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장 내는 한바탕 북적이고 나서야 드디어 방송다운 방송이 시작되었다. 다음은 목적지를 선정하는 순서였다.친한 친구끼리 여행을 가도 모순이 생기기 마련인데 오늘 금방 면목을 익힌 사람들이 여행을 떠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제작팀은 게스트가 서로 의견이 맞지 않아 충돌이 생기기를 기대했고 이런 장면이 예능 프로에서는 제일 큰 볼거리였다.육경서와 신주리가 나중에 도착했기에 강미영은 다른 게스트들이 속아 출연하게 된 계기를 간략하게 설명하고 나서 자기 생각을 밝혔다. 먼저 게스트들이 희망하는 목적지를 선정하고 미션으로는 약재 채집과 보물찾기가 확정되었으니 나머지는 다른 사람들의 의견에 따라 결정하는 게 어떻겠냐고 묻자 소지석이 먼저 제의했다. “만일 다른 특별한 의견이 없다면 먼저 서 선생님과 주 선생님의 뜻에 따라 약초 채집과 보물찾기를 하는 게 어때요?”한지원은 재밌게 노는 것이 목적이라 어떤 제의에도 의견이 없었다.“전 다 괜찮아요.”심수정의 목적은 강미영이기에 그녀도 한지원과 마찬가지로 특별히 의견이 없었다. 육경서와 신주리도 소지석의 제의를 반대하지 않았기에 일단 미션을 이렇게 정하기로 했다. “그럼 약초 채집을 먼저 할까요? 보물찾기를 먼저 할까요?”제작팀이 핵심 질문을 제기했고 선택은 서진태와 주상현의 몫이었다. 두 사람은 인연을 찾는 것이 목적이 아니기에 그들에게는 미션의 순서가 아주 중요했고 심지어 자기 미션이 끝나면 바로 하차하고 위약금 같은 건 추천한 사람이 배상하게 할까도 생각했었다. 그들의 시간은 더없이 귀중하기에 인연을 찾는 데는 별로 흥미가 없었다. 두 사람은 동시에 입을 꾹 다물고 침묵에 빠졌고, 침묵에 빠졌다는 건 자기 미션을 먼저 진행하고 싶다는 뜻이기도 했다. 두 사람이 서로 양보하려 하지 않자 촬영장의 분위기는 삽시간에 싸늘해졌고 다들 서로 눈치 보면서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몰라 당황했다. ‘제작팀 나쁜 자식들, 꼭 이렇게 내분이 생길 수 있는 소재를 만들어내곤 하지.’육경서는 두 사람을 쓱
두 사람의 옥신각신하는 소리에 머리가 빠개질 것 같았고 심지어 순서가 무슨 대수냐는 생각이 들었다. 주상현은 귀찮은지 갑자기 한마디 툭 뱉었다. “먼저 어딜 가든 상관이 없어요.”그러자 서진태도 이내 덧붙였다.“저도요. 이것 때문에 이렇게 다툴 필요는 없잖아요.”“안 돼요. 반드시 골동품 시장에 먼저 가야 해요.”“야외 탐험 먼저 가요. 전 캠핑에 한 표.”육경서는 절대 이대로 물러날 수 없다는 듯이 억지를 부렸고 신주리도 이내 반격했다. 그러자 육경서가 말했다.“좋아. 그럼 투표로 결정해.”솔직히 말해 게스트들은 투표하기가 싫었지만 육경서와 신주리 중 어느 한 사람에게도 밉보이기 싫어 서로 조용히 서 있기만 했다. 강미영은 당사자가 협의를 끝냈지만 누구도 이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을 눈치채고 먼저 침묵을 깨뜨렸다.“그럼 이렇게 해요. 두 당사자가 제일 공정한 방식으로 순서를 정하는 게 어때요?”강미영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제안하자 심수정이 물었다.“무슨 방식이요?”소지석이 살며시 미소를 짓더니 이내 말했다.“가위, 바위, 보 어때요?”역시 이 방식이 그 누구에게도 밉보이지 않을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었다. 하지만 당사자인 서진태는 기대에 찬 신주리의 눈빛을 힐끗 보고는 입꼬리를 씰룩이더니 투표에서 지는 날이면 이 계집애가 자기한테 한바탕 화낼 것만 같았다. 그는 커플 사이의 전쟁에 절대 끼어들고 싶지 않았다. “제가 대표 한 명 선발할게요. 신주리 씨가 저 대신 게임을 해주면 안 될까요?”주상현도 동감이었다.“좋아요. 게임은 그래도 애들이 잘하죠. 전 경서 씨를 대표로 출전시킬게요.”“누가 애예요?”“누가 애예요?”신주리와 육경서가 불만이 가득한 목소리로 이구동성으로 외치자 모든 사람이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신주리와 육경서는 서로 마주 보더니 뻘쭘한지 이내 고개를 돌렸다...“소지석 씨와 미영 언니 케미가 너무 좋아요. 미영 언니 말뜻을 소지석 씨가 바로바로 알아차리잖아요.”“다들 눈치챘어요? 소지석
신주리는 화가 나 눈으로 불을 뿜을 기세였고 주먹을 꽉 쥔 손가락 마디에서 우두둑우두둑 소리가 났다. 한지원은 신주리가 육경서를 때리기라도 할까 봐 그녀의 팔을 꽉 잡고 말했다.“괜찮아요. 괜찮아요. 누가 제의했으면 누가 기획해야죠. 그러면 다음에 탐험할 때는 조금이나마 쉽지 않을까요?”“맞아. 그러면 목적지 정할 시간도 넉넉하잖아. 주리 씨 아직 목적지 못 정했지?”심수정도 덩달아 위안하며 말하자 신주리는 입을 삐죽거리며 말했다.“서 선생님이 오실 때 가고 싶은 목적지를 정하지 않았을까요?”서진태가 아무 말이 없자 신주리는 우울한 목소리로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서진태가 오기 전에 이미 목적지를 정한 건 사실이지만 두 사람이 다투는 것을 보고 어느 곳을 먼저 가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진심으로 상관없다고 생각했는데 신주리가 게임에서 진 것을 사과하자 그는 움찔하더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큰일도 아닌데 괜찮아요. 먼저가든 나중에 가든 상관이 없어요. 갈 수 있기만 하면 전 만족해요.”신주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다소 의기소침해 있자 가까이 있던 강미영이 그녀의 손을 잡으며 무언의 위안을 하더니 피식 웃었다. 강미영은 두 사람 덕분에 어색한 분위기를 깨트릴 수 있어 이 처리방식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신주리는 게임에서 진 것에 대해 진심으로 미안해했다.“주리는 진짜로 서 선생님 대신 이기고 싶었던 모양이야. 그래서 사과한 거잖아. 주리가 너무 착해서 슬퍼.”“서 선생님도 좋은 분이신 거 같아. 주리를 향해 웃는 모습이 너무 따뜻해.”“쌀쌀맞은 아저씨와 성격이 불같은 꼬마 아가씨는 어떨 것 같아요?”“주리 언니는 꼬마 아가씨가 아니고 우아한 공주님이에요.”“이 사람들 이상해. 육경서와 신주리가 커플이야. 다들 뭐라는 거야?”“커플 팬도 이상해. 우리 주리는 솔로일 때가 제일 예뻐.”“...”댓글 전쟁은 아직도 이어지고 있었고 여행의 허울을 쓴 연애 예능프로는 시작하자마자 벌써 몇 쌍의 커플이 맺어졌다. 이 프로는 한
유미나는 자기한테 신주리 문제를 묻는 것이 너무 싫었고 더욱이 육경서와의 관계를 정면으로 대답하지 않는 것이 제일 좋은 대답이라고 생각하고 살짝 입술을 깨물며 부드러운 미소를 짓더니 말했다.“죄송한데 이건 사적인 문제라 답해드릴 수 없어요.”말이 끝나자마자 유미나는 화제를 돌려 말했다.“이런 문제 말고 제 새 작품에 대해 알고 싶은 건 없나요? 사실 오늘 새 작품 홍보하러 왔거든요.”촬영팀 내부에 진입해 인터뷰할 정도의 기자라면 어느 정도 눈치가 있기에 상대가 사적인 문제에 답하기를 내켜 하지 않자 대충 그녀의 신작에 관해 물었다.이때 갑자기 높은 목소리가 들려왔다.“유미나 씨, 방금 육경서 씨가 촬영지까지 바래다줬고 지금도 주차장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했죠?”그 말에 유미나는 흠칫하더니 이내 부끄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맞아요. 저와 경서는 그저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친구에요. 다들 이상한 생각을...”“그런데 육경서 씨가 지금 [너와 함께 힐링] 프로를 라이브로 촬영하고 있어요. 신주리 씨와 함께 비밀 게스트로 출연했어요.”그 말에 유미나는 얼굴빛이 사색이 되면서 바로 굳어버렸고 주위에 있던 기자들과 팬들이 일제히 말소리가 들린 방향을 향해 고개를 돌리자 그 사람은 핸드폰을 꺼내 높이 들고 유미나한테 보여주려고 가까이 다가왔다. “이미 실시간 검색에 올랐어요. 두 사람이 함께 출연했고 오전부터 촬영을 시작했어요.”유미나의 예능 프로도 오전부터 촬영했고 [너와 함께 힐링]은 새 프로인 데다 중년들의 연애를 다룬 예능이라 유미나는 아예 신경을 끄고 있었다. 하긴 요즘 하도 바빠 신경 쓸 여력도 없었다. 하여 현재 인터뷰를 받는 시점에서도 그녀는 저쪽 상황에 대해 전혀 몰랐기에 조금 전에 한 거짓말이 순간 들통나고 말았다.“무슨 일이래? 저쪽은 라이브 방송이고 육경서가 줄곧 [힐링]팀에서 촬영하고 있었는데 분신술이라도 쓴 건가?”“유미나가 거짓말하는 거 아니야? 그런데 이유는 뭘까?”“그럴 리가 있겠어? 거짓말할 이유가
유미나는 말문이 떡하니 막혀 아무 말도 못 하자 매니저는 매의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너 똑바로 말해. 너와 육경서가 대체 무슨 사이야?”수많은 연예인을 관리했던 매니저도 일반인은 아닌지라 유미나가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이내 눈치챘다. “저번에 저한테 물었잖아요? 제가 그때 대답한 그대로예요. 너무 친한 사이는 아니지만 알고 지내는 정도예요.”유미나는 당황했지만 정면으로 대답하지 않고 매니저가 오해하게끔 어영부영 대답했다. 그러나 매니저는 유미나의 속임수에 넘어가지 않고 끈질기게 물었다.“알고 지내는 정도가 어느 정도냐고?”“그건...”“유미나, 내가 경고하는데 육경서는 단지 연예계 탑뿐만 아니고 육씨 가문 둘째 도련님이야. 아무 친분도 없으면서 이렇게 이용하다 들통나는 날에는 너뿐만 아니라 나까지 다 죽어.”유미나는 이렇게 엄중한 문제가 될지 몰랐기에 매니저의 말을 듣는 순간 얼굴이 하얗게 질려버리면서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매니저는 유미나를 특별히 관리한 적이 없었고 비록 육경서와 작품을 함께 해 인지도가 조금 있긴 해도 별로 신경을 써준 적이 없었다.신주리의 라이벌로 컨셉을 잡고 그녀가 거절한 스케줄을 주워 온 건 유미나가 스스로 벌인 일이지 소속사에서 아무런 도움도 준 적이 없었다.요즘 육경서의 신분이 폭로되고 유미나와 조금 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여 그때부터 매니저가 신경을 써서 좋은 일거리도 알아봐 주고 있었다. 만일 육경서와 아무런 관계도 없다고 말하는 날이면 자신의 처지가 어떻게 될지 불 보듯 뻔했고 전보다 더 악화할 수 있다고 생각해 한참 동안 머릿속으로 저울질하던 유미나는 거짓말을 끝까지 이어 나가기로 결심했다.“집안끼리 친분이 좀 있긴 하지만 제가 경서와 한 번밖에 작품을 한 적이 없다는 건 알고 있잖아요? 하여 개인적으로는 그다지 친하지는 않지만 우리 가문을 봐서라도 저한테 뭐라고 하지는 않을 거예요.”마지막 한마디 말에 매니저는 다소나마 안심이 되었다. 유미나가 육경서한테 연락하지 않았다는 것을 매니저
처음에는 신주리 팬과 지나가던 네티즌들이 한마디씩 비난하곤 했는데 육경서 팬과 커플 팬이 우르르 몰려오더니 화력을 집중해 유미나를 마구 공격했다.“이런 뻔뻔한 X을 봤나? 거짓말을 해놓고 말도 못 하게 해?”“경서 오빠가 오전 열 시에 [힐링]팀에 도착했고 유미나는 열 시 반에 촬영장에 도착했는데 육경서가 어떻게 바래다줬다는 거야?”“내가 방금 알아봤는데 위층의 말이 아주 정확해.”“잘도 바래다주겠어. 경서 오빠가 여친도 마중하러 안 갔는데 네가 뭐라고 너를 촬영장까지 바래다주겠어?”“승인하고 싶지 않지만 그래도 승인할 건 해야겠어. 신주리가 적어도 너처럼 여우짓을 안 하고 당당해서 좋아.”“그만그만, 우리 주리는 끼워 넣지 마. 주리 데려갈 테니까 너희끼리 물고 뜯고 실컷 해.”“...”강대한 육경서 팬은 어렵지 않게 유미나를 실시간 검색 차트로 등극시켰다.“#육경서가 유미나를 촬영팀으로 바래다준 것이 사실일까#”검색어를 클릭하면 바로 인터뷰기사였고 클릭 수가 빠르게 상승하더니 유미나는 삽시간에 공공의 적이 되어버렸다. 많은 광고주가 계약 해지를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을 때 유미나의 소속사에서 먼저 선수를 쳐 실시간 검색을 철회했고 인터뷰 기사도 삭제하더니 [너와 함께 힐링] 프로를 대거 홍보하는 것으로 시선을 돌리는 데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너와 함께 힐링] 은 따로 홍보할 필요도 없이 최대 수혜자가 되어버렸다....제작팀이 그나마 양심은 있어 목적지를 급하게 결정한 것을 고려해 당장 출발하지 않고 하룻저녁 기획하고 준비할 시간을 줬다. 그리고 8명의 교통비, 식사, 숙박을 포함한 여행경비를 백만 원 지급했는데 이 금액은 여태 부유한 생활을 누려온 연예인과 학자들에게는 치명적인 타격이었다.저녁이 되자 모든 게스트가 베란다에 모여 지출 계획을 논의했다.“교통비가 인당 평균 10만이면 80만이에요. 그러면 20만밖에 안 남는데 이걸로 3일동안의 식사와 숙박을 어떻게 해결해요? 그리고 돌아올 때는 어떻게 해요?”한지원이 걱정스레
한참 지나 강미영이 어색한 기침을 하더니 피디의 ‘이모’라는 호칭에 어쩔 수 없이 중재에 나섰다.“게임 룰을 존중해야죠. 자부담이 안 된다면 따라야죠.”“예산이 턱없이 부족한데 어떻게 해요?”주상현이 침착하게 물었다. 설령 이 금액으로 목적지까지 도착할 수 있다고 해도 돌아오는 항공권은 어떻게 한단 말인가? 제작팀이 준 경비로는 왕복 항공권도 살 수 없었다. 이건 제작팀이 게스트를 괴롭히려고 일부러 작전을 짠 것이 틀림없었다. 강미영은 한참 생각하더니 제작팀과 협상을 시도했다.“이렇게 하면 어때요? 백만 원은 우리 일상 지출에 사용하고 골동품 시장에서 쇼핑하는 비용은 제작팀에서 부담해줘요.”피디도 강미영과 같은 생각이었다“당연하죠. 골동품 시장에서의 모든 지출은 제작팀에서 부담할게요. 첫 여행을 기념하는 선물이라고 생각하시면 돼요.”그 말에 게스트들은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만족했다.“역시 대범하시네요.”“뱃심이 있네요.”“피디님 고마워요.”“경비를 좀 더 아껴 쓰면 가능할 것도 같아요. 이제 골동품 시장에 가서 싹쓸이해 보자고요.”게스트들의 칭찬 소리에 피디는 기뻐할 틈도 없이 이제 골동품 시장에서 얼마나 뜯길지 못내 걱정되었고 제작비도 걱정되었다. 하지만 엎지른 물이라 쇼핑은 반드시 할 것이고 눈앞의 문제도 해결해야 했다.“만일 돌아오는 항공권과 여행지 숙박비를 제외한다면 20만으로 생계를 유지할 순 있어요.”다들 또 한 번 침묵에 빠지더니 기대의 눈빛으로 강미영을 바라보면서 다시 한번 제작진과 협상하기를 희망했다. 강미영은 갑자기 머리가 지끈거렸고 멀지 않은 곳에서 고개를 숙이고 열심히 방법을 강구하고 있는 신주리와 육경서를 힐끗 쳐다보더니 이내 눈빛이 반짝이었다. 제작진이 이런 미션을 제기했을 때는 집행 결과에 대해 충분히 고려하고 결정을 내렸을 것이다.. 눈앞의 두 톱스타는 협상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고 열심히 대책을 강구하고 있었다. 강미영이 입을 열고 말하려는 순간 옆에 서 있던 소지석이 먼저 말을 꺼냈다.“너
만일 강미영이 먼저 제의했더라면 일방적으로 무지하게 욕을 먹었을 것이다...꽉 차 있던 베란다가 이내 텅텅 비었고 신주리는 다들 떠난 방향을 멍하니 바라보더니 따라 가려 하자 육경서가 그녀의 손목을 잡으며 물었다.“어딜 가려고?”“인솔자가 해결해야 하는 거 아니야? 네가 장소를 선택했으면 네가 기획해야지.”신주리가 안간힘을 쓰며 손을 빼려고 하자 육경서는 꽉 움켜잡고 풀어주지 않았다.“누가 그랬어? 이모가 우리 둘이 함께 기획하라고 했어.”신주리가 억지로 손을 빼면서 말했다.“난 못 들었어. 나는 지석 오빠가 인솔자가 좋은 방법을 생각해 보라고 하는 말밖에 못 들었어. 그리고 너도 승낙했잖아? 그래 놓고 지금 나를 이용하려는 거야? 꿈 깨.”육경서가 갑자기 손에 힘을 주면서 신주리를 힘껏 당기며 말했다.“안 돼. 오늘 밤 나와 함께 기획해야 해. 다음에 내가 도와줄게.”오랫동안 식단 조절하며 다이어트를 해온 가녀린 몸이 육경서의 힘을 이기지 못해 그대로 끌려오면서 옆자리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고 풀썩 주저앉으면서 아래턱이 육경서의 어깨에 부딪히자 온 세계가 조용해졌다. 다음 순간 신주리가 갑자기 폭발했다.“육경서, 미쳤어? 대체 왜 그래?”“...”육경서는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면서 급히 설명했다.“왜 이렇게 가벼워? 전에 나한테 주먹질 할 때는 힘이 꽤 있었잖아.”말하면서 그녀의 아래턱을 잡고 조심스럽게 살펴보았다. “다친 데 없나 봐봐.”두 사람의 거리가 아주 가까워 호흡마저 섞여버렸고 다투고 나서 처음으로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서 서로를 바라봤다.신주리의 표정은 부자연스러웠고 눈까풀도 파르르 떨렸지만 그를 밀쳐내지 않고 상처가 났는지 대신 살펴보게 하면서 입으로는 표독스럽게 위협했다.“얼굴이 찢어지기라도 하는 날이면 오늘 죽을 줄 알아.”육경서는 화가 나 뾰로통한 신주리의 얼굴을 보더니 참지 못해 말했다.“내가 몸에 가시가 있는 것도 아니고 한번 부딪혔다고 얼굴이 찢어지겠어? 사기를 쳐도 유분수지.”남자의 잘생긴