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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1화 나무 말고 숲

송재이는 테이블 맞은편에 앉았다.

문씨 가문 남매를 마주한 그녀는 차분하고 단호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이런 영상이 일파만파 퍼진다면 주현아 씨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안겨 줄뿐더러 우리 모두에게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부정적인 뉴스일수록 시장 반응은 더욱 신속하고 거셀 것이며, 특히 상장기업의 경우 주가 하락은 물론 투자자의 신뢰를 저버리고, 심지어 주주들의 소송까지 이어질지도 몰라.”

문예슬은 냉소를 지으며 강경한 태도로 일관했다.

“내가 그런 말에 겁먹을 것 같아? 설영준에게 고통이란 무엇인지 똑똑히 느껴주게 할 거야. 모든 걸 쥐락펴락해야 성에 차는 사람이니까 이 난장판을 어떻게 수습할지 두고 보지.”

송재이는 문예슬의 도발에 흔들리지 않고 다시 말을 이어갔다.

“물론 화가 많이 나서 그럴 수 있다고 쳐. 하지만 결국 너와 네 가족만 봉변당할 거라는 사실을 잊지 마. 영준 씨는 쉽게 무너지지 않아. 괜히 심기를 잘못 건드렸다가 처참한 결말이라도 맞이하고 싶어?”

문예슬은 고집스럽게 상관없다는 식으로 쏘아붙였다.

“괜찮아. 어차피 이미 만반의 준비를 마쳤어.”

반면, 옆에 잠자코 앉아 있던 문성호가 갑자기 휴대폰을 꽉 움켜쥐더니 표정이 점점 심각하게 변했다.

그는 비서가 보낸 문자를 받았다.

“예슬아, 방금 비서가 얘기하길 우리 주가가 하락하기 시작했대. 투자자들도 줄줄이 자금을 회수했고 우리한테 불리한 소문이 이 바닥에서 슬슬 떠돌고 있다네.”

문예슬의 안색이 돌변하더니 벌떡 일어섰고, 그제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듯싶었다.

“네? 그럴 리가 없어요!”

송재이가 그 틈을 타 말을 보탰다.

“이제 알겠지? 지금은 힘을 합쳐서 진실을 바로잡고 위기가 확산되는 것을 막아야 할 때야.”

문성호는 여동생에게 형세를 잘 판단하라는 식으로 눈짓을 보냈지만, 문예슬은 썩 내키지 않았다.

이내 문성호의 목소리가 사무실에 울려 퍼졌고, 매서운 눈빛으로 문예슬을 바라보며 현재 얼마나 심각한 사태인지에 대해 상기시켰다.

“예슬아, 나무를 보지 말고 숲을 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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