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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0화 넌 너무 순진해

송재이는 머리가 어지러운 나머지 손으로 테이블의 가장자리를 꽉 움켜쥐었고 침착함을 되찾으려고 애를 썼다.

오서희의 말은 마치 그녀의 가슴에 대못을 박은 듯싶었다.

흔들리는 눈빛은 무력감과 고통이 고스란히 드러났고, 설영준과 만나면서 이렇게 혹독한 시련을 맞이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오서희는 시종일관 쌀쌀맞은 표정을 지었고, 단호하기 그지없는 말투로 말했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죠. 나도 이해해요. 하지만 영준은 설씨 가문의 외동아들로서 한 여자를 사랑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큰 책임감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줬으면 좋겠어요.”

송재이의 입술이 파르르 떨렸고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는 살짝 갈라져 있었다.

“책임감이 막중하다는 걸 알지만... 전 영준 씨를 진짜 사랑해요...”

오서희는 한숨을 내쉬더니 한풀 꺾인 어조로 대답했다.

“송 선생님의 마음을 의심하는 게 아니에요. 다만 사랑이 인생의 전부라고 할 수는 없잖아요. 만약 정말 영준이 잘 되기를 바라고 사랑한다면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미래를 위해서 희생할 줄 알아야 해요.”

송재이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고, 한 번도 느껴본 적이 없는 공포감이 물밀듯이 밀려왔다.

설영준과 함께할 수 있는지를 결정짓는 열쇠가 자기 몸 상태가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이내 마음속으로는 의혹과 의문으로 가득했다. 하필이면 사랑하는 사람과 이어질 수 없는 가혹한 운명을 타고나다니!

오서희가 말을 이어갔다.

“물론 괴롭겠지만 이대로 가다가는 송 선생님이 상처를 입게 될뿐더러 영준도 끝없는 분쟁에 휘말리게 될 거예요. 두 사람 모두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아요.”

송재이는 숨이 턱 막혔다. 마치 깊은 심연 속에 빠진 듯 질식할 것 같았다.

비록 눈물이 그렁그렁했지만 흘러내리지 않도록 억지로 참았다.

물론 오서희의 말이 매정하게 들리는 건 사실이지만 일리는 있었다.

설영준을 사랑하지만 현실 앞에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는 운명인 듯싶었다.

한편, 송재이의 마음속 깊은 곳에서 이대로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절규하고 있었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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