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를 내려고 하던 강유리는 눈살을 찌푸리면서 물었다.“보고하지 않았다고? 어제 네가 바람피우는 현장을 잡으러 오라고 전한 거 아니었어?”문기준은 강유리의 격한 표현에 입꼬리를 살짝 떨면서 대답했다.“전 그런 적 없습니다. 제가 아닙니다.”“그럼 누구야?”“저도 모릅니다.”아무 말 없던 강유리는 머릿속에 뭔가 떠올랐다가 확신이 서는 듯했다. 육시준은 그녀가 거절했다는 거에 대해 화를 낸 게 아니라 거절을 한 것도 모자라 임천강을 만났다는 점에 화가 난 것이고 어젯밤에 했던 말들도 일부러 그녀에게 들으라고 한 말이 확실했다.전 애인과 아무리 아름다운 추억이 많다고 해도 그건 그저 추억일 뿐이고 사람은 현재를 살아야 한다는 말…아름다운 추억은 개뿔, 임천강과 그녀의 추억 속에는 금전 거래밖에 없었다!화가 잔뜩 난 강유리는 다시는 육시준과 연락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면서 휴대폰이 들어있는 가방을 구석에 던져버렸는데 이내 가방을 힐끔 쳐다보던 그녀는 손을 뻗어 가방을 잡아당겼다.그를 달래주진 않아도 사실을 정확히 알려서 말도 안 하고 떠난 육시준이 자기 행동을 후회하게 만들고 싶었다.이런저런 생각에 장편 문자를 작성한 강유리가 전송을 눌렀지만 한참이 지나도 문자가 전송되지 않았다.눈살을 확 찌푸리던 강유리가 전화를 걸었지만 신호가 터지지 않았다.“네 휴대폰은 통화 가능해? 신호 터져?”그녀가 고개를 든 채 문기준에게 묻자 문기준은 휴대폰을 꺼내 만지작거리다가 대답했다.“아니요.”억수로 쏟아지는 폭우에 빗방울이 여기저기 튀고 있었으며 빗속을 달리는 벤 안에서는 창밖의 풍경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호텔에서 배치해 준 운전기사는 두 사람의 대화에 조심스럽게 설명했다.“이쪽은 개발 구역이라 경제 발전이 다른 곳에 비해 뒤떨어졌습니다. 특히 비 오는 날에는 항상 신호가 잘 안 터집니다. 이곳만 벗어나면 괜찮을 겁니다.”살짝 짜증이 난 강유리는 고개를 숙여 휴대폰을 만지작거렸고 문기준은 기사를 힐끔 쳐다보다가 눈빛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한편, 목적지
한편, 밴에 앉아있던 강유리는 시간이 지날수록 느낌이 이상했다. 주변의 풍경이 낯선 것도 모자라 점점 외진 곳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들이 묵고 있었던 반산 호텔 주변에는 산과 물을 등지고 있었으며 조금만 내려오면 산길을 지나긴 해야 하지만 그 산길은 평평할 뿐만 아니라 주변에 이런저런 가게들도 많았다.하지만 지금 그들이 가는 길은 한 시간이나 넘게 운전했는데도 점점 더 가파르기만 했다.“기사님, 서울로 가는 길을 잘 알고 있는 건가요? 내비게이션을 켜야 하는 거 아니에요?”“당연히 잘 알고 있죠! 이 길은 제가 자주 가는 길입니다. 조금 외진 길이기는 해도 큰길보다 30분 정도 빨리 도착할 수 있어요, 걱정하지 마세요!”기사가 담담하게 대답했지만 강유리는 눈살을 찌푸리며 계속 물었다.“날씨도 안 좋은데 안전한 길로 가는 게 나을 것 같아요. 저희가 시간이 급한 건 아니니까요.”“육 회장님께서 시간이 급하다고 하셨습니다.”기사가 말을 얼버무리자 강유리가 날카롭게 물었다.“어떤 육 회장님이요?”기사는 더 이상 대답이 없었지만 대신 운전 속도를 점점 더 올리기 시작했으며 밴은 곧 사고라도 날 듯이 빠르게 달렸다.두려운 마음에 입을 닫은 강유리는 백미러를 통해 자기를 쳐다보고 있는 문기준과 눈이 마주쳤고 서로를 바라보던 두 사람은 동시에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뒷좌석에 앉아있던 강유리는 손목에 차고 있던 시계에서 마취 주사를 발사했고 그 주사는 정확하게 기사의 목에 꽂혔다.숨을 크게 들이마신 운전기사는 두 사람의 의도를 눈치채자마자 마지막 남은 힘으로 핸들을 확 꺾어버렸고 차는 빠르게 가드레일을 향해 달려갔다.이와 동시에 곁에 있던 문기준이 핸들을 빼앗은 뒤, 다른 한 손은 브레이크를 잡았다.절체절명의 순간, 까만색 밴은 외진 길에서 이리저리 비틀거리다가 마지막 순간 벼랑 끝에서 멈추었고 앞바퀴는 그대로 길을 따라 굴러갔다.힘들게 차에서 내린 강유리는 곁에 놓여 있던 우산까지 들고 있었고 밖에 서서 긴장한 듯 그녀를 부축하려고 하던 문기
”여기서 그 사람들이 확인하러 올 때까지 기다릴 거야. 상대방은 내가 목숨을 잃을 상황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을 데리고 오지도 않을 거잖아?”“이건 도박입니다. 위험해요.”문기준은 강유리에게 경고하긴 했지만 눈빛은 어느새 반짝거리고 있었다. 솔직히 그는 명문 가문들 사이의 싸움이 소꿉장난처럼 느껴졌으며 특히 여자를 상대하는 짓이 지겹기도 했다.육시준이 반드시 강유리의 안위를 최우선으로 두라고 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도망가려고 했던 것일 뿐, 그 이유만 아니면 문기준의 특수한 신분, 전쟁에 최적화된 피가 흐르는 그는 절대 걸어오는 이 싸움을 피하지 않았을 것이다.그의 생각을 눈치챈 강유리가 눈썹을 치켜올리며 그를 자극했다.“겁나면 너 먼저 가도 돼.”그녀의 자극이 먹히긴 했지만 문기준은 또 다른 걱정이 생겼다.“만약 상대방이 조심스러운 사람이라 들통날까 봐 안 나타나면 어떡할 거예요?”“그럼 구세주를 기다리는 거라고 치지 뭐! 너희 육 회장님이 질투도 많고 쪼잔하긴 해도 한 가지 확실한 건 있어. 싸우더라도 부부 사이의 애정을 보여주는 것에는 전혀 영향을 주지 않거든.”점심시간이 됐으니 그는 평소대로 그녀에게 점심을 먹었는지 전화할 것이고 연결이 되지 않는 지금,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고 그들을 찾으려고 갖은 방법을 쓸 것이다.문기준은 자신의 옛 보스를 보잘것없이 평가하는 강유리의 말에 백 번이고 반박하고 싶었지만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모시고 있는 현 대표님의 말과 행동에 무조건 찬성하는 건 보디가드로서의 직업적 도덕이었기 때문이다.벼랑 끝에 매달려 휘청거리는 차에는 더 이상 앉아있을 수 없었기에 두 사람은 우산을 쓴 채 길가에 서 있었다.한 시간 정도 지난 지금, 비는 여전히 퍼붓고 있었고 뚫어진 우산 안으로 빗방울이 뚝뚝 떨어졌다.어느새 강유리의 앞머리는 흥건히 젖어버렸고 축축하게 이마에 붙은 머리 탓에 그 모습은 유난히 비참해 보였지만 팔짱을 낀 채 허리를 쭉 펴고 있는 그녀는 여전히 오만하고 자신감이 넘쳐 보였다.같
그리고 그는 자기 쪽을 봤다. 그를 포함해서 4명이 있다.눈에 거슬리는 경호원부터 해결하기로 했다.그리고 강유리를 해결하려 했다.그의 눈에서 음흉한 빛이 스쳤고 독사처럼 강유리를 지켜보았다. "그래! 네가 스스로 죽으러 왔으니 내가 독하다고 탓하지 마! ""......"강유리는 문기준 손의 우산을 넘겨받았다. "해결할 수 있겠어? "문기준은 행동으로 그녀에게 대답했다.3분도 안 돼 경호원 2명과 운전기사를 바닥에 쓰러뜨렸다.성한일은 놀라서 얼굴이 하얗게 질려 허둥지둥 차 문을 당겨 올라가려고 했다.이 여자는 워낙 싸움을 잘했고, 게다가 옆에 이렇게 강한 사람이 있어 지금 부딪힌다면 자신이 이득을 볼 수 없다……가녀린 작은 손이 그를 손쉽게 끌어내렸다.강유리는 그의 무릎을 걷어찼다. 그가 땅에 무릎을 꿇고, 그녀는 차가운 목소리로 따라오고 있는 문기준을 막았다. "동생을 교육하는 일 내가 하면 돼."성한일은 땅바닥에 털썩하고 무릎을 꿇었다. 아프고 분노했다. "미친년! 누가 네 동생이야…… ""짝! "강유리는 숨결 하나 흐트러지지 않고 손바닥을 날렸다. 그리고 가볍게 물었다. "아니라고? ""재수 없는 년! 네 남편이 아버지를 도와주지 않으면 그만이지 네가 넷째 도련님을 건드려서 아빠가 이번 계약을 잃을 뻔했어…… "성한일은 입이 가볍다. 할 말 못 할 말 다 해버렸다.강유리가 육씨 넷째 도련님의을 잘 못 건드렸다고 암시했다. 그래서 그가 성씨 가문을 도와주지 않으려 하고 그녀가 서울에 돌아오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표시했다.그래서 이 멍청이는 잔꾀를 써서 교통사고를 일으키려고 했다."강유리, 죽어 마땅한 년! 하느님마저 나를 돕고 있어! 원래 네 남편이 옆에 있어서 기회가 없었는데 그가 파주에 가서 너를 지켜줄 수 없게 됐어! 3년 전 네가 망신을 당해서 아빠가 너를 쫓아냈어. 무슨 뜻인지 모르겠어? 우리는 네가 돌아온 걸 환영하지 않아! 성씨 가문과 서울도 널 환영하지 않아. 너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말았어야
강유리는 눈빛이 차갑게 변하더니 재빨리 옆으로 피했다.하지만 성한일은 미처 움직임을 멈추지 못하고 절벽으로 몸을 던졌다.그의 득의양양한 눈빛은 순간 놀라움으로 변했다.다음 순간 목덜미가 가볍게 잡혔다.귓가에는 여전히 그 시큰둥하고 거만한 소리였다. "내가 이 세상에 존재하지 말았어야 한다고? 그럼 너는? "성한일은 안개로 인해 끝이 보이지 않는 절벽을 보며 침을 삼켰다. "강유리, 안돼…… ""네가 뭔데? 네가 날 환영하지 않는다고 서울도 날 환영하지 않아? 다른 사람에게 이용당한 것도 모르면서, 또 그걸 자랑이라고. 하느님이 널 도와준다고…… 내가 보기에는 넌 그냥 지적 장애가 있는 멍청이야. 지능은 아직 태아 수준이지! 넌 머리도 없어? "강유리의 안정적이지 못한 손은 옷깃을 잡은 채 흔들거렸다.그녀가 싸움을 아무리 잘 한다 하더라도 몸집이 작아서 180센티미터 넘는 성한일을 잡고 있는 건 여전히 힘들었다.이를 느낀 성한일은 조급한 마음에 파열된 듯한 목소리로 외쳤다."강유리…… "손이 또 아래로 조금 떨어졌다.그는 온몸이 굳으면서 경악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누나! 이러지 마. 일단 나 먼저 놔주면 안 되겠어? 누나 힘이 약해서 손이 미끄러지기라도 하면 어떡해. 빨리 나 좀 당겨줘! ""누나? 나는 너 같은 어리석은 동생 없어. 손이 미끄러지면 죽으면 되고. 염라대왕전에서 널 환영할 것 같은데…… ""......"성한일은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좋은 말도 하고 사과도 계속했다.그녀의 움직임이 보이지 않자 위협하기 시작했다. "강유리! 나는 성씨 가문의 유일한 남자야. 만약 내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아빠는 절대 너를 가만두지 않을 거야! ""그래? 네가 여기서 죽는다면 누가 알 것 같아?"강유리는 작은 목소리로 말하며 손을 놓으려 했다.성한일은 완전히 당황하여 눈물이 흘리며 소리쳤다. "아! 살려줘! 엄마, 살려줘! 이 미친년아, 난 귀신이 되어서도 널 가만두지 않을 거야! "처절한 비명과 함께 강유리는 그
"사모님, 아는 사람입니다. "문기준은 상대를 알아보고 강유리에게 보고하고 차에서 내려 그쪽과 교섭했다.무슨 말을 했는지 모르지만 상대방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길은 양보하지 않고 혼자 걸어와 차창을 두드렸다. "사모님, 발걸음을 옮기세요. 저희가 모셔다드리겠습니다. "강유리는 차창을 반쯤 내리고 본인은 내릴 뜻이 없었다. "저희 차 있어요. "신하균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 차는 증거물입니다. 사모님이 몰고 가시면 제가 난처해집니다. ""???"신하균은 이 여인의 신중함을 매우 높이 평가했다. 한번 속아서 그를 믿지 않는 것도 정상이다.그는 형사증을 꺼내 강유리 앞에 내밀었다."형사 수사대 신하균이고 육시준의 친구입니다. 사모님, 저를 의심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 "강유리는 육시준의 친구라는 말을 듣자 마음이 조금 놓였다.그의 이름도 성공적으로 그녀의 관심을 끌었다."혹시 신주리의 오빠세요? "신하균은 멈칫했다. 연예계의 정보에 별로 관심을 기울이지 않지만 여동생은 관심하고 있어 얼마 전 신주리가 소속사를 옮긴 일은 알고 있다.앞에 있는 이 여자가 그녀가 얘기했던 새 대표인 것 같았다."주리가 저에 대해 얘기해요? "신주리는 업무 중에 자신의 개인적인 일을 언급하지 않는다.이러고 보면 두 사람은 사이가 괜찮은 것 같았다.강유리는 입꼬리를 올렸다. "자주 얘기하죠. "그리고 미친 듯이 주선해 주기도 하고……강유리는 신하균의 차를 탔다. 그 뒤에 있던 많은 차량은 두 길로 나뉘었다. 일부는 반산호텔로 돌아가고 일부는 정상으로 갔다.신하균은 차에 오르자 말이 많아졌다. 분명 새침하고 엄숙한 얼굴인데 꽤 수다스러웠다."우리가 알아낸 단서와 사모님이 방금 운전한 차를 보면 모든 증거는 성한일을 가리키고 있어요. 이미 경계하고 있어서 우리가 현장에서 사람을 잡을 가능성이 매우 낮습니다. 이 일은 의도적인 살인으로 정의할 수 있고 집안일로도 정의할 수 있습니다. 사모님의 생각에 따라…… ""저더러
그는 그녀의 반응을 믿을 수 없다는 듯 아래를 내려다보며 등을 두드려 주었고 인내심 있게 다시 물었다."놀랐어?"강유리는 여전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머리를 육시준 가슴에 문지르며 여전히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운전석의 신하균이 차에서 내려 인사를 하려고 했을 때 휴대폰이 울렸다.그는 옆에 가서 전화를 받았다.부하 직원이 전화를 걸어 그쪽 상황을 보고했다.전화를 끊고 느릿느릿 걸어온 그는 남자의 품에 안겨 놀란 여인을 보며 말문이 막혔다……너무 직설적인 눈빛에 강유리는 다운된 기분에서 빠져나와 고개를 들고 그를 올려다봤다."정말 도망갔어요? "육시준은 눈살을 찌푸렸다. "도망갔다고? "신하균은 황급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모두 그 밴에서 잡았어요. "강유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됐어요. "신하균은 강유리의 담담한 얼굴을 쳐다보고 참다못해 물었다. "사모님이 벗겼어요? "강유리는 멈칫했다.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들었을 때 의혹을 품은 육시준의 표정을 보았다. 그녀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난 아니에요. 제가 한 게 아니에요. 함부로 말씀하지 마세요. "신하균"…… "육시준은 강유리를 데리고 호텔 방으로 돌아갔다.그녀의 옷은 여전히 젖어 있었고 머리카락도 축축했다. 갈아입지 않으면 감기에 걸리기 쉬웠다.욕실에서 물소리가 들려오고 육시준은 바깥 소파에 앉아 전화로 신하균의 보고를 들으며 어이없다는 듯 미간을 문질렀다."문기준이 있는데 그녀가 직접 했다고 생각해? ""하지만 그런 방법은 그녀만이 생각해 낼 수 있지.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야? "육시준은 언짢은 말투로 미간을 찌푸렸다.신하균은 멈칫하더니 정색한 목소리로 말했다. "성씨 가문 일은 너무 복잡해. 강유리 씨도 마음이 독한 편이고, 만만하지 않은 것 같아. 너에게 다가온 동기가 단순하지 않은 것 같아.”육시준은 생각하고 말했다. "우리가 결혼한 전제가 그녀가 나를 스폰 해 주는 거야. "신하균 "???""그리고 그녀의 동기가 불순
강유리는 거절하지 않았다.호텔 방으로 음식이 배달됐고 맛있어 보였다.강유리는 점심도 먹지 않고 지금까지 서두르다 보니 벌써 오후가 넘어 저녁 시간이 다 되었다……강유리는 우아하고 빠르게 자신을 배를 채웠다. 그녀는 맞은편에 음식은 별로 먹지 않고 자기에게 요리를 집어주느라 바쁜 남자를 바라보았다."안 먹어? "상대방이 대답하기도 전에 그녀가 먼저 말했다. "하긴, 육 회장처럼 바쁜 사람은 시간에 맞춰 끼니를 챙겨 먹어야지. 이 이르지도 늦지도 않는 시간에 밥이 넘어가겠어? "그녀는 상대방이 건네준 국그릇을 받아 우아하게 한 모금 맛보았다. "나처럼 버림받고 굶은 채로 납치당한 것도 아니고. "육시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그래. 이 집 사모님은 나쁜 놈들과 싸우고 그들의 옷까지 벗겼으니 확실히 체력 소모가 컸을 거야. ""풉."방금 입에 넣은 국을 다 뿜어버렸다.육시준은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반응을 살펴보더니 싫은 기색 하나 없이 티슈를 한 장 뽑아 그녀에게 건넸다.강유리는 입을 닦고 눈을 들어 그를 노려보았다."육 회장 정말 첩자가 많아. 다 당신 사람들이어서 뭘 해도 당신을 속일 수 없어. ""당신을 서울로 데려가려던 사람은 내가 아니야. ""......"정중한 설명에 강유리는 잠시 멈칫했다.그녀는 약간 의아해했다. 질투가 많은 남자가 자기가 다른 사람의 옷을 벗긴 일을 따지지 않았다.그녀는 잠시 멈칫하다가 말했다. "내가 벗긴 게 아니야. ""알고 있어. "육시준은 조용히 대답했다. "내가 작별 인사 없이 떠난 일, 그리고 널 혼자 보낸 일, 싫으면서 왜 그때 묻지 않았어? "육시준이 이렇게 묻자 강유리가 말했다. "넌 나에게 이렇게 말할 자격 없어! 너도 내가 임천강을 만나는 걸 싫어하면서 왜 나에게 묻지 않았어? "왜 만나느냐고 묻지도 않고 다른 사람의 말만 믿고 혼자 정의를 내렸다.그녀가 그 몰래 전 남자친구를 만난다고 생각했다.그녀가 전 남자친구를 잊지 못했다고 생각했다.문제는 그녀는 중
신주리는 고민하다가 말했다.“난 최근에 일이 많지 않아 괜찮지만 다음 달에 곧 새로운 촬영을 시작할 거야.”육시준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다음 달에 돌아가면 촬영 일정을 맞출 수 있어요.”육경서는 그들이 두어 마디 말로 일정안배를 끝내가 다급하게 입장을 밝혔다.“나도 있어! 주리가 돌아가지 않으면 나도 안 돌아갈래!”신주리는 흘겨보며 물었다.“넌 바쁘지 않아?”“마침 이 영화가 촬영을 마감할 예정이야. 기타 활동은 중요한 건 뒤로 미루고 중요하지 않은 건 매니저더러 거절하게 하면 돼.”육경서는 미처 깊게 생각하지도 않고 말했다.강유리는 반대하지 않고 귀띔했다.“강덕준 감독이 널 죽일 수도 있어.”육경서는 아랑곳하지 않았다.“괜찮아. 한 달뿐이잖아. 설마 날 따라 여기까지 오겠어?”강덕준이 그를 죽일지는 둘째치고, 어쨌든 지금 바론 공작은 그를 죽여버리고 싶었다.그는 그저 예의상 딸아이의 친구들을 초대해서 놀게 했을 뿐인데 결국 딸아이가 다음 달 귀국하는 일정을 안배하게 되다니?병원에서 육시준이 비아냥거리던 말을 그는 실행할 계획이었다. 단계마다 다른 이유로 딸을 만류하고 싶었고 시름 놓고 이곳에서 편히 안태하게 하고 싶었다.그러나 사위는...만약 자기 일을 다 처리했다면 남아있어도 괜찮았다. 부양할 수 없는 것도 아니니 말이다.그러나 지금 덤으로 두 사람이 더 생겼고 또 이 두 사람은 시간 맞춰 돌아가야 했다. 돌아가지 않으면 재촉당할 것이 뻔하다.“두 분이 바쁘면 굳이 남지 않아도 돼. 유리는 지금 손님 접대하는 게 불편하거든.”그는 정색해서 다시 말했다.그러자 여러 가지 눈빛이 삽시에 바론 공작을 향했다......신주리와 강유리는 제작팀과 반나절만 휴가를 냈기 때문에 오후에 돌아가야 했다. 그러나 오전 시간만으로 두 친구가 얘기하기엔 터무니없이 부족해 강유리는 직접 감독에게 전화해 하루 연장했다.점심시간.신주리는 육시준의 자리에 앉아 강유리의 옆에 누워 계속 절친끼리 이야기를 했다.강유리는 이번에 단도직입적
저쪽에서 한참 동안 침묵이 흘렀다.상대방도 자신만큼 놀란 모습을 상상하며 육경서는 다음 이야기가 기대되었다.그러나 생각지도 못하게 송미연은 놀랐지만 기뻐하는 기색이 없었다.“유리 찾으러 갔어? 프로그램을 녹화한다며 왜 그들을 찾으러 갔어? 거기는 시간이 아직 이르지 않아? 이맘때면 유리는 잠을 잘 자지도 못했을 건데...”송미연은 육경서가 철이 없이 강유리가 잘 쉬지 못하게 방해한다고 한바탕 야단을 쳤다.그러나 그녀의 말은 한 가지 중요한 소식을 알렸다.“진작 알고 있었어요?”“물론이지!”송미연은 자랑스럽게 말했다.“며느리가 임신했는데 이렇게 큰 소식을 어떻게 바로 나에게 알려주지 않을 수 있겠어? 경고하는데 너무 떠들지 마. 네 형수님을 화나게 하면 안 돼! 그냥 녹화만 잘하면 되는 거 아니야? 주리가 널 용서했어? 왜 돌아다니며 다른 사람의 가십거리를 알아내려고 해! 이번에 돌아와서 주리의 용서를 받지 못한다면 넌 아예 돌아오지도 마!”...화제가 자신을 욕하는 방향으로 변해버리자 육경서의 열정은 순식간에 식어버렸고 목소리도 누그러들어 어쩔 수 없이 말했다.“알았어요. 알았어요. 제가 원한 줄 아세요? 이것도 어쩔 수 없었기 때문이잖아요...”“뭐가 어쩔 수 없다는 거야? 모두 네가 자초한 거잖아! 쌤통이야!”“...”“섬에서의 상황이 어떤지 모르니 넌 주리를 잘 돌봐야 해. 난 실시간으로 라이브 방송을 살펴보고 있을 테니 넌 주리 괴롭히지 마.”송미연이 또 당부했다.육경서는 머뭇거리다가 정색해서 대답했다.“알았어요. 걱정하지 마세요.”송미연은 또 몇 마디 더 당부한 후 전화를 끊었다.육경서는 어두워진 휴대폰 화면을 보며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잘됐어. 아빠 엄마가 다 주리를 좋아하니 나중에 언제든지 주리는 억울함 당하는 일이 없을 거야. 적어도 내가 있는 한 억울함 당하지 않을 거야...”...점심은 빌라의 셰프가 만든 영양식이다. 맛은 좋지만 오래 먹으면 질릴 수 있어 강유리는 이 음식을 보며 저도 모르게 한숨
그러나 앉은 자리가 아직 따뜻해지기도 전에 육경서는 흥분된 듯 바로 일어나 소리쳤다. “뭐? 임신했다고?” 바론 공작은 짜증 섞인 눈길로 그를 쳐다보며 말했다. “목소리 좀 낮춰. 뭘 그렇게 놀라!” 그는 지금까지는 침착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사실 소식을 들었을 땐 당황하고 흥분했던 걸 그가 모를 리 없었다. 육경서는 입을 막으며 어색하게 다시 앉았다. 하지만 그의 눈빛은 반짝이며 감출 수 없는 흥분이 드러났다. ‘나 이제 삼촌 된다! 삼촌 된다!’ “의사가 말하기를 첫 3개월은 불안정하니까 특히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아버지도 이 소식을 공개하지 말고 태아가 안정될 때까지 기다리자고 하셨다.” 바론 공작은 드물게 인내심을 가지고 설명했다. 그는 그 말을 끝내며 신주리를 한번 훑어봤다. “그래서 나는 유리를 위해 사람들을 안배해 가까이서 돌보게 한 거다.” 그의 시선을 느낀 신주리는 고개를 들었다. 그녀는 공작을 한 번 보고 다시 눈을 내리깔며 강유리의 아랫배를 바라봤다.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마치 한번 만져보고 싶은 듯했지만 참았다. 그녀의 눈은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고 육경서와 같이 흥분과 기쁨을 숨길 수가 없었다. 그녀는 강유리의 아랫배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래서 지금 이 안에 작은 생명이 자라고 있는 거야?” “맞아.” 강유리가 그녀를 보고 웃으며 말했다. 신주리는 표정은 진지했지만 눈 속에 담긴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럼 만져봐도 돼?” 육경서도 순간 정신을 차리며 손을 내밀었다. “나도...” “안 돼!” “안 돼!” 두 명의 목소리가 동시에 차갑게 외쳤다. 그들의 무리한 요구를 바로 거절했다. 강유리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돌려 옆에 있던 두 남자를 쳐다봤다. 그녀는 그들에게 체면을 차리지 않았고 대신 신주리에게만 속삭였다. “조금 있다가 방에 들어가면 만져도 돼.” 육시준과 바론 공작은 동시에 얼어붙었다. ‘우리가 안 들릴 거라고 생각하나?’ 육경서는 기대에 찬 눈빛으로 강유리를
육경서는 얼굴에 기쁨이 가득한 채 입을 열려던 순간 정원에서 누군가가 다가왔다. 그 사람은 유창한 한국어로 두 사람에게 따뜻하게 인사했다. “이쪽이 둘째 도련님이랑 신주리 씨 맞으시죠? 강유리 아가씨께서 이미 기다리고 계십니다.” “안내 부탁드려요.” 신주리가 부드럽고 예의 있게 대답했다. 육경서는 잠시 멍한 표정을 지었다. ‘이 사람, 왜 이렇게 때맞춰 나타나는 거지? 다른 때는 왜 안 오고, 바로 이때 오냐고!’ “잠깐만요. 저희 형수 말고 일단 먼저 빌라를 둘러보고 싶어요!” 그가 급하게 발걸음을 옮기며 안내하는 집사를 붙잡았다. 집사는 그의 눈을 한 번 쳐다본 뒤 다소 의아해하는 표정으로 멈췄다. 신주리는 미소를 띤 채 침착하게 말했다. “미안해요. 낯을 가려서 그래요.” 육경서는 혼란스러웠다. ‘이게 무슨 말이야? 내가 낯을 가린다고? 왜 그렇게 갑자기...’ 집사는 이해한 듯 웃으며 공작님도 그들의 방문을 매우 기쁘게 생각해 오늘 특별히 이곳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육경서는 그 한마디도 제대로 듣지 않았고 눈앞의 신주리를 원망스러운 눈길로 바라봤다. ‘주리는 도대체 이게 무슨 뜻이야? 너무 쉽게 대답해서 다시 부정하려는 건가?’ 그들이 정원으로 들어섰고 이곳은 여전히 고요하고 우아한 분위기였다. 뜨거운 태양 아래 한쪽에서 차와 다과가 준비된 작은 테이블이 보였다. 강유리는 햇볕을 가린 파라솔 아래에 앉아 있었고 그 앞에는 육시준이 전화를 끊고 있었다. 바론 공작이 불만을 표하며 입을 열었다. “하루 종일 그 전화기 들고 있으면 안 돼! 그렇게 바빠? 전자기기 방사선이 얼마나 해로운지 알지? 의사 선생님이 말했잖아. 첫 세 달은 불안정하다고, 푹 쉬어야 한다고!” 육시준은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지난달에 돌아갔으면 이미 처리했을 일인데요.” 바론 공작은 얼굴에 불편한 기색이 스쳤다. “일이라는 게 끝날 수 있나? 돌아가면 내 딸과 시간을 제대로 보낼 수 있을까 몰라!” 육시준이 말하려던 순간 강유
감독은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강하게 반박하지도 못하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규정에 따르면 녹화 중에는 제작진 팀을 이탈하면 안 됩니다.” 역시나 신주리는 가볍게 되물었다. “녹화 시작할 때 그런 규정은 없었잖아요? 갑자기 추가된 건가요?” “그건 아니지만 지금 상황이...” “그럼 우리를 일부러 견제하려는 건가요? 그럼 그냥 프로그램 안 하면 되죠?” 감독은 말문이 막혔다. 사실 첫 번째 시즌에서 육경서가 사고를 당한 이후로 그는 이미 이 두 사람에게 꼼짝 못 하고 있었다. 조건을 협상하든 규칙을 정하든 이 둘이 하겠다고 하면 다행이고 안 하겠다고 하면 모든 게 물거품이 될 판이었다. 결국 이를 악물고 그는 포기했다. “알겠어요, 알겠어! 두 분 다 제가 졌습니다! 하지만 어디 가든 꼭 행선지를 알려주시고 제작진 팀에서 두 분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어야 합니다!” “걱정 마세요. 너무 오래 걸리진 않을 거예요. 점심 먹고 바로 돌아올게요!” 신주리가 대범하게 말했다. ‘점심도 먹고 온다고?’ 하지만 그가 불만을 표현하기도 전에 두 사람은 이미 유유히 그의 앞을 지나쳐 나가버렸다. 호텔 문을 나서자마자 감독은 서둘러 휴대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 전화기 너머로 나른한 목소리가 들렸다. “여보세요?” “강 대표님, 경서 씨랑 주리 씨가 지금 강 대표님을 만나러 갑니다! 그런데 프로그램 효과를 위해서 행선지에 대한 건 절대 발설하시면 안 됩니다!” 감독이 진지하게 말했다. 강유리가 태연하게 대답했다. “만약 제가 발설하면요?” 감독은 순간 당황했다. 그는 이런 대답을 예상하지 못했다. ‘아니, 이건 우리 회사의 프로그램 아니었나? 이렇게 마음대로 행동해도 되는 거야? 시청률이 안 오르면 강 대표님에게도 손해 아닌가?’ 감독은 빠르게 머리를 굴리며 어떻게든 이 대형 회사를 설득해야겠다고 결심했지만 강유리는 그의 말을 끊으며 다시 말했다. “농담이에요. 발설하지 않을 테니 걱정 마세요.” 감독은 긴 한숨을 내쉬며 안도했
비행기에 오를 때 각자 다른 생각을 품고 있었고 내릴 때도 마찬가지였다. 목적지에 도착했을 땐 이미 다음 날 새벽이었다. 제작진 팀은 미리 준비한 차를 타고 그들을 예약된 호텔로 보냈다. 해변가에 위치한 경치가 아름다운 5성급 호텔이었다. 모두들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번에 제작진 팀 정말 큰돈 쓴 거네! 이게 진짜 여행 같아!” “그렇지. 갑작스러운 느낌도 있지만 일정은 꽤 합리적이네!” “응, 또 감사한 건 처음에 우리 주리랑 경서에게 그 사건이 터진 후로 대우가 점점 더 좋아졌다는 거야. 그들은 정말 목숨을 걸고 얻은 거라니까!” 모두가 웃으며 체크인 절차를 마쳤다. 그때 감독 팀에서 메시지가 왔다. “오늘 밤은 여기서 쉬고 내일은 섬으로 갑니다.” 모두들 당황했다. ‘그래서 목적지는 여기가 아닌가?’ “목적지는 반대편에 있는 작은 관광 섬입니다. 규모는 작지만 최근 몇 년 동안 관광업이 급성장했습니다. 얼마 전 이 섬의 소유자가 바뀌어서 다시 한번 큰 화제를 일으켰죠.” 감독이 그렇게 말하자 신주리는 점점 더 익숙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그게 바론 공작이 유리에게 선물한 섬이죠?” 감독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육경서는 감탄하며 물었다. “그럼 어떻게 우리 형수를 설득했어요?” 감독 팀은 미소를 지으며 답하지 않았다. 실시간 채팅창에서는 감탄이 이어졌다. [유리 언니가 이번 프로그램을 위해 진짜 대규모로 투자한 거네!] [하하하, 유리 언니가 투자한 건 아니야. 그냥 완전 부모님에게 의지하고 있는 거지! 그리고 그 덕분에 도련님과 미래의 동서가 혜택을 보는 거고!” “나도 섬 주인 언니가 있었으면 좋겠다!” “이번에 유리 언니 우정 출연할지 궁금하다!” 아침 식사 후 모두 방으로 돌아가 시차를 맞추기 위해 잠을 청했다. 카메라는 잠시 쉬어갔다. 신주리는 비행기에서 잠깐 눈을 붙였기에 이제는 전혀 졸리지 않았다. 그녀는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은 후 모자와 선글라스를 쓰고 호텔 방을 몰래 빠져나
심지어 원피스까지 캐리어 하나에 다 준비해 놨다. “안 믿을지 몰라도 내가 쇼핑 리스트까지 작성했어. 엄마한테도 참고를 부탁했거든! 원피스는 엄마가 골랐어. 안심해, 눈썰미는 진짜 좋아!” 말을 하면서 그는 정말로 쇼핑 리스트를 꺼내서 신주리에게 보여줬다. 신주리는 그 리스트를 보지 않아도 이미 믿고 있었다. 심지어 조금 놀랐다. “너 그럼 네 짐은 어쩌고? 얼마나 챙겨왔어?” “짐 하나야. 나중에 필요하면 제작진 팀에 부탁할 거야!” 육경서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 말했다. 신주리는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그녀가 너무 오랫동안 육경서를 바라보고 있었던 탓인지 휴대폰을 들여다보지 않은 채 그를 쳐다보던 신주리가 이상하다는 걸 눈치챈 육경서는 본능적으로 고개를 들어 그녀를 쳐다봤다. “왜?” 신주리는 아무 말 없이 시선을 돌려 휴대폰 화면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렇게 많아?” 육경서는 묘한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그렇게 많은 건 아니야. Y 국에 있는 우리 회사 지사에서 몇 가지 더 준비해 줬거든...” 그가 말을 하다 갑자기 멈칫했다. 불필요한 말을 했다는 걸 깨달은 듯했다. 신주리는 그 모습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그리고 그녀의 머릿속에 갑자기 대담한 생각이 떠올랐다. “이번 목적지는 네가 제작진 팀에 요청한 거 아니야?” “무슨 말이야? 내가 그런 사람인 줄 알아?” 육경서는 당황한 듯 대답했다. “네가 그런 사람 아닌가?” 육경서는 잠시 생각에 잠긴 후 고백했다. “맞아, 그런 사람일 수도 있어. 하지만 이번에는 정말 아니야! 사실 내가 쓴 목적지는 원래 해변이었어. 이런 건 결국 다 준비해야 할 것들이잖아.” 신주리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대신 이제는 아예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다른 한편에서는 서진태와 소지석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서진태는 진지하게 소지석에게 도씨 가문의 그 양성 계획에 대해 물어보았다. 이 계획은 너무나도 비상식적이어서 의심의 눈초리를 거둘 수 없었다. 완전히 그들
[하하하, 이게 무슨 이상한 조합이야? 어쩐지 묘하게 어울리기도 하고 또 웃기기도 하네!] [처음부터 차 안에서 자리싸움만 아니었어도 이렇게 어색하지는 않았겠지.] [우리 지원 언니 한마디로 모든 흐름이 뒤집혔어!] [강미영은 도대체 무슨 속셈이지? 우리 지석이를 일부러 피하는 거야?] [다시 한번 말하지만 소지석 팬들 너무 이기적이지 마! 누구든 미영 언니에게 다가갈 수 있고 미영 언니는 모두를 거절할 권리가 있어!] 좌석이 정리되고 비행기가 이륙을 준비하자 라이브 방송은 일시적으로 종료되었다. 이런 24시간 라이브 촬영 프로그램에서도 이렇게 잠깐 동안만은 각자가 자신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강미영은 라이브 방송이 종료된 뒤 의아한 표정으로 한지원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여전히 왜 한지원이 굳이 자신과 함께 앉으려고 했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물론 지금 상황에서 누가 자신에게 같이 앉자고 했어도 마다하지는 않았겠지만... “미영 언니, 난 저 커플 팬이야.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얘기해. 그러니까 제발 내 최애 커플 깨지지 않게 도와줘!” 한지원은 진지한 얼굴로 이유를 털어놓았다. 강미영은 살짝 멍해지더니 결국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알겠어, 앞으로 네 최애 커플 잘 지켜주도록 할게.” 한지원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밝게 웃었다. “정말 고마워! 덕분에 내 최애 커플이 마음 편히 연애할 수 있게 됐어!” 강미영은 눈가를 약간 찡그리며 물었다. “근데 언제부터 걔네 둘의 팬이 된 거야? 그리고 지금 걔네 둘 관계 꽤 안정적이던데 내가 굳이 뭐 하러 그걸 망치겠어?” 한지원은 고개를 저으며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미영 언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중요한 건 이런 카메라 밖에서의 달달한 순간들이지.” 강미영은 순간 뭔가를 깨달은 듯 눈썹을 살짝 치켜세웠다. “혹시 영감이라도 떠오른 거야?” 한지원은 멍하니 있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언니의 작은 호의 하나가 한 명의 유명 만화가를 탄생시킬 수도 있어!” 강
그는 단지 이런 행동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다. 강미영에게 그를 좀 더 이해할 기회를 주고 소지석에게는 그가 혼자서만 밀어붙이지 않도록 눈에 띄게 하려 했다. 그러나 이 행동을 알아본 사람들도 있지만 일부 팬들은 그를 오해하거나 비판하기도 했다. [솔직히 말해서 서진태는 너무 경계가 없지 않나요? 경쟁하고 싶다 해도 이렇게까지 급하게 해야 하나요? 왜 꼭 같이 앉아야만 하는 거죠?] [맞아요! 강미영 언니는 분명히 불편해 보였고 바로 피해서 조수석에 앉았잖아요!] [좋아한다고 해도 좀 경계를 두고 해야죠.] [근데 소지석 팬들 너무 이중잣대 아니에요? 오빠가 같이 앉고 싶으면 직설적으로 다가가도 ‘멋지다, 드디어 마음을 표현했다!’고 하는데 서진태가 다가가면 ‘경계가 없다’고 비판하잖아요?] [맞아요. 서진태는 사실 강미영 언니와 앉고 싶은 것보다는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던 거죠.] 댓글창은 점점 떠들썩해졌다. 신주리와 육경서의 강미영에 대한 이해도는 완벽했다. 감정상에서 경쟁이 시작되면 그녀는 주저 없이 피할 것이다. 강미영은 감정을 물건처럼 경쟁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런 성격의 프로그램에서는 남성들끼리의 경쟁이나 여성들끼리의 경쟁이 감정을 더 순수하지 않게 만들 수 있고 로미오와 줄리엣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결국 그런 외적인 압박이 감정을 더 강화시키는 효과가 생기게 된다. 사실 그들이 정말 사랑하는 건 아닐 수도 있다. 단지 지는 걸 참지 못해서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그녀와 고정남의 관계도 그랬다. 주위에서 반대할수록 더 진지하게 여겨졌던 그 감정이었지만 결국 그것은 진정한 사랑이 아니라 엉망이 된 감정이었음을 깨달았다. “네가 졌으니까 내 선물 잊지 말고 사 와.” 신주리는 자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육경서는 그 결과를 보며 입술을 삐죽 내밀고는 돌아서서 그녀에게 엄지를 치켜들었다. “이번엔 네가 이겼어.” 신주리는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 “이번? 그럼 다음에도 나랑 내기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