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기준은 이미 아주 상세하게 보고를 올렸었다.고씨 가문의 차라고 할 때도 강미영의 반응은 매우 컸고 평소에 보였던 냉정한 모습은 하나도 없었다.게다가 고씨 가문과 강유리 사이에 문제가 있다고 한들 강미영이 긴장할 리는 없다.강미영은 고개를 들어 이미 진정을 되찾은 모습을 보였다.육시준이 건넨 질문에 의외라는 느낌도 하나도 없었다.“이제 곧 시기가 적절하면 알려줄게.”육시준은 몇 초 동안 지그시 바라보고는 대답했다.“네.”강학도는 육시준을 바라보다가 정원에서 놀고 있는 두 자매를 바라보았는데,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그러고 나서 자리에서 일어서서 위층으로 올라갔다.“난 나이도 많지 해서 밤을 새울 수가 없다. 너희들 재미있게 놀거라.”육시준은 본래 일어서서 위층까지 모셔다드리려고 했지만, 강학도가 갑자기 몸을 돌렸다.그러더니 어디서 갑자기 봉투 세 개를 꺼내며 말했다.“자, 세뱃돈이다. 너희 어린애 셋이 나눠 가져라.”“…….”이에 육시준은 몇 초간 멍해 있다가 손을 내밀어 받았다.참, 묘한 느낌이 들지 않을 수밖에 없었다.기억이 있고 난 뒤로부터 육시준은 세뱃돈을 받은 기억이 없다.어린아이들만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생각했는데, 결혼 첫해에 아이가 될 줄은 몰랐다.“매년 있는데, 이미 3년 동안 함께 했으니, 3년 동안의 세뱃돈을 넣었다.”강학도는 웃으며 육시준의 손등을 토닥거렸다.순간 육시준은 마음이 따듯해졌다.“고맙습니다, 외할아버지. 릴리 대신 인사드릴게요.”그러자 강학도는 손을 흔들며 위로 올라갔다.“가서 같이 놀아줘라.”등불이 환히 밝혀지고 새해의 기쁨이 어두운 장막을 몰아치고 서늘한 밤도 몰아쳤다.폭죽이 밤하늘을 밝게 비춰주지 않는다고 해도 올해는 유난히 떠들썩하다.다만 강유리 집안만 이런 분위기이다.한편, 왕소영 집은 그리 좋지만은 않다.마찬가지로 JL빌라에 살고 있지만, 성홍주가 감옥에 들어가면서 전에 불법 경영까지 파급되어 계좌는 사용 중지되었다.성홍주의 말대로 왕소영의 손에 있는 돈도 모두 성
“강유리 네 누나잖아. 언젠가는 육씨 가문으로 시집갈 건데, 그때 유강 그룹은 어떻게 할 거 같아? 육씨 가문에서 아마 유강 그룹 거들떠보지도 않을 거야. 그때 우리가 나서서도와주면, 강유리 걔도 영광으로 받아들여야 할 거야.”“……”순간 성한일의 두 눈에 탐욕의 빛이 번쩍였다.왕소영을 바라보고 있는 두 눈은 더없이 반짝거렸다.이때 왕소영이 덧붙였다.“내일 준비하고 있어. 네 외할아버지하고 누나한테 설 인사 하러 가야겠어.”성한일은 자리를 떠나지 않고 더 좋은 방법을 생각해 냈다.“엄마, 강유리가 우리하고 상대하려고 하지 않는 한 유강 그룹을 되찾는 건 장기적인 문제야. 지금 가장 급한 건 돈인데, 누나한테 찾아가는 게 더 빠르지 않을까?”그러자 왕소영은 한숨을 내쉬었다.“나도 그렇게 생각했었는데, 네 누나가 아직 고씨 가문에서 자기 위치가 안정적이지 못하다고 했어. 그래서 좀 더 기다리라고 그랬어.”그러자 성한일은 다소 불쾌해했다.“또 기다리라고 했다고? 우리한테 거짓말하는 거 아니야? 공개 결혼하고 나서 고씨 가문에서도 누나한테 잘해주고 있잖아. 그 한마디에 강유리도 고씨 가문만 한 가문을 골라 시집 보낸 거잖아.”이에 왕소영은 몇 초 동안 침묵하더니 입을 열었다.“강유리가 고씨 가문의 덕도 봤으니, 내일 눈치껏 우리한테 살갑게 대해야 할 거야.”성한일은 이 말을 듣고 일리가 있다가 생각했다.하여 성신영에게 빌어 붙자는 건의를 아예 접어 버렸다.성신영은 친누나이니 언제든지 빌어 붙어도 된다고 생각했다.그러나 강유리 같은 외부인은 기회가 있을 때 한푼이라도 더 떼야 한다.그렇게 하지 않으면 바보나 다름없다.다음날.새해 첫날이어서 그런지 날씨가 유난히 좋았다.둥근 해가 동쪽에서 서서히 떠오르고 햇살이 대지를 내리 쏘자 칼바람이 부는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푸근하기 그지없었다.강유리는 세안을 마치고 새해 새 옷으로 갈아입고 똥머리 헤어 스타일을 하고 내려왔다.청순이라는 단어에 이미지가 있으면 딱 지금 강유리의 모습이 아닌가
강학도에게 맞은 성한일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줄행랑을 쳤다.“노망났어요? 또 때리면 가만히 있지 않을 거예요!”지금껏 집에서 온실의 화초처럼 자란 성한일은 성학주에게도 맞아 본 적이 없다.강학도도 종래로 성한일을 신경 쓰지 않아 이렇게 응석받이로 자라 버릇이 없는 것이다.어른이 돼서 맞고 있으니 당연히 가만히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다.강학도에게 경고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때리자 성한일은 한 방에 회초리를 빼앗아 와 도려 때리려고 했다.그때 어디선가 갑자기 문기준이 불쑥 뛰쳐나와 아주 정확하게 성한일의 손목을 잡고 뒤로 젖히며 검은색 구두로 정강이를 공격했다.눈 깜짝할 사이에 이 모든 것이 일어났다.성한일은 땅에 무릎을 꿇게 되었고 손도 뒤로 젖히게 되었으며 머리는 그대로 땅에 조아리게 되었다.“아!”성한일은 미치듯이 울부짖으며 아프다고 호소하고 곧이어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 왕소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어머! 이 미친놈은 어디서 튀어 나온 거야! 당장 우리 아들 놔! 신고할 거야!”“그래. 신고해. 경찰한테 살인범의 아들이 함부로 주택 침입해서 주먹까지 휘두르고 있다고 말할 거야. 이번에 들어가면 아마 나오기 힘들지도 몰라.”강유리는 계단에 서서 난간에 기댄 채 모든 것을 내려다보고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강미영은 노여움이 가득 찬 강학도를 부축하여 자리에 도로 앉았다.그리고 강유리의 말을 듣고 고개를 들어 의문이 가득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살인범의 아들?’왕소영은 강유리의 목소리를 듣고 고개를 번쩍 들어 올려다보면서 호통쳤다.“강유리! 네 친 동생이야! 좋은 마음에 새해 인사하러 왔는데, 이게 지금 뭐 하는 짓이야! 당장 저 미친놈보고 우리 아들 풀라고 해.”“닥쳐! 우리 강씨 가문 사람한테 네가 함부로 소리쳐도 된다고 생각해?”강미영은 그런 왕소영을 크게 호통쳤다.“……”차가운 목소리에 왕소영은 그만 참지 못하고 온몸을 파르르 떨었다.순간 이 가문 사람들을 찾아오지 말았어야 했다며 후회하기도 했다.강유리는
"퍽!"먼지털이가 그의 입을 정확히 때렸다.문기준이 차가운 표정으로 마치 그가 손 쓰지 않은 것처럼 말했다."어른 앞에서 말 조심해야지."성한일이 뭐라고 말하려는 순간, 먼지털이가 그의 얼굴을 찔렀다.위협적이기도 하고 모욕적이었다.성한일이 있는 힘껏 이빨을 깨물더니 모든 불만을 삼켰다."준비됐어? 이젠 할 줄 알지? 절 제대로 해. 그리고 새해 복 많이 받으라고 말하고."강유리가 담담히 말했다."돈을 참 쉽게 번단 말야."아마도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거나, 아니면 강유리의 마지막 말이 작용을 일으켰는지 성한일은 이빨을 깨문채 절을 올렸다.그리고 돈을 받더니 바로 일어나서 걸어 나갔다.왕소영이 난처해졌다.그녀는 자기의 귀한 아들이 뒤도 돌아보지 않고 걸어 나가는 것을 두 눈 뜨고 바라봐야 했다.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음... 우리 애도 절을 했고, 그럼 나도 가볼게."그녀에게 이미 나이를 먹을만큼 먹고 고개를 숙여 절을 올린다는 것은 너무 부끄러운 일이었다.그녀가 성씨 가문에 시집을 와서부터 걱정 하나 없이 이제까지 살았다.언제 한번 이런 모욕을 당해봤겠는가?그녀는 말을 내뱉고 바로 일어나 도망가려고 했다.두 보디가드가 앞으로 두 발자국 내딛으며 마치 벽처럼 그녀의 앞을 가로막았다."뭐하는 짓이야?""왜 모른척 해? 이왕 온 김에 절도 안하고 간다고? 육씨 가문을 맘대로 들락날락할 수 있는 줄 알았어?"강유리가 차갑게 말했다.왕소영이 낯빛이 어둡게 변하더니 말했다."강유리! 네가 시집갈때 우리 신영이 힘을 빌려야 한다는 걸 잊지마!"왕소영의 말을 들은 송미영이 자상한 얼굴이 어두워졌다.절을 안 받으면 그만이였다.근데 이런 말을 들으니 왕소영을 가만두기 싫어졌다."쓸데없는 소리 말고! 만약 오늘 절을 안한다면, 다음번에 다시 여기에 오기 힘들 겁니다."강미영이 목소리를 낮게 깔았다."그리고 JL빌라는 육씨 가문의 산업으로 알고 있는데요?""협박하시는 겁니까? LK부동산은 제 사위 껍니다. 당신들이 뭘 알
기다리다 못한 강미영이 짜증나서 보디가드더러 내보내라고 말하려던 참이었다.털썩!왕소영이 불쌍하게 땅에 무릎을 꿇었다.강미영은 뒤로 물러서지 않았다.왕소영이 벌개진 얼굴로 강학도에게 절을 하며 또박또박 말했다."아버지.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강학도가 그녀를 차갑게 보더니 돈을 주었다."이젠 날 아버지라고 부르지 말 거라."왕소영이 부들부들 떨며 돈을 받았다.고개를 돌려 강미영의 두 눈을 보며 비꼬았다."절 할까요? 제가 절을 하면 받을 수나 있겠어요?"같은 연배의 사람끼리 절을 하는 법은 없었다.그러나 강미영은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왜 못 받습니까?"강미영이 자세를 고쳐 앉았다."절을 해보시죠.제가 유리 엄마를 대신해서 받으면 되니까."강미영이 차갑게 웃었다."이런 건 당신이 당연히 해야 하지 않나요? 원래 매년마다 가서 찾아봬야 되는 겁니다. 첩이 들어와서 정실에게 절을 하고 차를 올려야 우리 아버지를 아버지라고 부를 자격이 되는 거 아니겠어요?"강미영의 말을 들은 왕소영은 말이 나오지 않았다.강유리도 조금 얼떨떨했다.죽은 사람을 대신해서 절을 받는다는 게 조금 이상하게 들렸다.그리고 이럴 수도 있단 말인가?왕소영이 강미영의 눈치를 봤다.그러나 농담하는 것 같지 않았다.다시 강학도를 보니, 그는 그저 딸의 말을 듣고 멈칫하더니 굳이 행동을 제지하려고 하지 않았다.왕소영의 눈이 흔들리며 어쩌할바를 몰랐다.왕소영이 화나서 표정 관리가 안 되였다.그러나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그녀는 결국 숨을 깊게 들이마시더니 절을 했다.강미영은 어두운 얼굴로 절을 하는 왕소영을 보며 속으로 강민영에게 묵념했다.‘언니, 나 때문에 죽었으니, 내가 언니 대신에 이 년의 늦은 사과를 받을게...’왕소영이 떠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육시준이 밖에서 돌아왔다.그는 조깅을 끝내고 돌아오는 길로 운동복차림이었다.이른 시간에 강유리가 일어난 것을 본 그가 조금 놀라했다.교차로에서 인기척을 느낀 그가 눈썹을 찡그렸다."성씨 가
강미영은 짐작할 수 있었다.그녀의 목소리가 가라앉았다."말해! 그 사람 찾아서 묻기전에 말해!"강유리가 말을 하려고 하는 순간, 초인종 소리가 울렸다.문을 열자 누군가 재빨리 들어오더니 저기압인 상태로 입을 열어 물었다."고씨 가문에서 널 시집보낸다니? 무슨 뜻이야? 내가 죽지도 않았는데?"바론 공작이 송씨 가문의 형제와 대화가 잘 통했다.대화하면서 민감한 주제가 나왔었다.예를 들면 강유리의 결혼식에 그가 돌아오는지 여부 같은 것 말이다.만약 돌아온다면 왜 고씨 가문이 강유리를 시집보낸단 말인가?후에 그가 후회가 남지 않을 수 있을 것인가?바론은 그 말을 들었을때, 번개가 자기의 머리에 내리꽂히는 것을 느꼈다.강유리가 억울한지는 모르겠지만, 그는 자기가 억울한 것은 느꼈다.왜?강유리는 머리가 지끈해났다.아직 이것도 해결 못 했는데, 또 하나가 터져버렸다.차라리 잘 됐어.두 명이 같이 물어보면, 같이 대답해주면 되는 것이다.강유리가 조심스럽게 바론의 옷자락을 당기며 말했다. "지금 이 얘기하려고 했었는데 마침 잘 오셨어요. 우선 들어오시면 제가 처음부터 말씀드릴게요."바론이 그 작은 손을 보더니 빠른 걸음으로 들어와서 외투를 소파에 휙 뿌리더니 다른 쪽에 앉았다.마치 청문회에 앉아있는 듯했다.강유리가 심호흡을 하며 늘어난 한 사람에 맞춰 말을 다시 정리했다."결혼식의 일은 성신영이 생각해낸 겁니다. 의도는 안 봐도 뻔하죠. 고정남이 어떤 사람인지 이미 아실거라고 믿습니다. 그 사람은 육경원을 통해서 육씨 가문과 협력하기 위해서, 또한 어른의 입장에서 유리를 시집보내려고 하는 거고요."육시준이 간단하게 요점만 말했다.잠시 멈칫하더니 뒤이어 말했다."저와 유리는 이미 거절했습니다. 그런데 성신영이 같은 날에 하려고 기를 썼습니다. 자기 얼굴에 침 뱉는 꼴이죠."그는 강유리한테 세계에서 제일 크고 화려한 결혼식을 올려줄 수 있다고 약속할 수 있다.고씨 가문의 사생아따위가 강유리와 같이 거론될 자격조차 없는 것이다.강
강유리는 초청 인원 명단을 확정하는 게 아주 먼 일이라고 생각했다.사실은 그녀의 손을 거치지 않았을 뿐이다.모든 초청 인원은 송미연이 이미 준비를 마쳤다.그리고 이미 그녀는 강씨 가문쪽의 강학도와 말을 다 마친 상황이었다.강학도는 처음부터 강미영 쪽은 확정 지을 수 없다고 말했었다.확정 지을 수 없는 원인 중 하나는 바론이 사람을 요청하고 싶어하기 때문이었다."초청 인원 명단은 어제 저녁에 사돈과 이미 대화해서 확정 지었어. 너희는 걱정 안해도 돼. 도대체 뭘 말하려고 하는 거지? 궁금한데?"바론의 갈색 눈동자가 의문으로 가득찼다.강유리가 아직 홍성주의 일을 말해도 될지 망설이고 있을때 육시준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아마도 고씨 가문의 일때문이 것 같습니다."바론이 고개를 끄덕이며 관심이 없어진 것 같았다.몇 초의 정적이 돌며 그는 마치 뭔가를 곱씹는 듯 했다.육시준이 방금 고씨 가문을 말할때 고정남이 어떤 사람인지 모두를 알거라고 믿는다고 했다.그리고 고정남이 어른의 입장에서 강유리를 시집 보내려고 했다고 했다.육시준은 마치 이 모든 것에 대해 놀라지 않는 듯 했다.강유리도 마찬가지 반응이었다.성신영은 강유리의 자리를 차지하고 고씨 가문의 인정을 받은 일도 그도 알고 있었다.이것때문에 고정남은 이유를 일부러 찾아서 강유리를 시집보내려는 것 같아 그는 기분이 매우 언짢았다.마치 누군가가 그보다 더 정정당당하게 그가 해야할 일을 하는 느낌이었다."너희 둘, 고씨 가문의 일을 알게 된 거야?"그는 망설이다가 물었다.육시준이 반문했다."어느 일을 말씀하시는 겁니까?"바론이 여우같은 그를 흘깃 보더니 그와 말하고 싶지 않아했다.고개를 돌려 갈색 눈동자가 강유리를 바라보며 육시준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았다."넌 그 사람이 널 시집보냈으면 좋겠니?""전 아버지가 절 시집보냈으면 좋겠어요."강유리가 담담히 말하면서 그의 마음속의 있는 물음을 해소시켜줬다.그의 눈동자가 갑자기 밝아지더니 올라가는 입꼬리를 애써 내리고 고고한 자
그녀는 꽃처럼 웃으며 눈 웃음을 짓는데 그 순간 천년설마저 녹이는 화사함이었다.그녀와 오랫동안 지냈지만 바론은 처음으로 그녀가 이렇게 기쁘게 웃는 것을 보고는 멍하니 쳐다만 보고 있었다.강유리는 아버지의 눈길을 느꼈는지 입을 가리고 말했다."왜요? 너무 크게 웃어서 황실 공주의 예절에 어긋나나요?""넌 영원히 내 마음속의 공주야!""..."차갑고 엄격한 아버지가 이렇게 갑자기 솔직해지자 강유리는 조금 적응이 안 됐다.그녀뿐만 아니라 계단쪽에 서있던 릴리마저 놀랐다."아버지, 언니가 공주면, 저는요?"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바론이 정신을 차렸다.어색하게 헛기침을 하더니 겨우 진정했다."너희 모두가 공주지.""안 돼요. 공주는 한 명뿐이에요. 두 명이 모두 공주면 유일한 게 아니잖아요! 빨리 말해봐요. 제일 좋아하는 딸이 누군지 말해봐요!"릴리가 잠옷을 입고 내려오더니 기대하는 눈으로 그를 쳐다봤다.점수를 따려고 그렇게 쳐다보는 게 아니었다.그녀는 원래부터 아버지가 언니를 사랑하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러나 둘은 만나기만 하면 싸우고 화목하게 지내지 않았다.그녀는 아버지한테 언니는 사실 그를 아주 존경한다고 말해줬지만 그는 믿지 않았다.그녀도 언니에게 아버지는 언니를 걱정한다고 말했지만 언니도 믿지 않았다.릴리가 중간에서 많이 힘들었다.겨우 그녀가 놀릴 거리를 손에 넣었다.오늘 인정 안하면 누구도 이 설을 잘 보내려고 하지 말라 이거다!"그래서 옷도 제대로 안 입고 내려온 거야? 형부도 있는데 뭐하는 거야! 빨리 올라가서 옷 갈아입어!"한순간에 모드가 변하더니 차갑고 엄격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릴리가 풀이 죽어 계단을 올라갔다."남자는 진짜 입과 마음이 따로 노는 동물이야! 나한테는 왜 화내는데? 내가 사실을 말해서?"강유리가 육시준을 보며 눈짓을 했다.우리도 갈까?육시준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일어나며 말했다."아버님, 저도 유리 데리고 옷 갈아입으러 갈게요. 어른 앞에서 너무 옷차림에 신경을 안 썼어요.""괜찮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