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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92화

빨간 입술을 꼭 깨문 유미나는 솟구치는 분노를 가까스로 억제하며 속으로 릴리를 수없이 욕했다.

‘망할 계집애가 예의라곤 전혀 없어. 부잣집 딸은 교양이 없어도 되는 거야?”

하지만 깊게 숨을 들이쉬며 마음속의 불만을 집어삼키는 한편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릴리가 자기가 누군지 모른다면 자기와 육경서와의 관계도 모를 것이고 그렇다면 아주 깨끗한 우정을 쌓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제가 이곳에 대해 잘 몰라서 그러는데 혹시 탈의실까지 데려다줄 수 있어요? 주최 측에 드레스를 가져다 달라고 요구할 테니 바로 환복하고 나갈게요.”

유미나는 서슴없이 릴리에게 요구를 제기했다.

사실 유미나의 말에는 많은 뜻이 내포되었다. 주최 측에 직접 드레스를 요구할 정도라면 어느 정도 영향력이 있다는 뜻으로 자기 신분이 낮지 않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나타냈고 새 드레스로 갈아입더라도 집에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은 확실히 약속이 있다는 것을 뜻했다.

그리고 드레스가 망가진 탓에 자기한테 폐를 끼쳤으니 릴리가 미안한 마음이 들게 하려는 뜻도 내포되었다.

다행히 상대는 그녀의 말뜻을 알아듣고 흔쾌히 승낙했다.

...

탈의실로 가는 길에 릴리는 도무지 감을 잡을 수 없어 수백 가지 가능성을 머리에 떠올리며 이 여자의 목적이 무엇일지 추측했다.

만일 릴리가 남자라면 유미나가 이런 저속한 수법으로 탈의실로 데려가 꼬리 쳐 홀릴 것으로 예상할 수 있는데 꽃다운 가녀린 여자한테 왜 이러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리고 이런 의심을 하게 된 또 한 가지 이유는 유미나의 수법이 너무나 상투적이고 목적성이 뚜렷해 이마에 써 붙이지 않았을 뿐이지 누구라도 의심할 수 밖에 없었다.

어릴 때부터 권력 중심에서 성장하면서 단련되다 보니 이보다 더 고급스러운 수법도 사실 릴리는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탈의실에 도착한 뒤 밖에서 유미나를 기다리며 릴리는 절친 단톡방에 현재 상황에 대해 보고했다.

릴리: [...유미나가 대체 뭐 하려는 걸까? 여자를 좋아하는 걸까 아니면 내가 여자를 좋아한다고 착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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