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현아가 바로 주승아를 그렇게 만든 범인이라는 것을 민효연은 입 밖에 내지 못했다. 하지만 말을 하지 않으면 설영준은 자신을 도와주지 않게 된다.이렇게 오랫동안 숨기고 결국 민효연은 한숨을 쉬었다.민효연이 천천히 설영준을 쳐다봤다.민효연이 숨을 들이쉬었다. 앞으로 많은 일에 변화가 생길 것 같았으나 아무런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민효연의 목소리는 견정했고 설영준에게 진실을 말하기 시작했다.“설 대표, 내가 말하는 말에 놀라게 될 수도 있어. 하지만 더는 숨길 수가 없게 됐어. 현아가 그 사고의 범인이야.”설영준의 눈빛이 순식간에 날카로워졌다.설영준이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두드리며 민효연이 계속 말하기를 기다렸다.민효연: “현아의 목적은 설 대표를 얻는 거였다네. 당시 승아하고 약혼을 한것에 질투가 나 자네가 다른 사람에게 속하게 된다는 것을 참고 받아들일수 없었어. 특히는 자신의 언니인 승아라는 것을.”설영준의 표정은 복잡했다.마음속에 말 못 할 정서가 가득했다.주현아가 이런 원인으로 그런 극단적인 짓을 할 거라고 생각지 못했다.설영준: “어떻게... 이건 너무 미친 짓이에요.”민효연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맞아, 설 대표. 이 일을 믿기 어려운 걸 알아. 하지만 이게 사실이야. 현아가 자네를 끔찍이 사랑한다네.”설영준은 침묵했다.깊은 무력감과 분노를 느꼈다.설영준: “주승아가 이 일을 알고 있는가요?”민효연이 머리를 저었다.“아니, 몰라. 더 고통스럽게 하고 싶지 않아서 안 알려주고 있어. 지금 보니 더는 가만히 있을 수는 없겠어.”설영준이 일어나서 창가에 가서 먼 곳을 쳐다봤다.잠시 후 설영준이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 그러니까 사장님의 뜻은 문예슬의 손에 주현아가 당시 주승아의 차 사고 현장에 있은 영상이 있다는 거죠?”민효연은 힘겹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알겠어요, 먼저 돌아가 보세요.”민효연이 고개를 들고 설영준을 쳐다봤다.민효린은 일어섰으나 여전히 불안해 났다. 하지만 설영준의 대답에서 희망이 조
민효연이 떠나고 설영준은 홀로 큰 사무실에 앉아 있었다.문예슬...설영준은 눈을 가늘게 떴다.이 사람은 큰 골칫덩이다.박윤찬이 병원에서 집으로 돌아오니 핸드폰이 울렸다.전화를 한 사람이 설영준인것은 꽤 의외였다.전화를 받으니 설영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박윤찬: “영준 씨, 무슨 일 있어요? 혹시 도영이한테 무슨 새로운 정황이라도 나타난 거예요?”설영준: “박 변호사님, 이번에는 도영이 일이 아니라 아까 주승아의 차 사고에 대한 진실을 알게 됐는데 이 일이 문예슬하고 상관이 있어서요. 좀 도와주셔야 할 거 같아요.”박윤찬의 목소리는 엄숙해졌다.“진실이라니요? 이 일은 이미 지나간 게 아니었나요? 또 뭐가 발생한 건가요?”설영준: “문예슬이 그 사고와 연관이 있다는 관건적인 증거를 발견해 문예슬을 마나려고 해요. 박 변호사님이 그 자리에 나오셔서 모든 게 한법적이고 규정을 준수했다는 것을 보장해 주시죠.”박윤찬이 침묵하다가 대답했다.“알겠어요. 언제 가면 될까요?”설영준: “될수록 빨리요. 제가 먼저 문예슬한테 연락해서 시간과 장소를 정할 테니까 나올 준비 하세요.”박윤찬: “네, 대기하고 있을게요.”전화를 끊고 설영준은 문예슬한테 연락해 한 조용한 카페에서 만나기로 했다.문예슬은 설영준의 마음이 돌아왔나 하고 생각해 내심 기뻐했다.문예슬: “대표님, 드디어 결정하셨나요? 언제 만날까요?”설영준의 목소리는 차가웠다.“문예슬 씨, 저는 감정적인 일로 찾는 것이 아닙니다. 주승아의 차 사고에 대해 할 말이 있으니 내일 오후 3시, 남쪽 교외에 있는 카페에서 만나죠.”문예슬은 설영준이 이 일을 갑자기 말해 당황했다.문예슬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그래요, 그때 갈게요.”이튿날, 문예슬은 제때 카페에 도착했다.설영준과 박윤찬은 이미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었다.문예슬이 앉자마자 설영준이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문예슬 씨, 오늘 찾아온 이유는 그 영상을 받기 위해서 입니다. 어느 영상을 그러는지 아실 겁니다.”문예슬의 얼굴색
박윤찬은 설영준의 옆에 앉아 있었다. 박윤찬은 눈빛은 차갑고 프로페셔널했다. 문예슬이 자신의 한 짓에 대해 법률적 후과를 알게 할 때가 됐다고 생각했다.박윤찬: “문예슬 씨, 전 영준 씨의 법률 고문으로서 이 영상으로 협박을 하거나 공갈은 하는 것은 엄중한 위법행위임을 알려드립니다. 우리나라의 형법에 이는 공갈죄가 성립되어 유죄임이 확정되면 당신은 형사책임을 지게 될 겁니다.”문예슬의 낯빛은 더 창백해졌고 눈빛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박 변호사님, 전 공갈을 하려는 생각이 없어요. 전 그저...”박윤찬이 문예슬의 말을 끊었다.“문예슬 씨의 목적이 무엇이었든 지금 사실은 당신이 그 동영상을 가지고 있고 우리가 알기로는 그 동영상으로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려고 하셨다는 겁니다. 영준 씨께서 기회를 드렸으니 평화적으로 문제를 해결해 사태가 더 심각해지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문예슬의 마음은 달갑지 않았고 초조했다. 이게 아마도 마지막으로 설영준을 설득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것을 알고 있다.문예슬의 눈에는 절망에 가득한 끈질김이 가득했다. 가능성이 거의 없어도 반드시 시도해 봐야 하는 끈질김이다.문예슬이 낮은 소리로 말했다.“대표님, 지금 저한테 많은 오해가 있는 걸 알아요. 하지만 전 개인적으로 말을 할 기회가 필요해요. 이건 우리 두 사람의 미래가 걸려 있으니 이 기회를 주길 바래요.”설영준의 눈에는 아무런 흔들림이 없었다. 문예슬이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을 알고 있었다.하지만 아무런 희망도 주지 않으려 했다.고개를 돌려 박윤찬을 봤다. 두 사람 사이에는 말하지 않아도 아는 밀약이 있다.박윤찬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일어나 두 사람에게 프라이빗한 공간을 남겨줬다.방 안의 공기는 갑자기 긴장해 났다.문예슬이 찻잔을 쥐고 있었고 심장은 급하게 뛰었다. 자신의 말에 경청할 기회를 줄지 몰랐다.설영준은 앉아서 문예슬의 말을 기다렸다.그의 표정은 차가웠고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문예슬은 깊게 숨을 들이쉬고 말했다.“대표님, 제가 많은 잘
문예슬은 홀로 카페 룸에 앉아 손가락은 소파 변두리를 꽉 쥐고 있었다. 손끝은 하얘 났다.심장은 빨리 뛰었고 귀 옆에서 들리는 듯했다. 심장이 뛸 때마다 자신이 잃은 것을 알려주는 듯했다.눈앞에는 설영준과 송재이의 모습, 그 두 사람의 웃음과 친밀한 모습이 떠올랐다.모든 화면이 날카로운 칼날이 되어 문예슬의 심장을 가르는 듯 했다.왜 설영준이 자신한테 이리도 냉철하지만 송재이한테는 그리도 따스한지 이해가 안 됐다.여러 수단을 통해 설영준의 마음을 얻으려 했으나 결국엔 혐오와 멀어짐을 가져왔다.문예슬의 마음에는 질투로 가득했다. 마음속에서 불타올라 그녀의 이성을 먹어 치우는 듯했다.송재이가 설영준의 사랑을 얻은 것을 질투했다.이렇게 쉽게 자신이 바라오던 것을 얻은 것을 질투했다.심지어 송재이의 존재를 질투했다. 왜 설영준의 인생에 나타나 초점이 될 수 있었는지.문예슬의 생각은 넝쿨이 되어 그녀의 마음을 감싸고 있었다.이런 고통 속에서 헤쳐나오고 싶지만 발버둥 칠수록 질투라는 울타리가 더 힘들게 한다.송재이가 그들의 세계에 나타나지 않았다면 설영준이 송재이를 만나지 않았을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러면 자신을 좀 더 봐주지 않았을까 하는 환상을 하기 시작한다.그러나 현실은 잔혹하다. 문예슬은 질투는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그녀의 사랑, 그녀의 노력은 결국 무한한 질투와 고통이 됐다....밤, 설영준이 집에 도착했다.신발을 갈아신고 거실로 걸어갔다.송재이가 위층에서 내려왔다.“영준 씨, 돌아왔네. 도영이 쪽은 어떤데?”설영준은 송재이의 어깨를 안고 송재이의 체온을 느꼈다.“괜찮아. 먼저 와봐, 할 말이 있어.”설영준은 거실 소파에 앉았다. 송재이는 설영준의 옆에 앉았고 분위기는 무거워 났다.설영준이 깊게 숨을 들이쉬고 송재이에게 진실을 알려줬다.“재이야, 승아 그떄 차 사고에 대해서 말해줄 게 있어.”송재이의 눈에서 긴장과 기대를 보아낼 수 있었다.“영준 씨, 말해. 듣고 있어.”설영준이 낮은 목소리로
다음날, 햇살이 커튼 사이로 지나 설영준과 송재이의 몸에 내리쬈다. 두 사람은 함께 문예슬의 별장으로 갔다.문 앞에는 문예슬이 이미 기다리고 있었다. 설영준의 옆에 있는 송재이를 보았을 때 기분은 씁쓸했다.하지만 최대한 평온한 표정으로 웃으며 두 사람을 맞이했다.문예슬: “두 사람 내 집에 온 걸 환영해요. 어서 와요.”송재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눈에는 굳은 결심이 가득했다.송재이: “문예슬, 우리는 차 마시러 온 게 아니라 어제 막한 USB를 가지러 온 거야.”문예슬은 만약 USB를 주지 않으면 설영준의 수단은 본적이 있지만 그저 이렇게 내어주기는 싫었다.문예슬이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그래, 지금 가지고 올게.”하지만 이렇게 쉽게 패배를 인정할 리 있겠는가?“송재이, 내 설영준을 뺏어가고 지금 내 마지막 목숨줄까지 가져가겠다고?”얼마 지나지 않아 문예슬이 USB를 들고나와 설영준에게 줬다.눈에는 불쾌함이 있었다.문예슬: “당신이 원하던 거예요. 하지만 내가 이렇게 하는 건 다 당신에 대한 마음때문이라는 걸 알아줬으면 해요.”설영준은 USB를 넘겨받고 이맛살을 찌푸렸다.송재이가 이 말을 듣고 웃었다.그 웃음에는 비웃음과 어이없음이 섞여 있었다.송재이: “문예슬, 너 무슨 뜻이야? 설마 내가 떠나면 영준씨가 너랑 만날 거 같아? 그래도 한때는 친구였는데 남자 하나 때문에 이렇게 되다니. 참 우스워.”문예슬의 낯빛은 좋지 않았고 두 손은 서서히 주먹을 쥐고 있었다.송재이와 설영준이 점점 멀어져갔다.문예슬의 마음은 무언가에 빨린 듯 했고 난생처음 공허함과 절망감을 느꼈다.무기력하게 소파에 앉아 주위의 호화로운 장식품은 눈이 부셨다. 마치 그녀의 실패를 비웃는 것만 같았다.시선은 술장에 향했다.문예슬이 손을 뻗어 개봉하지 않은 위스키를 꺼냈다.술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지만 이 순간 알코올로 마비하고 싶었다.문예슬은 뚜껑을 열어 위스키를 따랐다. 하지만 그 센 알코올은 아무런 위로가 되지 않았다.문예슬이 눈을
설영준과 송재이는 집에 도착하고 곧장 서재로 갔다.설영준은 급히 USB를 컴퓨터에 꽂았다.하지만 USB를 열었을 때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설영준의 표정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이건 가짜야. 문예슬이 감히 우리를 속이다니.”송재이가 아주 화가 났다. “어떻게 이럴 수 있어? 약속을 다 했는데도 이러다니.”설영준은 핸드폰을 들고 문예슬에게 연락을 하려고 했는데 송재이가 말렸다.“영준 씨, 지금 전화를 하면 화만 더 날 거야. 먼저 냉정을 되찾고 다른 해결 방법을 고민해 보자.”송재이의 말이 설영준을 조금 냉정을 되찾게 했다.송재이의 말처럼 충동적이면 사태만 더 나쁘게 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눈에는 차가움이 스쳐 지나갔다. 문예슬이 이렇게 나오기로 결정을 했으니 끝까지 놀아주려 한다.설영준은 핸드폰을 꺼내 여진에게 연락했다.전화는 빨리 통했고 여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대표님, 무슨 지시가 있으실까요?”설영준이 냉정하고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여 비서님, 지금 즉시 문정그룹의 자세한 재무 보고서가 필요해요. 자산 부채서, 현금 흐름표와 이윤표도 준비해주세요. 문정그룹의 배무정황을 알아야겠어요.”여진이 재빨리 대답했다.“알겠습니다, 대표님. 또한 문정그룹의 시장표현과 경쟁전략, 그리고 공급상과 비즈니스 파트너까지 더 깊이 분석해 보라고 하겠습니다.”설영준이 고개를 끄덕였다.“네, 그리고 다른 하나. 우리 투자팀이랑 연락해서 문정그룹의 주식과 채권에 대해서 평가하라고 하세요. 약점을 잡으면 크게 공격을 진행할 거예요.”여진의 목소리에서 엄숙함을 느낄 수 있었다.“대표님, 이렇게 하면 시장에서 큰 소동이 생길 수 있습니다. 모든 행동이 합법적인 범위내에서 실행하셔야 합니다.”설영준이 말했다.“리스크가 있는 걸 알아요. 하지만 문예슬이 내 마지노선을 건드렸으니 이렇게 할 수밖에 없어요. 먼저 초보적인 방안을 해서 보내주세요. 매 단계마다 최대한 문정그룹을 누를 수 있게 치밀한 계획을 짜야 해요.”여진이 말했다.“네, 알겠
설영준이 말했다.“사장님, 주현아는 법을 어겼으니 제가 원래 감추고 있으려고 한 것도 잘못된 겁니다. 지금 최고의 변호사를 선임해 변호를 해주어 공정한 심판을 받게 하도록 할 겁니다.”민효연의 정서는 여전히 불안정했다. 목소리에는 불안함이 가득했다.“변호사를 선임한다고? 이제 와서 변호사를 선임한다면 내 딸은 감옥살이를 하게 될 거라고. 그 애의 인생은 이제 금방 시작인데 이런 일이 있으면 이후에는 어떻게 하는데?”민효연은 호흡이 가빠왔고 정서를 컨트롤 해보려고 했다.“나 너무 무서워. 만약 현아가... 나는 어떻게 살아.”설영준과 민효연이 통화를 하는 소리에 송재이가 잠에서 깼다.송재이가 일어나서 설영준의 넓은 등을 쳐다봤다.설영준이 통화를 끝내자 송재이는 설영준의 뒤로 걸어가 조심스레 물었다.“사고가 났어?”설영준은 핸드폰에 있는 영상을 송재이에게 보여줬다.어제 문예슬이 설영준에게 가짜 영상을 준 이유는 바로 지금 진짜 영상을 터뜨리기 위해서였다.문예슬은 모두 다 같이 죽기를 선택했다.이 일로 설영준과 맞은편에 서려는 것이다. 어차피 설영준은 그녀를 사랑하지 않으니 말이다.그렇다면 편히 보내지 못하게 할것이다....설영준은 아침도 못 먹고 급히 회사로 갔다. 송재이는 오늘 휴식이라 출근을 하지 않아 문 앞까지 가서 멀어져 가는 뒷모습을 바라봤다.인터넷에 있는 뉴스들이 마음을 복잡하게 했다.송재이는 거실에 돌아와 식탁 앞에 앉아 곰곰이 생각하더니 핸드폰을 꺼내 문예슬에게 전화를 걸었다.전화는 빨리 통했다. 문예슬의 목소리에는 경멸과 도발이 가득했다.문예슬이 말했다.“아니, 송재이 아니야? 무슨 여유로 친히 전화를 다 하셨지?”송재이는 문예슬의 도발에 영향을 받지 않으려고 했다.“문예슬, 나 너랑 다투기 싫어. 인터넷 영상에 대해 말할 게 있으니까 만나.”문예슬의 웃음에는 비웃음이 가득했다.“만나자고? 네가 누군데? 네가 만나자고 하면 내가 꼭 만나줘야 해? 너무 주제 파악이 안 되는 거 아니야?”송재이는 꽉 쥐고
송재이는 테이블 맞은편에 앉았다.문씨 가문 남매를 마주한 그녀는 차분하고 단호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이런 영상이 일파만파 퍼진다면 주현아 씨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안겨 줄뿐더러 우리 모두에게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부정적인 뉴스일수록 시장 반응은 더욱 신속하고 거셀 것이며, 특히 상장기업의 경우 주가 하락은 물론 투자자의 신뢰를 저버리고, 심지어 주주들의 소송까지 이어질지도 몰라.”문예슬은 냉소를 지으며 강경한 태도로 일관했다.“내가 그런 말에 겁먹을 것 같아? 설영준에게 고통이란 무엇인지 똑똑히 느껴주게 할 거야. 모든 걸 쥐락펴락해야 성에 차는 사람이니까 이 난장판을 어떻게 수습할지 두고 보지.”송재이는 문예슬의 도발에 흔들리지 않고 다시 말을 이어갔다.“물론 화가 많이 나서 그럴 수 있다고 쳐. 하지만 결국 너와 네 가족만 봉변당할 거라는 사실을 잊지 마. 영준 씨는 쉽게 무너지지 않아. 괜히 심기를 잘못 건드렸다가 처참한 결말이라도 맞이하고 싶어?”문예슬은 고집스럽게 상관없다는 식으로 쏘아붙였다.“괜찮아. 어차피 이미 만반의 준비를 마쳤어.”반면, 옆에 잠자코 앉아 있던 문성호가 갑자기 휴대폰을 꽉 움켜쥐더니 표정이 점점 심각하게 변했다.그는 비서가 보낸 문자를 받았다.“예슬아, 방금 비서가 얘기하길 우리 주가가 하락하기 시작했대. 투자자들도 줄줄이 자금을 회수했고 우리한테 불리한 소문이 이 바닥에서 슬슬 떠돌고 있다네.”문예슬의 안색이 돌변하더니 벌떡 일어섰고, 그제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듯싶었다.“네? 그럴 리가 없어요!”송재이가 그 틈을 타 말을 보탰다.“이제 알겠지? 지금은 힘을 합쳐서 진실을 바로잡고 위기가 확산되는 것을 막아야 할 때야.”문성호는 여동생에게 형세를 잘 판단하라는 식으로 눈짓을 보냈지만, 문예슬은 썩 내키지 않았다.이내 문성호의 목소리가 사무실에 울려 퍼졌고, 매서운 눈빛으로 문예슬을 바라보며 현재 얼마나 심각한 사태인지에 대해 상기시켰다.“예슬아, 나무를 보지 말고 숲을 보라고.”
통화가 종료된 후 설영준은 더 마음이 무거워졌다.그는 다시 한번 송재이 병실로 가 침대 끝에 앉았다. 그리곤 창백한 얼굴로 고요히 잠든 송재이의 얼굴을 보았다.설영준은 마치 송재이에게 자신이 한 말이 들리는 것처럼 나직하게 말했다.“재이야, 내 말 들려? 나 여기 있어. 네 옆에 있어.”그는 조심스럽게 송재이의 손을 잡으며 미약해진 체온을 느꼈다.“어쩌면 지금 내 말이 안 들릴 수도 있다는 걸 알아. 하지만 그것만은 알아줬으면 좋겠어. 내가 널 얼마나 사랑하는지 말이야.”설영준은 이내 심호흡을 하면서 감정을 갈무리하려고 애를 썼다.“우리 아직 함께 해보진 못한 일들이 많아. 혹시 기억해? 우리 그때 그랬었잖아. 함께 세계 곳곳에 있는 나라로 여행 가서 우리와 다른 사람들의 문화를 체험해 보고 그곳의 음식을 먹어보자고. 네가 지금 눈만 떠준다면 난 지금 당장 너랑 함께 그 떠날 거야.”이때 누군가 노크하더니 도정원이 들어왔다. 그는 아주 엄숙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영준 씨, 경찰들이 지금 출동했다고 하네요. 곧 도진욱의 거처로 들이닥칠 거예요.”설영준은 자리에서 일어난 뒤 고개를 끄덕였지만 여전히 아쉬움이 가득한 눈길로 송재이를 보았다.“정원 씨, 부탁 하나만 들어줄래요?”“말씀하세요. 제가 도울 수 있는 거면 도와드릴게요.”“저 대신 재이 좀 잘 챙겨주세요. 전 누구 만나러 가야 할 것 같아서 그래요. 그 사람이 아마 이 사건에 아주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거예요.”“걱정하지 말고 가봐요. 여긴 제가 꼭 붙어 있을 테니까 아무도 재이를 건들지 못할 거예요.”설영준은 고마운 눈빛으로 도정원을 힐끗 보곤 몸을 돌려 병실을 나섰다.떠나기 전 설영준은 나직하게 송재이의 귓가에 대고 말했다.“재이야, 나 얼른 돌아올게. 그러니까 나 꼭 기다려줘야 해.”송재이의 병실에선 도정원만이 묵묵히 곁을 지키며 그녀가 깨어나길 기다리고 있었다. 설영준은 이미 진상을 찾으러 떠났다.그는 오랜 친구를 만나러 갈 생각이다. 그 친구는 의학 부문에서 아
그러자 보안 요원이 말했다.“여긴 병원 CCTV를 관리하는 곳입니다. 외부인에게 함부로 영상을 보여줄 수 없습니다.”설영준은 확고한 어투로 말했다.“전 송재이 씨 약혼자입니다. 전 반드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야겠으니 협조 부탁드립니다.”보안 요원은 다소 망설이더니 결국 그에게 영상을 보여주었다.영상 속에서 설영준은 세세한 부분까지 발견했다. 송재이가 쓰러지기 전 도진욱은 물잔을 송재이에게 건넸다. 그 순간 설영준은 의심을 하게 되었다.같은 시각 도정원은 병실에서 쪽지 한 장을 발견했다. 쪽지엔 갈겨 쓴 글씨가 있었다. 약물의 이름과 사용량이 적힌 쪽지였다. 그는 발견하자마자 바로 설영준에게도 알렸다.두 사람은 각자 발견한 것을 공유하곤 분석하기 시작했다. 설영준은 도진욱이 송재이에게 건넨 물잔과 쪽지 위에 쓴 약물의 명칭을 보았다. 그는 순간 무언가 깨닫게 되었다.송재이가 검사실로 들어간 뒤 설영준과 도정원은 각자 단서를 찾으러 움직였기에 설영준은 다시 돌아와 송재이를 기다려 보기로 했다. 그러나 도정원은 쪽지에 적힌 약물 이름을 보면서 조사하기 시작했다.설영준은 초조한 얼굴로 검사실 밖에서 송재이를 기다렸다.“재이야, 꼭 버텨야 해. 내가 여기서 기다리고 있을게.”시간이 1분 1초 흘러갔다. 설영준은 마음이 점점 더 무거워졌다. 머릿속에 송재이의 미소와 웃음소리, 그리고 함께 보냈던 즐거운 시간들이 떠올랐다. 그는 속으로 기도했다. 송재이가 무사히 나오길 바라며 말이다.설영준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재이야,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를 기억해? 네가 그때 엄청 찬란한 미소를 지었었어. 네 찬란한 웃음이 온통 어둠뿐이던 내 세상을 환하게 빛내주었지. 그때 널 지켜주겠다고 다짐했었는데... 지금은...”바로 이때 문이 스르륵 열리고 의사가 나왔다. 설영준은 바로 다가가 물었다.“선생님, 재이는 어때요?”“저희가 최선을 다해 독이 퍼지는 것을 막고 있습니다. 하지만 너무 희귀한 독에 중독된 거라 독 분석하고 해독제를 만드는 데 시간이
송재이의 말은 청천벽력이었다. 도정원과 도진욱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수사관이 빠르게 다가와 상태를 살폈다. 그도 사태의 심각성을 알게 되어 얼른 입을 열었다.“저희가 바로 의사를 불러오겠습니다.”도정원은 빠르게 긴급 호출 벨을 누르면서 송재이를 부축한 채 옆에 있던 의자에 조심스럽게 앉혔다.의자에 앉히자마자 도정원은 초조한 마음으로 송재이를 어깨에 기대게 했다.“재이야, 조금만 버텨줘. 의사가 금방 도착할 거야.”도진욱은 다소 복잡한 감정이 담긴 얼굴로 송재이를 보았다. 속으로 뭔가 갈등하고 있는 듯했다.그러더니 혼잣말로 중얼거렸다.“독에 중독됐다고? 그럴 리가... 난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예리한 수사관은 그런 도진욱의 상태를 눈치채고 바로 심문했다.“도진욱 씨, 이 상황에 관해 설명하세요. 송재이 씨가 왜 갑자기 중독된 거죠?”도진욱의 안색은 더 창백해졌다. 그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전... 전 정말로 모릅니다. 제가 왜 제 조카를 죽이겠습니까?”바로 이때, 의사와 간호사가 병실로 들어오며 송재이를 살펴보았다.의사가 엄숙하게 말했다.“아무래도 정밀 검사를 해봐야 알 것 같습니다. 어떤 독에 중독되었는지 확인할 수 없습니다.”송재이는 급하게 검사받으러 갔다. 도정원과 도진욱이 그 뒤를 따라갔다. 수사관은 묵묵히 이 상황을 지켜보았다. 머릿속에 이미 사건의 윤곽이 그려지기 시작했다.도정원이 밖에서 초조한 마음으로 송재이를 기다렸다. 그러나 도진욱은 홀로 구석으로 간 뒤 손을 주머니에 찔러넣은 채 안에 있는 핸드폰만 불안한 마음으로 만지작거렸다.그러더니 낮은 목소리로 누군가와 통화했다.“나야. 일이 복잡하게 됐어. 송재이가 갑자기 독에 중독되어서 경찰이 개입하게 되었어. 나도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몰라. 하지만 우린 지금 반드시 움직여야 해.”전화기 너머로 잔뜩 가라앉은 목소리가 들려왔다.“우리 계획을 수정할 필요가 있군요. 일단 절대 증거를 찾게 해서는 안 돼요. 안 그러면 우리 모두 끝장나게 되니까
화가 난 도정원은 이를 빠득 갈았다.“그게 무슨 의미죠? 설마 아버지 병이 당신과 연관이 있다는 건가요?”정체 모를 남자는 웃음을 터뜨렸다.“곧 알게 될 거야. 참, 도진욱. 가문의 이익을 위해 네 동생 행복을 희생했었지? 이젠 네가 희생할 차례야.”전화는 그렇게 끊겼다. 송재이와 도정원은 고개를 돌려 도진욱을 보며 설명을 바랐다.그러자 도진욱이 말했다.“난... 난 정말 몰랐어. 그때 일이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고. 그때 내가 그런 선택을 한 건 인정해. 하지만 전부 가문을 위해서였어. 난 너희들을 해칠 생각한 적 없다고.”송재이는 무력감이 들었다. 거짓과 배신으로 가득한 이 가족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몰랐다.절망에 빠진 송재이가 이마를 짚으며 말했다.“우리 이제 어떻게 해야 해요? 대체 누굴 믿어야 하는 거예요?”도정원도 다소 괴로운 눈빛을 하고 있었다. 그는 주먹을 꽉 움켜쥐며 감정을 갈무리하려고 애를 썼다.“가문의 이익을 위해서 그러셨다고요. 우리 도씨 가문이 언제부터 이익에만 눈멀어 가족을 버리는 가문이 된 거죠?”도진욱의 얼굴엔 죄책감이 가득했다. 그는 힘이 없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정원아, 그땐 내 잘못이 맞아. 나도 인정해. 난 내 선택으로 우리 가문이 더 힘이 있는 가문이 될 줄 알았고 가족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어. 난... 난 정말 미안하구나.”옆에서 듣고 있던 송재이는 막막하면서도 불안했다.“두 사람은 전부 제 가족이에요. 전 대체 누굴 믿어야 할지 모르겠다고요.”송재이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그 순간 문밖에서 다급한 발걸음 소리가 들려오면서 이 숨 막히는 침묵을 깨버렸다.세 사람은 동시에 고개를 돌려 문 쪽을 보았다. 제복을 입은 남자들이 엄숙한 얼굴로 들어왔다.“안녕하세요. 저희는 경찰서 수사과에서 나왔습니다. 몇 가지 당신들이 조사에 협조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도정원과 도진욱은 서로 마주 보았다. 그들은 알고 있었다. 이것이 진상을 알아내는 데 중요한 조사라는 것을“네, 협조하겠습니다.
전화기 너머로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이내 짙은 한숨 소리가 들렸다.도진욱이 입을 열었다.“그래, 알았다. 너희들한테... 해줄 얘기가 있단다. 네 아버지의 과거와 어머니에 관한 얘기란다.”도정원과 송재이는 서로 눈빛을 주고받았다. 두 사람은 의아하면서도 초조했다.“큰아버지,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뭔가 알고 계신 거예요?”도진욱은 미간을 찌푸렸다.“곧 도착하니 얼굴을 보면서 얘기하자꾸나. 이 일은 내가 너희들 얼굴을 보면서 직접 말해줘야 할 것 같구나.”전화를 끊은 후 도정원과 송재이는 생각에 잠겼다. 두 사람은 도진욱이 어떤 얘기를 들려줄지 몰랐고 도진욱이 그들에게 해줄 얘기가 그들 가족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몰랐다.얼마 지나지 않아 도진욱이 병원에 도착했다. 그의 얼굴엔 초조함과 죄책감이 담겨 있었다.그는 송재이와 도정원의 얼굴을 보더니 심호흡을 한 후 천천히 입을 열었다.“지금 마음이 얼마나 혼란스러운지 알고 있단다. 하지만 더는 너희에게 숨길 수 없을 것 같구나. 너희들이 모르는 사실은 더 많단다.”송재이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머리가 어질거렸다.“큰아버지,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저희가 아직도 모르는 비밀이 있는 건가요?”“그래, 그때 당시 나와 네 엄마는 확실히 그런 사이였었지. 하지만 그건 다 지나간 일이란다. 나중에 난 그 삼각관계에 빠지기로 했고 네 엄마랑 네 아빠를 이어주기로 했었지. 그때의 난 그게 옳은 일이라고 생각했단다. 지금까지도 말이야.”송재이와 도정원은 충격받은 얼굴로 도진욱을 보았다. 그가 꺼낸 얘기는 도경욱이 꺼낸 얘기보다 더 충격적이었다.“큰아버지, 정말로... 정말로 그러셨어요?”“나도 알고 있단다. 내가 무슨 말을 하든 과거의 일을 없던 일로 할 수는 없겠지. 하지만 난 아직 살아 있을 때 너희들에게 진실을 말해주고 싶구나.”바로 이때 병실 안에서는 긴급 호출 벨이 울렸다.의사와 간호사들이 급하게 병실로 달려왔고 송재이와 도정원도 얼른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의사는 그들을 보더니 고
송재이는 얼른 도경욱의 손을 꼭 잡았다. 눈물이 그녀의 눈 앞을 가렸다.옆에서 두 사람의 모습을 보던 도정원도 눈시울이 붉어졌다.병실 안에는 무거운 분위기가 감돌았다. 그저 일정한 의료 기기 소리만 들려오며 시간이 흘렀다.도경욱은 송재이를 빤히 보았다. 그의 두 눈엔 아쉬움과 죄책감만 남아 있었다.자신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죽기 전 꼭 해야 할 말이 있었다.미약한 목소리지만 그는 확고한 어투로 말했다.“재이야, 내 딸. 너에게 꼭 해줄 말이 있단다. 네 출생의 비밀과 네 엄마에 관한 얘기야.”송재이는 고개를 들었다. 눈물 그렁그렁 맺힌 그녀는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아빠,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제 엄마가 왜요?”도경욱은 숨을 깊이 들이쉬었다. 마치 온몸의 힘을 모으고 있는 것 같았다. 깊이 숨겨둔 진실을 정확하게 말해주기 위해서 말이다.“그때 네 엄마, 그러니까 서지원의 약혼 상대는 내 형이었단다. 네 큰아버지지. 하지만 운명이 장난을 쳤지. 서지원이... 네 엄마가 진심으로 사랑한 사람은 나였단다.”송재이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너무도 충격적인 진실이었다. 그녀는 단 한 번도 자신의 출생에 이런 비밀이 숨겨져 있을 거라곤 상상도 못 했다.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어...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었던 거죠?”도정원도 놀란 표정인 것을 보아 처음 알게 된 사실인 것 같았다.도경욱은 다소 괴로운 표정을 지었다.“네가 이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한다는 것을 나도 안다. 그렇지만 전부 사실이란다. 난 지원이를 단 한 번도 강요한 적 없었어. 우리는 서로 진심으로 사랑했어. 하지만 그때는 이런 추문을 받아들이지 않던 시절이었지.”송재이는 마음이 복잡했다. 이렇게까지 혼란스러운 감정은 처음이었다.그녀는 이렇게나 갑작스러운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몰랐다.“아빠, 그럼 대체 왜 일찍 말씀해 주지 않으신 거예요? 왜 그동안 숨기고 계셨던 거예요?”도경욱은 덜덜 떨리는 손으로 송
박정후는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다소 고통스러운 기억을 떠올리고 있는 듯한 눈빛으로 박윤찬을 보았다.“그때 내가 한 여자를 사랑하게 되었어. 아주 똑똑하고 예쁘고 착한 사람이었지. 나한테 아주 특별한 사람이기도 했어. 하지만 어머니가... 어머니가 우리 사이를 반대하셨어.”박윤찬은 미간을 찌푸렸다. 여전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어머니가 왜 반대하셨는데? 어머니는 아무 이유도 없이 그러실 분이 아니잖아.”박정후가 대답했다.“처음엔 나도 이해하지 못했어. 그때의 난 분명 어머니가 그 여자에 대해 오해하고 있다고 생각했었지. 또 어쩌면 내가 사랑놀이에 푹 빠져 일을 제대로 하지 않을까 봐 걱정하시는 건 줄 알았어. 하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전혀 아니었어.”박윤찬은 초조하게 한숨을 내쉬었다.“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데? 어머니가 아무 이유도 없이 반대하실 분은 아니야.”박정후의 낮게 깔린 목소리에선 슬픔이 느껴졌다.“그 여자는 성이 임 씨였어. 임씨 가문은 우리 성씨 가문과 오래전부터 원한이 있었지. 이 원한은 우리가 태어나기 전부터 있었던 거라 저주와도 같은 것이었어. 두 가문의 후대에도 아주 큰 영향을 주고 있어.”박윤찬은 놀란 모습이었다.“난 임씨 가문에 대해 들어본 적 단 한 번도 없었어. 어머니도 나한테 한 번도 말씀하신 적 없었다고.”박정후가 말했다.“어머니는 이 원한이 시간이 지나면서 잊히길 바라셨던 거야. 하지만 사실상 잊히지 않았지. 임씨 가문과 성씨 가문은 지난 세대에서도 심각한 충돌이 있었어. 두 가문은 사업 경쟁을 벌이다가 더 틀어지게 되었지.”박윤찬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사업 경쟁이라니? 그게 언제 일인데 아직도 신경 쓰고 있다는 거야?”“그래, 하지만 지난번 경쟁에서 임씨 가문은 파산당하게 되었지. 그 가문 어르신도 결국 그때 세상을 뜨게 되신 거야. 임씨 가문에서는 우리 성씨 가문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경쟁을 벌여 그런 비극을 만든 것으로 생각하고 있어.”박윤찬은 한참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그러
박정후는 시선을 돌려 창밖을 내다보았다.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을 보더니 생각에 잠겨 버렸다.그는 나직하게 말했다.“제가 멀리 떠나기로 결정한 건 저와 윤찬이 사이에... 오해가 있기 때문이에요. 저랑 윤찬이 사이에 갈등이 있었는데 전 제가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윤찬이 곁을 떠났죠. 하지만 혈연관계는 영원히 끊을 수 없는 거잖아요.”묵묵히 박정후가 하는 얘기를 듣고 있던 송재이는 박정후의 안타까움과 죄책감을 고스란히 느꼈다.송재이가 말했다.“가족 사이에 확실히 갈등이 생길 수도 있죠. 하지만 제일 중요한 건 서로 항상 응원하고 있음을 알고 있는 것이죠.”설영준은 진지한 얼굴로 박정후를 보았다.“정후 씨는 정의를 위해, 동생을 위해 이미 많은 것을 했으니 윤찬 씨도 이해해줄 거예요.”장주영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맞아요. 정후 씨가 한 모든 것을 박윤찬 씨가 알게 된다면 분명 아주 자랑스러워할 거예요.”박정후는 한숨을 내쉬었다. 고개를 돌려 확고함이 가득한 눈빛으로 그들을 보았다.“그랬으면 좋겠네요. 이번에 돌아온 것도 윤찬이에게 뭐라도 도움이 되어주고 싶어서였어요. 그리고 윤찬이와 화해할 기회도 있었으면 좋겠네요.”그들을 도와준 정체 모를 인물은 바로 박정후였다.그는 마음이 너무도 복잡했다.이번 일로 동생과 무너진 관계를 회복하고 다시 화목하게 지내고 싶었다.박정후가 말했다.“관계를 회복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알아요. 하지만 전 기다릴 수 있어요. 윤찬이가 저한테 기회만 준다면 형으로서 책임을 다할 거예요.”그는 확고한 눈빛으로 말했다. 박윤찬과의 거리감을 하루아침에 줄일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자리에서 일어난 그는 다시 창밖을 보았다. 꼭 사람들 속에서 누군가를 찾는 듯한 모습이었다.“전 반드시 윤찬이한테 찾아가야 해요.”박정후는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윤찬이가 저를 만나고 싶어 하든 말든 상관없이 알려주고 싶어요. 전 단 한순간도 윤찬이를 포기한 적 없다고 말이에요.”송재이는 박정후의 손을 잡아
설영준과 송재이는 서도재의 비웃음에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저 빠르게 방 안의 상황을 살펴본 뒤 도망칠 길이나 반격할 기회가 없는지 파악했다.정체를 알 수 없는 인물은 조용히 숨어서 행동을 개시하려고 했다.설영준은 차갑게 피식 웃었다.“서도재, 이러면 네가 정말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네가 저지른 범죄는 이미 전부 드러났어. 밖엔 경찰들이 깔려 있다고.”서도재의 웃음이 사라지고 표정이 굳어졌지만 빠르게 다시 자신만만한 모습으로 돌아왔다.“경찰이 깔려 있다고? 넌 내가 아무 준비도 하지 않은 거로 보이나 봐? 이 아지트는 아주 단단하게 만들었거든. 너희들은 도망칠 수 없어.”송재이는 설영준이 방 한구석에 있는 창문에 힐끗 본 것을 발견하곤 바로 그의 의도를 눈치챘다.그녀는 일부러 서도재를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그럼 우린 여기서 그쪽과 시간을 끌 수밖에 없겠네요. 그쪽 아지트가 먼저 무너질지 아니면 밖에 경찰들이 먼저 쓰러지게 될지 한 번 지켜보자고요.”서도재는 손을 들어 올리며 부하들에게 준비하라는 사인을 보냈다. 하지만 이때 방 안의 불빛이 꺼지더니 어둠이 내려앉았다.정체를 알 수 없는 인물은 확성기로 말했다.“꼼짝 마!”설영준과 송재이는 어둠 속에서 빠르게 창문이 있는 쪽으로 움직였다.설영준은 있는 힘껏 발로 창문을 깨버렸다. 두 사람은 거의 동시에 창문에서 뛰어내렸다. 바깥엔 이미 에어매트가 준비되어 있었다.서도재는 갑자기 어두워진 주위에 당황스러워하면서 미처 반응하지 못했다.불빛이 다시 켜졌을 땐 설영준과 송재이는 이미 사라졌다.그는 잔뜩 화가 난 목소리로 말했다.“쫓아가! 반드시 두 사람 내 앞에 잡아 와!”그러나 서도재의 부하들이 아지트에서 나가자마자 이미 밖을 포위하고 있는 경찰들을 발견하게 되었다.알고 보니 정체를 알 수 없는 인물이 미리 익명으로 경찰에 신고한 것이다.경찰은 확성기로 말했다.“안에 있는 사람 모두 들으세요. 당신들은 포위되었습니다. 당장 손에 든 무기를 내려놓고 항복하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