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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46화

사실 한동안 불을 켜지 않아도 잘 수 있었지만 강지혁과 헤어진 뒤로 다시 불을 켜야만 잠을 잘 수 있게 되었다.

임유진은 눈을 감고 속으로 양을 세며 빨리 잠이 들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야속하게도 오늘따라 좀처럼 잠이 오지 않았다.

역시 바로 옆에 한 사람이 더 누워있어서 그런 걸까?

눈을 감아도 코끝에는 강지혁의 체취가 맴돌고 귓가에는 강지혁의 숨소리가 들렸다. 게다가 조금만 몸을 움직여도 바로 강지혁과 몸이 닿아버리게 된다.

분명 킹사이즈 침대이건만 어째서인지 너무나도 쉽게 그에게 닿아버릴 것만 같았다.

그렇게 양을 100마리까지 셌을 때 임유진은 결국 눈을 뜨고야 말았다.

그런데 자기 전 옆으로 누운 탓에 눈을 뜬 순간 그대로 강지혁의 얼굴과 마주치고 말았다. 다행히 강지혁은 눈을 뜨고 있지 않아 어색한 분위기는 피할 수 있었다.

임유진은 자세를 고쳐 누울 생각도 잊은 채 강지혁의 자는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강지혁은 속눈썹이 여자 못지않게 길었다. 그래서 이처럼 자고 있을 때면 항상 눈에 그림자가 지고는 했다.

오뚝한 콧날과 섹시한 입술은 정말 다시 봐도 신이 정성껏 빚은 조각상 같았다.

순간 임유진은 사람들이 잘생긴 조각상에 왜 그렇게 환장하는지 알 것도 같았다.

강지혁은 지금 눈을 뜨고 있는 게 아닌데도 여전히 그녀에게 압박감을 줬다.

그런데 그 사람들 꼭대기에 있는 남자가 지금은 그녀의 남편이 되었고 지금 그녀의 바로 옆에 누워있다.

1년 전이였다면 상상도 못 했을 일이다.

내일 병원으로 가면 또다시 아이를 포기하는 일로 다투게 될까?

임유진은 걱정 가득한 얼굴로 생각에 빠졌다가 문득 강지혁의 가슴으로 시선이 갔다.

잠옷 앞섬이 다른 옷보다 파인 탓에 강지혁의 심장 가까이에 있는 흉터가 여실히 보였다.

어릴 때 입은 상처라 많이 옅어졌다고는 하나 당시 강지혁이 얼마나 두려워했을지는 충분히 상상이 갔다.

이건 강지혁의 어머니가 어린 그에게 남긴 상처다.

강지혁은 그때... 많이 아팠겠지?

그때 임유진의 상념을 깨는 통증이 손으로부터 전해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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