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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94화

직원이 무심코 릴리를 바라보자, 담담하게 상황을 지켜보던 릴리는 갑자기 표정을 바꾸며 놀란 듯 물었다.

“그렇게 많이 주문해요? 전 필요 없어요. 나중에 발표회가 끝나면 주문할 거예요.”

그러자 유미나는 릴리의 반응이 마음에 들었는지 도도하게 말했다.

“팸플릿을 봤는데 죄다 괜찮더라고요. 우리 둘의 스타일이 비슷하니까 마음에 드실 거예요.”

“그런데 이렇게 많이 필요 없어요...”

“괜찮아요. 제가 선물해 드릴게요!”

그러자 릴리는 눈을 반짝이며 더는 거절하지 않고 우아하게 감사의 뜻을 표시하고는 유미나의 기대에 맞추려는 듯 행동했다.

직원이 품목을 확인한 뒤 가격이 적힌 주문서를 건네주자 유미나는 금액을 확인하지도 않고 결제란에 육경서의 이름을 적었다.

몇 가지 품목은 맞춤 제작이라 현장에서 판매가 안 되니 브랜드 숍에서 발송할 것이라고 유미나에게 말하려다 육경서 세글자를 보고는 그대로 말을 삼켜버렸다.

육씨 가문 둘째 도련님의 오더이니 맞춤 제작이라도 당장 준비하라고 빨리 브랜드 업체에 연락해야만 했다.

릴리는 이 와중에 한마디 말도 하지 않고 유미나가 결제란에 육경서의 이름을 적는 것을 조용히 바라보더니 눈꼬리를 씰룩이었다.

‘이런 바보 병신...’

육경서 이 자식이 오늘 어떻게 해명할지 두 눈을 크게 뜨고 지켜볼 것이다.

태어나서부터 이런 대우를 받아본 적이 없는 유미나는 직원의 부러움을 한 몸에 가득 받자 기분이 날아갈 것만 같아 릴리와 대화하면서 저도 모르게 턱을 하늘 높이 치켜들었다.

“다시 돌아가서 쇼를 볼까요?”

그러자 릴리는 고개를 저으며 바로 거절했다.

“아직 일이 남았어요. 친구한테 가봐야 해요.”

그러자 유미나는 살짝 미소를 짓더니 말했다.

“불편하지 않다면...”

“불편해요. 제 친구가 낯을 가려서 나중에 기회가 있으면 소개해 드릴게요.”

유미나는 릴리의 말에 전혀 개의치 않고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무슨 생각하시는 거예요? 저도 그렇게 붙임성이 좋은 사람 아니에요. 저는 그저 괜찮으시다면 연락처라도 남겨줄 수 있는지 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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