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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8화 속이 후련

어두컴컴한 계단에 서 있는 설영준의 모습은 유난히 쓸쓸해 보였다.

착잡한 눈빛은 감정을 헤아릴 수 없었고, 수건을 너무 꽉 쥔 탓에 살짝 구겨져 있었다.

류지안의 말은 갑자기 불어닥친 찬바람처럼 그의 마음에 파문을 일으켰다.

송재이를 향한 감정은 절대 변치 않을 거로 확신했지만, 고작 작은 돌덩이 하나에 신념이 흔들릴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설영준은 거실을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그의 시선이 송재이와 류지안에게 닿았고, 허물없이 대화를 주고받는 두 여자를 보자 왠지 모르게 울적했다.

“영준 씨?”

인기척을 느낀 송재이가 그를 향해 웃으면서 손짓했다.

설영준이 억지로 미소를 쥐어 짜내고 송재이의 곁으로 다가가 앉았다.

하지만 마치 누군가 손으로 심장을 움켜잡은 듯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이 들었다.

“무슨 얘기 했어?”

비록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흔들리는 눈빛까지 감추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류지안은 미묘한 분위기의 변화를 감지했다.

이내 어색하게 웃으며 핑계를 대고 황급히 작별을 고하고는 설영준과 송재이만 남겨두었다.

문이 닫히는 순간 설영준의 얼굴이 싸늘하게 굳었다.

송재이는 초조한 마음에 입술을 깨물었다. 불편한 심기가 고스란히 느껴졌고, 막연한 괴리감 때문에 괜스레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그리고 이러한 의심과 불안을 없애줘야 한다는 생각에 서둘러 변명하기 시작했다.

“영준 씨, 난...”

그녀의 목소리는 다급함이 묻어났다.

하지만 설영준은 손을 저으며 말을 끊었다.

비록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지만 지친 기색이 역력한 안색은 낯설게 다가왔다.

“굳이 설명 안 해도 돼. 난 널 믿어.”

송재이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불안한 나머지 회피하려는 설영준의 의도를 어찌 모르겠는가?

어쩌면 진실을 알고 나서 더욱 고통스러워하거나 그녀의 앞에서 나약한 모습을 보여주기 싫어서 귀를 닫고 있을지도 모른다.

설영준은 자리에서 일어나 창문으로 걸어가더니 야경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이내 한껏 가라앉은 목소리로 자조적인 미소를 지었다.

“박윤찬이 괜찮은 남자라는 걸 나도 알아. 재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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