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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4화 바늘로 심장을 찌르는 듯

다음 날, 퇴근길에 오른 송재이의 발걸음은 유난히 분주했고 머릿속에는 어젯밤 어색한 공기가 흐르던 레스토랑의 여러 장면이 맴돌았다.

단골 카페 입구를 지나치던 중 우연히 창가 좌석에 앉아 있는 박윤찬을 발견했는데, 손에 책을 들고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싶었다.

어쨌거나 오랜 친구로서 마주치면 인사를 나누는 게 정상이었다.

하지만 어젯밤의 일을 떠올리자 저도 모르게 망설였다.

괜히 단둘이 만났다가 불필요한 오해라도 일으킬까 봐 걱정했다.

송재이는 뒤돌아서서 재빨리 자리를 피하려 했지만, 정신이 딴 데 팔린 탓에 정면에서 마주 오는 차를 미처 발견하지 못했다.

위기일발의 순간, 박윤찬이 카페에서 뛰쳐나와 그녀를 인도로 끌어당겼다.

송재이는 갑작스러운 충격 때문에 현기증이 났고, 박윤찬은 초조한 얼굴로 다친 곳은 없는지 확인했다.

“괜찮아요? 재이 씨!”

박윤찬의 목소리는 걱정으로 가득했다.

송재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팔과 무릎이 쓸렸는지 통증이 밀려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이를 본 박윤찬은 두말없이 그녀를 번쩍 안아 들고 단호하게 말했다.

“병원으로 가요.”

송재이는 민망하고 불편한 나머지 거절하려고 했다.

“아, 아니요. 심하게 다친 건 아니라서...”

하지만 박윤찬이 강하게 밀어붙였다.

“안 돼요. 감염될 수도 있으니까 상처부터 치료해야 해요.”

병원 응급실에 도착해서 의사가 상처를 치료해 줄 때까지 박윤찬은 송재이의 곁을 떠나지 않았다.

송재이는 감격에 겨운 얼굴로 그를 바라보며 나지막이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윤찬 씨, 고마워요.”

박윤찬이 미소를 짓더니 절제된 어조로 말했다.

“친구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죠.”

송재이를 바라보는 박윤찬의 눈빛은 애정이 듬뿍 담겨 있었다.

비록 자제하려고 노력했지만 감정까지 숨길 수 없는 법이다.

송재이는 만감이 교차했다. 박윤찬의 배려와 관심에 감동하면서도 한편으로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왜냐하면 짝사랑의 대상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그의 기대에 부응할 수 없는 현실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병원 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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