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719화

Author: 노혜아
“강유리 네 누나잖아. 언젠가는 육씨 가문으로 시집갈 건데, 그때 유강 그룹은 어떻게 할 거 같아? 육씨 가문에서 아마 유강 그룹 거들떠보지도 않을 거야. 그때 우리가 나서서도와주면, 강유리 걔도 영광으로 받아들여야 할 거야.”

“……”

순간 성한일의 두 눈에 탐욕의 빛이 번쩍였다.

왕소영을 바라보고 있는 두 눈은 더없이 반짝거렸다.

이때 왕소영이 덧붙였다.

“내일 준비하고 있어. 네 외할아버지하고 누나한테 설 인사 하러 가야겠어.”

성한일은 자리를 떠나지 않고 더 좋은 방법을 생각해 냈다.

“엄마, 강유리가 우리하고 상대하려고 하지 않는 한 유강 그룹을 되찾는 건 장기적인 문제야. 지금 가장 급한 건 돈인데, 누나한테 찾아가는 게 더 빠르지 않을까?”

그러자 왕소영은 한숨을 내쉬었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었는데, 네 누나가 아직 고씨 가문에서 자기 위치가 안정적이지 못하다고 했어. 그래서 좀 더 기다리라고 그랬어.”

그러자 성한일은 다소 불쾌해했다.

“또 기다리라고 했다고? 우리한테 거짓말하는 거 아니야? 공개 결혼하고 나서 고씨 가문에서도 누나한테 잘해주고 있잖아. 그 한마디에 강유리도 고씨 가문만 한 가문을 골라 시집 보낸 거잖아.”

이에 왕소영은 몇 초 동안 침묵하더니 입을 열었다.

“강유리가 고씨 가문의 덕도 봤으니, 내일 눈치껏 우리한테 살갑게 대해야 할 거야.”

성한일은 이 말을 듣고 일리가 있다가 생각했다.

하여 성신영에게 빌어 붙자는 건의를 아예 접어 버렸다.

성신영은 친누나이니 언제든지 빌어 붙어도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강유리 같은 외부인은 기회가 있을 때 한푼이라도 더 떼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바보나 다름없다.

다음날.

새해 첫날이어서 그런지 날씨가 유난히 좋았다.

둥근 해가 동쪽에서 서서히 떠오르고 햇살이 대지를 내리 쏘자 칼바람이 부는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푸근하기 그지없었다.

강유리는 세안을 마치고 새해 새 옷으로 갈아입고 똥머리 헤어 스타일을 하고 내려왔다.

청순이라는 단어에 이미지가 있으면 딱 지금 강유리의 모습이 아닌가
Locked Chapter
Continue Reading on GoodNovel
Scan code to download App

Related chapters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720화

    강학도에게 맞은 성한일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줄행랑을 쳤다.“노망났어요? 또 때리면 가만히 있지 않을 거예요!”지금껏 집에서 온실의 화초처럼 자란 성한일은 성학주에게도 맞아 본 적이 없다.강학도도 종래로 성한일을 신경 쓰지 않아 이렇게 응석받이로 자라 버릇이 없는 것이다.어른이 돼서 맞고 있으니 당연히 가만히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다.강학도에게 경고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때리자 성한일은 한 방에 회초리를 빼앗아 와 도려 때리려고 했다.그때 어디선가 갑자기 문기준이 불쑥 뛰쳐나와 아주 정확하게 성한일의 손목을 잡고 뒤로 젖히며 검은색 구두로 정강이를 공격했다.눈 깜짝할 사이에 이 모든 것이 일어났다.성한일은 땅에 무릎을 꿇게 되었고 손도 뒤로 젖히게 되었으며 머리는 그대로 땅에 조아리게 되었다.“아!”성한일은 미치듯이 울부짖으며 아프다고 호소하고 곧이어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 왕소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어머! 이 미친놈은 어디서 튀어 나온 거야! 당장 우리 아들 놔! 신고할 거야!”“그래. 신고해. 경찰한테 살인범의 아들이 함부로 주택 침입해서 주먹까지 휘두르고 있다고 말할 거야. 이번에 들어가면 아마 나오기 힘들지도 몰라.”강유리는 계단에 서서 난간에 기댄 채 모든 것을 내려다보고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강미영은 노여움이 가득 찬 강학도를 부축하여 자리에 도로 앉았다.그리고 강유리의 말을 듣고 고개를 들어 의문이 가득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살인범의 아들?’왕소영은 강유리의 목소리를 듣고 고개를 번쩍 들어 올려다보면서 호통쳤다.“강유리! 네 친 동생이야! 좋은 마음에 새해 인사하러 왔는데, 이게 지금 뭐 하는 짓이야! 당장 저 미친놈보고 우리 아들 풀라고 해.”“닥쳐! 우리 강씨 가문 사람한테 네가 함부로 소리쳐도 된다고 생각해?”강미영은 그런 왕소영을 크게 호통쳤다.“……”차가운 목소리에 왕소영은 그만 참지 못하고 온몸을 파르르 떨었다.순간 이 가문 사람들을 찾아오지 말았어야 했다며 후회하기도 했다.강유리는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721화

    "퍽!"먼지털이가 그의 입을 정확히 때렸다.문기준이 차가운 표정으로 마치 그가 손 쓰지 않은 것처럼 말했다."어른 앞에서 말 조심해야지."성한일이 뭐라고 말하려는 순간, 먼지털이가 그의 얼굴을 찔렀다.위협적이기도 하고 모욕적이었다.성한일이 있는 힘껏 이빨을 깨물더니 모든 불만을 삼켰다."준비됐어? 이젠 할 줄 알지? 절 제대로 해. 그리고 새해 복 많이 받으라고 말하고."강유리가 담담히 말했다."돈을 참 쉽게 번단 말야."아마도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거나, 아니면 강유리의 마지막 말이 작용을 일으켰는지 성한일은 이빨을 깨문채 절을 올렸다.그리고 돈을 받더니 바로 일어나서 걸어 나갔다.왕소영이 난처해졌다.그녀는 자기의 귀한 아들이 뒤도 돌아보지 않고 걸어 나가는 것을 두 눈 뜨고 바라봐야 했다.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음... 우리 애도 절을 했고, 그럼 나도 가볼게."그녀에게 이미 나이를 먹을만큼 먹고 고개를 숙여 절을 올린다는 것은 너무 부끄러운 일이었다.그녀가 성씨 가문에 시집을 와서부터 걱정 하나 없이 이제까지 살았다.언제 한번 이런 모욕을 당해봤겠는가?그녀는 말을 내뱉고 바로 일어나 도망가려고 했다.두 보디가드가 앞으로 두 발자국 내딛으며 마치 벽처럼 그녀의 앞을 가로막았다."뭐하는 짓이야?""왜 모른척 해? 이왕 온 김에 절도 안하고 간다고? 육씨 가문을 맘대로 들락날락할 수 있는 줄 알았어?"강유리가 차갑게 말했다.왕소영이 낯빛이 어둡게 변하더니 말했다."강유리! 네가 시집갈때 우리 신영이 힘을 빌려야 한다는 걸 잊지마!"왕소영의 말을 들은 송미영이 자상한 얼굴이 어두워졌다.절을 안 받으면 그만이였다.근데 이런 말을 들으니 왕소영을 가만두기 싫어졌다."쓸데없는 소리 말고! 만약 오늘 절을 안한다면, 다음번에 다시 여기에 오기 힘들 겁니다."강미영이 목소리를 낮게 깔았다."그리고 JL빌라는 육씨 가문의 산업으로 알고 있는데요?""협박하시는 겁니까? LK부동산은 제 사위 껍니다. 당신들이 뭘 알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722화

    기다리다 못한 강미영이 짜증나서 보디가드더러 내보내라고 말하려던 참이었다.털썩!왕소영이 불쌍하게 땅에 무릎을 꿇었다.강미영은 뒤로 물러서지 않았다.왕소영이 벌개진 얼굴로 강학도에게 절을 하며 또박또박 말했다."아버지.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강학도가 그녀를 차갑게 보더니 돈을 주었다."이젠 날 아버지라고 부르지 말 거라."왕소영이 부들부들 떨며 돈을 받았다.고개를 돌려 강미영의 두 눈을 보며 비꼬았다."절 할까요? 제가 절을 하면 받을 수나 있겠어요?"같은 연배의 사람끼리 절을 하는 법은 없었다.그러나 강미영은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왜 못 받습니까?"강미영이 자세를 고쳐 앉았다."절을 해보시죠.제가 유리 엄마를 대신해서 받으면 되니까."강미영이 차갑게 웃었다."이런 건 당신이 당연히 해야 하지 않나요? 원래 매년마다 가서 찾아봬야 되는 겁니다. 첩이 들어와서 정실에게 절을 하고 차를 올려야 우리 아버지를 아버지라고 부를 자격이 되는 거 아니겠어요?"강미영의 말을 들은 왕소영은 말이 나오지 않았다.강유리도 조금 얼떨떨했다.죽은 사람을 대신해서 절을 받는다는 게 조금 이상하게 들렸다.그리고 이럴 수도 있단 말인가?왕소영이 강미영의 눈치를 봤다.그러나 농담하는 것 같지 않았다.다시 강학도를 보니, 그는 그저 딸의 말을 듣고 멈칫하더니 굳이 행동을 제지하려고 하지 않았다.왕소영의 눈이 흔들리며 어쩌할바를 몰랐다.왕소영이 화나서 표정 관리가 안 되였다.그러나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그녀는 결국 숨을 깊게 들이마시더니 절을 했다.강미영은 어두운 얼굴로 절을 하는 왕소영을 보며 속으로 강민영에게 묵념했다.‘언니, 나 때문에 죽었으니, 내가 언니 대신에 이 년의 늦은 사과를 받을게...’왕소영이 떠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육시준이 밖에서 돌아왔다.그는 조깅을 끝내고 돌아오는 길로 운동복차림이었다.이른 시간에 강유리가 일어난 것을 본 그가 조금 놀라했다.교차로에서 인기척을 느낀 그가 눈썹을 찡그렸다."성씨 가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723화

    강미영은 짐작할 수 있었다.그녀의 목소리가 가라앉았다."말해! 그 사람 찾아서 묻기전에 말해!"강유리가 말을 하려고 하는 순간, 초인종 소리가 울렸다.문을 열자 누군가 재빨리 들어오더니 저기압인 상태로 입을 열어 물었다."고씨 가문에서 널 시집보낸다니? 무슨 뜻이야? 내가 죽지도 않았는데?"바론 공작이 송씨 가문의 형제와 대화가 잘 통했다.대화하면서 민감한 주제가 나왔었다.예를 들면 강유리의 결혼식에 그가 돌아오는지 여부 같은 것 말이다.만약 돌아온다면 왜 고씨 가문이 강유리를 시집보낸단 말인가?후에 그가 후회가 남지 않을 수 있을 것인가?바론은 그 말을 들었을때, 번개가 자기의 머리에 내리꽂히는 것을 느꼈다.강유리가 억울한지는 모르겠지만, 그는 자기가 억울한 것은 느꼈다.왜?강유리는 머리가 지끈해났다.아직 이것도 해결 못 했는데, 또 하나가 터져버렸다.차라리 잘 됐어.두 명이 같이 물어보면, 같이 대답해주면 되는 것이다.강유리가 조심스럽게 바론의 옷자락을 당기며 말했다. "지금 이 얘기하려고 했었는데 마침 잘 오셨어요. 우선 들어오시면 제가 처음부터 말씀드릴게요."바론이 그 작은 손을 보더니 빠른 걸음으로 들어와서 외투를 소파에 휙 뿌리더니 다른 쪽에 앉았다.마치 청문회에 앉아있는 듯했다.강유리가 심호흡을 하며 늘어난 한 사람에 맞춰 말을 다시 정리했다."결혼식의 일은 성신영이 생각해낸 겁니다. 의도는 안 봐도 뻔하죠. 고정남이 어떤 사람인지 이미 아실거라고 믿습니다. 그 사람은 육경원을 통해서 육씨 가문과 협력하기 위해서, 또한 어른의 입장에서 유리를 시집보내려고 하는 거고요."육시준이 간단하게 요점만 말했다.잠시 멈칫하더니 뒤이어 말했다."저와 유리는 이미 거절했습니다. 그런데 성신영이 같은 날에 하려고 기를 썼습니다. 자기 얼굴에 침 뱉는 꼴이죠."그는 강유리한테 세계에서 제일 크고 화려한 결혼식을 올려줄 수 있다고 약속할 수 있다.고씨 가문의 사생아따위가 강유리와 같이 거론될 자격조차 없는 것이다.강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724화

    강유리는 초청 인원 명단을 확정하는 게 아주 먼 일이라고 생각했다.사실은 그녀의 손을 거치지 않았을 뿐이다.모든 초청 인원은 송미연이 이미 준비를 마쳤다.그리고 이미 그녀는 강씨 가문쪽의 강학도와 말을 다 마친 상황이었다.강학도는 처음부터 강미영 쪽은 확정 지을 수 없다고 말했었다.확정 지을 수 없는 원인 중 하나는 바론이 사람을 요청하고 싶어하기 때문이었다."초청 인원 명단은 어제 저녁에 사돈과 이미 대화해서 확정 지었어. 너희는 걱정 안해도 돼. 도대체 뭘 말하려고 하는 거지? 궁금한데?"바론의 갈색 눈동자가 의문으로 가득찼다.강유리가 아직 홍성주의 일을 말해도 될지 망설이고 있을때 육시준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아마도 고씨 가문의 일때문이 것 같습니다."바론이 고개를 끄덕이며 관심이 없어진 것 같았다.몇 초의 정적이 돌며 그는 마치 뭔가를 곱씹는 듯 했다.육시준이 방금 고씨 가문을 말할때 고정남이 어떤 사람인지 모두를 알거라고 믿는다고 했다.그리고 고정남이 어른의 입장에서 강유리를 시집 보내려고 했다고 했다.육시준은 마치 이 모든 것에 대해 놀라지 않는 듯 했다.강유리도 마찬가지 반응이었다.성신영은 강유리의 자리를 차지하고 고씨 가문의 인정을 받은 일도 그도 알고 있었다.이것때문에 고정남은 이유를 일부러 찾아서 강유리를 시집보내려는 것 같아 그는 기분이 매우 언짢았다.마치 누군가가 그보다 더 정정당당하게 그가 해야할 일을 하는 느낌이었다."너희 둘, 고씨 가문의 일을 알게 된 거야?"그는 망설이다가 물었다.육시준이 반문했다."어느 일을 말씀하시는 겁니까?"바론이 여우같은 그를 흘깃 보더니 그와 말하고 싶지 않아했다.고개를 돌려 갈색 눈동자가 강유리를 바라보며 육시준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았다."넌 그 사람이 널 시집보냈으면 좋겠니?""전 아버지가 절 시집보냈으면 좋겠어요."강유리가 담담히 말하면서 그의 마음속의 있는 물음을 해소시켜줬다.그의 눈동자가 갑자기 밝아지더니 올라가는 입꼬리를 애써 내리고 고고한 자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725화

    그녀는 꽃처럼 웃으며 눈 웃음을 짓는데 그 순간 천년설마저 녹이는 화사함이었다.그녀와 오랫동안 지냈지만 바론은 처음으로 그녀가 이렇게 기쁘게 웃는 것을 보고는 멍하니 쳐다만 보고 있었다.강유리는 아버지의 눈길을 느꼈는지 입을 가리고 말했다."왜요? 너무 크게 웃어서 황실 공주의 예절에 어긋나나요?""넌 영원히 내 마음속의 공주야!""..."차갑고 엄격한 아버지가 이렇게 갑자기 솔직해지자 강유리는 조금 적응이 안 됐다.그녀뿐만 아니라 계단쪽에 서있던 릴리마저 놀랐다."아버지, 언니가 공주면, 저는요?"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바론이 정신을 차렸다.어색하게 헛기침을 하더니 겨우 진정했다."너희 모두가 공주지.""안 돼요. 공주는 한 명뿐이에요. 두 명이 모두 공주면 유일한 게 아니잖아요! 빨리 말해봐요. 제일 좋아하는 딸이 누군지 말해봐요!"릴리가 잠옷을 입고 내려오더니 기대하는 눈으로 그를 쳐다봤다.점수를 따려고 그렇게 쳐다보는 게 아니었다.그녀는 원래부터 아버지가 언니를 사랑하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러나 둘은 만나기만 하면 싸우고 화목하게 지내지 않았다.그녀는 아버지한테 언니는 사실 그를 아주 존경한다고 말해줬지만 그는 믿지 않았다.그녀도 언니에게 아버지는 언니를 걱정한다고 말했지만 언니도 믿지 않았다.릴리가 중간에서 많이 힘들었다.겨우 그녀가 놀릴 거리를 손에 넣었다.오늘 인정 안하면 누구도 이 설을 잘 보내려고 하지 말라 이거다!"그래서 옷도 제대로 안 입고 내려온 거야? 형부도 있는데 뭐하는 거야! 빨리 올라가서 옷 갈아입어!"한순간에 모드가 변하더니 차갑고 엄격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릴리가 풀이 죽어 계단을 올라갔다."남자는 진짜 입과 마음이 따로 노는 동물이야! 나한테는 왜 화내는데? 내가 사실을 말해서?"강유리가 육시준을 보며 눈짓을 했다.우리도 갈까?육시준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일어나며 말했다."아버님, 저도 유리 데리고 옷 갈아입으러 갈게요. 어른 앞에서 너무 옷차림에 신경을 안 썼어요.""괜찮은데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726화

    옷에 시선이 떨어진 육시준은 손이 가는 대로 외투를 집어 강유리에게 건네주었다.“좋은 일도 아니고 얘기하기 싫을 수도 있잖아.”이에 강유리는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그럴 수도 있겠다. 내가 아버지라고 부르고 있긴 하지만 친 아버지는 아니잖아.”그러자 육시준은 멈칫거리더니 강유리의 두 눈을 바라보며 몇 초 동안 망설였다.“그래도 그런 말 자주 하지는 마. 서운하실 수도 있어.”어찌 됐든 강유리에 대한 육시준의 관심은 어디까지나 진심이다.게다가 육시준은 강유리 아버지의 처지를 직접 본 적이 있어 더더욱 이해할 수 있었다.강유리는 옷을 건네받으며 말했다.“그래그래, 네 말이 맞아. 인제 함부로 얘기해서도 안 돼. 지금 그럭저럭 사이가 좋거든.”육시준은 눈썹을 들썩이며 물었다.“전에는 사이가 좋지 않았나 봐?”그러자 강유리는 입을 삐죽거리며 대답했다.“좋지 않다고 할 수도 없어.”강유리는 예전에 있었던 일을 떠올리며 아버지에 대한 자기의 인상도 꺼냈다.한 마디로 두 사람은 그다지 가깝지 않고 늘 몇 마디 말에 의견이 맞지 않아 어색해 진다고 했다.이에 육시준은 의외라는 느낌이 들지 않았고 그날 밤에 했던 말을 다시 반복했다.“두 사람 성격 많이 비슷해.”강유리는 제자리 서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았으며 손에 들고 있는 옷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조금 전 육시준이 한 말을 곰곰이 생각하고 있는 듯했다.한편, 고정남은 밤새 한숨도 자지 못했다.이튿날 걸려 오는 전화를 받고 급히 물었다.“어떻게 됐어? 알아 냈어?”그러자 수화기 너머 무척이나 난감해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고 대표님, 그 차에 관한 정보는 하나도 없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그 사람들은 어젯밤 모든 감시 카메라를 피해 다녔습니다. 죄송하지만, 우리 쪽에서 알아낸 건 하나도 없습니다.”“병신! 병신들! 서울 전체에 감시 카메라 없는 곳이 어디 있어? 어떻게 하나도 걸리지 않고 다 피해 다녀?”고정남은 분노한 나머지 욕설을 퍼부었다.“고 대표님, 죄송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727화

    순간 애교 섞인 목소리는 온데간데 없어지고 당황해 마지 못한 목소리만 울렸다.“아버님,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고정남은 무거운 소리로 타일러 주었다.“다른 뜻은 없다. 강씨 가문에서 너를 키워주셨잖아. 결혼하고 나서 첫 새해를 맞이하는데, 당연히 그 댁 어르신부터 찾아봬야지 않겠냐. 내일 내가 직접 데리러 갈 테니 그렇게 알고 있거라.”“......”이에 성신영은 말 문이 막혔다.강미영은 강학도 따라 서재로 들어간 뒤로 이틀 동안 넋이 나가 있었다.강유리가 옆에서 뭐라고 하던 뒤늦게 반응하며 대답하곤 했다.바론 공작은 정신이 다른 곳으로 가 있는 강미영을 바라보며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새해 이튿날 오후의 햇살은 더없이 푸근했다.육시준은 강학도와 정원에서 바둑을 두고 있으며 릴리는 강유리를 붙잡고 2층 베란다에서 웨딩 사진을 보고 있다.웨딩 사진을 보면서 릴리는 역시 멋진 신랑을 찾아야 한다면 연신 감탄했다.그리고 강미영은 소파에 앉아 손에 잡지 한 권을 들고 있는데, 10여 분이 지나도록 한 페이지도 넘기지 않았다.바론 공작은 본래 정원으로 가서 바둑 구경을 하려고 했으나, 거실을 지날 때 갑자기 걸음을 멈추더니 강미영을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그 페이지가 그렇게 재미있어?”“......”묵직하게 울려 퍼지는 목소리에 강미영은 화들짝 놀라며 어깨까지 떨었다.그러더니 순간 정신을 차리며 고개를 숙여 잡지를 보았다.“그럭저럭 괜찮네. 당신 딸 디자인 실력도 점점 느는 것 같아. 특히 신부 머리 장식품 세트에는 재기가 어려 있어.”“지난번에도 예쁘다고 했었어.”바론 공작의 목소리에는 그 어떠한 감정도 드러나지 않았다.그러자 강미영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웃었다.“그때는 머리 장식품만 봤었잖아. 참, 이거 좀 봐봐. 구원의 웨딩드레스인데, 레드브라이드하고 어울릴 것 같지 않아? 요즘 두 회사에서 합작하고 있다던데, 아마 이 웨딩드레스가 그들의 첫 번째 작품인 것 같아......”“미영아, 여러 해 동안 합작해 오면서 난 너처럼

Latest chapter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1379화

    신주리는 고민하다가 말했다.“난 최근에 일이 많지 않아 괜찮지만 다음 달에 곧 새로운 촬영을 시작할 거야.”육시준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다음 달에 돌아가면 촬영 일정을 맞출 수 있어요.”육경서는 그들이 두어 마디 말로 일정안배를 끝내가 다급하게 입장을 밝혔다.“나도 있어! 주리가 돌아가지 않으면 나도 안 돌아갈래!”신주리는 흘겨보며 물었다.“넌 바쁘지 않아?”“마침 이 영화가 촬영을 마감할 예정이야. 기타 활동은 중요한 건 뒤로 미루고 중요하지 않은 건 매니저더러 거절하게 하면 돼.”육경서는 미처 깊게 생각하지도 않고 말했다.강유리는 반대하지 않고 귀띔했다.“강덕준 감독이 널 죽일 수도 있어.”육경서는 아랑곳하지 않았다.“괜찮아. 한 달뿐이잖아. 설마 날 따라 여기까지 오겠어?”강덕준이 그를 죽일지는 둘째치고, 어쨌든 지금 바론 공작은 그를 죽여버리고 싶었다.그는 그저 예의상 딸아이의 친구들을 초대해서 놀게 했을 뿐인데 결국 딸아이가 다음 달 귀국하는 일정을 안배하게 되다니?병원에서 육시준이 비아냥거리던 말을 그는 실행할 계획이었다. 단계마다 다른 이유로 딸을 만류하고 싶었고 시름 놓고 이곳에서 편히 안태하게 하고 싶었다.그러나 사위는...만약 자기 일을 다 처리했다면 남아있어도 괜찮았다. 부양할 수 없는 것도 아니니 말이다.그러나 지금 덤으로 두 사람이 더 생겼고 또 이 두 사람은 시간 맞춰 돌아가야 했다. 돌아가지 않으면 재촉당할 것이 뻔하다.“두 분이 바쁘면 굳이 남지 않아도 돼. 유리는 지금 손님 접대하는 게 불편하거든.”그는 정색해서 다시 말했다.그러자 여러 가지 눈빛이 삽시에 바론 공작을 향했다......신주리와 강유리는 제작팀과 반나절만 휴가를 냈기 때문에 오후에 돌아가야 했다. 그러나 오전 시간만으로 두 친구가 얘기하기엔 터무니없이 부족해 강유리는 직접 감독에게 전화해 하루 연장했다.점심시간.신주리는 육시준의 자리에 앉아 강유리의 옆에 누워 계속 절친끼리 이야기를 했다.강유리는 이번에 단도직입적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1378화

    저쪽에서 한참 동안 침묵이 흘렀다.상대방도 자신만큼 놀란 모습을 상상하며 육경서는 다음 이야기가 기대되었다.그러나 생각지도 못하게 송미연은 놀랐지만 기뻐하는 기색이 없었다.“유리 찾으러 갔어? 프로그램을 녹화한다며 왜 그들을 찾으러 갔어? 거기는 시간이 아직 이르지 않아? 이맘때면 유리는 잠을 잘 자지도 못했을 건데...”송미연은 육경서가 철이 없이 강유리가 잘 쉬지 못하게 방해한다고 한바탕 야단을 쳤다.그러나 그녀의 말은 한 가지 중요한 소식을 알렸다.“진작 알고 있었어요?”“물론이지!”송미연은 자랑스럽게 말했다.“며느리가 임신했는데 이렇게 큰 소식을 어떻게 바로 나에게 알려주지 않을 수 있겠어? 경고하는데 너무 떠들지 마. 네 형수님을 화나게 하면 안 돼! 그냥 녹화만 잘하면 되는 거 아니야? 주리가 널 용서했어? 왜 돌아다니며 다른 사람의 가십거리를 알아내려고 해! 이번에 돌아와서 주리의 용서를 받지 못한다면 넌 아예 돌아오지도 마!”...화제가 자신을 욕하는 방향으로 변해버리자 육경서의 열정은 순식간에 식어버렸고 목소리도 누그러들어 어쩔 수 없이 말했다.“알았어요. 알았어요. 제가 원한 줄 아세요? 이것도 어쩔 수 없었기 때문이잖아요...”“뭐가 어쩔 수 없다는 거야? 모두 네가 자초한 거잖아! 쌤통이야!”“...”“섬에서의 상황이 어떤지 모르니 넌 주리를 잘 돌봐야 해. 난 실시간으로 라이브 방송을 살펴보고 있을 테니 넌 주리 괴롭히지 마.”송미연이 또 당부했다.육경서는 머뭇거리다가 정색해서 대답했다.“알았어요. 걱정하지 마세요.”송미연은 또 몇 마디 더 당부한 후 전화를 끊었다.육경서는 어두워진 휴대폰 화면을 보며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잘됐어. 아빠 엄마가 다 주리를 좋아하니 나중에 언제든지 주리는 억울함 당하는 일이 없을 거야. 적어도 내가 있는 한 억울함 당하지 않을 거야...”...점심은 빌라의 셰프가 만든 영양식이다. 맛은 좋지만 오래 먹으면 질릴 수 있어 강유리는 이 음식을 보며 저도 모르게 한숨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1377화

    그러나 앉은 자리가 아직 따뜻해지기도 전에 육경서는 흥분된 듯 바로 일어나 소리쳤다. “뭐? 임신했다고?” 바론 공작은 짜증 섞인 눈길로 그를 쳐다보며 말했다. “목소리 좀 낮춰. 뭘 그렇게 놀라!” 그는 지금까지는 침착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사실 소식을 들었을 땐 당황하고 흥분했던 걸 그가 모를 리 없었다. 육경서는 입을 막으며 어색하게 다시 앉았다. 하지만 그의 눈빛은 반짝이며 감출 수 없는 흥분이 드러났다. ‘나 이제 삼촌 된다! 삼촌 된다!’ “의사가 말하기를 첫 3개월은 불안정하니까 특히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아버지도 이 소식을 공개하지 말고 태아가 안정될 때까지 기다리자고 하셨다.” 바론 공작은 드물게 인내심을 가지고 설명했다. 그는 그 말을 끝내며 신주리를 한번 훑어봤다. “그래서 나는 유리를 위해 사람들을 안배해 가까이서 돌보게 한 거다.” 그의 시선을 느낀 신주리는 고개를 들었다. 그녀는 공작을 한 번 보고 다시 눈을 내리깔며 강유리의 아랫배를 바라봤다.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마치 한번 만져보고 싶은 듯했지만 참았다. 그녀의 눈은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고 육경서와 같이 흥분과 기쁨을 숨길 수가 없었다. 그녀는 강유리의 아랫배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래서 지금 이 안에 작은 생명이 자라고 있는 거야?” “맞아.” 강유리가 그녀를 보고 웃으며 말했다. 신주리는 표정은 진지했지만 눈 속에 담긴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럼 만져봐도 돼?” 육경서도 순간 정신을 차리며 손을 내밀었다. “나도...” “안 돼!” “안 돼!” 두 명의 목소리가 동시에 차갑게 외쳤다. 그들의 무리한 요구를 바로 거절했다. 강유리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돌려 옆에 있던 두 남자를 쳐다봤다. 그녀는 그들에게 체면을 차리지 않았고 대신 신주리에게만 속삭였다. “조금 있다가 방에 들어가면 만져도 돼.” 육시준과 바론 공작은 동시에 얼어붙었다. ‘우리가 안 들릴 거라고 생각하나?’ 육경서는 기대에 찬 눈빛으로 강유리를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1376화

    육경서는 얼굴에 기쁨이 가득한 채 입을 열려던 순간 정원에서 누군가가 다가왔다. 그 사람은 유창한 한국어로 두 사람에게 따뜻하게 인사했다. “이쪽이 둘째 도련님이랑 신주리 씨 맞으시죠? 강유리 아가씨께서 이미 기다리고 계십니다.” “안내 부탁드려요.” 신주리가 부드럽고 예의 있게 대답했다. 육경서는 잠시 멍한 표정을 지었다. ‘이 사람, 왜 이렇게 때맞춰 나타나는 거지? 다른 때는 왜 안 오고, 바로 이때 오냐고!’ “잠깐만요. 저희 형수 말고 일단 먼저 빌라를 둘러보고 싶어요!” 그가 급하게 발걸음을 옮기며 안내하는 집사를 붙잡았다. 집사는 그의 눈을 한 번 쳐다본 뒤 다소 의아해하는 표정으로 멈췄다. 신주리는 미소를 띤 채 침착하게 말했다. “미안해요. 낯을 가려서 그래요.” 육경서는 혼란스러웠다. ‘이게 무슨 말이야? 내가 낯을 가린다고? 왜 그렇게 갑자기...’ 집사는 이해한 듯 웃으며 공작님도 그들의 방문을 매우 기쁘게 생각해 오늘 특별히 이곳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육경서는 그 한마디도 제대로 듣지 않았고 눈앞의 신주리를 원망스러운 눈길로 바라봤다. ‘주리는 도대체 이게 무슨 뜻이야? 너무 쉽게 대답해서 다시 부정하려는 건가?’ 그들이 정원으로 들어섰고 이곳은 여전히 고요하고 우아한 분위기였다. 뜨거운 태양 아래 한쪽에서 차와 다과가 준비된 작은 테이블이 보였다. 강유리는 햇볕을 가린 파라솔 아래에 앉아 있었고 그 앞에는 육시준이 전화를 끊고 있었다. 바론 공작이 불만을 표하며 입을 열었다. “하루 종일 그 전화기 들고 있으면 안 돼! 그렇게 바빠? 전자기기 방사선이 얼마나 해로운지 알지? 의사 선생님이 말했잖아. 첫 세 달은 불안정하다고, 푹 쉬어야 한다고!” 육시준은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지난달에 돌아갔으면 이미 처리했을 일인데요.” 바론 공작은 얼굴에 불편한 기색이 스쳤다. “일이라는 게 끝날 수 있나? 돌아가면 내 딸과 시간을 제대로 보낼 수 있을까 몰라!” 육시준이 말하려던 순간 강유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1375화

    감독은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강하게 반박하지도 못하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규정에 따르면 녹화 중에는 제작진 팀을 이탈하면 안 됩니다.” 역시나 신주리는 가볍게 되물었다. “녹화 시작할 때 그런 규정은 없었잖아요? 갑자기 추가된 건가요?” “그건 아니지만 지금 상황이...” “그럼 우리를 일부러 견제하려는 건가요? 그럼 그냥 프로그램 안 하면 되죠?” 감독은 말문이 막혔다. 사실 첫 번째 시즌에서 육경서가 사고를 당한 이후로 그는 이미 이 두 사람에게 꼼짝 못 하고 있었다. 조건을 협상하든 규칙을 정하든 이 둘이 하겠다고 하면 다행이고 안 하겠다고 하면 모든 게 물거품이 될 판이었다. 결국 이를 악물고 그는 포기했다. “알겠어요, 알겠어! 두 분 다 제가 졌습니다! 하지만 어디 가든 꼭 행선지를 알려주시고 제작진 팀에서 두 분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어야 합니다!” “걱정 마세요. 너무 오래 걸리진 않을 거예요. 점심 먹고 바로 돌아올게요!” 신주리가 대범하게 말했다. ‘점심도 먹고 온다고?’ 하지만 그가 불만을 표현하기도 전에 두 사람은 이미 유유히 그의 앞을 지나쳐 나가버렸다. 호텔 문을 나서자마자 감독은 서둘러 휴대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 전화기 너머로 나른한 목소리가 들렸다. “여보세요?” “강 대표님, 경서 씨랑 주리 씨가 지금 강 대표님을 만나러 갑니다! 그런데 프로그램 효과를 위해서 행선지에 대한 건 절대 발설하시면 안 됩니다!” 감독이 진지하게 말했다. 강유리가 태연하게 대답했다. “만약 제가 발설하면요?” 감독은 순간 당황했다. 그는 이런 대답을 예상하지 못했다. ‘아니, 이건 우리 회사의 프로그램 아니었나? 이렇게 마음대로 행동해도 되는 거야? 시청률이 안 오르면 강 대표님에게도 손해 아닌가?’ 감독은 빠르게 머리를 굴리며 어떻게든 이 대형 회사를 설득해야겠다고 결심했지만 강유리는 그의 말을 끊으며 다시 말했다. “농담이에요. 발설하지 않을 테니 걱정 마세요.” 감독은 긴 한숨을 내쉬며 안도했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1374화

    비행기에 오를 때 각자 다른 생각을 품고 있었고 내릴 때도 마찬가지였다. 목적지에 도착했을 땐 이미 다음 날 새벽이었다. 제작진 팀은 미리 준비한 차를 타고 그들을 예약된 호텔로 보냈다. 해변가에 위치한 경치가 아름다운 5성급 호텔이었다. 모두들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번에 제작진 팀 정말 큰돈 쓴 거네! 이게 진짜 여행 같아!” “그렇지. 갑작스러운 느낌도 있지만 일정은 꽤 합리적이네!” “응, 또 감사한 건 처음에 우리 주리랑 경서에게 그 사건이 터진 후로 대우가 점점 더 좋아졌다는 거야. 그들은 정말 목숨을 걸고 얻은 거라니까!” 모두가 웃으며 체크인 절차를 마쳤다. 그때 감독 팀에서 메시지가 왔다. “오늘 밤은 여기서 쉬고 내일은 섬으로 갑니다.” 모두들 당황했다. ‘그래서 목적지는 여기가 아닌가?’ “목적지는 반대편에 있는 작은 관광 섬입니다. 규모는 작지만 최근 몇 년 동안 관광업이 급성장했습니다. 얼마 전 이 섬의 소유자가 바뀌어서 다시 한번 큰 화제를 일으켰죠.” 감독이 그렇게 말하자 신주리는 점점 더 익숙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그게 바론 공작이 유리에게 선물한 섬이죠?” 감독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육경서는 감탄하며 물었다. “그럼 어떻게 우리 형수를 설득했어요?” 감독 팀은 미소를 지으며 답하지 않았다. 실시간 채팅창에서는 감탄이 이어졌다. [유리 언니가 이번 프로그램을 위해 진짜 대규모로 투자한 거네!] [하하하, 유리 언니가 투자한 건 아니야. 그냥 완전 부모님에게 의지하고 있는 거지! 그리고 그 덕분에 도련님과 미래의 동서가 혜택을 보는 거고!” “나도 섬 주인 언니가 있었으면 좋겠다!” “이번에 유리 언니 우정 출연할지 궁금하다!” 아침 식사 후 모두 방으로 돌아가 시차를 맞추기 위해 잠을 청했다. 카메라는 잠시 쉬어갔다. 신주리는 비행기에서 잠깐 눈을 붙였기에 이제는 전혀 졸리지 않았다. 그녀는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은 후 모자와 선글라스를 쓰고 호텔 방을 몰래 빠져나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1373화

    심지어 원피스까지 캐리어 하나에 다 준비해 놨다. “안 믿을지 몰라도 내가 쇼핑 리스트까지 작성했어. 엄마한테도 참고를 부탁했거든! 원피스는 엄마가 골랐어. 안심해, 눈썰미는 진짜 좋아!” 말을 하면서 그는 정말로 쇼핑 리스트를 꺼내서 신주리에게 보여줬다. 신주리는 그 리스트를 보지 않아도 이미 믿고 있었다. 심지어 조금 놀랐다. “너 그럼 네 짐은 어쩌고? 얼마나 챙겨왔어?” “짐 하나야. 나중에 필요하면 제작진 팀에 부탁할 거야!” 육경서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 말했다. 신주리는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그녀가 너무 오랫동안 육경서를 바라보고 있었던 탓인지 휴대폰을 들여다보지 않은 채 그를 쳐다보던 신주리가 이상하다는 걸 눈치챈 육경서는 본능적으로 고개를 들어 그녀를 쳐다봤다. “왜?” 신주리는 아무 말 없이 시선을 돌려 휴대폰 화면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렇게 많아?” 육경서는 묘한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그렇게 많은 건 아니야. Y 국에 있는 우리 회사 지사에서 몇 가지 더 준비해 줬거든...” 그가 말을 하다 갑자기 멈칫했다. 불필요한 말을 했다는 걸 깨달은 듯했다. 신주리는 그 모습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그리고 그녀의 머릿속에 갑자기 대담한 생각이 떠올랐다. “이번 목적지는 네가 제작진 팀에 요청한 거 아니야?” “무슨 말이야? 내가 그런 사람인 줄 알아?” 육경서는 당황한 듯 대답했다. “네가 그런 사람 아닌가?” 육경서는 잠시 생각에 잠긴 후 고백했다. “맞아, 그런 사람일 수도 있어. 하지만 이번에는 정말 아니야! 사실 내가 쓴 목적지는 원래 해변이었어. 이런 건 결국 다 준비해야 할 것들이잖아.” 신주리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대신 이제는 아예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다른 한편에서는 서진태와 소지석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서진태는 진지하게 소지석에게 도씨 가문의 그 양성 계획에 대해 물어보았다. 이 계획은 너무나도 비상식적이어서 의심의 눈초리를 거둘 수 없었다. 완전히 그들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1372화

    [하하하, 이게 무슨 이상한 조합이야? 어쩐지 묘하게 어울리기도 하고 또 웃기기도 하네!] [처음부터 차 안에서 자리싸움만 아니었어도 이렇게 어색하지는 않았겠지.] [우리 지원 언니 한마디로 모든 흐름이 뒤집혔어!] [강미영은 도대체 무슨 속셈이지? 우리 지석이를 일부러 피하는 거야?] [다시 한번 말하지만 소지석 팬들 너무 이기적이지 마! 누구든 미영 언니에게 다가갈 수 있고 미영 언니는 모두를 거절할 권리가 있어!] 좌석이 정리되고 비행기가 이륙을 준비하자 라이브 방송은 일시적으로 종료되었다. 이런 24시간 라이브 촬영 프로그램에서도 이렇게 잠깐 동안만은 각자가 자신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강미영은 라이브 방송이 종료된 뒤 의아한 표정으로 한지원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여전히 왜 한지원이 굳이 자신과 함께 앉으려고 했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물론 지금 상황에서 누가 자신에게 같이 앉자고 했어도 마다하지는 않았겠지만... “미영 언니, 난 저 커플 팬이야.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얘기해. 그러니까 제발 내 최애 커플 깨지지 않게 도와줘!” 한지원은 진지한 얼굴로 이유를 털어놓았다. 강미영은 살짝 멍해지더니 결국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알겠어, 앞으로 네 최애 커플 잘 지켜주도록 할게.” 한지원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밝게 웃었다. “정말 고마워! 덕분에 내 최애 커플이 마음 편히 연애할 수 있게 됐어!” 강미영은 눈가를 약간 찡그리며 물었다. “근데 언제부터 걔네 둘의 팬이 된 거야? 그리고 지금 걔네 둘 관계 꽤 안정적이던데 내가 굳이 뭐 하러 그걸 망치겠어?” 한지원은 고개를 저으며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미영 언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중요한 건 이런 카메라 밖에서의 달달한 순간들이지.” 강미영은 순간 뭔가를 깨달은 듯 눈썹을 살짝 치켜세웠다. “혹시 영감이라도 떠오른 거야?” 한지원은 멍하니 있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언니의 작은 호의 하나가 한 명의 유명 만화가를 탄생시킬 수도 있어!” 강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1371화

    그는 단지 이런 행동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다. 강미영에게 그를 좀 더 이해할 기회를 주고 소지석에게는 그가 혼자서만 밀어붙이지 않도록 눈에 띄게 하려 했다. 그러나 이 행동을 알아본 사람들도 있지만 일부 팬들은 그를 오해하거나 비판하기도 했다. [솔직히 말해서 서진태는 너무 경계가 없지 않나요? 경쟁하고 싶다 해도 이렇게까지 급하게 해야 하나요? 왜 꼭 같이 앉아야만 하는 거죠?] [맞아요! 강미영 언니는 분명히 불편해 보였고 바로 피해서 조수석에 앉았잖아요!] [좋아한다고 해도 좀 경계를 두고 해야죠.] [근데 소지석 팬들 너무 이중잣대 아니에요? 오빠가 같이 앉고 싶으면 직설적으로 다가가도 ‘멋지다, 드디어 마음을 표현했다!’고 하는데 서진태가 다가가면 ‘경계가 없다’고 비판하잖아요?] [맞아요. 서진태는 사실 강미영 언니와 앉고 싶은 것보다는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던 거죠.] 댓글창은 점점 떠들썩해졌다. 신주리와 육경서의 강미영에 대한 이해도는 완벽했다. 감정상에서 경쟁이 시작되면 그녀는 주저 없이 피할 것이다. 강미영은 감정을 물건처럼 경쟁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런 성격의 프로그램에서는 남성들끼리의 경쟁이나 여성들끼리의 경쟁이 감정을 더 순수하지 않게 만들 수 있고 로미오와 줄리엣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결국 그런 외적인 압박이 감정을 더 강화시키는 효과가 생기게 된다. 사실 그들이 정말 사랑하는 건 아닐 수도 있다. 단지 지는 걸 참지 못해서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그녀와 고정남의 관계도 그랬다. 주위에서 반대할수록 더 진지하게 여겨졌던 그 감정이었지만 결국 그것은 진정한 사랑이 아니라 엉망이 된 감정이었음을 깨달았다. “네가 졌으니까 내 선물 잊지 말고 사 와.” 신주리는 자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육경서는 그 결과를 보며 입술을 삐죽 내밀고는 돌아서서 그녀에게 엄지를 치켜들었다. “이번엔 네가 이겼어.” 신주리는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 “이번? 그럼 다음에도 나랑 내기할 거야?”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