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경서가 시간을 보니, 아직 11시였다. “야, 건강 요정이 진짜 컨셉이 아니였구나? 이렇게나 빨리 잔다고?”반대편에서는 몇 초 동안의 침묵이 흘렀다.육경서는 혹시 다시 잠들까 봐 걱정이 되어 다시 물었다.“오늘 오후에 실시간 검색어 봤어?”“그건 내 알바가 아니야. 나도 피해자라고! 나한텐 책임이 없다고 생각해.”“???”육경서는 그녀의 말을 듣자 순간 진지하게 얘기하고 싶은 마음이 바로 사라졌다.목소리도 순식간에 높아졌다. “나! 육경서! 수천만명의 팬을 거느린 초일류 연예인! 그런데도 책임이 없다고?”신주리가 슬슬 짜증을 냈다. “누구는 팬 없는 줄 아나, 나까지 일에 휘말리게 하지 마!”육경서는 너무 화가 난 나머지 엑셀을 밟았다. “휘말리게 하지 말라고? 나도 피해자야, 알았어?!”“네, 피해자님, 사진 속 인물이 당신 아니신가요?”“나야.”“근데 사진 속 나머지 한 사람은 내가 아니라고!”“...”“옷 한 벌이랑 코트 하나 가지고 나랑 연애한다고 하던데. 이게 정말 휘말린 게 아니라고?”“…”육경서는 그녀의 논리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이내 참지 못하고 한마디 덧붙혔다. “그럼 가서 분명히 해명해! 왜 해명을 안 하는 거야? 그냥 나랑 엮이고 싶은 거잖아!”신주리는 어이가 없었다. “그래? 그럼 내가 지금 해명글 올릴까? 병원에 간 사람이 내 가장 친한 친구이자 육 가네 둘째 도련님인 사람의 형수라고?”육경서는 숨이 턱 막혔다.너무 놀라 말을 잃었다.그녀가 이런 생각을 했을 줄은 전혀 예상치 못했다. 그녀가 그의 상황을 걱정한 걸까?그를 찾아와 따지지 않았던 것도 그에게 부담을 주기 싫었던 거고 그가 방법을 찾기를 기다려 준 걸까?이런 생각이 잠시 들었으나, 그는 이내 그런 생각을 접었다. 나중에 그녀가 알면 분명 너무 감성적으로 생각했다고 뭐라 할 것이었다.그런 생각을 하던 중, 상대편이 말을 걸어왔다. “이 일을 어떻게 할 건데? 가족들이 힘들어 하지 않아?”육경서는 당황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뒤, 잠시 주위를 둘러본 후 서둘러 문으로 달려가 방 문을 두드렸다. 이 곳은 촬영지와 가까워 지난 달 이사 온 신주리의 새로운 거주지다. 육경서는 자신 때문에 그녀가 이사한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요즘 인터넷에 스캔들이 많아 그녀가 이전 살던 곳은 이미 다들 관심을 갖고 보고 있을 것이라 다행히 똑똑하게 이곳에 숨어 있었다.문이 열리자 육경서가 재빨리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간 뒤 문을 꽉 닫았다.신주리는 아직 잠옷을 입고 있었고, 머리는 아무렇게나 묶여 있었기에 예기치 않게 열린 문에 그녀는 현관문을 등지게 되었고, 그녀가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그녀 앞에는 키가 큰 남자가 서있었다.그녀는 당황하여 발에 비틀거렸고, 한손으로 선반을 넘어지지는 않게 꽉 잡았다.두 사람은 서로를 마주 보았고 둘의 얼굴은 손바닥만큼 가까워져 있었다. 낯선 남자의 향기가 그로부터 풍겨왔다. 신주리는 남자의 향기가 바비큐의 향기와 섞여 들어오자 정신을 차렸다.그녀는 숨을 들이마시고는 허리에 손을 얹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어나! 뭘 멍하니 있어? 허리 부러지겠다!"육경서도 이내 정신을 차리고 '아' 소리를 내며 서둘러 일어났다.그런 다음 그는 손을 뻗어 현관 앞에 힘든 자세로 서 있는 여자를 도와주었다. “운동도 안 하고 건강을 챙기면 무슨 소용이냐? 허리가 굳어서 이정도로도 힘들어하네.” 괜한 시비를 거는 것이 육경서가 민망함을 피하는 방식이었다.하지만 이 말에 분위기는 더욱 어색해졌다.이 말, 다른 뜻이 있는 것 같은데…다행히 신주리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녀는 싸늘한 표정으로 그를 선반으로 밀어 넣었다. "자, 그럼 넌 얼마나 유연한지 보여줘!"육경서는 초조하게 양손으로 선반을 잡고 그녀에 말했다. "진정해! 신사는 말로 하지 절대 사람을 때리지 않아!"신주리는 그를 거세게 밀다가 뒤로 물러서서 손에 든 가방을 들고 성큼성큼 걸어 들어갔다.“진짜 멍청하기는, 음식이 다 식어서 먹을 수가 없겠네.”“이봐, 거기 사람이
“풉!”신주리는 맥주를 뿜고 계속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그러자 육경서는 서둘러 맥주를 내려놓고 손을 들고 자연스럽게 그녀의 등을 두드리며 말했다. "뭘 그렇게 당황해? 아무리 내가 좋아도 그렇게까지 좋아할 건 없잖아."신주리는 기침을 멈추려고 애쓰며 얼굴을 붉힌 채 그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육경서는 그녀의 시선에 부끄러워하며 조금 뒤로 물러섰다. "왜 나를 그렇게 봐?"“얼굴이 어떻게 생겼는지 보려고? 어떻게 그렇게 뚱뚱한데 뻔뻔하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어?” 신주리의 표정은 심각했고 전혀 이해할 수 없다는 눈치였다.“...”육경서는 입을 삐죽거렸다.그는 가볍게 한숨을 쉬며 오는 길에 생각한 것을 말했다. "내가 은퇴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면 이 방법밖에 없어."신주리는 웃으며 말했다. “미안, 사실 은퇴해도 상관없어.”육경서는 풀이 죽어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신주리는 이를 보고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놀란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진짜? 집에서 그렇게 뭐라고 해? 정말 일 그만 둘 거야?" 그녀의 목소리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육경서는 술을 한 모금 마시고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 부모님이 너를 정말 좋아해. 연예계 은퇴하거나 관계를 인정하고 여자친구를 집에 데려오라고 하더라."신주리, “???”그녀는 턱을 매만지며 물었다. “부모님이 나를 좋아하신다고? 내가 그렇게 매력적인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매력을 느끼는 수준인 건가?”육경서는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게 요점이니?"신주리는 무미건조하게 웃으며 말했다. "미안. 너의 상황에 깊이 공감하지만 도움을 줄 수 없을 거 같다."육경서은 엉덩이를 들썩이며 더 가까이 앉았다. "도와줘!"신주리는 당황하며 말했다. "도. 도와줄 수 없어. " "도와줄 수 있어! 넌 해명도, 답변도 할 필요 없이 그냥 무시만 하면 돼!" “...”말이 참 쉽네. 게다가 신주리는 아직 대답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근데 이렇게까지 나오다니?“하지만 일이 그렇
육경서의 한 손은 카펫 위에 놓여졌고, 그녀를 사이로 다른 한 손은 그녀의 머리 뒤쪽에 놓여졌다...옆에서 보면 신주리는 그의 품에 갇힌 듯했다.이번이 두 번째 스킨쉽이었다. 술 때문인지, 열띤 대화를 나눠서인지, 신주리는 문에서 붙었을때 보다 더욱 긴장이 되었고, 얼굴이 살짝 뜨거워졌다.그녀는 그의 가슴을 밀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네가 먼저 일어나.”육경서는 그렇게 당황해하는 그녀의 모습을 처음 보았고, 그녀를 향해 악의적인 미소를 지어 보였다. "잘 생각해 봐."신주리, “...”"이러면 너가 나를 협박한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데." 그녀는 어색한 분위기를 풀기위해 노력했다.육경서는 자세를 바로잡았고, 반쯤 그녀를 짓누르며 태평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런 경우에는 사진이 찍혀야 협박할 수 있지."“너 무슨!” 신주리가 눈살을 찌푸렸다.육경서는 계속해서 그녀를 압박하며 진지하게 말했다. "부모님에게만 알리고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을 것을 약속할게. 일에 지장을 주지 않을 거야."신주리는 혼란스러웠다. “이게 내 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 알아?”육경서가 말했다. “세마 신작 홍보대사가 꼭 솔로여야하나?”신주리, “...이미 많은 영향을 받았어.”“최대한 빨리 처리할게. 아직 디자인 공모도 끝나지 않았고, 수중 시리즈도 나오지 않았어. 홍보대사는 아직 괜찮을거야. 그리고 형수님도 다른 사람한테 기회를 주진 않을거야.”육경서의 이 말은 강유리가 세마와 친분을 갖고 있으며 반드시 승인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을 찾을 것이라는 말에 지나지 않았다.하지만 신주리는 이를 다르게 해석했다.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물었다. “너 알고 있어?”육경서가 의아해하며 물었다. “뭘 알아?”신주리가 말했다. “너 형수가 세마잖아!”육경서, “...”신주리는 그의 표정을 보고는 천천히 손을 들어 입을 막았다.그가 전에는 몰랐던것 같았지만 이제는 안다.술을 마신 것도, 이 자세로 있는 것도 없던 일이 되었다. 그녀의 사고는 멈추었다.그를 밀어내고
육경서의 눈이 반짝였고, 끝내 마지못하는 척 돌아섰다.두 사람은 카펫 위에 나란히 앉았다.오랫동안의 침묵 후, 신주리는 애원했다. “여자친구가 필요한거면, 굳이 내가 아니어도 되지 않아?”육경서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 다들 너를 좋아해.”신주리가 이어서 물었다. “그럼 너는?”“나 뭐?”“너는 나 좋아해?”“...”육경서는 한참 멍하니 있다가 웃으며 말했다. "만나면 서로 헐뜯고 서로의 가장 추악한 모습도 봤는데, 어떤 감정도 없지! 너가 옷을 안 입은 채 내 앞에 있어도 난 아무렇지 않아!”신주리는 깊은 안도의 한숨을 쉬며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 "좋아, 나도! 그러면 너가 나에게 흑심을 품는 것에 대해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다!"육경서의 미소는 점차 희미해졌다. 그녀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에는 상처가 있어 보였다.그는 아무렇게나 말한거지만 그녀는 진심인 것 같았다.정말 그에게 전혀 관심이 없는 걸까?그렇게 매력이 없나?알코올 때문인지, 오늘 밤 너무 많은 자극을 받아서인지, 그는 무뚝뚝하게 한 마디를 내뱉었다. “한번 해볼래?” 신주리이 어리둥절했다. “뭘 해?”육경서은 옷을 집어 들었다. "내가 벗은 걸 보고 나에 대해 어떤 감정이 드는지 확인해 봐."신주리는 눈을 번쩍 뜨더니 손을 뻗어 탁자 위의 휴대폰을 들었다. "잠깐만. 동영상 찍을래! 휴대폰에 간직해서 귀신 쫓는 부적으로 들고 다니고 싶어."육경서, “...”다음 날.강유리는 정오까지 잠을 잤다.육시준은 침대 옆에 누워 태블릿으로 문서 작업을 하고 있었다.강유리가 민망할까 봐 아래층으로 가지도 않고 있었다.“우리 뒷문으로 몰래 나가는 게 어때?”정말 민망했다. 모든 것을 안다는 듯 모호함으로 가득 찬 송미연의 눈빛만 생각하면 쥐구멍으로 숨고 싶었다. “다 너 때문이야!”육시준은 아무렇지 않게 옷을 입었다. “나 때문? 어젯밤에 누가 나한테 달려들었더라?”강유리, “...”화가 난다.이 남자는 얄밉게도 잘 피해간다.그녀는 이불을 끌어당겨 몸을 단
육시준은 그녀의 관심을 돌리기 위해 화제를 돌렸다. "어젯밤 엄마랑 위층에서 무슨 얘기했어?” 강유리는 눈을 깜박이며 식기를 집어 들었다. “별다른 말 안 했어. 그냥 네 사진 봤어. 어렸을 때도 잘생겼더라고, 역시 내 남편이야.” 육시준은 눈을 치켜뜨며 의아한 눈으로 그녀를 힐끗 쳐다보았다. “사진만 보고 고성 그룹 이야기는 안 물어봤어?” 그의 물음에 강유리 놀라 식기에서 손을 뗐다. 그녀는 완전히 잊어버리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때 그녀의 정신은 온통 육시준에게 쏠려 있었기에 이 남자가 일을 그르치게 만들었다. "아빠한테 물어봤어?" 그녀는 되물었다. 육시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아버지는 그런 일에 관심이 없으셔서 아시는 것이 없어. 엄마는 조금 알고 계실 수도 있어. 난 네가 물어볼 줄 알았어.” 대부분의 경우 소문에 관해서는 남자들은 관심이 없고 여자들은 더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강유리가 그녀에게 물어보고 뭔가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잊어버렸어, 아니면 이따 점심 먹고 물어볼까?” 강유리는 이 말을 하면서 또 무슨 생각이 났는지 얼굴에 고민이 가득했다. 육시준은 그녀를 보며 부모님을 앞에서 조심하긴 했지만, 목소리서 애정을 숨길 수 없었기에 그녀가 당분간 여기 있고 싶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아니야, 됐어. 엄마도 그런 걸 잘 모를 거야.” "아." "다음 주말에 시간 있어? 네가 재미있어 할 만한 곳에 데리고 가고 싶은데." 육시준이 부드럽게 말했다. 강유리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풀이 죽은 목소리로 말했다. "난 지금 아무것에도 재미를 못 느껴.” 육시준은 미간을 좁히며 말했다. "그래? 미드힐 클럽은 서울 상류층에서 잘 알려진 가장 큰 자동차 경주 클럽이야. 다음 주 주말 고우신이 경기에 출전할 거야.” 강유리는 손을 멈추고 얼굴을 들어 반짝이는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건 재미있겠다.” ...... 강엘 주얼리는 세마의 지위와 맞먹는 담당자를 책임자로 앉혔는데, 이
"성신영이라는 비전공자에게 주의를 기울이지 못한 것은 내 실수예요!” 차가운 목소리가 하이힐이 바닥에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들려왔다. 강유리는 문을 열고 서류 뭉치를 들고 들어오면서 성홍주의 얼굴을 바라보며 말했다. “근데 전 입사한 지 얼마 안 된 인턴이라 참가자 명단도 보지 못했는데, 예선 통과자 명단을 어떻게 볼 수 있었을까요?” 성홍주는 경각심으로 가득 찬 눈으로 그녀를 보며 물었다. "여긴 왜 왔어?” 강유리는 손에 들고 있는 서류를 흔들며 억울한 목소리로 말했다. "회의잖아요, 나도 이 회사 소액주주인데 이 회의실에 들어올 자격이 없나요?.” ".....” 성홍주는 아무 말하지 못했다. 하마터면 이걸 잊을 뻔했다. 그런데 며칠 전에 그녀는 회사에 오지 않았던가? "예선 명단에는 이 두 사람만 빠진 게 아니라 괜찮은 좋은 작품을 제출한 참가자들로 이유 없이 탈락한 것으로 알고 있어요.” 강유리는 자리에 앉아 곧바로 업무에 관해 이야기하였다. “세마의 공식 블로그에 벌써부터 공정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어요. 사람들이 만약 연이어 목소리를 낸다면, 이 콘테스트는 접는 게 좋아요.” 성홍주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세마가 우리를 위협하기 위해 다른 디자이너들과 협력하기라도 한다는 거야?” 강유리는 고개를 들어 마치 어디 모자란 사람을 바라보듯 그를 보았다. 그녀는 그와 말을 섞기 귀찮다는 듯 주주들 사이에 있는 낯익은 얼굴에 시선을 돌리며 따뜻한 목소리로 물었다. "사인호 아저씨, 어떻게 생각하세요?” 강유리가 나타난 순간부터 이사회 사람들은 매우 흥미진진해하며 상황을 지켜보았다.놀라는 사람도 있었고, 경멸하는 사람도 있었고, 무관심한 사람도 있었다. 사인호는 재미있어하며 흥분해하는 사람들 중 하나였다. 그는 강유리가 자신에게 인사하며 질문하는 것을 듣고 가볍게 기침을 하고 공적인 자세를 취하며 대답했다. "성 이사님께서 아마 혼란스러우셨던 것 같습니다. 세마가 우리와 협력하게 된
".....” 성홍주는 말문이 막혔다. 그가 평소에 그룹에 인자한 아버지의 상을 남기기 위해 노력한 탓이었다. 그룹 안에서 오랫동안 일한 사람들을 포섭할 때 가장 많이 한 말은, ‘유강 그룹은 앞으로 모두 강유리의 것이 될 것이고, 자신 역시 그저 월급 받고 일하는 사람 중 한 명일뿐이다.’ 이었다. 모두들 강 씨 가문을 생각해서 협조해야 한다. 그는 지금 자신의 막내딸을 돋보이게 하고 싶은데, 이 고집불통들은 늙은이들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강유리는 그가 난처해하는 모습에 기분이 좋아졌다. "다행히 예선 통과 명단이 발표되지 않아 해결의 여지가 있어요.” 성홍주는 고개를 뻣뻣하게 세운채 물었다.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데?” 강유리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 "당연히 저는 해결할 수 없어요. 하지만 추연화 선생은 할 수 있어요. 그가 나서서 모든 출품작과 심사 기준을 공개하고 본선 진출자 명단을 조정하면 돼요.” 추연화 선생은 세마만큼 유명한 거장이었기에 그가 나서 준다면 대중의 의심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었다. 게다가 강엘 주얼리 책임자로 부임한 지 얼마되지 않아 위신을 세울 수도 있었다. 이상과 현실에 모두 적합했다. 이사진은 그녀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며 낮은 목소리로 의논했다. 그러나 선뜻 그녀의 말에 동의를 표하지 못하고 성홍주를 바라보기만 했다. 성홍주는 강유리를 바라보며 잠시 생각하는 듯하더니 입을 열었다. "이 일은 다시 곰곰히 생각해 보자.” "생각이요?” 강유리는 어이없는 눈빛으로 말을 내뱉었다. 성홍주는 거드름을 피우며 말했다. "이 일의 결과는 유강 그룹의 명성과 발전에 영향을 미칠 거야. 네 작은 엔터테인먼트 회사들과는 달리, 마음대로 해도 돼....” "아, 맞다, 그룹 이전 일은 다 성 이사님 혼자서 결정하신 거였죠?” 강유리가 그의 말을 자르며 끼어들었다. "맞아요, 원래 절대적인 의사결정권을 가지고 있었잖아요! 하지만 지금은 달라졌어요. 제가 그룹에 합류해서 판도가 바뀌었
신주리는 고민하다가 말했다.“난 최근에 일이 많지 않아 괜찮지만 다음 달에 곧 새로운 촬영을 시작할 거야.”육시준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다음 달에 돌아가면 촬영 일정을 맞출 수 있어요.”육경서는 그들이 두어 마디 말로 일정안배를 끝내가 다급하게 입장을 밝혔다.“나도 있어! 주리가 돌아가지 않으면 나도 안 돌아갈래!”신주리는 흘겨보며 물었다.“넌 바쁘지 않아?”“마침 이 영화가 촬영을 마감할 예정이야. 기타 활동은 중요한 건 뒤로 미루고 중요하지 않은 건 매니저더러 거절하게 하면 돼.”육경서는 미처 깊게 생각하지도 않고 말했다.강유리는 반대하지 않고 귀띔했다.“강덕준 감독이 널 죽일 수도 있어.”육경서는 아랑곳하지 않았다.“괜찮아. 한 달뿐이잖아. 설마 날 따라 여기까지 오겠어?”강덕준이 그를 죽일지는 둘째치고, 어쨌든 지금 바론 공작은 그를 죽여버리고 싶었다.그는 그저 예의상 딸아이의 친구들을 초대해서 놀게 했을 뿐인데 결국 딸아이가 다음 달 귀국하는 일정을 안배하게 되다니?병원에서 육시준이 비아냥거리던 말을 그는 실행할 계획이었다. 단계마다 다른 이유로 딸을 만류하고 싶었고 시름 놓고 이곳에서 편히 안태하게 하고 싶었다.그러나 사위는...만약 자기 일을 다 처리했다면 남아있어도 괜찮았다. 부양할 수 없는 것도 아니니 말이다.그러나 지금 덤으로 두 사람이 더 생겼고 또 이 두 사람은 시간 맞춰 돌아가야 했다. 돌아가지 않으면 재촉당할 것이 뻔하다.“두 분이 바쁘면 굳이 남지 않아도 돼. 유리는 지금 손님 접대하는 게 불편하거든.”그는 정색해서 다시 말했다.그러자 여러 가지 눈빛이 삽시에 바론 공작을 향했다......신주리와 강유리는 제작팀과 반나절만 휴가를 냈기 때문에 오후에 돌아가야 했다. 그러나 오전 시간만으로 두 친구가 얘기하기엔 터무니없이 부족해 강유리는 직접 감독에게 전화해 하루 연장했다.점심시간.신주리는 육시준의 자리에 앉아 강유리의 옆에 누워 계속 절친끼리 이야기를 했다.강유리는 이번에 단도직입적
저쪽에서 한참 동안 침묵이 흘렀다.상대방도 자신만큼 놀란 모습을 상상하며 육경서는 다음 이야기가 기대되었다.그러나 생각지도 못하게 송미연은 놀랐지만 기뻐하는 기색이 없었다.“유리 찾으러 갔어? 프로그램을 녹화한다며 왜 그들을 찾으러 갔어? 거기는 시간이 아직 이르지 않아? 이맘때면 유리는 잠을 잘 자지도 못했을 건데...”송미연은 육경서가 철이 없이 강유리가 잘 쉬지 못하게 방해한다고 한바탕 야단을 쳤다.그러나 그녀의 말은 한 가지 중요한 소식을 알렸다.“진작 알고 있었어요?”“물론이지!”송미연은 자랑스럽게 말했다.“며느리가 임신했는데 이렇게 큰 소식을 어떻게 바로 나에게 알려주지 않을 수 있겠어? 경고하는데 너무 떠들지 마. 네 형수님을 화나게 하면 안 돼! 그냥 녹화만 잘하면 되는 거 아니야? 주리가 널 용서했어? 왜 돌아다니며 다른 사람의 가십거리를 알아내려고 해! 이번에 돌아와서 주리의 용서를 받지 못한다면 넌 아예 돌아오지도 마!”...화제가 자신을 욕하는 방향으로 변해버리자 육경서의 열정은 순식간에 식어버렸고 목소리도 누그러들어 어쩔 수 없이 말했다.“알았어요. 알았어요. 제가 원한 줄 아세요? 이것도 어쩔 수 없었기 때문이잖아요...”“뭐가 어쩔 수 없다는 거야? 모두 네가 자초한 거잖아! 쌤통이야!”“...”“섬에서의 상황이 어떤지 모르니 넌 주리를 잘 돌봐야 해. 난 실시간으로 라이브 방송을 살펴보고 있을 테니 넌 주리 괴롭히지 마.”송미연이 또 당부했다.육경서는 머뭇거리다가 정색해서 대답했다.“알았어요. 걱정하지 마세요.”송미연은 또 몇 마디 더 당부한 후 전화를 끊었다.육경서는 어두워진 휴대폰 화면을 보며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잘됐어. 아빠 엄마가 다 주리를 좋아하니 나중에 언제든지 주리는 억울함 당하는 일이 없을 거야. 적어도 내가 있는 한 억울함 당하지 않을 거야...”...점심은 빌라의 셰프가 만든 영양식이다. 맛은 좋지만 오래 먹으면 질릴 수 있어 강유리는 이 음식을 보며 저도 모르게 한숨
그러나 앉은 자리가 아직 따뜻해지기도 전에 육경서는 흥분된 듯 바로 일어나 소리쳤다. “뭐? 임신했다고?” 바론 공작은 짜증 섞인 눈길로 그를 쳐다보며 말했다. “목소리 좀 낮춰. 뭘 그렇게 놀라!” 그는 지금까지는 침착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사실 소식을 들었을 땐 당황하고 흥분했던 걸 그가 모를 리 없었다. 육경서는 입을 막으며 어색하게 다시 앉았다. 하지만 그의 눈빛은 반짝이며 감출 수 없는 흥분이 드러났다. ‘나 이제 삼촌 된다! 삼촌 된다!’ “의사가 말하기를 첫 3개월은 불안정하니까 특히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아버지도 이 소식을 공개하지 말고 태아가 안정될 때까지 기다리자고 하셨다.” 바론 공작은 드물게 인내심을 가지고 설명했다. 그는 그 말을 끝내며 신주리를 한번 훑어봤다. “그래서 나는 유리를 위해 사람들을 안배해 가까이서 돌보게 한 거다.” 그의 시선을 느낀 신주리는 고개를 들었다. 그녀는 공작을 한 번 보고 다시 눈을 내리깔며 강유리의 아랫배를 바라봤다.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마치 한번 만져보고 싶은 듯했지만 참았다. 그녀의 눈은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고 육경서와 같이 흥분과 기쁨을 숨길 수가 없었다. 그녀는 강유리의 아랫배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래서 지금 이 안에 작은 생명이 자라고 있는 거야?” “맞아.” 강유리가 그녀를 보고 웃으며 말했다. 신주리는 표정은 진지했지만 눈 속에 담긴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럼 만져봐도 돼?” 육경서도 순간 정신을 차리며 손을 내밀었다. “나도...” “안 돼!” “안 돼!” 두 명의 목소리가 동시에 차갑게 외쳤다. 그들의 무리한 요구를 바로 거절했다. 강유리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돌려 옆에 있던 두 남자를 쳐다봤다. 그녀는 그들에게 체면을 차리지 않았고 대신 신주리에게만 속삭였다. “조금 있다가 방에 들어가면 만져도 돼.” 육시준과 바론 공작은 동시에 얼어붙었다. ‘우리가 안 들릴 거라고 생각하나?’ 육경서는 기대에 찬 눈빛으로 강유리를
육경서는 얼굴에 기쁨이 가득한 채 입을 열려던 순간 정원에서 누군가가 다가왔다. 그 사람은 유창한 한국어로 두 사람에게 따뜻하게 인사했다. “이쪽이 둘째 도련님이랑 신주리 씨 맞으시죠? 강유리 아가씨께서 이미 기다리고 계십니다.” “안내 부탁드려요.” 신주리가 부드럽고 예의 있게 대답했다. 육경서는 잠시 멍한 표정을 지었다. ‘이 사람, 왜 이렇게 때맞춰 나타나는 거지? 다른 때는 왜 안 오고, 바로 이때 오냐고!’ “잠깐만요. 저희 형수 말고 일단 먼저 빌라를 둘러보고 싶어요!” 그가 급하게 발걸음을 옮기며 안내하는 집사를 붙잡았다. 집사는 그의 눈을 한 번 쳐다본 뒤 다소 의아해하는 표정으로 멈췄다. 신주리는 미소를 띤 채 침착하게 말했다. “미안해요. 낯을 가려서 그래요.” 육경서는 혼란스러웠다. ‘이게 무슨 말이야? 내가 낯을 가린다고? 왜 그렇게 갑자기...’ 집사는 이해한 듯 웃으며 공작님도 그들의 방문을 매우 기쁘게 생각해 오늘 특별히 이곳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육경서는 그 한마디도 제대로 듣지 않았고 눈앞의 신주리를 원망스러운 눈길로 바라봤다. ‘주리는 도대체 이게 무슨 뜻이야? 너무 쉽게 대답해서 다시 부정하려는 건가?’ 그들이 정원으로 들어섰고 이곳은 여전히 고요하고 우아한 분위기였다. 뜨거운 태양 아래 한쪽에서 차와 다과가 준비된 작은 테이블이 보였다. 강유리는 햇볕을 가린 파라솔 아래에 앉아 있었고 그 앞에는 육시준이 전화를 끊고 있었다. 바론 공작이 불만을 표하며 입을 열었다. “하루 종일 그 전화기 들고 있으면 안 돼! 그렇게 바빠? 전자기기 방사선이 얼마나 해로운지 알지? 의사 선생님이 말했잖아. 첫 세 달은 불안정하다고, 푹 쉬어야 한다고!” 육시준은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지난달에 돌아갔으면 이미 처리했을 일인데요.” 바론 공작은 얼굴에 불편한 기색이 스쳤다. “일이라는 게 끝날 수 있나? 돌아가면 내 딸과 시간을 제대로 보낼 수 있을까 몰라!” 육시준이 말하려던 순간 강유
감독은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강하게 반박하지도 못하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규정에 따르면 녹화 중에는 제작진 팀을 이탈하면 안 됩니다.” 역시나 신주리는 가볍게 되물었다. “녹화 시작할 때 그런 규정은 없었잖아요? 갑자기 추가된 건가요?” “그건 아니지만 지금 상황이...” “그럼 우리를 일부러 견제하려는 건가요? 그럼 그냥 프로그램 안 하면 되죠?” 감독은 말문이 막혔다. 사실 첫 번째 시즌에서 육경서가 사고를 당한 이후로 그는 이미 이 두 사람에게 꼼짝 못 하고 있었다. 조건을 협상하든 규칙을 정하든 이 둘이 하겠다고 하면 다행이고 안 하겠다고 하면 모든 게 물거품이 될 판이었다. 결국 이를 악물고 그는 포기했다. “알겠어요, 알겠어! 두 분 다 제가 졌습니다! 하지만 어디 가든 꼭 행선지를 알려주시고 제작진 팀에서 두 분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어야 합니다!” “걱정 마세요. 너무 오래 걸리진 않을 거예요. 점심 먹고 바로 돌아올게요!” 신주리가 대범하게 말했다. ‘점심도 먹고 온다고?’ 하지만 그가 불만을 표현하기도 전에 두 사람은 이미 유유히 그의 앞을 지나쳐 나가버렸다. 호텔 문을 나서자마자 감독은 서둘러 휴대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 전화기 너머로 나른한 목소리가 들렸다. “여보세요?” “강 대표님, 경서 씨랑 주리 씨가 지금 강 대표님을 만나러 갑니다! 그런데 프로그램 효과를 위해서 행선지에 대한 건 절대 발설하시면 안 됩니다!” 감독이 진지하게 말했다. 강유리가 태연하게 대답했다. “만약 제가 발설하면요?” 감독은 순간 당황했다. 그는 이런 대답을 예상하지 못했다. ‘아니, 이건 우리 회사의 프로그램 아니었나? 이렇게 마음대로 행동해도 되는 거야? 시청률이 안 오르면 강 대표님에게도 손해 아닌가?’ 감독은 빠르게 머리를 굴리며 어떻게든 이 대형 회사를 설득해야겠다고 결심했지만 강유리는 그의 말을 끊으며 다시 말했다. “농담이에요. 발설하지 않을 테니 걱정 마세요.” 감독은 긴 한숨을 내쉬며 안도했
비행기에 오를 때 각자 다른 생각을 품고 있었고 내릴 때도 마찬가지였다. 목적지에 도착했을 땐 이미 다음 날 새벽이었다. 제작진 팀은 미리 준비한 차를 타고 그들을 예약된 호텔로 보냈다. 해변가에 위치한 경치가 아름다운 5성급 호텔이었다. 모두들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번에 제작진 팀 정말 큰돈 쓴 거네! 이게 진짜 여행 같아!” “그렇지. 갑작스러운 느낌도 있지만 일정은 꽤 합리적이네!” “응, 또 감사한 건 처음에 우리 주리랑 경서에게 그 사건이 터진 후로 대우가 점점 더 좋아졌다는 거야. 그들은 정말 목숨을 걸고 얻은 거라니까!” 모두가 웃으며 체크인 절차를 마쳤다. 그때 감독 팀에서 메시지가 왔다. “오늘 밤은 여기서 쉬고 내일은 섬으로 갑니다.” 모두들 당황했다. ‘그래서 목적지는 여기가 아닌가?’ “목적지는 반대편에 있는 작은 관광 섬입니다. 규모는 작지만 최근 몇 년 동안 관광업이 급성장했습니다. 얼마 전 이 섬의 소유자가 바뀌어서 다시 한번 큰 화제를 일으켰죠.” 감독이 그렇게 말하자 신주리는 점점 더 익숙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그게 바론 공작이 유리에게 선물한 섬이죠?” 감독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육경서는 감탄하며 물었다. “그럼 어떻게 우리 형수를 설득했어요?” 감독 팀은 미소를 지으며 답하지 않았다. 실시간 채팅창에서는 감탄이 이어졌다. [유리 언니가 이번 프로그램을 위해 진짜 대규모로 투자한 거네!] [하하하, 유리 언니가 투자한 건 아니야. 그냥 완전 부모님에게 의지하고 있는 거지! 그리고 그 덕분에 도련님과 미래의 동서가 혜택을 보는 거고!” “나도 섬 주인 언니가 있었으면 좋겠다!” “이번에 유리 언니 우정 출연할지 궁금하다!” 아침 식사 후 모두 방으로 돌아가 시차를 맞추기 위해 잠을 청했다. 카메라는 잠시 쉬어갔다. 신주리는 비행기에서 잠깐 눈을 붙였기에 이제는 전혀 졸리지 않았다. 그녀는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은 후 모자와 선글라스를 쓰고 호텔 방을 몰래 빠져나
심지어 원피스까지 캐리어 하나에 다 준비해 놨다. “안 믿을지 몰라도 내가 쇼핑 리스트까지 작성했어. 엄마한테도 참고를 부탁했거든! 원피스는 엄마가 골랐어. 안심해, 눈썰미는 진짜 좋아!” 말을 하면서 그는 정말로 쇼핑 리스트를 꺼내서 신주리에게 보여줬다. 신주리는 그 리스트를 보지 않아도 이미 믿고 있었다. 심지어 조금 놀랐다. “너 그럼 네 짐은 어쩌고? 얼마나 챙겨왔어?” “짐 하나야. 나중에 필요하면 제작진 팀에 부탁할 거야!” 육경서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 말했다. 신주리는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그녀가 너무 오랫동안 육경서를 바라보고 있었던 탓인지 휴대폰을 들여다보지 않은 채 그를 쳐다보던 신주리가 이상하다는 걸 눈치챈 육경서는 본능적으로 고개를 들어 그녀를 쳐다봤다. “왜?” 신주리는 아무 말 없이 시선을 돌려 휴대폰 화면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렇게 많아?” 육경서는 묘한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그렇게 많은 건 아니야. Y 국에 있는 우리 회사 지사에서 몇 가지 더 준비해 줬거든...” 그가 말을 하다 갑자기 멈칫했다. 불필요한 말을 했다는 걸 깨달은 듯했다. 신주리는 그 모습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그리고 그녀의 머릿속에 갑자기 대담한 생각이 떠올랐다. “이번 목적지는 네가 제작진 팀에 요청한 거 아니야?” “무슨 말이야? 내가 그런 사람인 줄 알아?” 육경서는 당황한 듯 대답했다. “네가 그런 사람 아닌가?” 육경서는 잠시 생각에 잠긴 후 고백했다. “맞아, 그런 사람일 수도 있어. 하지만 이번에는 정말 아니야! 사실 내가 쓴 목적지는 원래 해변이었어. 이런 건 결국 다 준비해야 할 것들이잖아.” 신주리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대신 이제는 아예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다른 한편에서는 서진태와 소지석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서진태는 진지하게 소지석에게 도씨 가문의 그 양성 계획에 대해 물어보았다. 이 계획은 너무나도 비상식적이어서 의심의 눈초리를 거둘 수 없었다. 완전히 그들
[하하하, 이게 무슨 이상한 조합이야? 어쩐지 묘하게 어울리기도 하고 또 웃기기도 하네!] [처음부터 차 안에서 자리싸움만 아니었어도 이렇게 어색하지는 않았겠지.] [우리 지원 언니 한마디로 모든 흐름이 뒤집혔어!] [강미영은 도대체 무슨 속셈이지? 우리 지석이를 일부러 피하는 거야?] [다시 한번 말하지만 소지석 팬들 너무 이기적이지 마! 누구든 미영 언니에게 다가갈 수 있고 미영 언니는 모두를 거절할 권리가 있어!] 좌석이 정리되고 비행기가 이륙을 준비하자 라이브 방송은 일시적으로 종료되었다. 이런 24시간 라이브 촬영 프로그램에서도 이렇게 잠깐 동안만은 각자가 자신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강미영은 라이브 방송이 종료된 뒤 의아한 표정으로 한지원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여전히 왜 한지원이 굳이 자신과 함께 앉으려고 했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물론 지금 상황에서 누가 자신에게 같이 앉자고 했어도 마다하지는 않았겠지만... “미영 언니, 난 저 커플 팬이야.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얘기해. 그러니까 제발 내 최애 커플 깨지지 않게 도와줘!” 한지원은 진지한 얼굴로 이유를 털어놓았다. 강미영은 살짝 멍해지더니 결국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알겠어, 앞으로 네 최애 커플 잘 지켜주도록 할게.” 한지원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밝게 웃었다. “정말 고마워! 덕분에 내 최애 커플이 마음 편히 연애할 수 있게 됐어!” 강미영은 눈가를 약간 찡그리며 물었다. “근데 언제부터 걔네 둘의 팬이 된 거야? 그리고 지금 걔네 둘 관계 꽤 안정적이던데 내가 굳이 뭐 하러 그걸 망치겠어?” 한지원은 고개를 저으며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미영 언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중요한 건 이런 카메라 밖에서의 달달한 순간들이지.” 강미영은 순간 뭔가를 깨달은 듯 눈썹을 살짝 치켜세웠다. “혹시 영감이라도 떠오른 거야?” 한지원은 멍하니 있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언니의 작은 호의 하나가 한 명의 유명 만화가를 탄생시킬 수도 있어!” 강
그는 단지 이런 행동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다. 강미영에게 그를 좀 더 이해할 기회를 주고 소지석에게는 그가 혼자서만 밀어붙이지 않도록 눈에 띄게 하려 했다. 그러나 이 행동을 알아본 사람들도 있지만 일부 팬들은 그를 오해하거나 비판하기도 했다. [솔직히 말해서 서진태는 너무 경계가 없지 않나요? 경쟁하고 싶다 해도 이렇게까지 급하게 해야 하나요? 왜 꼭 같이 앉아야만 하는 거죠?] [맞아요! 강미영 언니는 분명히 불편해 보였고 바로 피해서 조수석에 앉았잖아요!] [좋아한다고 해도 좀 경계를 두고 해야죠.] [근데 소지석 팬들 너무 이중잣대 아니에요? 오빠가 같이 앉고 싶으면 직설적으로 다가가도 ‘멋지다, 드디어 마음을 표현했다!’고 하는데 서진태가 다가가면 ‘경계가 없다’고 비판하잖아요?] [맞아요. 서진태는 사실 강미영 언니와 앉고 싶은 것보다는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던 거죠.] 댓글창은 점점 떠들썩해졌다. 신주리와 육경서의 강미영에 대한 이해도는 완벽했다. 감정상에서 경쟁이 시작되면 그녀는 주저 없이 피할 것이다. 강미영은 감정을 물건처럼 경쟁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런 성격의 프로그램에서는 남성들끼리의 경쟁이나 여성들끼리의 경쟁이 감정을 더 순수하지 않게 만들 수 있고 로미오와 줄리엣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결국 그런 외적인 압박이 감정을 더 강화시키는 효과가 생기게 된다. 사실 그들이 정말 사랑하는 건 아닐 수도 있다. 단지 지는 걸 참지 못해서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그녀와 고정남의 관계도 그랬다. 주위에서 반대할수록 더 진지하게 여겨졌던 그 감정이었지만 결국 그것은 진정한 사랑이 아니라 엉망이 된 감정이었음을 깨달았다. “네가 졌으니까 내 선물 잊지 말고 사 와.” 신주리는 자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육경서는 그 결과를 보며 입술을 삐죽 내밀고는 돌아서서 그녀에게 엄지를 치켜들었다. “이번엔 네가 이겼어.” 신주리는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 “이번? 그럼 다음에도 나랑 내기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