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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8화

강유리는 순간 할 말을 잃었다. 오전에는 너무 화가 나서 아무 말이나 내뱉었다.

육시준이 가끔 부리는 억지에 강유리는 어이가 없긴 했지만 솔직히 싫진 않았으며 그를 달래주는 것도 꽤 나쁘진 않았다. 그가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강유리도 덩달아 즐거웠기 때문이다.

“내 남편인데 당연히 달래줘야지!”

강유리는 육시준에게 다가가 그의 팔을 잡으려고 했지만 육시준이 굳은 표정으로 싸늘하게 그녀를 빤히 쳐다보았다.

“마음속에 켕기는 게 있어서 이러는 거야? 아니면 미안해서?”

“내가 켕기는 게 뭐가 있어?”

강유리는 눈살을 살짝 찌푸리며 되물었다. 그녀는 잘못을 저지른 건 전혀 없었지만 솔직히 미안한 마음은 조금 들었다.

오전에 육시준의 데이트 신청을 거절할 때 말투에 감정이 조금 들어있긴 했다. 데이트 신청을 하는 육시준의 태도가 진심으로 느껴지지 않았기에 그녀는 대답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러고 나서 임천강을 우연히 만날 줄은 상상도 못 했기에 이상하게 육시준에게 미안한 상황이 되고 말았다.

“화 좀 풀어. 오전에는 내가 잘못했어. 네가 바쁜 와중에 나랑 영화 보려고 했던 건데 내가 이런저런 핑계로 거절이나 하고. 사과하는 의미로 오늘 저녁에 내가 거하게 쏠게. 응?”

익숙한 듯 다정한 말투에 애교 섞인 모습까지, 이 모든 건 강유리가 육시준을 달랠 때 쓰는 방법이었다.

하지만 육시준은 그런 강유리를 쳐다보며 눈살을 찌푸린 채 이마의 주름이 점점 깊어지기 시작했다. 그가 알고 있는 그녀는 뭔가 켕기는 짓을 저질렀을 때만 그에게 이런 모습을 보였다.

그뿐만 아니라 강유리가 이런 모습을 하는 건 단지 그의 화를 풀어주기 위한 것이며 자기 잘못은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니까 강유리는 지금 자신에게 전혀 잘못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 확실했다.

“영화 막바지에 여자 주인공은 결국 자기 남편을 선택했어. 전 애인과 아무리 아름다운 추억이 많다고 해도 그건 그저 추억일 뿐이야. 사람은 현재를 살아야 해.”

말을 끝낸 육시준은 강유라의 손에서 팔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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