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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90화

작가: 노혜아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1-12 18:00:00
유미나는 오늘 어떻게든 릴리와 친분을 맺어야겠다고 속으로 다짐했다.

그녀는 신주리가 오늘날 이 지위가 있게 된 것은 육경서의 배경 덕분일 뿐만 아니라 재벌 사모님 절친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지금 육경서의 배경을 빌어 인지도를 쌓는 것에 대해 많은 사람이 비난하는 이유가 신주리는 여자 친구이고 유미나는 그냥 친구이기 때문이다.

하여 이제 재벌 절친만 있으면 모든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맞아. 강릴리. 너도 저 여자가 육경서와 신주리를 속여 연애 예능에 출연시킨 걸 알고 있지? 그 일 때문에 미안해서 신주리를 응원해 주러 온 거야.”

“언니가 그걸 어떻게 알아요?”

후배가 무의식적으로 묻자 유미나는 그 말을 기다렸다는 듯이 입꼬리를 천천히 끌어올리며 말했다.

“릴리한테 초청장을 내어준 사람이 나야.”

...

앞줄에 앉은 릴리는 자기 초청장이 ‘이렇게’ 얻어온 것인 줄도 모르고 한산하게 의자에 앉아 핸드폰을 꺼내 사진을 찍더니 절친 단톡방에 발송했다.

릴리: [목줄 채워서 끌려왔어. 희대 사건이 있다고 해서...]

조보아: [이런 발표회에 뭐가 볼 게 있어? 찜해놓은 브랜드가 있으면 바로 주문 가능한데 설마 예약이 안 될까 봐?]

예약이 안 된다는 건 구매할 수 없다는 것과 마찬가지고 예약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현장에 갈 필요가 없는 법이다.

조씨 가문 아가씨도 차츰 성숙하면서 사교 범위를 많이 줄였다...

릴리: [피날레 모델이 주리 언니야. 브랜드 홍보해 주러 주리 언니가 여기 와있어. 보아 언니 혹시 주리 언니 얕잡아보는 거야? 혹시 연예인 무시하는 거야? 두 사람 가짜 우정이였어?]

갑자기 들이닥친 누명에 조보아는 깜짝 놀라 연신 설명했다.

[무슨 헛소리야? 내가 어떻게 주리를 앝잡아볼 수 있겠어? 주리는 광고모델이니까 할 수 없이 가야 하지만 무슨 대단한 곳이라고 네가 직접 갔어?]

신주리는 브랜드 광고모델이기에 패션위크에는 반드시 참석해 브랜드 효과를 올려줘야 하는 의무가 있었다. 이건 단지 많은 스케줄 중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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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버님, 어머님.안녕하세요. ”육경서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으나 깍듯이 인사를 올리더니 물었다.“그런데 어떻게 오셨어요?”그러자 신명진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좌석에 앉아 아무 말 없었고 한영숙이 자상하게 웃으며 말했다.“우리 딸 라이벌이고 네 소꿉친구인 그 아이가 오늘 또 무슨 꿍꿍이를 꾸미는지 보러 왔어.”육경서는 아무 말도 못 하다가 이내 가까이 다가가 낮은 소리로 설명했다. 세 사람의 모습이 상당히 친숙해 보였고 게다가 포스가 장난이 아니라서 쇼를 관람하는 앞줄 게스트 중에서 유난히 두드러져 보였다.특히 뒤에 앉은 두 사람은 시종일관 앞줄을 주시했고 유미나 옆에 앉은 후배가 궁금증을 이기지 못해 낮은 소리로 물었다.“미나 언니, 저 두 분이 육 도련님과 잘 아는 사이에요? 누구예요? 대단한 분들 같아요.”유미나는 육경서와 릴리만 알았고 나머지는 알 수 없었기에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 눈치를 보고 있을 때 옆에 앉은 릴리가 자리에서 일어나 조용히 무대 뒤로 걸어가는 것을 보고 다급하게 말했다.“나중에 알려줄게. 친구가 찾아서 나갔다 올게.”말하는 동시에 유미나가 몸을 일으켜 나가자 후배는 의아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다 릴리를 따라 나간 것임을 눈치채고 부러운 표정을 지었다.만일 유미나와 친해지면 자기도 신분 상승해 재벌 층에 진입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다른 한편. 화장실에서 나오던 릴리는 갑자기 뛰쳐나온 사람과 부딪히려는 순간 그 사람의 손에 들려있던 커피가 자기 쪽으로 쏟아져 내리려는 것을 발견하고 재빠르게 뒤로 한 발짝 물러서자 상대는 연신 사과하며 말했다.“미안해요. 미안해요. 미처 발견하지...”말이 끝나기도 전에 릴리 쪽으로 쏟아지려던 커피가 그 여자의 드레스에 쏟아져내렸다. 릴리는 커피로 얼룩진 그녀의 하얀 드레스를 보고 다시 고개를 들어 그녀의 당황한 얼굴을 보더니 눈꼬리를 살짝 끌어올리며 말했다.“전 괜찮은데 그쪽 드레스 어떻게 해요?”갑작스러운 상황에 유미나는 말없이 서 있었고 그녀도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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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1292화

    빨간 입술을 꼭 깨문 유미나는 솟구치는 분노를 가까스로 억제하며 속으로 릴리를 수없이 욕했다.‘망할 계집애가 예의라곤 전혀 없어. 부잣집 딸은 교양이 없어도 되는 거야?”하지만 깊게 숨을 들이쉬며 마음속의 불만을 집어삼키는 한편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릴리가 자기가 누군지 모른다면 자기와 육경서와의 관계도 모를 것이고 그렇다면 아주 깨끗한 우정을 쌓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제가 이곳에 대해 잘 몰라서 그러는데 혹시 탈의실까지 데려다줄 수 있어요? 주최 측에 드레스를 가져다 달라고 요구할 테니 바로 환복하고 나갈게요.”유미나는 서슴없이 릴리에게 요구를 제기했다.사실 유미나의 말에는 많은 뜻이 내포되었다. 주최 측에 직접 드레스를 요구할 정도라면 어느 정도 영향력이 있다는 뜻으로 자기 신분이 낮지 않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나타냈고 새 드레스로 갈아입더라도 집에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은 확실히 약속이 있다는 것을 뜻했다. 그리고 드레스가 망가진 탓에 자기한테 폐를 끼쳤으니 릴리가 미안한 마음이 들게 하려는 뜻도 내포되었다. 다행히 상대는 그녀의 말뜻을 알아듣고 흔쾌히 승낙했다....탈의실로 가는 길에 릴리는 도무지 감을 잡을 수 없어 수백 가지 가능성을 머리에 떠올리며 이 여자의 목적이 무엇일지 추측했다. 만일 릴리가 남자라면 유미나가 이런 저속한 수법으로 탈의실로 데려가 꼬리 쳐 홀릴 것으로 예상할 수 있는데 꽃다운 가녀린 여자한테 왜 이러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그리고 이런 의심을 하게 된 또 한 가지 이유는 유미나의 수법이 너무나 상투적이고 목적성이 뚜렷해 이마에 써 붙이지 않았을 뿐이지 누구라도 의심할 수 밖에 없었다.어릴 때부터 권력 중심에서 성장하면서 단련되다 보니 이보다 더 고급스러운 수법도 사실 릴리는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탈의실에 도착한 뒤 밖에서 유미나를 기다리며 릴리는 절친 단톡방에 현재 상황에 대해 보고했다.릴리: [...유미나가 대체 뭐 하려는 걸까? 여자를 좋아하는 걸까 아니면 내가 여자를 좋아한다고 착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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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1293화

    릴리는 눈꼬리를 치켜올리더니 한층 밝은 모습으로 말했다.“드레스 한 벌뿐인데요. 괜찮아요.”대수롭지 않은 릴리의 말투와 유미나의 신중함이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유미나는 자신이 욕심 많은 사람으로 보일까 봐 거절했지만 돈 많은 부자들은 이런 것에 대해 전혀 개의치 않았고 그저 보람 있는 소비인지, 소비를 해서 기분이 좋은지만을 추구했다.유미나는 계속해서 거절하면 오히려 속 좁은 사람으로 보여질까 봐 활짝 웃으며 흔쾌히 받아들였다.“저와 어울리긴 한 거 같아요. 안목이 있으시네요.”그러더니 이내 한마디 덧붙였다.“저녁에 혹시 시간 되세요? 시간 되시면 저와 함께 식사해요. 덕분에 제가 오늘 낭패를 안 봤어요.그러자 릴리는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유미나를 바라봤다.‘그래! 바로 이거였어. 역시 무슨 꿍꿍이가 있었어...’“저녁에는 시간이 안 될 것 같아요. 남자 친구와 약속이 있어요.”릴리가 난처하다는 듯이 조심스럽게 거절하자 유미나는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남자 친구와 함께 오셔도 돼요. 이 기회에 얼굴 익히면 좋잖아요.”그 말에 릴리는 도도한 표정으로 유미나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찬찬히 훑어보더니 마치 네 따위가 뭔데 라는 뜻으로 빤히 쳐다보았다.“다른 뜻은 없어요. 이렇게 예쁘신데... 혹시 남자 친구를 빼앗길까 봐 그러세요?”유미나는 억지로 담담한 척 웃으며 농담을 던지자 릴리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그럴 리가요. 제 남자 친구는 솔직한 사람라 여우 짓하는 여자를 별로 안 좋아해요.”“...”유미나의 얼굴이 굳어졌지만 릴리는 여전히 그녀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며 느릿느릿 말했다.“우리가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이고 그쪽이 그런 사람은 아닌 것 같아요. 발표회가 끝나면 다시 얘기하죠. 그때 가서 기분이 어떻게 변할지 아직 모르잖아요.”릴리의 목소리는 차지도 따뜻하지도 않았고 어떤 때는 비아냥거리는 것처럼 들리다가 또 어떤 때는 아주 정중했다.릴리의 태도에 유미나는 혼돈스러웠지만 이내 의혹을 떨쳐버렸다.릴리같은 부잣집 자녀들은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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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1294화

    직원이 무심코 릴리를 바라보자, 담담하게 상황을 지켜보던 릴리는 갑자기 표정을 바꾸며 놀란 듯 물었다.“그렇게 많이 주문해요? 전 필요 없어요. 나중에 발표회가 끝나면 주문할 거예요.”그러자 유미나는 릴리의 반응이 마음에 들었는지 도도하게 말했다.“팸플릿을 봤는데 죄다 괜찮더라고요. 우리 둘의 스타일이 비슷하니까 마음에 드실 거예요.”“그런데 이렇게 많이 필요 없어요...”“괜찮아요. 제가 선물해 드릴게요!”그러자 릴리는 눈을 반짝이며 더는 거절하지 않고 우아하게 감사의 뜻을 표시하고는 유미나의 기대에 맞추려는 듯 행동했다.직원이 품목을 확인한 뒤 가격이 적힌 주문서를 건네주자 유미나는 금액을 확인하지도 않고 결제란에 육경서의 이름을 적었다.몇 가지 품목은 맞춤 제작이라 현장에서 판매가 안 되니 브랜드 숍에서 발송할 것이라고 유미나에게 말하려다 육경서 세글자를 보고는 그대로 말을 삼켜버렸다. 육씨 가문 둘째 도련님의 오더이니 맞춤 제작이라도 당장 준비하라고 빨리 브랜드 업체에 연락해야만 했다.릴리는 이 와중에 한마디 말도 하지 않고 유미나가 결제란에 육경서의 이름을 적는 것을 조용히 바라보더니 눈꼬리를 씰룩이었다.‘이런 바보 병신...’육경서 이 자식이 오늘 어떻게 해명할지 두 눈을 크게 뜨고 지켜볼 것이다. 태어나서부터 이런 대우를 받아본 적이 없는 유미나는 직원의 부러움을 한 몸에 가득 받자 기분이 날아갈 것만 같아 릴리와 대화하면서 저도 모르게 턱을 하늘 높이 치켜들었다.“다시 돌아가서 쇼를 볼까요?”그러자 릴리는 고개를 저으며 바로 거절했다.“아직 일이 남았어요. 친구한테 가봐야 해요.”그러자 유미나는 살짝 미소를 짓더니 말했다. “불편하지 않다면...”“불편해요. 제 친구가 낯을 가려서 나중에 기회가 있으면 소개해 드릴게요.”유미나는 릴리의 말에 전혀 개의치 않고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무슨 생각하시는 거예요? 저도 그렇게 붙임성이 좋은 사람 아니에요. 저는 그저 괜찮으시다면 연락처라도 남겨줄 수 있는지 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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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1295화

    육경서가 유미나에게 초청장을 보낸 이유가 그날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에 대한 사죄라는 소문이 인터넷에 일파만파 퍼졌다. 육경서가 한편으로 여자 친구와 연애 예능프로에 출연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여사친’을 위안하는 행동이 대중들의 비난을 받았고 ‘바람둥이’의 혐의가 점차 짙어지자 결성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커플 팬들도 감히 그를 두둔하지 못했다.그리고 육경서만 비난하면 그만인 것을 신주리까지 연루되어 남자 보는 눈이 없다는 소리를 듣게 되었다. 만일 육경서가 저대로 유미나를 방치한다면 신주리는 정말 안목이 없는 사람이 되어버린다.신주리 말에 릴리는 활짝 웃으며 손을 저으며 말했다.“걱정하지 마. 그러지 않을 거야. 그리고 요새 언니가 인터넷에서 하도 욕을 많이 먹어서 언니 열혈 팬이 현장에 응원하러 왔어.”그 말에 신주리가 흠칫하더니 다급히 물었다.“우리 엄마, 아빠가 오셨어?”신주리는 부모님들이 걱정할까 봐, 그리고 꼬치꼬치 캐물을까 봐 이틀째 본가로 안 돌아갔고 바쁘다는 핑계로 이래저래 미루고 있었다. 이번 스케줄을 끝내고 본가에 돌아가 천천히 설명해 드리면 부모님들도 시름 놓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불시로 현장에 쳐들어올 줄은 생각도 못 했다...“당연하지. 두 분 모두 화나신 것 같았어. 육경서를 대하는 태도가 싸늘했어. 육경서가 오늘 제대로 처리 못 하면 끝장날 것 같아. 그 유미나도 마찬가지고.”그리고 신주리의 신분도 더는 감출 수 없을 것이다. 신주리는 눈꼬리를 씰룩이며 뭔가 말하려고 하다가 조수가 작은 소리로 환복하라고 독촉하는 바람에 입을 다물었다.환복하고 나서 코디가 옷매무시를 다듬고 있을 때 신주리는 엄마한테 메시지를 연거푸 발송했지만 상대는 묵묵부답이었고 며칠 전 그녀가 엄마 메시지에 답장하지 않을 때와 상황이 비슷했다.드디어 이번 발표회의 마지막 브랜드 전시만 남았고 발표회 피날레인 광고모델 쇼타임이 다가왔다. 신주리는 브랜드 업체에서 협찬한 복고풍의 드레스를 입고 우아하고 고고한 모습으로 하이힐을 밟고 T형 무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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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1296화

    후배의 ‘우리’라는 단어는 아주 의미가 있었고 유미나는 그 단어에 유난히 민감하게 반응했다. 스스로 신주리 라이벌이라고 자처한 장본인도 내심 탄복한 와중에 다른 사람 눈에도 그 차이가 보였다는 것이 몹시나 불쾌한 유미나는 싸늘한 목소리로 되물었다.“그래?”옆에 앉았던 후배는 유미나의 싸늘한 말투에 정신이 번쩍 들더니 드레스를 위해 양심을 어기기로 했다.“맞잖아요. 저 같은 건 당연히 축에도 못 끼죠. 그런데 미나 언니라면 한번 겨뤄볼 만해요. 솔직히 저 드레스가 언니한테 더 잘 어울릴 것 같아요. 언니가 입으면 훨씬 더 예뻤을 텐데 브랜드 업체에서 모델을 잘못 선정한 것 같아요.”그 말에 유미나의 표정이 조금 누그러들더니 이내 거만을 떨며 선배인 신주리한테 그래서는 안 된다며 훈계했다...후배는 행여나 유미나가 선물한 드레스 사이즈가 안 맞을까 봐 걱정돼 어떻게 티 안 나게 귀띔해 줄까 하고 고민하던 중 그 말을 듣고 입을 삐죽거리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바로 그때 쇼가 끝나고 신주리가 MC 곁으로 다가가 소개가 끝나기를 기다렸다가 발언을 시작했다.“FLO와 함께하게 되어 영광입니다. 그리고 여기에 계신 분들이 저를 믿어주시고 사랑해 주셔서...”신주리의 일거수일투족에서 자신감이 돋보였고 맨 앞자리에 앉은 부모님들은 흐뭇한 표정으로 무대 위의 딸을 자랑스럽게 바라보았다.발언이 끝나고 MC가 마이크를 받아 들더니 겉치레 발린 말을 몇 마디 하고는 갑자기 방향을 틀었다.“신주리 씨가 보여준 멋진 무대에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또 한 분의 열혈 팬의 대폭적인 지지에 대해 감사의 인사를 올리겠습니다. 공교롭게도 이분 역시 신주리 씨와 인연이...”신주리는 고개를 돌려 MC를 힐끗 쳐다봤지만 그는 꿈쩍없고 앞에 말을 이어나갔다.“이 열혈 팬이 바로 유미나 씨입니다. 오늘 발표회의 모든 브랜드를 응원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MC 말에 유미나는 어리둥절하더니 이런 코너가 있을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지만 똑같이 어리둥절한 신주리의 표정을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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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1297화

    MC가 인터넷에 떠도는 소문을 거론하더니 잊지 않고 유미나에게 확인 사살했다. 유미나는 가슴이 떨려서 미칠 것 같고 손이 덜덜 떨렸으며 위에서 내리비추는 강렬한 스포트라이트 때문에 앞줄에 앉은 육경서의 표정을 볼 수 없었다.하지만 일이 이 지경으로 되어버렸으니 부정할 수는 없었다.“맞아요. 하지만 사실 큰 관계는 없어요. 저와 경서의 우정으로 이 정도는 별거 아니니까 신경 쓰지 않을 거예요.”“전 신경 쓰여요.”느릿느릿한 말소리가 마이크로부터 전해오자 다들 소리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고 카메라도 그쪽을 향해 각도를 맞췄다. 육경서였다. 맨 앞자리 좌석 등받이에 몸을 기댄 그의 표정은 평온했으나 눈빛이 상당히 매서웠다. 육경서는 손에 든 서류를 흔들며 말했다.“유미나 씨, 이건 거의 10억에 가까운 주문서예요. 단지 드라마 한 부 찍은 인연으로 제가 이 정도로 큰 금액을 부담해야 하나요?”하얗게 질렸던 유미나의 얼굴이 이젠 파랗게 되어버렸고 그녀는 육경서가 수많은 사람 앞에서 이 말을 할 줄 전혀 몰랐다. 무대 아래에서 의논하는 말소리가 분분했고 다들 의혹에 차 있었다.“무슨 일이야? 육경서가 이 주문서를 승인하지 않겠다는 거야?”“승인하는 건 둘째고 육경서 말뜻을 들어서는 저 유 씨와 별로 친하지 않다는 뜻이잖아. 그저 드라마를 함께 찍은 사이라잖아.”“전에 절친이고 소꿉친구라고 하지 않았어?”“육씨 가문과 사이가 좋은 가문 중에 유 씨가 있었어?”“사이가 좋고 나쁘고를 떠나 재벌 가문에 아예 유 씨가 없어!”“...”아래에서 수군거리는 소리가 그대로 전해져왔고 유미나는 파랗게 질려버린 얼굴로 마이크를 잡은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유미나는 카메라 앞에 선 자신이 마치 홀딱 벗겨진 채로 무대 위로 던져버려진 것만 같았다. 아랫입술을 어찌나 세게 깨물었는지 입안에서 피비린내가 났고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당장 숨어버리고 싶었다. 육경서는 유미나에게 반박할 틈도 주지 않고 피식 웃더니 계속해 말했다.“오늘 이 기회를 빌어 해명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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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미나의 발언은 상당히 담대하고 깊은 뜻이 내포되었으며 특히 마지막 한마디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너무나 확연하게 알 수 있었다. ‘여자 친구한테 잘 보이고 싶어 이러는 거야?’하고 대놓고 묻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조용히 옆에서 구경하고 있던 신주리는 갑자기 불똥이 자기한테로 튀자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역시 죄명을 전가하는 수법이 일류였고 멘탈도 상당히 강했다. 눈앞에서 거짓말이 들통났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뻔뻔하게 고집을 피웠다...관중석에서 듣고 있던 신주리의 부모님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욕을 퍼붓고 싶었지만 신하균과 릴리가 한쪽에서 한 명씩 잡고 한바탕 달래서야 겨우 진정되었다. 유미나의 말이 끝나자 관중석이 갑자기 조용해졌고 그녀는 점차 의기양양해지더니 자기가 추측했던 생각을 말했다.“아니면 혹시 후회한 거예요? 고작 10억짜리 주문서가 혹시 사정이라도 생겨서 결제하지 못하게 된 거예요?”여기까지 말한 유미나는 가볍게 웃더니 계속해 말했다.“결제 안 해도 상관없어요. 사실 저도 오늘 오고 싶은 생각이 없었어요. 이 주문서는 없었던 걸로 하고 오늘 일은 헤프닝이라고 생각할게요. 이곳에서 이렇게 친구 한 명을 잃을 줄 몰랐어요.”얼핏 들어서는 유미나의 말이 매우 억울하지만 노코멘트하겠다는 뜻으로 들리지만 사실 매 한마디 말은 신주리를 겨냥하고 있었다. 육경서가 여자 친구의 환심을 사려고 할 수 없이 유미나와의 관계를 청산하고 주문서를 결제 못 하겠다는 것으로 오해하게끔 사실을 왜곡하기 위해서이다. 두 사람이 프로그램에서 보여준 모습으로 봤을 때 확실히 육경서가 열세였고 모든 것을 신주리 위주로 생각한다는 것을 느낌을 주긴 했었다.그녀의 말은 아주 교묘했고 단순히 이 말만 들어서는 신주리와 육경서 사이에 문제가 생겼다고 생각하지 절대 유미나를 의심하지 않을 것이다. 옆에 가만히 서 있던 신주리는 찍소리 못하고 모든 덤터기를 뒤집어쓰게 되어 너무 화가 난 나머지 절로 웃음이 났다. ‘실망’으로 가득 찬 유미나가 마이크를 MC에게 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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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주리는 고민하다가 말했다.“난 최근에 일이 많지 않아 괜찮지만 다음 달에 곧 새로운 촬영을 시작할 거야.”육시준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다음 달에 돌아가면 촬영 일정을 맞출 수 있어요.”육경서는 그들이 두어 마디 말로 일정안배를 끝내가 다급하게 입장을 밝혔다.“나도 있어! 주리가 돌아가지 않으면 나도 안 돌아갈래!”신주리는 흘겨보며 물었다.“넌 바쁘지 않아?”“마침 이 영화가 촬영을 마감할 예정이야. 기타 활동은 중요한 건 뒤로 미루고 중요하지 않은 건 매니저더러 거절하게 하면 돼.”육경서는 미처 깊게 생각하지도 않고 말했다.강유리는 반대하지 않고 귀띔했다.“강덕준 감독이 널 죽일 수도 있어.”육경서는 아랑곳하지 않았다.“괜찮아. 한 달뿐이잖아. 설마 날 따라 여기까지 오겠어?”강덕준이 그를 죽일지는 둘째치고, 어쨌든 지금 바론 공작은 그를 죽여버리고 싶었다.그는 그저 예의상 딸아이의 친구들을 초대해서 놀게 했을 뿐인데 결국 딸아이가 다음 달 귀국하는 일정을 안배하게 되다니?병원에서 육시준이 비아냥거리던 말을 그는 실행할 계획이었다. 단계마다 다른 이유로 딸을 만류하고 싶었고 시름 놓고 이곳에서 편히 안태하게 하고 싶었다.그러나 사위는...만약 자기 일을 다 처리했다면 남아있어도 괜찮았다. 부양할 수 없는 것도 아니니 말이다.그러나 지금 덤으로 두 사람이 더 생겼고 또 이 두 사람은 시간 맞춰 돌아가야 했다. 돌아가지 않으면 재촉당할 것이 뻔하다.“두 분이 바쁘면 굳이 남지 않아도 돼. 유리는 지금 손님 접대하는 게 불편하거든.”그는 정색해서 다시 말했다.그러자 여러 가지 눈빛이 삽시에 바론 공작을 향했다......신주리와 강유리는 제작팀과 반나절만 휴가를 냈기 때문에 오후에 돌아가야 했다. 그러나 오전 시간만으로 두 친구가 얘기하기엔 터무니없이 부족해 강유리는 직접 감독에게 전화해 하루 연장했다.점심시간.신주리는 육시준의 자리에 앉아 강유리의 옆에 누워 계속 절친끼리 이야기를 했다.강유리는 이번에 단도직입적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1378화

    저쪽에서 한참 동안 침묵이 흘렀다.상대방도 자신만큼 놀란 모습을 상상하며 육경서는 다음 이야기가 기대되었다.그러나 생각지도 못하게 송미연은 놀랐지만 기뻐하는 기색이 없었다.“유리 찾으러 갔어? 프로그램을 녹화한다며 왜 그들을 찾으러 갔어? 거기는 시간이 아직 이르지 않아? 이맘때면 유리는 잠을 잘 자지도 못했을 건데...”송미연은 육경서가 철이 없이 강유리가 잘 쉬지 못하게 방해한다고 한바탕 야단을 쳤다.그러나 그녀의 말은 한 가지 중요한 소식을 알렸다.“진작 알고 있었어요?”“물론이지!”송미연은 자랑스럽게 말했다.“며느리가 임신했는데 이렇게 큰 소식을 어떻게 바로 나에게 알려주지 않을 수 있겠어? 경고하는데 너무 떠들지 마. 네 형수님을 화나게 하면 안 돼! 그냥 녹화만 잘하면 되는 거 아니야? 주리가 널 용서했어? 왜 돌아다니며 다른 사람의 가십거리를 알아내려고 해! 이번에 돌아와서 주리의 용서를 받지 못한다면 넌 아예 돌아오지도 마!”...화제가 자신을 욕하는 방향으로 변해버리자 육경서의 열정은 순식간에 식어버렸고 목소리도 누그러들어 어쩔 수 없이 말했다.“알았어요. 알았어요. 제가 원한 줄 아세요? 이것도 어쩔 수 없었기 때문이잖아요...”“뭐가 어쩔 수 없다는 거야? 모두 네가 자초한 거잖아! 쌤통이야!”“...”“섬에서의 상황이 어떤지 모르니 넌 주리를 잘 돌봐야 해. 난 실시간으로 라이브 방송을 살펴보고 있을 테니 넌 주리 괴롭히지 마.”송미연이 또 당부했다.육경서는 머뭇거리다가 정색해서 대답했다.“알았어요. 걱정하지 마세요.”송미연은 또 몇 마디 더 당부한 후 전화를 끊었다.육경서는 어두워진 휴대폰 화면을 보며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잘됐어. 아빠 엄마가 다 주리를 좋아하니 나중에 언제든지 주리는 억울함 당하는 일이 없을 거야. 적어도 내가 있는 한 억울함 당하지 않을 거야...”...점심은 빌라의 셰프가 만든 영양식이다. 맛은 좋지만 오래 먹으면 질릴 수 있어 강유리는 이 음식을 보며 저도 모르게 한숨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1377화

    그러나 앉은 자리가 아직 따뜻해지기도 전에 육경서는 흥분된 듯 바로 일어나 소리쳤다. “뭐? 임신했다고?” 바론 공작은 짜증 섞인 눈길로 그를 쳐다보며 말했다. “목소리 좀 낮춰. 뭘 그렇게 놀라!” 그는 지금까지는 침착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사실 소식을 들었을 땐 당황하고 흥분했던 걸 그가 모를 리 없었다. 육경서는 입을 막으며 어색하게 다시 앉았다. 하지만 그의 눈빛은 반짝이며 감출 수 없는 흥분이 드러났다. ‘나 이제 삼촌 된다! 삼촌 된다!’ “의사가 말하기를 첫 3개월은 불안정하니까 특히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아버지도 이 소식을 공개하지 말고 태아가 안정될 때까지 기다리자고 하셨다.” 바론 공작은 드물게 인내심을 가지고 설명했다. 그는 그 말을 끝내며 신주리를 한번 훑어봤다. “그래서 나는 유리를 위해 사람들을 안배해 가까이서 돌보게 한 거다.” 그의 시선을 느낀 신주리는 고개를 들었다. 그녀는 공작을 한 번 보고 다시 눈을 내리깔며 강유리의 아랫배를 바라봤다.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마치 한번 만져보고 싶은 듯했지만 참았다. 그녀의 눈은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고 육경서와 같이 흥분과 기쁨을 숨길 수가 없었다. 그녀는 강유리의 아랫배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래서 지금 이 안에 작은 생명이 자라고 있는 거야?” “맞아.” 강유리가 그녀를 보고 웃으며 말했다. 신주리는 표정은 진지했지만 눈 속에 담긴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럼 만져봐도 돼?” 육경서도 순간 정신을 차리며 손을 내밀었다. “나도...” “안 돼!” “안 돼!” 두 명의 목소리가 동시에 차갑게 외쳤다. 그들의 무리한 요구를 바로 거절했다. 강유리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돌려 옆에 있던 두 남자를 쳐다봤다. 그녀는 그들에게 체면을 차리지 않았고 대신 신주리에게만 속삭였다. “조금 있다가 방에 들어가면 만져도 돼.” 육시준과 바론 공작은 동시에 얼어붙었다. ‘우리가 안 들릴 거라고 생각하나?’ 육경서는 기대에 찬 눈빛으로 강유리를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1376화

    육경서는 얼굴에 기쁨이 가득한 채 입을 열려던 순간 정원에서 누군가가 다가왔다. 그 사람은 유창한 한국어로 두 사람에게 따뜻하게 인사했다. “이쪽이 둘째 도련님이랑 신주리 씨 맞으시죠? 강유리 아가씨께서 이미 기다리고 계십니다.” “안내 부탁드려요.” 신주리가 부드럽고 예의 있게 대답했다. 육경서는 잠시 멍한 표정을 지었다. ‘이 사람, 왜 이렇게 때맞춰 나타나는 거지? 다른 때는 왜 안 오고, 바로 이때 오냐고!’ “잠깐만요. 저희 형수 말고 일단 먼저 빌라를 둘러보고 싶어요!” 그가 급하게 발걸음을 옮기며 안내하는 집사를 붙잡았다. 집사는 그의 눈을 한 번 쳐다본 뒤 다소 의아해하는 표정으로 멈췄다. 신주리는 미소를 띤 채 침착하게 말했다. “미안해요. 낯을 가려서 그래요.” 육경서는 혼란스러웠다. ‘이게 무슨 말이야? 내가 낯을 가린다고? 왜 그렇게 갑자기...’ 집사는 이해한 듯 웃으며 공작님도 그들의 방문을 매우 기쁘게 생각해 오늘 특별히 이곳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육경서는 그 한마디도 제대로 듣지 않았고 눈앞의 신주리를 원망스러운 눈길로 바라봤다. ‘주리는 도대체 이게 무슨 뜻이야? 너무 쉽게 대답해서 다시 부정하려는 건가?’ 그들이 정원으로 들어섰고 이곳은 여전히 고요하고 우아한 분위기였다. 뜨거운 태양 아래 한쪽에서 차와 다과가 준비된 작은 테이블이 보였다. 강유리는 햇볕을 가린 파라솔 아래에 앉아 있었고 그 앞에는 육시준이 전화를 끊고 있었다. 바론 공작이 불만을 표하며 입을 열었다. “하루 종일 그 전화기 들고 있으면 안 돼! 그렇게 바빠? 전자기기 방사선이 얼마나 해로운지 알지? 의사 선생님이 말했잖아. 첫 세 달은 불안정하다고, 푹 쉬어야 한다고!” 육시준은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지난달에 돌아갔으면 이미 처리했을 일인데요.” 바론 공작은 얼굴에 불편한 기색이 스쳤다. “일이라는 게 끝날 수 있나? 돌아가면 내 딸과 시간을 제대로 보낼 수 있을까 몰라!” 육시준이 말하려던 순간 강유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1375화

    감독은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강하게 반박하지도 못하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규정에 따르면 녹화 중에는 제작진 팀을 이탈하면 안 됩니다.” 역시나 신주리는 가볍게 되물었다. “녹화 시작할 때 그런 규정은 없었잖아요? 갑자기 추가된 건가요?” “그건 아니지만 지금 상황이...” “그럼 우리를 일부러 견제하려는 건가요? 그럼 그냥 프로그램 안 하면 되죠?” 감독은 말문이 막혔다. 사실 첫 번째 시즌에서 육경서가 사고를 당한 이후로 그는 이미 이 두 사람에게 꼼짝 못 하고 있었다. 조건을 협상하든 규칙을 정하든 이 둘이 하겠다고 하면 다행이고 안 하겠다고 하면 모든 게 물거품이 될 판이었다. 결국 이를 악물고 그는 포기했다. “알겠어요, 알겠어! 두 분 다 제가 졌습니다! 하지만 어디 가든 꼭 행선지를 알려주시고 제작진 팀에서 두 분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어야 합니다!” “걱정 마세요. 너무 오래 걸리진 않을 거예요. 점심 먹고 바로 돌아올게요!” 신주리가 대범하게 말했다. ‘점심도 먹고 온다고?’ 하지만 그가 불만을 표현하기도 전에 두 사람은 이미 유유히 그의 앞을 지나쳐 나가버렸다. 호텔 문을 나서자마자 감독은 서둘러 휴대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 전화기 너머로 나른한 목소리가 들렸다. “여보세요?” “강 대표님, 경서 씨랑 주리 씨가 지금 강 대표님을 만나러 갑니다! 그런데 프로그램 효과를 위해서 행선지에 대한 건 절대 발설하시면 안 됩니다!” 감독이 진지하게 말했다. 강유리가 태연하게 대답했다. “만약 제가 발설하면요?” 감독은 순간 당황했다. 그는 이런 대답을 예상하지 못했다. ‘아니, 이건 우리 회사의 프로그램 아니었나? 이렇게 마음대로 행동해도 되는 거야? 시청률이 안 오르면 강 대표님에게도 손해 아닌가?’ 감독은 빠르게 머리를 굴리며 어떻게든 이 대형 회사를 설득해야겠다고 결심했지만 강유리는 그의 말을 끊으며 다시 말했다. “농담이에요. 발설하지 않을 테니 걱정 마세요.” 감독은 긴 한숨을 내쉬며 안도했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1374화

    비행기에 오를 때 각자 다른 생각을 품고 있었고 내릴 때도 마찬가지였다. 목적지에 도착했을 땐 이미 다음 날 새벽이었다. 제작진 팀은 미리 준비한 차를 타고 그들을 예약된 호텔로 보냈다. 해변가에 위치한 경치가 아름다운 5성급 호텔이었다. 모두들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번에 제작진 팀 정말 큰돈 쓴 거네! 이게 진짜 여행 같아!” “그렇지. 갑작스러운 느낌도 있지만 일정은 꽤 합리적이네!” “응, 또 감사한 건 처음에 우리 주리랑 경서에게 그 사건이 터진 후로 대우가 점점 더 좋아졌다는 거야. 그들은 정말 목숨을 걸고 얻은 거라니까!” 모두가 웃으며 체크인 절차를 마쳤다. 그때 감독 팀에서 메시지가 왔다. “오늘 밤은 여기서 쉬고 내일은 섬으로 갑니다.” 모두들 당황했다. ‘그래서 목적지는 여기가 아닌가?’ “목적지는 반대편에 있는 작은 관광 섬입니다. 규모는 작지만 최근 몇 년 동안 관광업이 급성장했습니다. 얼마 전 이 섬의 소유자가 바뀌어서 다시 한번 큰 화제를 일으켰죠.” 감독이 그렇게 말하자 신주리는 점점 더 익숙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그게 바론 공작이 유리에게 선물한 섬이죠?” 감독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육경서는 감탄하며 물었다. “그럼 어떻게 우리 형수를 설득했어요?” 감독 팀은 미소를 지으며 답하지 않았다. 실시간 채팅창에서는 감탄이 이어졌다. [유리 언니가 이번 프로그램을 위해 진짜 대규모로 투자한 거네!] [하하하, 유리 언니가 투자한 건 아니야. 그냥 완전 부모님에게 의지하고 있는 거지! 그리고 그 덕분에 도련님과 미래의 동서가 혜택을 보는 거고!” “나도 섬 주인 언니가 있었으면 좋겠다!” “이번에 유리 언니 우정 출연할지 궁금하다!” 아침 식사 후 모두 방으로 돌아가 시차를 맞추기 위해 잠을 청했다. 카메라는 잠시 쉬어갔다. 신주리는 비행기에서 잠깐 눈을 붙였기에 이제는 전혀 졸리지 않았다. 그녀는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은 후 모자와 선글라스를 쓰고 호텔 방을 몰래 빠져나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1373화

    심지어 원피스까지 캐리어 하나에 다 준비해 놨다. “안 믿을지 몰라도 내가 쇼핑 리스트까지 작성했어. 엄마한테도 참고를 부탁했거든! 원피스는 엄마가 골랐어. 안심해, 눈썰미는 진짜 좋아!” 말을 하면서 그는 정말로 쇼핑 리스트를 꺼내서 신주리에게 보여줬다. 신주리는 그 리스트를 보지 않아도 이미 믿고 있었다. 심지어 조금 놀랐다. “너 그럼 네 짐은 어쩌고? 얼마나 챙겨왔어?” “짐 하나야. 나중에 필요하면 제작진 팀에 부탁할 거야!” 육경서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 말했다. 신주리는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그녀가 너무 오랫동안 육경서를 바라보고 있었던 탓인지 휴대폰을 들여다보지 않은 채 그를 쳐다보던 신주리가 이상하다는 걸 눈치챈 육경서는 본능적으로 고개를 들어 그녀를 쳐다봤다. “왜?” 신주리는 아무 말 없이 시선을 돌려 휴대폰 화면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렇게 많아?” 육경서는 묘한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그렇게 많은 건 아니야. Y 국에 있는 우리 회사 지사에서 몇 가지 더 준비해 줬거든...” 그가 말을 하다 갑자기 멈칫했다. 불필요한 말을 했다는 걸 깨달은 듯했다. 신주리는 그 모습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그리고 그녀의 머릿속에 갑자기 대담한 생각이 떠올랐다. “이번 목적지는 네가 제작진 팀에 요청한 거 아니야?” “무슨 말이야? 내가 그런 사람인 줄 알아?” 육경서는 당황한 듯 대답했다. “네가 그런 사람 아닌가?” 육경서는 잠시 생각에 잠긴 후 고백했다. “맞아, 그런 사람일 수도 있어. 하지만 이번에는 정말 아니야! 사실 내가 쓴 목적지는 원래 해변이었어. 이런 건 결국 다 준비해야 할 것들이잖아.” 신주리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대신 이제는 아예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다른 한편에서는 서진태와 소지석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서진태는 진지하게 소지석에게 도씨 가문의 그 양성 계획에 대해 물어보았다. 이 계획은 너무나도 비상식적이어서 의심의 눈초리를 거둘 수 없었다. 완전히 그들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1372화

    [하하하, 이게 무슨 이상한 조합이야? 어쩐지 묘하게 어울리기도 하고 또 웃기기도 하네!] [처음부터 차 안에서 자리싸움만 아니었어도 이렇게 어색하지는 않았겠지.] [우리 지원 언니 한마디로 모든 흐름이 뒤집혔어!] [강미영은 도대체 무슨 속셈이지? 우리 지석이를 일부러 피하는 거야?] [다시 한번 말하지만 소지석 팬들 너무 이기적이지 마! 누구든 미영 언니에게 다가갈 수 있고 미영 언니는 모두를 거절할 권리가 있어!] 좌석이 정리되고 비행기가 이륙을 준비하자 라이브 방송은 일시적으로 종료되었다. 이런 24시간 라이브 촬영 프로그램에서도 이렇게 잠깐 동안만은 각자가 자신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강미영은 라이브 방송이 종료된 뒤 의아한 표정으로 한지원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여전히 왜 한지원이 굳이 자신과 함께 앉으려고 했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물론 지금 상황에서 누가 자신에게 같이 앉자고 했어도 마다하지는 않았겠지만... “미영 언니, 난 저 커플 팬이야.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얘기해. 그러니까 제발 내 최애 커플 깨지지 않게 도와줘!” 한지원은 진지한 얼굴로 이유를 털어놓았다. 강미영은 살짝 멍해지더니 결국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알겠어, 앞으로 네 최애 커플 잘 지켜주도록 할게.” 한지원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밝게 웃었다. “정말 고마워! 덕분에 내 최애 커플이 마음 편히 연애할 수 있게 됐어!” 강미영은 눈가를 약간 찡그리며 물었다. “근데 언제부터 걔네 둘의 팬이 된 거야? 그리고 지금 걔네 둘 관계 꽤 안정적이던데 내가 굳이 뭐 하러 그걸 망치겠어?” 한지원은 고개를 저으며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미영 언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중요한 건 이런 카메라 밖에서의 달달한 순간들이지.” 강미영은 순간 뭔가를 깨달은 듯 눈썹을 살짝 치켜세웠다. “혹시 영감이라도 떠오른 거야?” 한지원은 멍하니 있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언니의 작은 호의 하나가 한 명의 유명 만화가를 탄생시킬 수도 있어!” 강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1371화

    그는 단지 이런 행동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다. 강미영에게 그를 좀 더 이해할 기회를 주고 소지석에게는 그가 혼자서만 밀어붙이지 않도록 눈에 띄게 하려 했다. 그러나 이 행동을 알아본 사람들도 있지만 일부 팬들은 그를 오해하거나 비판하기도 했다. [솔직히 말해서 서진태는 너무 경계가 없지 않나요? 경쟁하고 싶다 해도 이렇게까지 급하게 해야 하나요? 왜 꼭 같이 앉아야만 하는 거죠?] [맞아요! 강미영 언니는 분명히 불편해 보였고 바로 피해서 조수석에 앉았잖아요!] [좋아한다고 해도 좀 경계를 두고 해야죠.] [근데 소지석 팬들 너무 이중잣대 아니에요? 오빠가 같이 앉고 싶으면 직설적으로 다가가도 ‘멋지다, 드디어 마음을 표현했다!’고 하는데 서진태가 다가가면 ‘경계가 없다’고 비판하잖아요?] [맞아요. 서진태는 사실 강미영 언니와 앉고 싶은 것보다는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던 거죠.] 댓글창은 점점 떠들썩해졌다. 신주리와 육경서의 강미영에 대한 이해도는 완벽했다. 감정상에서 경쟁이 시작되면 그녀는 주저 없이 피할 것이다. 강미영은 감정을 물건처럼 경쟁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런 성격의 프로그램에서는 남성들끼리의 경쟁이나 여성들끼리의 경쟁이 감정을 더 순수하지 않게 만들 수 있고 로미오와 줄리엣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결국 그런 외적인 압박이 감정을 더 강화시키는 효과가 생기게 된다. 사실 그들이 정말 사랑하는 건 아닐 수도 있다. 단지 지는 걸 참지 못해서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그녀와 고정남의 관계도 그랬다. 주위에서 반대할수록 더 진지하게 여겨졌던 그 감정이었지만 결국 그것은 진정한 사랑이 아니라 엉망이 된 감정이었음을 깨달았다. “네가 졌으니까 내 선물 잊지 말고 사 와.” 신주리는 자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육경서는 그 결과를 보며 입술을 삐죽 내밀고는 돌아서서 그녀에게 엄지를 치켜들었다. “이번엔 네가 이겼어.” 신주리는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 “이번? 그럼 다음에도 나랑 내기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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