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1283화

그러자 파트너는 싱글벙글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요. 안 그래도 다들 심심했는데 여기까지 온 바에 저녁이라도 얻어먹고 가면 안 될까요?”

신하균은 말없이 굳게 닫힌 릴리 집 대문을 바라봤다.

아까까지 요란법석이던 집안이 다소 조용해졌고 아무리 생각해도 오늘은 팀원들과 함께 식사하기 좋은 날이 아닌 것 같았다.

“오늘은 안 될 것 같으니 먼저 팀원들하고 식사해. 내가 살게.”

“역시 신 도련님! 그럼 사양하지 않겠습니다.”

특전사로써 임무 수행 중 절대 되돌아가서는 안 되고 마침 또 저녁 먹을 시간인지라 이 기회에 신하균에게 크게 한 턱 얻어먹지 않으면 오는 내내 걱정했던 자신한테 미안한 일이다.

하지만 오늘 제대로 한 수 배웠기에 이제부터 사랑에 눈이 먼 사람과 파트너 할 때에는 지령의 진위에 대해 잘 식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신하균이 전화를 끊고 나서 집안에서 개 짖는 소리와 여자들의 울부짖는 소리가 점차 잦아들었고 시간이 거의 된 것 같아 노크하면서 말했다.

“주리야. 문 열어.”

의외로 이번에는 안에서 응답하는 소리가 들려왔고 2분 가까이 지난 뒤 문이 천천히 열리더니 신주리가 가쁜 숨을 몰아쉬며 문 앞에 서 있었다.

집안에 들어서자 아까까지도 졸음이 채 가시지 않아 흐리멍덩한 모습이던 릴리가 잠옷과 머리가 마구 헝클어진 채로 소파에 우두커니 앉아 있었고 얼굴에는 눈물자국으로 얼룩졌고 코끝이 빨개서는 마치 유린이라도 당한 것만 같았다.

신하균이 들어서자 릴리는 불만이 가득한 눈빛으로 그를 째려봤다.

경찰이 바로 문 앞에 서있으면서도 자기 구조요청을 무시한 것이 화났고 내일 경찰서에 민원을 넣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신하균은 그런 릴리의 모습을 보더니 한숨을 푹 내쉬고는 물었다.

“대체 둘이 뭐 한 거야?”

“얘가 나한테 사기 쳤어.”

“주리 언니가 날 간지럽혔어요.”

두 사람이 이구동성으로 외치자 그제야 신하균은 무슨 일이 발생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여자 친구가 여동생한테 사기 쳤고 여동생의 피비릿내 나는 복수가 바로 간지럽히는 것이었다.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