서요. 부탁할게요.”이건 배여진이 당시 병원 주차장에서 곽동현을 차 안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한 말이었다.배여진은 고개를 홱 돌려 스크린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