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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8화 선을 그었어?

어떤 감정은 마음속에 묻어둘 뿐 결실을 보기 어려웠다.

물론 박윤찬도 잘 알고 있다. 송재이는 설영준의 여자이며 두 사람은 서로 사랑한다는 것을.

사실 처음부터 그에게 송재이를 좋아할 자격은 주어지지 않았다.

박윤찬은 카페에 앉아 이따금 창밖을 내다보았다.

화창한 날씨에 따사로운 햇살이 내리쬐는 날이지만 기분은 괜스레 씁쓸하고 울적했다.

그러다 송재이를 발견하는 순간 입꼬리가 저도 모르게 올라갔다.

택시에서 내린 그녀의 주변으로 강한 바람이 불자 하얀 원피스가 펄럭거렸고, 서둘러 치맛자락을 부여잡으면서 바람에 휘날리는 머리카락을 귀 뒤로 쓸어 넘겼다.

고작 단순한 동작에도 침울했던 마음이 단번에 힐링 되는 듯싶었지만 어디까지나 한순간에 불과했다.

송재이는 회전문을 통과해 카페로 들어섰고, 구석에 앉아 있는 박윤찬을 한눈에 발견했다.

옥 펜던트의 의미를 파악하기 전까지만 해도 줄곧 박윤찬을 친구로 여기고 상대방도 같은 마음일 거로 생각했다.

그녀는 뻔히 알면서 모른 척할 수 없는지라 비로소 허심탄회하게 터놓는 날을 맞이하게 되었다.

정교한 선물 상자는 다시 주인의 품으로 돌아갔고, 송재이는 박윤찬의 앞에 천천히 내밀었다.

“물건이 너무 귀해서 다시 돌려줄게요.”

어차피 예상했던 일이라 박윤찬은 놀라울 정도로 무덤덤했다. 그리고 잔에 담긴 커피를 휘저으며 나지막이 물었다.

“왜요?”

“알잖아요.”

송재이가 대답했다.

“워낙 귀한 옥 펜던트이다 보니 저보다 더 어울리는 분한테 줬으면 좋겠어요.”

물론 가격이 비싸서 귀하다는 게 아니라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이제 그의 마음까지 거절하겠다는 사실을 공식 선언한 셈과 다름없었다.

박윤찬은 한동안 침묵을 유지하다가 미소를 지으며 선물 상자를 받아들이고 무심하게 말했다.

“그래요.”

송재이는 실망한 기색이 역력한 박윤찬의 표정을 발견했지만 마음을 받아줄 상황이 아니었다.

“변호사님이랑 류지안 씨가 다시...”

“우린 이미 끝난 사이죠.”

박윤찬이 불쑥 끼어들었다.

착한 사람끼리 만난다고 해서 끝까지 행복할 거라는 보장은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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