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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9화 우려

송재이의 진료 기록지를 받은 오서희는 의아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내 마음을 추스르기 위해 애를 썼지만 손가락이 저도 모르게 파르르 떨렸다.

마치 손에 들고 있는 진료 기록지가 천근만근이라도 되는 듯싶었다.

무미건조한 의학 용어들을 빠르게 훑어보던 그녀의 눈빛은 점점 어두워지고 착잡하게 변했다.

진료 기록지는 송재이의 건강 상태를 보여줬을뿐더러 어머니로서 가장 예민한 곳을 소리 없이 건드리기도 했다.

그녀는 이루 형용하기 힘든 감정이 북받쳐 올랐다.

앞으로 고난을 겪게 될지도 모르는 송재이를 향한 동정심과 정신적 충격을 받을 수 있는 아들에 대한 우려가 교차했다.

특히 전통이 뿌리 깊은 사회에서 이런 소식은 어느 가족에게나 큰 타격이 된다는 것을 오서희는 잘 알고 있다.

이내 뒤죽박죽 한 머릿속을 정리하려고 호흡을 가다듬었다.

그리고 휴대폰을 꺼내 송재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제 송재이는 오서희의 연락을 받고도 딱히 놀라지 않았다.

오서희가 설영준의 친모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 이후로 예전보다 한결 편해졌다.

송재이는 오서희가 만나자는 말에 흔쾌히 응했다.

두 사람은 조용한 카페에서 보기로 했다.

오서희는 송재이를 만나자마자 대뜸 진료 기록지를 던져 주었다.

송재이는 흠칫 놀랐고, 이를 보는 순간 이번 만남의 목적이 대충 짐작이 갔다.

이내 입술을 살짝 깨물었고, 손가락이 미세하게 떨렸다.

진료 기록지는 마치 날카로운 칼날처럼 그녀의 마음속 깊은 곳에 꼭꼭 숨겨둔 상처를 무자비하게 도려냈다.

그리고 진료 기록지를 펼쳐 내용을 확인하는 순간 체질상 불임이라는 결론이 떡하니 나타났다.

지난번 유산한 이후로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는데 그녀에게 이루 형언할 수 없는 치명적인 상처를 남긴 것과 마찬가지였다.

순간, 눈앞에 흐려지면서 기억이 마치 해일처럼 밀려왔다.

얼굴도 모르는 아이, 그리고 아픈 기억들이 또다시 그녀를 덮쳤다.

날카롭게 번뜩이는 오서희의 싸늘한 눈빛은 송재이의 모든 약점과 비밀을 꿰뚫어 보는 듯싶었다.

이내 차분하지만 결코 외면할 수 없는 단호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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